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리뷰/비소설'에 해당되는 글 58건

  1. 2016.03.27 <식량의 종말>위기가 닥쳐봐야 정신 차릴까
  2. 2016.02.21 <공부중독> 왜곡된 공부로 망가지는 부모와 아이
  3. 2016.02.14 <플레이>전설도 시행착오도 모두 의미있는 역사, 넥슨! 넥슨이 걸어온 길 만큼, 만들어갈 미래도 응
  4. 2016.02.14 <디지털 뉴스의 혁신> 진짜 파괴적으로 바뀌고 있다
  5. 2016.02.14 <불멸의 꿈> 불로초 대신 실험실의 온갖 도전들
  6. 2016.02.14 <꾸들꾸들 물고기 씨, 어딜 가시나> 성석제 여행기?
  7. 2016.02.14 <빅숏> 사악한 월스트리트의 민낯
  8. 2016.02.14 <싸울 기회> 엘리자베스 워런, 미치도록 감동적이다
  9. 2016.02.14 <감시국가> 쎈 선수들의 쎈 토론
  10. 2016.02.14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기록은 힘이 세다
  11. 2016.02.14 <걷는 듯 천천히> 사람에 대한 서늘한 애정
  12. 2016.02.14 <저널리즘의 미래> 기자들의 필독서
  13. 2016.02.14 <밤이 선생이다> 뒷북 간단 정리
  14. 2016.01.03 <동아시아, 해양과 대륙이 맞서다> 역사시간에 졸았나
  15. 2016.01.03 <비욘드뉴스> 팩트 대신 이해를 제공하라
  16. 2016.01.02 <10년 후 세계사> 우리가 만들 미래
  17. 2016.01.02 <익숙한 절망 불편한 희망> 메모 중
  18. 2016.01.02 <제로투원> 트윗 메모
  19. 2015.09.17 <자기신뢰> 어쨌든 독후감
  20. 2015.08.24 <그렇다면 정상입니다> 다정한 위로

<식량의 종말>위기가 닥쳐봐야 정신 차릴까

소박한 리뷰/비소설 2016. 3. 27. 15:58


<식량의 종말> 위기가 닥쳐봐야 정신 차릴까 

ㄴㄴㄴ 브런치 글을 옮겨놓는다. 아카이브 차원에서>>> 


얼마전 놀라운 트윗이 돌았다. 영수증 사진이다. 리트윗 4000회에 육박하는 트윗의 내용은, 매실 농사 지은 할머니 이야기. 10kg 짜리 다섯 박스를 공판장에 내놓고 수령한 금액이 300원이다. 나는 이 트윗을 보기 전에 비슷한 이야기를 올 초 농사펀드 박종범 대표에게 들었다. 그는 어떻게 해도 고난 뿐인 농민을 돕는 방식을 고민한다.


농업에 관심을 갖게 되면 뭔가 돕고 싶어지는게 인지상정. 그러나 농업 문제는 글로벌하게 심각하다. 어디서 실마리를 찾아야 할지. 어쩌다보니 이 책 <식량의 종말> (The End of Food 사이트) 을 동료들과 함께 읽게 됐다.   2008년 책이지만, 큰 그림은 물론 디테일도 보여준다. 


강대국 농민은 특혜, 개발도상국 농민은 죽어난다


우리 농민들은 어떻게든 농산물 시장 지켜달라고 싸운다. 시위대에 참여했다가 물대포 직사에 맞아 사경을 헤매는 사태도 발생한다. 그들은 정부를 상대로 호소하는 경우가 많은데, 다른 나라도 그랬다. 나는 미국의 2005년 기준 곡물 보조금이 26조원에 달하는지 처음 알았다. 수십 조원을 지원받는 무역 초강대국의 그 농민들을 상대로 경쟁력 있는 농민이 가능한가?


루스벨트 대통령은 식품 영역에서 자유시장을 고수하는 건 국가적 자살행위라 생각했단다. 농부들은 늘 과잉생산 경향을 보였고, 잉여 농산물이 넘쳤다. 지난 반세기 무역분쟁의 배경은 과잉생산. WTO라는 초국가 원조기구 아래, 미국 유럽 농산물 과잉 생산국가들은 실제 이 잉여물을 만들고 실어나르는 국제 식품회사와 함께 개발도상국에 판매할 권한을 따내기 위해 계략을 짜고 협상을 했다. 개발도상국의 농업 보조금은 금지시키면서 자기들은 보조금 혜택을 유지했다

미국의 식품 기업들은 '세계의 시장'인 중국에서 희망을 찾고자 했다. 그런데 중국은 역시 전략적 강대국. 3천만명이 굶어죽은 기아를 겪으면서도 값싼 미국 농산물을 들여오는 시장개방은 거부했다. 식량 자급을 위해 산아제한 정책을 도입하고 농업을 지원했다. (전세계가 구글, 아마존 세상인데 문을 걸어잠그고 바이두, 알리바바, 화웨이를 키워낸 중국이 새삼 다시 보인다) 중국의 2억 농가는 작은 규모지만, 한해 여러 작물을 심고 가축을 기른다. 경지당 산출량이 미국의 3/4 수준. 전세계 경작 가능지의 7%만 중국에 있지만, 전세계 옥수수와 밀의 1/5 이상, 쌀 1/3, 채소 2/5, 닭고기 1/5, 돼지고기는 절반을 생산한다. 미국 농업의 신흥시장이 되기는 커녕, 미국의 든든한 해외시장이던 한국 등 수출국을 놓고 경쟁하는 상황. 1998년 금융위기때 IMF는 160조원 구제금융 약속했다가 한국 등 아시아 6개국이 미국 곡물 추가구입을 약속 않으면 지원 못한다고 발표했단다. 치사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고. 

중국은 모든 이슈의 핵이다. 중국인들이 미국인만큼 고기를 먹어도 지구는 망한다. 2006년 기준 전세계 곡물 20억 톤 중 1/3 이상이 동물 먹이로 쓰였다. 2070년 인구는 95억으로 정점. 육류 수요는 현재의 2~3배 전망. 그 모든 고기 생산에 쓰일 곡류를 어디서 얻을 것인가. 쇠고기 1톤당 20톤 사료 필요하다. 


과잉생산에도 불구, 기아는 해결되지 않는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선 해마다 1천 만명이 영양결핍으로 죽는다..고 당시 저자는 기록한다. 굶주림과 궁핍, 질병은 중세 시대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진행형. 이 책 발간 당시 9억명이 영양실조로 집계됐다. 사실 며칠 전 스타벅스가 남는 음식 몽땅 기부한다는 소식을 봤는데, 미국인 7명 중 1명이 굶주리고 있고, 극빈층이 수천만 명이란데 새삼 놀랐다. Starbucks will start donating 100% of its unused food to those in need

 

저비용 대량생산 중심 세계 식량경제는 대형화되고 고도로 자본화한 주체 아니면 따라갈 수 없다. 수억 명 가난한 농민들은 이러한 체제에 편입되기 어렵다. 

90년대초 브라질 커피 농사가 흉작이었다. 커피값이 인상되자 케냐가 흥했다. 아라비카 커피콩으로 한 해 2500억을 벌었다. 그러자 네슬레 등 자본은 케냐 아라비카 커피원두 보다 60% 저렴한 베트남 로부스타 커피를 택했다. 이 커피는 향이 나빴다. 자본은 나쁜 커피콩에 헤이즐 향을 더해서 문제를 해결했고, 베트남을 초저가 생산기지로 바꿨다. 97~2002년 커피값이 80% 폭락했다. 소비자가는 고작 27%만 하락했고, 2001년 스타벅스와 네슬레 이윤은 각각 41%, 20% 증가했다. 커피 생산자는 소외됐다. 상품가격 하락으로 개발도상국은 채무의 덫에 빠졌다. 커피노동자 50만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아프리카 아시아 녹색혁명에는 화학비료, 살충제 회사들이 깊숙이 개입했다. 식량안정이 아니라 미국 농자재 신규시장이 됐고, 20년 간 아프리카 농부들은 단지 수확량을 '유지'하는데 질소비료 사용을 두 배로 늘려야했다. 토양 유기물은 고갈됐다. 


식품의 반란 


책 발간 당시 기준이겠지만, 매년 미국인 넷 중 한 명인 7600만명이 식중독에 걸린다. 대부분 복통 설사지만, 32만명은 입원하고. 이들중 5000~9000명이 사망한다고. 테러나 자연재해를 예방하는데 돈을 퍼부으면서 이게 뭔가. 인류를 위협하는 건 알카에다나 허리케인이 아닌 '동물계 병원균'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이게 다 욕심 때문에 벌어진 일이기도 하다. 양계장은 바이러스 배양실이 됐고, 소는 퇴비 더미에 감금되어 사육된다. 찌끄러기 고기들을 어떻게 긁어모았길래 110g 버거 패티 1개에 소 55마리 DNA가 검출된다. 전세계 항생제 절반을 가축에 쓰고 있다. 지난 10년 간 햄버거 소송만으로 3조원이 배상됐다고 한다. 


