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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리뷰/비소설

<손재주로도 먹고삽니다> 정말이네요



손재주로도 먹고삽니다

저자
박은영, 신정원 지음
출판사
황금시간 | 2015-04-06 출간
카테고리
취미/스포츠
책소개
경력 단절 주부도, 회사 가기 싫은 언니도 꿈꿔볼 만한 밥벌이 ...
가격비교


“일이 너무나 중요해진 나머지 정체성의 주된 내용이자 자존감과 행복의 거의 유일한 근원이 되어버린” 사회에서 c일중독자들이 ‘내 인생’을 찾기 위해 어떻게 결심했고, 어떻게 선택했는지 보여주던 책 <내 인생이다>. 

 

[ 인생이다] 행복해야 마땅한.. " 인생"   

이라고 리뷰도 올렸었죠.. 책에는 마흔 넘어 오랜 꿈인 글쓰기에 도전한 간호사 얘기가 나옵니다. 그 분이 정유정 작가. 두고두고 <내 인생이다>를 곱씹게 한 이야기

 

  책에 등장했던 이들이 대개 어느 정도 성공한 인생의 중반에서 전직을 시도한 사례라면, 책에 나오는 이들은 조금 젊습니다.  "그만 이유보다 다니면 좋은 이유가 많은 회사"에서 "예정된 미래에 별다른 흥미나 욕망을 느끼지 못했다" 이도 있고, "건축을 전공, 건축설계회사에서 5 일했다. 출산 .. " 라는 경력단절 여성도 있지만 처음부터 정규직에 흥미를 갖지 못했거나 않은 분도 있네요. 어쩔 수 없는 선택인 경우도 있다는 얘기죠. 그러나 스스로 일을 create 했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무엇보다 우리 모두 꿈꾸는 로망 아닐까요. 손재주로 먹고 살다니. 그러나..

 

"우연히 시작한 일이었지만 제대로 만들기 위해 무던히 애썼습니다. 이름을 짓고 로고를 디자인하고, 시장을 돌며 판매할 만한 곳을 물색했습니다. 요즘에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의 SNS와 플리마켓을 이용해 누구나 쉽게 직접 만든 물건을 팔 수 있는 시대잖아요.....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처음 플리마켓에 참여한 지난해 여름, 손재주 많은 이가 이렇게나 많은 줄 그제야 알았습니다. 굵은 실을 엮어 만든 팔찌, 패브릭 가방, 가죽 소품 등 종류도 참 다양했습니다. 솔직히 '이런 게 팔릴까?' 하는 것도 사람들이 재밌어하며 곧잘 사가는 게 신기했습니다.

저희는 어떻게 됐냐고요?

'지인 장사'를 마치고 나니 파리만 윙윙 날더라구요.

 

이러한 시장의 냉혹함과 고된 노동을 이기고 손재주 하나만으로 밥벌이에 성공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책 서문은 시장의 냉혹함을 직접 겪은 사연을 들려주지만, 이들은 발품 팔아 실제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저자 두 분이 모두 월간 <디자인> 기자 출신이라 그런지, 책에 실린 사진들이 아주 기막히게 잘 어울립니다. 물론 가게 자체가 멋졌겠지만, 이렇게 담기도 쉽지 않습니다. 이런 가게 풍경이라니... ㅎㅎ (왼쪽은 가죽제품 만드는 심야공방, 오른쪽은 수제 쨈 전문점 제나나)

 

 

 

 

건축 하시는 분이 설계하던 실력으로 재단 도면을 그리신다는데..어떻게 저런 옷을 만드는지 모르겠어요. 기성복과 달리 아이 엄마 눈으로 편하고 튼튼하게 만든다는데, 아니 저건 예쁘기까지 하잖아요. (레미제이 라는 브랜드 입니다) 손재주 없는 저로서는 여기 나온 모든 분들이 경이롭습니다. 특히 재봉, 패브릭, 손뜨개 쪽은 정말..

 

 

 

대개 몇 백 정도는 매출을 내는 가게 들입니다. 책에 소개된 10명의 사례를 보면 월 150만원을 버는 분 부터 월 700만원 버는 분까지 다양합니다. 실제 가게가 있는 분도 있고, 온라인 가게만 하는 분도 있습니다. 어쨌든 저 매출로 인건비와 각종 비용, 임대료까지 해결해야 하는 것이니 그리 호사롭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즐거움과 내 일을 한다는 자부심은 그런 댓가와는 또 다른 얘기겠죠.

 

어쩌면 비루한 일상, 힘든 경제생활은 다 빼고 잘 되는 점만 들여다 본 것일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건 사실 새 일에 도전했든 아니든 모두의 숙명이니 감안하면 그 뿐. 책은 실제 이 분들의 매출, 창업비용, 시행착오까지도 시시콜콜 전합니다. 그저 좋아선 한 일 치고는 다들 오랜 시간 관련 일을 해왔거나, 회사 다니면서도 신나서 해오던 취미로 결국 일을 벌렸습니다. 어느날 뚝딱 하는 일은 아니란 거죠. 

 

내가 좋아서 만드는 뭔가로, 밥벌이를 할 수 있다는 건 꿈 같은 일... 이지만 어떤 이들은 합니다. 책을 읽다보면.. 이들이 최소한 임대료 인상은 덜 걱정하면서, 가게에서 쫓겨날 근심은 덜 하면서 꿈을 일궈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떤 브랜드는 조금 더 가격을 올려서 '브랜드'로 더 키우면 좋겠다 싶지만, 이 무슨 오지랖에다 속물 마인드인지ㅎ 성실하게 일하고 결실을 나누면서 공동체에 기여하는게 좋은 거 아닌가, 좋은 사연들 보면서 새삼 자본의 마인드는 어쨌든 질기다는 깨달음까지ㅋㅋ 

 

어쨌든 미래의 수공예숍 오너를 위한 스타트업 가이드도 있는 알찬 책. 이런 사연은 이렇게 보기만 해도 마음이 좋지만, 누군가에게는 실질적 도움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내 인생이다>의 정유정 선생님 사례처럼 이 가운데 몇 년 뒤 "아 그 때 그 <손재주로도 먹고삽니다>에 실렸던 바로 그 분이 이번에~~"라고 떠들 분이 나올지도ㅎㅎ  사실 아니어도 괜찮죠. 암요. 그렇고 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