오사카에서 하루 보내고, 교토 하루로 일정을 잡았다. 총 4박5일인데 도쿄 이틀에 참 알뜰한 일정이다. 일본의 경주라는 교토를 보면, 일본의 부여라는 나라는 안 봐도 된다길래..걍ㅎ
오사카성, '영웅' 도요토미 히데요시
오사카에서는 딱 오사카성만 찾아갔다. 임진왜란의 주역(?)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의 성이다. 16세기 건축물인데 솔직히 근사하지 않은가? 구조의 탄탄함, 세부 장식의 화려함과 정교함에 내심 감탄했고, 성을 둘러싼 해자와 운하까지 보면 좀 압도당한다.
내부엔 도요토미 히데요시에 대한 온갖 스토리가 흐른다. 농민의 아들로 태어나 일본 천하를 통일하고 외국 정벌까지 나섰던 영웅. 약간 코믹할 지경의 미담을 장황하게 정리한걸 보면, '위인'은 어디나 똑같구나 싶을뿐.
신오사카역에서 30분 남짓 쾌속열차를 타면 교토다. 주로 2층 오래된 가옥들이 종종 보인다.
다소 낡은 도시. 전통을 보존하는 대가로 개발되지 않고 남은 차분한 도시. 관광도시로서의 활력은 교토역까지다.
교토 내에서는 버스로 이동했는데 한번 탈때마다 220엔이다. 우리돈 3000원 꼴이니..반드시 간사히 쓰루 패스라는...종일 교통 티켓을 이용하는 편이 좋다.
료안지(龍安寺)
교토의 첫 인상은 이 차분하고 조용하고 완벽하게 다듬어진 사찰에서 받았다.
잘 꾸며진 연못에 살짝 감탄하며 안으로 들어가면, 돌의 정원이 등장한다.
안마당의 작은 하얀돌 가운데 섬처럼 검은 돌이 놓여있다.
경건...해지지 않을 도리가 없다.
대체 금각사, 킨카쿠지에 대한 문단이 수정 중에 날아가다니..어찌된건지. 하여간에, 가장 유명한 문화재인 금각사는 오히려 별 감흥이 없었다. 금칠한 전각이라니. 10년에 한번씩 금칠을 새로 해준다나 어쩐다나. 하여간에 돈칠한 작품 보는거랑 비슷한 기분도 들고...너무나도 완벽하게 꾸며진 연못과 정원이 그래서 덜 예쁘고..아..삐딱해진다.
이어..헤이안 신궁. 역시 도쿄 메이지 신궁과 마찬가지로 천황을 모시는 신사. 곳곳에 절과 신사가 많은데...규모가 다르다. 피라미드나 신궁이나...하여간에 제왕적 지위는 건축물의 규모에서 결정되려나.
메이지 신궁의 목조 도리이와 달리 헤이안 신궁은 붉은 빛이 가득하다. 화려하다. 두번째 전각 사진은, 그러니까...부속건물 일부다. 실제 규모는 훨씬 더 크다.
헤이안 신궁에서
나와 찾아간 곳은
기온. 인사동 같은 곳인데, 게이샤들의 거리였나 보다.
아기자기하고 예쁜 상점들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
그리고 기요미즈데라(
淸水寺)..20년전 교토에 왔던 옆지기에게도 가장 기억에 남았다는데, 내게도 그럴듯.
8세기에 처음 지어졌고, 1633년 재건된 절이란다. 산 중턱에 지어져서 절에서 바라보는 산의 풍경도, 옆에서 절을 바라보는 풍경도 모두 절경이다. 인공미의 절정을 뽐내는 여러 곳을 둘러 본 이후라 그런지 이곳은 훨씬 더 부드럽고 온화한 느낌이다. 내부에 모셔진 천수관음상과 다른 불상들의 매력도 멋지고...입구의 전각도 아래 사진에서 보이듯, 맵시있다. 이 전각은 주로 야경이나 벚꽃 배경의 사진으로 많이 알려진듯 하다.
일본 문화와 역사의 저력을 확인한다는 것은 이웃이자 동아시아 동반자로서 일본을 좀 더 정확히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어릴적 쪽바리로 비하했던 적은 없는지 돌아본다. 대륙의 문명을 한반도를 거쳐 전달받아 간신히 발전해온 야만의 땅, 오랑캐의 나라라고 보는 것은 오만한 왜곡이다. 그들의 저력은 훨씬 더 깊고 단단한 뿌리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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