땅을 계속 생명을 키우는데 쓰지 않고, 환금작물 재배 사이에 방치하면 땅의 질소는 질산염으로 바뀐다고 한다. 주변 환경으로 흘러가는데, 뭐든 닥치는대로 비옥하게 한다. 서양톱풀이 수로를 막고 녹조를 키우게 되고, 물고기가 죽어나간다. 이렇게 물고기가 살지 못하는 '죽음지대'가 2003년 기준 세계 150곳. 질소는 산소와 결합해 아산화질소가 되기도 하는데 스모그를 유발하고 오존층을 파괴한다고. 이산화탄소보다 300배 강력한 온실가스라는 설명이 나온다. 인간이 만드는 아산화질소 70%가 농업에서 온다. 곡물재배,고기사육에 따라 증가하고 있다고. 


제초제 얘기는.. 에휴. 미국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제초제 아트라진은 양서류를 멸종시킨다. 심장 및 폐울혈, 근육경련, 망막변성..암과도 관련이 있다고. 독일군이 1920년대 신경가스 실험한 유기인산 화합물도 쓰이는데 사용을 중단하면 캘리포니아 농산물 산업은 한해 13조 손해라나..  


유전자 변형 식품(GMO)도 여전히 불안하다. 전세계 옥수수 1/4 이상 , 콩 1/2 이상이 GMO 식품. 괜찮다 괜찮다 하지만, 업계 로비로 인해 GMO 표시가 없어서 애초에 부작용을 알릴 통로가 차단됐다는 지적이다. 건강이나 환경에 관련된 잠재적 여파도 예측 못하고 있다. 


식량의 미래


농업 경쟁력이나 비료가격 증가나 농경지 감소, 살충제 유출 등의 문제가 전부는 아니다. 에너지, 기후, 물이라는 세 가지 이슈가 훨씬 더 심각해질 수 있다. 2030년까지 관개농지의 물은 20%가 더 필요하지만, 불가능하다고. 중국 동부는 기준치보다 한해 6억 톤 이상 강물을 끌어다쓰는 바람에 지하수면이 9km 낮아졌다고 한다. 지표면도 가라앉는데 베이징 고도는 7m 낮아졌다고. 100억 인구를 자연 비료 방식으로 먹이려면 현재 농지의 2~3배가 필요하다. 

깨어있는 소비자? 언제나 답은 이렇지만 값싼 식품 대신 비싸게 사먹으라는건 설득이 쉽지 않다. 고기도 덜 먹으라고 해야 한다. 육류 소비를 1/8로 줄여야 곡물생산이 정상화된다는 연구도 있다는데, 이런 이유로 '정치적으로 올바른 결단'으로 채식주의자가 된 K님이 떠올랐다. 나는 고기를 포기하지 못하는 나약한 인간. 자라나는 청소년을 핑계로 거의 날마다 고기 반찬인데ㅠ 스테이크 보다는 야채와 같이 먹는 방식의 조리법 정도가ㅠㅠ


개혁은 위기나 재앙에서 올거란 전망이 무섭다. 조류독감, 인도나 중국의 대흉작, 북아프리카 관개 시스템의 붕괴 등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다. 이 와중에 바람직한 대안 사례가 쿠바라는 것은 아이러니. 고립되면서 탈산업화 밖에 길이 없었다. 지역 식품 소비에 주력했고, 협동조합 형태로 노동력을 할당, 1/4이 식품 산업에 기여한다. 트랙터 대신 황소를 키우고, 화학비료나 살충제 대신 친환경 통합농업 방식이라니..이게 다 독재국가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대체 농업 정책은 어디로 가야 하는걸까. 학교나 군대 등에서는 정크푸드를 쓰지 말라고, 지역 식품시스템 구축에 기여하라고 압박한다거나. 농업 정책에 대해 보다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굶주림은 언제나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도전이었다는 말이 별로 위안은 되지 않지만, 현실적이다. 


reference>  


이 책을 동료들과 함께 읽게 된 건, Noah가 이 리뷰를 발견했기 때문ㅎ 마침 내 친구 딸기의 글이었다! http://ttalgi21.khan.kr/5201 


사진은 카길 차이나! 에서 퍼왔다. 대단한 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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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중독> 왜곡된 공부로 망가지는 부모와 아이

소박한 리뷰/비소설 2016. 2. 21. 15:34

딸이 초등학교 3학년 때 일이다. 한 반 27명 중 6명이 같은 영어학원을 다니고 있었다. 대치동 스타일로 유명한 학원. 하루 60~100개의 단어를 기준점 이상 외우지 못하면 집에 보내지 않는걸로 유명했다. 나는 어떤 엄마와 "아동학대"라고 거품을 물었다. 딸도 그런 학원에는 갈 수 없다며 펄쩍 뛰었다. 당시 공부잘하는 어떤 아이는, 숙제를 다 못하면 엄마가 화장실에 가둔다는 흉흉한 얘기도 돌았던 때라 몇몇 엄마들은 분개했다.


그리고, 그때 그 학원 다니던 아이들이 모두 잘 자랐다. 상위권을 놓치지 않고 정말 잘 한다. 아마 좋은 대학 가서도 공부 잘 할 것 같다. 그 학원을 비롯해, '쎈 학원'에 가본 적 없는 딸의 성적은 별로다. "책도 많이 읽고, 생각도 깊고, 참 괜찮은데 공부만 못한다" 고 딸 얘기를 하다가 어느날 흠칫했다. 공부 빼고는 다 잘 한다는 이야기를 왜 하고 있나. 그저 참 괜찮은 소녀일 뿐인데, 왜 엄마인 주제에 공부 얘기를 빼놓지 않고 한탄하나. 내 마음 깊은 곳에서는 10살 소녀를 당시 그 빡센 학원에 보내지 않은걸 후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엄마가, 특히 직딩맘이 아이를 방치해서 아이 성적이 별로라고 자책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알고 있다. 한국 사회가 병들어 있는 현실을. 교육병이 망국병이고, 아이들을 암기괴물로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명문대 나와본들 취직 안되는 상황을. 창의적 예체능 교육마저 학원식 포트폴리오로 교육해 아이들을 망가뜨리는 것을. 아이들을 아침부터 밤까지 공부로 착취하고 있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그러나, 알고 있는 것과 실제 행하는 것은 다르다. 상대적으로 덜 학대했을 뿐, 주저함으로 오히려 이도저도 아닌 수준으로 했을 뿐, 아이들에게 공부를 시킨다. 끝도 없이 공부를 강요한다. 나도 불안하다. 아이가 대학을 나오지 못했을 때, 한국 사회에서 어떤 차별과 절망에 부딪칠치 겁이 난다.


공동 저자인 하지현쌤이 예전에 "우산이 되어주라"고 말한 적 있다. 엄마가 온갖 학원 정보나 선행학습 정보를 듣고도 막아주지 않는다면, 엄마가 남들 하는대로 다 따라하면서 우산이 되어주지 못한다면 아이가 다친다고. 불안이라는 비를 막아주는 우산이 되라고. 그래서 물었다. 우산이 되는 엄마는 너무 힘들지 않겠냐고. 보고 듣는 공포를 꾹 참고, 아이에게 투과하지 않는게 가능하냐고. 당시 하쌤은 "엄마는 우산이 되려다 장렬하게 산화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어쩌겠냐"고 했다.


공부중독. 내게는 새로운 이야기가 별로 없다. 비슷한 생각을 가진지 오래다. 그러나 아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곱씹고 또 곱씹게 된다. 불안이 내 영혼을 잠식하지 않도록 달래야 한다. 부모로 살아가는 것도 날마다 도전이다. 아이에게 과도한 관심 대신, 내 인생 잘 사는게 답이라는 것을 알지만. 언제나 어렵다.



부모의 불안과 욕망


아이가 망가지더라도 명문대 가면 좋겠다는 부모의 솔직한 욕망..이런 욕망 때문에 우리 사회는 부질없는 돈 지랄, 에너지 지랄의 세계가 되었어요. 그래봤자 투자 대비 아웃풋은 형편없을 위험이 높고. 부모 자식 모두에게 해가 될 확률이 높다는걸


독서모임 #트레바리 우리 클럽 2월의 책이었다. 책 내용 한 줄도 없이 독후감을 몇 줄 올릴 수 있던 것은 공부 고민이 가득한 탓이겠지. 지금 이 글을 정리하는 것은 대치동의 한 카페. 동네 평범한 학원만 다니던 딸이 지난 학기부터 대치동에 진출했다. 동네 학원엔 그 학교 내신반이 없었다ㅠ 평소엔 버스 타고 힘들게 다니는데, 일요일엔 데려다주고 카페에서 기다린다. 몇몇 친구들은 일찌감치 하던 하드 트레이닝에 뒤늦게 나선 딸에게 이게 쉬울 리 없다. 엄마로서도 "뭔가 해보고 있다"고 불안을 달래는 동시에 이게 맞나 불안이 또 싹튼다. 


명문대 가면 좋겠다는 욕망이 아니다. 벼랑 끝에서 밀려나지 말고 살아남아야 하지 않겠냐는 불안감이다. 이런 불안이 아이를 공부 지옥에 빠뜨린다. 공부가 즐거울 수도 있다고? 공부에 타고난 몇몇 아이들 얘기다. 더구나 이런 맹목적 암기 훈련이 즐거울 수 있을까. 


공부중독, 임계점에 온걸까


2008년까지 서울 출신 해외유학 초중고생 1만4천명. 그런데 작년엔 3400명. 바로 중산층 붕괴.의 서곡..예전엔 빚 내서라도 해외유학 보내면 더 벌거란 낙관적 전망. 이젠 정말 감당할 수 있는 사람들만. 사교육도 예체능부터 줄어드는 중


카지노에서 결국 돈을 따는 사람은 누구인 줄 아세요? 프로 갬블러? 딜러? 아니죠. 아랍 왕자예요. 판돈이 무한인 사람들. 어떻게 보면 중산층은 짤짤이 판돈으로..대치동에서 1년 1억 썼다는게 이상하지 않고, 데미지 없는 이들과 붙는 거예요


공부중독은 세계적 현상이라 디톡스가 어려울거란 평을 봤는데..지금은 임계점에 왔다는 생각이다. 사실 감당가능한 수준을 넘어섰다. 경기가 나빠지면 또 달라지겠지. 트레바리 친구들 역시 모두 이제는 바뀌고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 한 친구는 공부중독을 거부하고, 스스로 도전에 나선 얘기를 들려줬다. 그는 판에 박힌 공교육에서 탈출해 음악으로 유학 갔으나, 현재 다른 일을 하며 잘 살고 있다. '하고 싶다'를 찾는 것 만큼 '해보니 이건 아니다'를 찾는 것도 의미 있는 과정이다. 한 친구는 공부 대신 '생활인'으로 뛰어든 친구들 이야기를 전해줬다. 어쩌면 변화하고 있는 세상이 한 눈에 안 들어오는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공부중독자들만 바라보고, 그런 뉴스만 보니까. 


좋은 공부 vs 왜곡된 공부 


자아중심성이 강하니까 자의식은 무척 높은데, 자기 의견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은 없고. 그러다보니 한편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면서..남 얘기에 쉽게 넘어가고. 어떤 사건, 이슈에 내 의견을 계속 만들어가는 과정이 성장인데..의견이 없어요


의견을 가진다는 것은 세상과의 대면 속에서 열심히 성찰을 해서 나만의 고유한 언어를 만들어가는 것..그런데 타석에 들어서지 않고 의견 대신 관전평 정도. 댓글 달고, 게시판에 글 올리는게 의견 같지만..참여자의 의견 대신 구경꿈의 품평일뿐


삶이란게 굉장히 빈약해지고 있다. 공부는 삶의 보조이고, 살아가기 위해 하는 건데. 지금은 거의 공부를 위해 살아가는. 삶의 영역에서는 배움이 일어나지 않거나 배워도 그걸 인지하지 못하는../ 공부해서 뭘 할까가 아니라 다음 공부는 뭘할까


공부의 끝은 사실 지혜를 얻는것. 지금 공부를 질리게 하는건 데이터와 인포메이션을 무한반복 우겨 넣기만 하기 때문. 지혜라는 걸 찾아낼 겨를도 없이 질리게 하는..그렇다면 공부가 알고보면 재미있는 거란걸..많이 아는 것보다 왜 알아야 하는지


공부라는 굉장히 재미있고 설레고 즐거운 인간의 정신활동 진수가 아주 재미없고 더럽고 불쾌한 감정적 기억으로 남게 된 것이 한국의 현실.."공부 많이 했네"가 궁극적으로 가방끈 긴 사람이 아니라 삶의 지혜가 많은 성숙한 사람을 뜻하는 세상이면


공부의 블랙홀에 빠진 부모는 공부에 중독된 아이를 만들고, 그 아이들이 사회에 나온다. 공부 백%짜리 순도 높은 존재일뿐, 사회성, 공감능력, 유연성 같은 요소는 상대적으로 결핍된 상태. 블랙홀이 학교를 넘어서 사회와 인생을 빨아들이고 있다


지성인이 되고자 하는 공부에 대해서 누가 뭐라 할까. 그런데 현재 공부로는 지성인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질문하는 법을 잊어버리고, 토론하는 것은 낭비라 생각하고 모범답안만 외워서 뭐가 남을까. 문제를 푸는 것보다 문제를 던지는게 더 중요해지는 시대에. 트레바리 친구 ㅅㅇㅇ님이 소개한 일본 사연을 인용한다. 


"일본의 아키타현에 있는 국제교육대학은 최근 도쿄대학, 교토대학보다 경쟁률이 치열하다. 이 학교는 4년내내 전교생이 한 학과로 통합된 과정을 밟는데 철학, 인문학을 비롯한 삶에 대해 고민하는 기초 교양 수업, 전통에 관련된 다양한 기술 수업을 선택적으로 들으며 스스로의 진로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시간을 가진다. 방향을 잡고, 그곳을 향해 나아가는 방법을 배운다면, 사실 그 이외의 추가적으로 필요한 배움들은 스스로가 더 쌓아갈 수 있다는 (그리고 필요한 것은 학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해준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하고있다. 또한 해외 교환 유학 반년이 의무화 되어있고, 그만큼의 많은 유학생들이 전세계에서 오기때문에 대부분의 학생들은 기숙사에서 외국인들과 함께 공동생활을 한다. 언어와 문화를 걍! 함께 체험하면서 배워가라는 것이다. 자꾸만 부딪히고 오래 지내야지만 알 수 있는 것들을 스스로가 찾아가게끔.

이 대학은 학장이 교육을 향한 일념하나로 밀어붙여서 이렇게 되었다는데, 우리나라에도 하나쯤은 생겨도 좋지않을까?"


모범답안, 공정함에 대한 집착 


삶을 최적화하는것이 최고의 가치, 최고의 기쁨. 그럴수록 의외성, 낯섦, 타자는 사라져버려요. 삶에 이런게 끼어들때마다 화가 나는거죠../강박장애가 늘어나는 맥락과 비슷해요. 그만큼 밖이 위험하다고 느끼는 거예요. 위험하니 매뉴얼이 필요하고


엘리트 선민의식+보상심리..결혼할때 아파트 사와라 뭐 그런.."왜 비정규직에게 정규직을 쉽게 줘요? 내가 정규직 되려고 얼마나 노력했는데 불공평해요" 그들에겐 그게 합리적 생각/구조와 상황의 산물. 자리가 너무 없어요. 탈락자가 너무 많아요


공정한 시험에 의해서만 평가받기를 원해요. 그런데 그 공정함이란게 굉장히 편협해요. 정성평가가 아닌 정량평가이고, 컷오프로 잘라버리는 객관적인 시험일 때에만 인정할 수 있다는 거죠/ 그 공정함은 도대체 누구에게 공정한 것인지 질문을 던져봐야


공정하자고 만든 제도가 도리어 다양성을 죽이고 획일적으로 특정자원을 가진 이들만 유리해지는 불공정의 역설..대학은 논문 쓰는 교수, 강의 잘하는 교수, 책 쓰는, 프로젝트 잘하는 교수 등 다양하게 필요한데..역설적으로 논문 기계들만 임용되는


앞서 리뷰를 남긴 <플레이>에서 인상적 대목 중 하나는 새로 개발하는 게임에 대해 평가와 품평하는 제도를 도입하자, 실패 뿐 아니라 성공도 없애버렸다는 것이다. 앞선 성공사례 등 '정답'을 기준으로 삼자, 발상을 바꾸거나 새롭게 도전하는 일이 막혀버린다. 21세기가 과연 모범답안을 외우는게 유효한 시대인가. 우리는 왜 구시대의 학습법을, 미래의 직업에 필요할지 여부도 불투명한 공부로 아이들을 내몰고 있나. 


그래서 어쩌라고.. 어찌할까


내가 자식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선물은 나의 건강함, 내가 독립해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이에요. 자식의 좋은 학력과 직업 뒷바라지했다고 아이들이 고마워하는 것도 아니에요..자식의 대학, 취직 등으로 자기 인생 성적표 받는건 불행한 일


특히 중요한건 삶의 안전망이 구축돼 안심할 수 있게 하는 것이에요. 기를 써서 저 위로 올라가야만 안전할 것이라는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괜히 혼자 멋진척 경쟁에 뛰어들지 않았다가 낙오돼서 나만 손해를 볼 거란 두려움을 갖지 않도록


교육은 신분상승 등 계급 재조정 역할을 해왔다면, 헬조선 금수저는 이게 끝났음을 반영한다. 저자들은 문제 해결 방법으로 1) 학력간 임금 격차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 2) 특성화고 등 직업훈련 학교 활성화 3) 공부 계기가 있다면 인생의 어떤 순간에라도 진학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을 제시한다. 


나는 결국 경제구조의 문제라 본다. 임금노동자의 절반이 200만원 이하 월급을 받는다. 자영업자는 더 적게 번다. 쌀집, 미용실 해서 아이들을 대학 보내는게 어렵다. 당연히 좁은문에 과한 경쟁이 이뤄질 수 밖에 없다. 어쩌면 기본소득이 현실화되면서 또다른 계기를 맞을 지도 모르겠다. 모든 창의적 혁신적 활동은 잉여에서 나올 확률이 높다. 우리 아이들이, 우리들이 좀 더 잉여롭게 살면 안될까. 


트레바리 친구들은 '욕망의 재조정', 혹은 '공부에서 탈출해 성공한 롤 모델의 증가'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동의한다. 법정노동시간을 초과하는 시간을 온종일 공부로 채우는 아동학대, 지속가능하지 않다.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것은 평생 질문을 던지고 의미를 찾아가는 공부일지도 모르는데, 가짜 공부에 질리게 하는 건 옳지 않다. 우리는 모두 문제의식을 공유한다. 남은 건 현실의 움직임이다.


사족 1> 하쌤 책 중 가장 좋아하는 건 사실 <엄마의 빈틈이 아이를 키운다> . 직딩맘의 필독서다. 더 잘해야 한다는 불안을 털어내고, 공부중독에서 나를, 아이를 떼어내는 건 정말 대단한 미션이다.




사족 2> 책은 강추. 트레바리 독서모임 2월의 책 투표에서 이 책이 낙점된 뒤.. 반응이 이랬다ㅎㅎ #공부중독 #트레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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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전설도 시행착오도 모두 의미있는 역사, 넥슨! 넥슨이 걸어온 길 만큼, 만들어갈 미래도 응

소박한 리뷰/비소설 2016. 2. 14. 23:26

기업 이야기도 잼나다! 아니 사람 이야기라, 즐겁게 도전한 젊은 열정 스토리라. 실패담은 더 흥미로운게 조직과 경영이란게 우리같은 회사원에겐 시사점이 있으니. 막판은 좀 미담같지만ㅋ 난 개발자가 좋다 #플레이 


이것이 나의 마지막 한 줄 요약. 지인들과 독서모임에서 함께 읽은 책인데, "미담", 혹은 "위인전"이라는 이유로 마뜩찮아 하는 분들도 계셨지만, 나는 재미나게 봤다. 책은 넥슨 20주년을 기념해 기획됐고, 거의 모든 인터뷰와 자료가 넥슨 제공이니 한계가 있는 건 당연. 그러나 김정주 넥슨 창업자의 시행착오를 숨기지 않았으며, 찬양 일색도 아니다. 무엇보다 그가 일군 스토리 자체가 재미있다.  

이런 북트레일러까지 만들다니ㅎㅎ 첫화면인 노란 바탕의 사람들 캐리커처는 띠지. 그런데 바로 이들이 넥슨이 가장 의미 있게 생각하는 실질적 주인공이라는 해석도ㅎ 

거인들의 소싯적 이야기 


일단 이런 히스토리 어떤가. 


막 입학한 새내기 김정주의 룸메이트는 이해진이었다. 이해진은 훗날 네이버를 창업한다. 이해진과 김정주는 송재경과 함께 서울대 시절부터 잘 알던 사이다.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며 함께 포커를 쳤다. 세븐포커나 마이티. 돈은 주로 이해진이 땄다.


당대의 거인들의 청년기. 세상에나! 

카이스트는 말하자면 한국 최초의 PC방. 송재경은 전산실에서 살다시피 했다.인터넷으로 여럿이 게임을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창조경제는 똑똑한 인재들에게 자유롭게 생각하고 놀 시간만 쥐어주면 자연히 이뤄진다. 딱 송재경이 그랬다


천재 송재경은 매력적 인물. 어떤 이였는지 그림이 그려진다. 뭔가를 만들어내는 사람. 그는 <바람의 나라>의 아빠였고, <리니지>를 완성했다. 역사는 천재가 만드는구나 싶은 느낌. 


<바람의 나라>는 게임 산업의 판도를 바꿔버렸다. 온갖 장벽을 혼자 돌파한 넥슨의 기술력은 독보적이었다..독주 체제는 얼마 못간다. 98년 9월 <리니지>가 시작됐다. 송재경이었다. 떠돌다 실업자가 된 송재경을 김택진이 엔씨소프트로 불렀다. 

이제는 사이가 떨떠름해진게 분명한 김택진-김정주ㅎㅎ 엔씨소프트와 넥슨이라는 대단한 게임 기업들을 만들어 콘텐츠 산업사를 바꿔버린 거인들. 그들과 송재경의 이야기는 암만 봐도 재미있고, 사실 옛날 이야기를 다른 분에게 들어본 적 있었는데 영화가 따로 없더라ㅎ 

 

김정주는 삼성 장학생이었다. 지원받아 대학원을 다녔고, 졸업하면 삼성전자에 들어가야 마땅했으나 죽기보다 싫었다. 7.4제 출근 때문. 김정주가 창업에 목을 맨 건 그런 삶을 거부하고 싶어서였다. 주변 삼성장학생 중 삼성에 가지 않은건 김정주뿐

반면 김정주 의장은 천재라기보다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몽상가? 서울대-KAIST 라인의 대부분이 삼성에 가던 시절에, 7.4제 때문에 안갔다니. 어찌보면 유명 로펌 창업자의 아들로서 금수저가 가질 수 있는 여유일 수도 있겠다. 

스타트업은 뛰어난 두뇌가 필요하지만 보상 어렵다. 나가는 인재만큼 새로운 인재 필수.김정주의 탁월함은 여기에 있다. 송재경이 나가도 정상원 나성균 서민을 끌어들여. 웹에이전시로 돈벌면서도 목표는 게임 

무엇보다 그는 엄청난 친화력의 네트워커. "놀러와~"라는 말에 여럿 엮였다. 이런 이야기들, 재미있지 않을 수가 없다. 

엔씨소프트나 웹젠이 상장하고, 개발자들이 몇 억 씩 챙기던 시절. 주주 이익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이유로 덩치를 키울 때 까지 상장을 미룬 것도 김정주. 비록 핵심 개발자들의 반발과 이탈을 부르기도 했지만, 상장에 돈 쓰는 대신 '알짜 기업'들을 M&A 한게 넥슨이 월등히 성장할 수 있는 배경이 된 것도 사실이다.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를 사지 않았다면 또 어찌 됐을지. 승부사 본능이 대단해보이는 지점. 

 

스타트업의 시행착오


초기투자금 4800만원 몇 년 버틸줄 알았지만 반년만에 바닥. 오피스텔 관리비에 들고나는 인건비. 골방에선 송재경이 게임을 만들었다. 바깥세상에서 회사를 꾸려가는건 김정주 몫이었다. 초조해졌다. 스타트업 초기엔 큰 매몰비용 탓에 당황하기 십상

책이 마음에 들었던 한가지 측면은 스타트업을 위한 깨알 조언이 적지 않았던 점이다. 저런 상황, 어떤 스타트업이든 겪게 되지 않을까? 그는 어떻게 돌파했을까. 웹에이전시로 현대차 홈페이지 구축을 하면서 다들 버텼던 그 시절이 지금 보면 전설이지만 그때야 길을 잃어버릴 수도 있던 상황 아닌지.


"이제 회사가 커지다보니 (우아한 형제들) 김봉진대표의 시간의 70%는 인사문제에 쓰게 된다고" .. 라는 @estima7 님의 트윗을 봤는데.. 마침 <플레이>의 에피소드들이 떠올랐다. 저 기업은 왜 팔았을까 싶은 사례가 나오는데..개발자들에게 조직관리가 상당한 스트레스라고도. 인사와 조직관리를 적임자에게 권한 위임하느냐. 사람이 핵심이란 철학으로 끝까지 리드하느냐. 기업의 캐릭터다. 넥슨이 겪은 일들, 인사와 조직 이슈들 얘기도 생생하다. 다들 잘 해보고자 했겠지만, 꼭 뜻대로 되지 않는게 조직 관리. 


어렵게 허들을 넘어 개발하는 인센티브보다 이미 매출 많은 팀에 오래남는게 이익. 결과적으로 인센티브는 개발이 아니라 운영 능력을 향상시켰다. 무에서 유를 만드는 개발보다 유에서 유를 뽑는 운영이 인센티브는 크다. 운영 실력 늘자 해외에 도전 

작은 스타트업이 아니라, 기업이 성장하면 관리가 달라지게 마련인데. 넥슨이 겪었던 일들은 시사점이 많다. 100억 대작 제라가 실패한 뒤,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크로스체크, 평가받도록 한 허들 제도는 창의성을 막았다는 평이다. 다들 한 마디씩 하면 게임이 동글동글해진다는게 L님의 지적. 결국 실패는 막았다고. 그리고 성공도 막았다는 것이다. 


스타트업 책들이 이래라 저래라 딱딱하다면, 이 책은 이렇게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는 귀한 가이드다. 


넥슨을 키운 행운, 노력, 감각 


동시접속 50명에 다운. 해결하자 254명에서 다운..속도와 기술이 해결된 97년, IMF 실업자들은 PC방을 전전했다. 당시엔 포털 같은 것도 없고 막상 인터넷에 접속했는데 별로 할 일이 없었다. 그런데 <바람의 나라>가 딱 거기에 있었다.

이런건 뭐, 시대를 잘 탔다고, 기막힌 타이밍이었다고 할 수 밖에. PC방 수혜자가 <바람의 나라>와 <리니지>였던 시절이다. 만들고 보니, IMF 였고, 갑작스러운 백수들이 PC방에 가게 되고, 마침 초고속인터넷 시대가 열리고. 


병특 이승찬은 밤이나 주말에 퀴즈게임을 만들었다. 99년 어느 일요일, 김정주는 구석에서 그를 발견했다. <바람의나라>와 전혀 다른 DNA를 가진 게임. 그자리에서 해봤다. 단순했다. 재미있었다. <퀴즈퀴즈>는 두 달 만에 가입 1백만을 돌파

IT 동네에는 재미난 자기 일 10~20% 해보라는 룰이 종종 있는데. 병특이 그저 놀다가 만든 게임이 대박 난게 대단하기도 하지만, 그걸 발견하고 알아챈 감각도 사실 장난 아니지. 넥슨을 떠난 이승찬이 <메이플스토리>를 만들고, 그걸 현금 400억에 인수한 김정주의 결단 등 후일담은 더 대단. 물론 이 과정에서 "나가서 성공하면 큰 보상이 있으니 회사에서 열심히 일해봐야.."라며 힘 빠진 개발자들 이야기는 또 다른.. 


거의 모든 기업들이 마찬가지겠지만, 넥슨의 이야기도 고비고비 흥미롭다.

 

2004년 스타크래프트를 꺽었던 <카트라이더>..그땐 고집부리는 개발자와 고집을 꺽지 않는 유연한 경영진이 있었다. 그만큼 넥슨의 개발 생태계는 건전했다..게임 개발에 관리가 들어가며..개성이 없어지고..개발 조직에 고집과 아량이 줄어들었다.


넥슨은 <던전앤파이터>를 3852억원에 인수. 신의 한 수였다. 2008년 6월 중국 서비스를 시작해 폭발적 반응을 얻었다..넥슨한텐 약인 동시에 독이었다. 내부 모순은 모두 던전 속에 묻혔다. 신규 개발역량은 약화됐고 인센은 작동하지 않았다


개발 조직의 고집과 아량이 줄어들었다거나, 한 가지 성공이 다른 모순을 덮어버리고 지나갔다거나.. 다 깊이 들여다볼만한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넥슨의 DNA는 강했다..고비마다 위기를 극복한 동력은 인센티브나 인수합병이 아니었다. 인센이 현재의 보상을 극대화하고 미래의 도전을 극소화할때 게임 위해 불합리한 도전을,리스크를 선택한 코어 그룹의 개발자, 사업부가 있었다 

그럼에도, 이런 대목은.. 내 눈에는 옥의 티. 책에 대해 만족도가 비교적 높은데. 후반부에 가서, 이런 식의 미화가 좀 걸리더라. 물론 코어 그룹의 개발자들이 진짜 위대한 팀일 수도 있겠지만, 그러나 자랑과 칭찬은 그냥 남들이 해주는게 좋은 법. 이런 책에서는 좀 더 세련된 방식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어쩌면..온갖 신화와 전설이 이어지는 넥슨 초창기 이야기는 그 자체로 힘 있는 스토리가 되지만, 이후 성장사에서는 이런 조미료가 필요했을지도 모르겠다. 


기록하는 자체가 귀한, 그렇게 진득하게 기다려주지 않는 풍토에서 의미 있는 작업이라는데, 책을 함께 읽은 많은 이들이 동의했다. 기록하고 싶은 욕심이 도지기도 했다. '적자생존', 기록하는 자가 살아남는 법. 넥슨 20주년을 기념하는 괜찮은 작업이었다. 넥슨이, 그리고 한국의 게임 기업들이 더 근사한 스토리들을 앞으로도 만들어주기를 바랄 뿐이다. 진짜다. 

이런 기사만 계속되면 슬플 듯. 게임 산업에 다시 '봄 날'이 올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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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뉴스의 혁신> 진짜 파괴적으로 바뀌고 있다

소박한 리뷰/비소설 2016. 2. 14. 23:25


“완전히 뜯어고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사회에 나이 든 영감 무리가 '좋아, 그렇게 하자고. 동영상을 만들어 보자고' 한다면 그들은 아마 전형적인 오랜 경력자를 채용, TV보다 후진 동영상을 얻겠지… 조직 자체를 뜯어내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일해야 하고, TV나 광고 영화 경험이 없는, 갓 졸업한, 자신이 뭘하는지도 이해못하는 이를 채용해야. 내가 이 모든걸, 비결을 누설한 이유는 그렇게 하는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Shane Smith. Vice Media 창업자의 말이다. 얄미울 정도로 잘났고 오만하다. 그러나 바이스 미디어는 버즈피드가 받은 투자금의 4배, 5.8억 달러를 투자받은 회사다. 기업 가치는 25억 달러. 유튜브 구독자 1100만명. 12년 수입이 1.7억 달러였는데, 14년에는 5억 달러, 16년에는 10억 달러로 전망되는 회사다. 초고속 성장하는데 미디어 회사라고? 맞다. 뉴스와 다큐 만드는 회사다.


<디지털뉴스의 혁신>은 제목 그대로 디지털 미디어 성공 사례를 분석한 책이다. 저자는 영국 옥스포드대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연구원. 덕분에 다소 아카데믹하고 대중친화적이지 않지만 관심자에겐 귀한 얘기다. 생생 육성들, 조직 구조와 BM 등 디테일하게 정리됐다. 그리고, 내가 반했던 바이스 미디어에 대해 더 알게 되어 고마웠다.


잘 났다, 바이스


바이스 뉴스를 처음 만난게 13년 말? 14년 초인 것 같다. <<미디어>기존 저널리즘에 뭘 기대해? 미디어 스타트업 빅뱅> 이라고 정리했었다.  당시 화면 보고 충격받았던 기억이 생생. 14년 자기들을 소개하던 영상이다. 기존 미디어와 느낌도, 시선도 완전히 다르다.

퍼나른 김에 하나 더. 15년 11월의 영상. 더 세련되진 느낌.

반체제적 느낌과 철학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현대 사회의 부조리를 까발리는게 Shane Smith의 목표라고. 바이스뉴스는 정치, 사설과 분석, 전쟁과 분쟁, 국방과 안보, 범죄와 마약 등의 출입처로 나눈다. 일반적 보도는 않아도 된다. 특정 주제에 전념하거나 장기적으로 다룬다. 시리아도 중점 분야인데 외국인 지하디스트와 시아파 민병대가 취재원. 위험한 분쟁지역의 불쾌한 현실과 직설적 국내 스토리 보도를 선호한다고 한다. 이른바 '몰입 저널리즘(immersive journalism)'이라고, 기자들이 상황에 직접 몰입한다고. 국경 수비대에게 매질 당하고 테이저 총 맞아 사망한 멕시코 이주민 사건 보도엔 가상현실 기술을 활용했다니, 상상 되는가.


바이스닷컴 섹션에는 음악 패션 여행 LGBT 외에 NSFW (not safe for work)가 있다고 하여 구경   ㅎㄷㄷ "참견쟁이나 아마 니네 엄마가 보면 싫어할텐데 성인 맞냐"고 확인한다ㅋㅋ 이 내용에 대한 트친 @rainygirl_ 님은 "한국이 좀 유달리 관련컨텐츠 유통이 없어서 그렇지 유럽 일본은 저 카테고리의 매거진이 꽤 많습니다. 관련 굿즈 산업과도 엮여있고요... 한국은..(한숨)" 이라고 멘션을 주셨다.


데니스 로드맨이 북한을 방문해 북한 국가대표팀과 농구를 하고 김정은을 만난 바이스의 다큐. 바이스는 "저널리즘보다는 멍청이에 가깝다"고 비판받았으나 대화 물꼬라도 트기 위해 갔다고 자평. 남들이 안 다루는걸 다른 방식으로 시도했다고. 바이스의 주장은 명확하다. "뉴스 소비가 줄어드는 건,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본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본인 세대가 전해주는 뉴스가 없기 때문"이라고.  "보통 뉴스의 문제는 유치원생 축구 같다. 공이 여기로 오면 모두 여기로..공이 저리로 가면 모두 저리로 우르르", 그들의 냉소가 그런데 아픈게 문제.


바이스 저널리스트 평균 연령은 25세. 5년에 한번씩 회사를 인턴에게 맡긴다고. 젊은 이들은 카툰 캐릭터 광고 시리얼을 먹고 자라서 아기 때부터 마케팅 대상. 그래서 모든 시대를 통틀어 가장 정교한 헛소리 감지기를 갖고 있다고. 역시 국내 어떠한 기성 미디어도 절대 따라할 수 없는 얘기다. 이런 방식으로 젊은 팬들을 대거 확보한 파워로 바이스 미디어는 50개국에서 콘텐츠로 장사를 한다.


고품격 매혹적인 모바일 미디어, 쿼츠


책에 나온 사례 중 바이스에 대해 몇 년 만에 열광한 가운데 만만치않게 매혹적인 미디어가 있었으니 바로 Quartz. 쿼츠는 The Atlantic 의 모바일 고민의 산물. 품격 다른 애틀랜틱도 2000년 국제부 기자 시절부터 좋아했다.

쿼츠의 컨셉은 1) SYBAW(smart, young and bored at work) 사이에서 강한 반향 이끌어내는 것. 주요 콘텐츠는 비즈니스, 기술, 금융, 디자인이다. 그리고 2) 그들의 소셜스트림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낼 것. '영리하지만 너무 젠체하지 않으며' 독자의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는게 철칙. 기사는 300~600단어로 짧고. 이미지, 사진, 차트, 그래프에 주력한다. 기자들이 직접 만들게 '차트빌더'라는 도구를 만들었고. 데이터에서 스토리를 찾는다.

쿼츠의 '옵세션'은 출입처의 독특한 변형. 글로벌 경제의 큰 변화에 밀착해 알리바바 상장, 홍콩 혁명, 에볼라, TV의 미래 등 주제를 출입처 삼아 집요하게 취재 보도한다. 기자가 개인적으로 집착하는 주제를 밀고 나갈 수 있어 동기 부여도 된단다. 


쿼츠는 앱이 없다. 앱 제작관리유지 비용이 준다. 대신 모든 모바일  웹 브라우저에서 작동. CMS는 오픈소스 도구인 워드프레스. BM은 디스플레이 광고와 네이티브 광고. 디자인 중시한 광고 수준 높고. 고급독자 겨냥 컨퍼런스도 수익

이라고 트윗했더니, 역시 곧바로 트친 @pinkdolphin6002 님의 제보. http://qz.com/613700/its-here-quartzs-first-news-app-for-iphone/ … 쿼츠에서 마침내 아이폰용 앱을 발표했다는 기사입니다. 모바일웹 만족도가 높아 현재로썬 다운받지 않을 것 같은데, 기대됩니다!!  


그런데 마침 또 다른 트친 @january19_ 님의 트윗. " 쿼츠 새로 나온 아이폰 앱을 써보고 동료가 경악했다며 스크린샷 캡처를 해서 보내주었다. 와.... 미래가 한순간에 손 안에 들어온 듯. 안드로이드 앱은 언제쯤... "


바로 쿼츠 앱을 깔았다. 앱 없는 것도 전략이라고 인용 트윗 올린지 몇 분 안됐지만ㅎ 훌륭한 트친들이 바로 제보해주신 덕에..

쿼츠 앱은 내게 말을 건다. 채팅을 하며 신세계를 보여주다니...  정말 놀라운 경험.

이용자 동의를 받는 이 쿨한 방식. 버니를 매드맥스 기타맨으로 만든 저 움짤 보소.

광고조차 간지... 당근 광고주 만족도도 높고, 광고비도 높다고. 


버즈피드, NYT, 그리고 가디언 


바이스와 쿼츠에 과하게 흥분했지만^^; 나머지 사례들도 흥미롭다. 버즈피드가 "클릭 낚시질(오해의 소지 있거나 호도하는 제목)을 피한다"고 주장하는(?) 건 놀라운 일. 어찌됐든 역효과 때문이란다. 클릭하도록 누군가를 속일수 있지만, 속인다고 사람들이 공유하진 않는다고. 버즈피드도 리스티클,퀴즈로 출발, 기후변화, 정치, 테러리즘, LGBT 이슈의 뉴스까지 진화 중. 요즘 가장 잘 나간다는 버즈피드의 BM이 네이티브 광고 뿐이란 것도 주목할 일.  SEO(검색엔진최적화), 배너, 프리롤 광고가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보고 결정했다고. 광고주들은 대부분 매체의 광고비보다 두 배 가까이 더 많이 지급한단다.  모바일에서 배너는 효과가 없지만 바이럴은 다르니까. 


기자 1230명 NYT는 디지털 인력도 630명. "우리에게는 업계에서 종이신문, 광고를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우리의 미래는 동영상, 소셜, 모바일" 이라고. 데이터 저널리즘으로 정치와 정책 설명하는 '업샷'도 14년 론칭했다. 


NYT 네이티브 광고는 크리에이티브 수준이 높다. 여성교도소 시스템 실패와 관련된 내러티브 형식의 기사는 알고보면 넷플릭스 드라마 홍보용. 시리즈를 직접 거론하지 않으며 드라마 배경 작가 이름만 언급했단다. 콜한 광고는 시립발레단원 에세이+사진+동영상으로 구성했다고 한다. 점점 더 세련되게 진화하는 네이티브 광고에 마냥 감탄만 할 일은 아니지만, 미디어의 이런 노력은 간과할 수 없는 흐름이다. 


NYT 혁신의 가장 큰 위협은 어쩌면 뉴스룸의 문화라는 자성도 서늘하다. 완벽주의자고 신중하며 위험을 싫어했다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최악의 시나리오라는 색안경'을 끼고 바라봤고 변화를 방어적으로 희석하거나 막는 식으로 대응하는 전통을 지니고 있었다고 한다. 이건 국내 어느 미디어를 봐도 흔한 스토리.  


가디언은 사실 자본과 권력에 저항하는 저널리즘으로도 더 평가받아야 마땅하지만, 일단 여기서는 디지털 전략을 보자. 전설적 전 편집장 앨런 러스브리저가 실리콘밸리를 방문한건 94년. 디지털 전도사가 된 그의 리더쉽 아래 가디언은 영국의 그냥 매체가 아니라 세계적 미디어로 변신했다. 15년 가디언 디지털 매출은 전년대비 24% 상승. 어떻게 가능했는지 궁금하지만, 인터넷을 따라잡지 못한 발행인 사주 의견을 기다리지 않았다고. 


역시 대세는 네이티브 광고. 가디언랩은 기업과 함께 마케팅 캠페인을 집행하는 브랜디드 콘텐츠 대행업자로 나섰다. 디자이너 영상PD 작가 전략가 등 133명 조직. 14년 인터랙티브와 크로스미디어 콘텐츠, 라이브 이벤트 등 100만 파운드 계약을 유니레버와 체결했다. 단위가 다르다. 


가디언 멤버십은 독자와 돈독히 관계를 맺고 수입을 늘리는게 목표. 1)'친구'는 라이브이벤트 티켓 구입 가능. 2) '파트너'는 월 15파운드에 티켓 할인, 사전 예약 및 라이브스트림 시청 가능. 3) '후원자'는 월 60파운드에 비공개 이벤트와 '고유한 경험'에 참여 가능하도록 차별화했다. 상업화 정도가 다른 커뮤니티의 네트워크(허브) 운영에도 나섰다. 소프트웨어 개발 이슈를 맡은 가디언개발네트워크는 빌앤멜린다게이츠 재단이 후원한다. 영국 이통사와 제휴한 가디언위트니스는 시민저널리즘 플랫폼. 도시의 미래를 살피는 가디언시티는 록펠러재단 후원을 받는다. 


껍데기 혁신 대신 미디어가 가야할 미래 


쿼츠, 복스, 비즈니스인사이더를 만들기는 차라리 쉽다. 매우 드문 사람들과 함께 일하기만 하면 된다고. 12명 혹은 그 이하의 그룹을 구성해서 잽싸게 움직이면 된다. 오히려 타임지의 거대한 취재인력, 브랜드 무게 등은 약점이 된다는 얘기가 나온다. 애틀란틱이 모바일 대응을 별도 브랜드 쿼츠로 가져간 것은 필연적 선택일지도 모른다. 

저자는 미디어 혁신 사례를 디테일하게 살펴보고, 나름의 결론을 내린다. 리더의 중요성이라든지, 조직이나 문화 등. 그러나 이렇게 덧붙인다. 


리더는 떠날 수 있다. 기민한 조직도 늘어질 수 있다. 전략도 자신의 틈새에 빠져 갇힐 수 있다. 문화도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계속 유지될 수 있는 건 디지털 시장의 성장. 혁신에 반응할 수 있는 미디어 회사라면 누구라도 여기서 선두를 점할 수 있다.


혁신 사례를 마냥 따라한다고 되는게 아니겠지. 카드뉴스 한다고 혁신이 아니겠지. 정말 싹 바꿔야 할 디지털 격변기. 비법 알려줘도 못 따라올거란 냉소가 아프지만... 


미디어오늘의 책 리뷰를 덧붙인다. 제목에 격렬하게 공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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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꿈> 불로초 대신 실험실의 온갖 도전들

소박한 리뷰/비소설 2016. 2. 14. 23:25
60대 중반에 폐암 판정 모라이티스씨. 항암치료 대신 기왕이면 행복하게 죽자, 고향 그리스 이카리아로 돌아가서..자신이 죽은 뒤 아내 먹으라고 마늘 양파 당근 포도를 재배하고. 늦게 일어나고 저녁엔 친구들과 와인 마시며..102세 때 사망. #불멸의꿈

그다지 인기 없는 트윗을 즐겨 하고, 특히 독서 기록 트윗은 반응이 미미하거늘. 이 트윗은 RT가 250회를 넘겼다. 어머나. 불멸, 혹은 생로병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얕봤나. 하지만 이런 스토리에 어떻게 혹하지 않을 수 있을까. 저 분은 죽음을 기다리며 고향 패턴의 일상을 잠시 누린게 전부다. 늦잠, 약간의 밭일, 지중해식 식단, 친구들과 술 마시고 놀기. 이걸 그대로 따라한다고 해서, 모두가 성공할 거라 보지 않는다. 하지만 생명의 신비란.



책은 뉴욕대 한국인 세포생물학자의 노화 이야기. 과학 발전은 슈퍼스타 몫이 아니라 학자들의 토론과 논쟁에서 나온다며 다양한 관련 연구를 소개해준다. 조금 어려운 대목들도 있지만 대중 눈높이로 애쓰셨다ㅎ


진시황이 꿈꾸던 불멸, 불로불사. 최근 영화 <The Last Witch Hunter>에서 주인공 역 반 디젤은 여왕마녀랑 싸우다가 '영생의 저주'를 받아 1000년 동안 살며 고통받는다는데, 불멸이 꼭 좋은 걸까. 지인들과 대화를 나누어봐도, 적당한 때 죽고 싶다는, 특히 많이 아프지 않고 죽고 싶다는 소망이 많지 않나? 물론 노화 연구는 삶의 질이 유지되면서 오래 사는 것일테고, 이런 관심이 높은 건 인지상정이라 봐야겠지. 


핵심은 덜 먹기


장수 비결은 이미 다 알고 있는 모범답안이다. 싱싱한 과일과 채소를 위주로 먹고, 적당히 운동하고, 나이들수록 소식하라고. 저자는 노화 세미나에서 만난 도쿄대 교수 이야기를 해준다. 그 교수의 부친도 은퇴한 도쿄대 교수였는데, 당시 90대 후반. 정상적으로 분류되는 식사는 더이상 않으며 손수 빚은 정종만 마신단다. 술기운으로 정신이 항상 행복하고 몸도 건강하다고. 이런 스토리가 반가운게, 104세에 돌아가신 나의 할마니는 마지막 몇 년, ㅂㄱㄹ 바나나 우유만 드셨다. 할머니 찾아뵐 때면 바나나 우유만..


먼 훗날, 우주 이주를 염두에 두고, 2년 간 밀폐된 공간에서 '바이오스피어2'라는 실험이 진행됐단다. 내부에서 생산되는 농산물 부족으로 하루 1800칼로리만 섭취할 수 있었다고 한다. 실험 중단하고 나가네 마네 얼마나 격렬하게 토론했을까. 결국 끝까지 버틴 대원들 평균 체중은 16% 감소했는데, 혈압 낮아지고 면역기능도 강화되는 결과를 얻었다고 한다. 무려 20년간 원숭이를 관찰한 실험에서는 적게 먹은 원숭이의 87%, 맘껏 먹은 원숭이의 63%가 살아남았다.


소식이 노화 속도를 늦춰주는 효과에 대해서는 다들 동의한다지만, 영양분을 채워넣으려고 하는 사람의 본능적 욕구도 무시할 수 없다. 소식에 따른 심리적 악영향도 있고.. 2차대전 말 미네소타대에서 입대 기피자들에게 일1600칼로리를 섭취하도록 하는 실험을 진행했다고 한다. 머리카락이 빠지고 상처가 아무는 속도도 감퇴했다. 우울증, 성욕감퇴도 따라오고, 실험 이후엔 다들 폭식에 빠졌다고.


(과하게) 열렬한 탐구와 실험들


본인이 연구자인 저자는 자기가 재미났던 사례를 시시콜콜 이야기해주는 느낌으로 풀어나간다. 그런데 은근 놀라운 이야기가 많았다. 워낙 이런 쪽에 문외한이라 그럴 수도 있겠지만.


늙은쥐와 젊은쥐를 (일부 절개하여 두 마리를) 접합하는 실험이 한 때 인기(ㅠㅠ). 인위적 샴쌍둥이라니 끔찍한데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하다가 동물학대 논란에 부딪치자 이후 젊은쥐의 피를 늙은쥐에게 수혈하는 실험이 이어졌다. 늙은쥐의 심장기능 향상 및 신경세포 성장을 확인하자..이번엔 피 대신 혈장만 뽑아 주사했고, 늙은쥐의 기억력 향상을 얻어냈고... 급기야.. 결국 현재 50세 이상 알츠하이머 환자에게 30대 이하 피에서 뽑은 혈장 주입 실험이 진행중이라고.


낮에 얘기를 듣던 옆지기는 부자 노인들을 위해 가난한 젊은이들이 피를 파는 시대가 오는 거냐고 못마땅한 표정. 꼭 그리 된다기 보다, 이런 연구를 통해 어떤 성분이 노화를 막는지 그런게 나오지 않을까? 했지만 찜찜하다. 의료윤리가 더 먼저 논의되어야 마땅한 거 같은데. 오늘날에도 아프리카에서 죽어가는 수많은 이들을 구할 약 대신 비만과 노화억제만 연구하는게 선진국 제약회사들인걸. 수천만원 줄기세포 주사가 합법적인 일본에 노화방지 여행을 다녀오는 이들도 등장하는 시대인걸.


과학자들이 늘 양심적인 건 아니란 사례들도 여러가지다. 화학비료를 고안, 굶주린 인류를 구한 공으로 1918년 노벨화학상 받은 프리츠 하버. 그는 1차 대전 때 독일 위해 비료공장을 폭발물 제조에 쓰는 아이디어를 낸 장본인이고..염소가스를 활용, 제갈공명 이후 최초로 화학무기를 써서 수많은 생명을 앗아갔다는 오명을 남겼다고 한다.  


암 투병 이후 다시 화려하게 복귀했던 미국 사이클 영웅 랜스 암스트롱. 결국 도핑테스트에 걸려 모든 명예를 다 박탈당했는데, 미켈레 페라리라는 그의 팀 닥터가 대단하더라. 근력 강화를 위해 남성 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을 주사한 건 기본. 극심한 빈혈환자에게 쓰는 호르몬 주사도 이용했다. 골수에서 적혈구를 많이 만들면 몸에 산소 공급이 더 잘된다고. 더구나 도핑검사에 안 걸리기 위해 암스트롱의 피를 뽑아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대회 직전 다시 수혈해 피의 양을 늘리는 전략도 썼단다. 이런 비상한 머리로 대체! 


유전자 조작(GMO) 옥수수가 70%, 콩이 90%에 달하는 미국. 뭔가 대단한 유전자 조작이라 착각해왔나 보다. 잡초를 죽이는 독성물질 제초제에 내성이 있는 미생물을 활용, 내성 있는 돌연변이로 만든게 GMO푸드다. 기업형 농장에서 제초제를 비행기로 막 뿌려도 잡초만 죽고, 살아남는 종자로 만들었다. 독극물에 멀쩡한 콩과 옥수수라니. 발상이 놀랍다. 연구자들은 무슨 생각을 한거냐. 


수명 연장을 돕는다는 써투(sir2) 연구로 하버드 교수가 된 싱클레어. 그는 연구를 토대로 바이오텍 회사를 설립해 몇 년 후 7억 달러에 글락소스미스클라인에 매각했다. 부와 명예를 다 얻은 셈. 문제는 이후 이 방법이 효과 없다는 반박 논문 쏟아졌고. 제약회사는 거금 들인 회사를 2013년 폐쇄했다고 한다.


가설도 계속 진화한다.


미국 정부에 영양학 가이드라인을 조언하는 위원회가 5년마다 열리는데 2015년 2월 미팅에서 기존 "콜레스테롤 섭취를 조심하라"는 문구를 빼 버렸다. 달걀과 고기를 많이 먹는다고 심혈관계 질환이 늘어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를 받아들인 것이다.


노벨화학상 수상자이며 반핵운동으로 노벨평화상까지 수상한 라이너스 폴링. 비타민C 열풍 주역. 그러나 1980년대 후반 비타민C는 감기에 효능 거의 없는것으로. 현재 주류 의견은 한가지 항산화제만 많이 먹는건 역효과. 과일채소 골고루 먹으라고


이처럼, 지금 정답인듯 보여도 5년 뒤에는 또 어찌될지 모른다. 연구자들은 끊임 없이 이런 저런 실험을 계속한다. 더 오래 살기 위해! 


그런데 인류가 150세까지 살면 행복할까? 연금과 복지혜택은? 그런 질문은 사실 누구나 예측할 수 있고. 이에 대한 고민을 벌써 하는 분들은 저렇게 답한다. 쉽지 않겠지만 낙관적 전망을 오히려 목표로 해서 사회를 함께 바꾸는게 맞을 듯. 윤리와 복지, 모든게 같이 맞물린다.




20여년 해온 일을 그만둔 L님은 뜬금없이(?) 책 편집에 도전했다ㅎ 하고 싶은 일 찾았다고. 근사한 도전. "편집을 맡아 수없이 조언해준" L님에 대한 저자의 감사가 언급된 책이다. 큼직한 글자 등 살짝 투박한 만듦새에 평소 관심없는 분야라.. L님이 아녔다면 안봤을 책ㅎㅎ 그런데 꽤 재미있었다! 리뷰까지 할 지 몰랐는데 기록을 남길 정도로ㅎㅎ 중간에 화학 공식이나 용어 등만 휙휙 넘기면.. 대충 이해할 수 있다.

이 저자도 어느 훌륭한 연구자의 말씀을 듣다가 진로를 결정하게 됐듯.. 누군가에게 비슷한 도움이 되기를 기대하며 쓰신듯 흥미진진하게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과 지망생인 아들이 책을 보면 혹시 관심을 갖게 될까? 흑심이 생기지만.. 이 책을 보기로 한 것은 문과생인 딸. 책 따위를 보지 않는 아들에겐 말로 재미난 이야기를 전할 기회가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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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들꾸들 물고기 씨, 어딜 가시나> 성석제 여행기?

소박한 리뷰/비소설 2016. 2. 14. 23:24

일단 사진 한 장.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는데 작가가 추천한 곳이다. Torres del Paine. 토레스델파이네 국립공원. 칠레 파타고니아에 있단다. 죽기 전에 꼭 한 군데 다시 가볼 수 있다고 한다면 어디냐는 질문에 작가가 꼽은 곳. 궁금해서 검색했더니.. 이런 곳이다. 우...와.... 

서울에서 거기까지 빨라도 사흘 걸리는 곳. 작가의 설명은 사실 이렇다. 

거기가 이 세상이 아닌 것 같은 풍경을 보여줘서예요. 나는 지옥이나 천국이 있다고 믿지 않지만 그게 인간의 상상에서 나왔다는 건 알아요. 토레스델파이네 계곡 아래에 핑크와 옥색이 빙산이 떠 있는 호수가 있어요. 거기로, 불교에서 말하는 풍도지옥처럼 살을 에는 듯한 거센 바람이 불어와요..그 삭막함, 천애의 무덤 같고 세상의 끝처럼 아무런 꾸밈없고 가차 없고 무정한 느낌이 정말 좋았어요. 세상 안에 살명서 인생의 절반은 세상 바깥을 꿈꾸는 아이러니가 삶인가 하는 생각도 하게 해주고."

알고 보니, 책은 여행기였다. 처음에는 정말 아닌 줄 알았다. 일단 제목은 이해불가. 그러나 성석제 아닌가. 그냥 믿고 가는 수 밖에. 그리고 눈밝은 Y가 선물해준 책이다. 두 번 믿고 갔다. 

사실 새해 첫 책 <싸울 기회>는 잼났지만 550쪽에 육박했고, 두번째 책 <빅숏> 400쪽을 간신히 끝냈는데 오늘 K가 안겨준 책 <혐오와 수치심>은 700쪽ㅠ 짧은 소설이나 에세이로 기분 전환부터 해야겠다....고 그그저께 밤, 결심하고 고른 책이다ㅎㅎ 

첫 에피소드가 예사롭지 않았다. 

매년 3월 기형도의 묘지를 찾아 스물다섯번 다녀왔다는 성석제쌤. 그날 결혼한 걸로 치면 은혼식이라고. 청년 시절 에피소드 기막히다. 두번째 얘기엔 출근길 지하철에서 혼자 빵ㅋ 

기형도와 성석제, 두 청년이 박두진을 찾아가는 대목이다... 정말 기막힌 에피소드. 그리고 두번째 에피소드는 이 책을 관통하는 소재 중 하나인 화장실 이야기.. 작가는 여성에 대한 끝없는 관심과 염탐, 음식에 대한 애정, 화장실 에피소드를 끊임 없이 변주한다. 

그러다가 이런 대목. 

수렵과 어로 같은 '바깥일' 한다는 핑계로 매양 얻어만 먹는 족속에게 희망이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숭고한 여성들의 헌신성이 대대로 유전되고 있기 때문이리라. 점점 줄어들고 있긴 하지만 

난 정말 깊이 빡쳤다. 아들 위해 생선 가시  발라주다가 "마마보이를 키우려 하느냐"고 딸에게 혼난 기억 때문은 아니다. 여성의 헌신성에 대한 칭송은 대체로 절대 좋아할 수가 없다..  근데 읽다보면, 이 분이 상주 촌구석에서 누에 치며 자란 이야기며, 그냥 그 시절 남자의 어쩔 수 없는 한계인가 싶기도 하고. 


날씨가 조금만 더워도 짜증나서 못쓰고 조금만 추우면 마음이 시려서 못쓴다. 날씨가 좋으면 이런 날 놀지 않고 써서 뭘 하나 싶어서 못쓴다. 바람 불어 좋은 날에 연인이라도 있으면 싱숭생숭해서 못쓴다. 결국 아무 때도 못 쓴다, 마감이 없으면 

이런 대목에선.. 아, 그렇지. 작가란 저런 족속이지. 웃으면서 또 맘이 풀어지고. 

한 시간 몇 km, 하루 얼마 주파하느냐로 속도전을 벌이던 우리..기록 세운다고 상받는것도 아니고 목표 달성해 어디 쓸것도 아닌데 

사대강 자전거길 생기고 모두 서울-부산 1박2일 주파에 난리라고. 그 와중의 깨달음. 삶의 속도에 대한 이야기에 잠시 또 마음에 바람이 불고.        



(오래가지 않을거라며) 양철과 패널로 대충 지은듯한 판문점..애저녁에 삭아서 끊어졌을. 하지만 인간이 만든 관계, 설정한 선은 얼마나 질긴가. 사랑과 청춘은..뼛가루가 흙먼지가 되었을터지만 증오와 불신, 핏물로 적은 기록은 쉽사리 변하지 않는다..
비무장지대 대성동에는 100m 높이 게양대의 태극기. 2km 떨어진 북한 기정동엔 160m 인공기. 실상 세계최초 세계최고 세계최대 세계유일 같은 형용어는 비무장지대 어디에서나 쉽게 볼수있다. 분단의 현장이라는 것부터 이제 세계 유일로 남았다

여행의 발걸음은 정처 없이 가게 마련이고. 판문점과 비무장지대도 객의 눈으로 바라본다. 저 지구의 땅끝마을 파타고니아도 갔다 오고, 동남아도 다녀오고. 중앙아시아, 터키, 그리스 이야기 등. 사실 작가로 살아간다는 것에 무진장 부러움이 밀려오는 글들이다. 작가도 의식한 듯, 마지막에 돌팔매를 가정하여 '죽기 전에 한 번 더 가보고 싶은 곳'을 얘기하고. 여행 다큐라든지, 일로 다녀온 여행들이라 설명하는데. 이러나 저러나 부러운 이야기. 


키르기스스탄의 이식쿨 호수는 예전엔 바다였단다. 그래서 조금 짠 호수다. 거기서 나는 송어에 대한 설명이다. 

대충 꾸들꾸들하게 마르면 찢어서 먹는데 담백하고 짭조름하고 질겨서 현지에서 파는 러시아 맥주 발티카9과 함께할 안주로 제격이었다. 그 '꾸들꾸들 물고기씨'한테서는 북어와 꽁치의 맛이 함께 나서 '북치'라는 이름을 하사했다..(162쪽) 

꾸들꾸들 물고기씨, 어딜 가시나... 

아무렇지도 않게 툭툭 던지며 떠드는 성석제님. 어떤 에피소드는 혼자서 낄낄 댔고, 어떤 에피소드는 그냥 저냥 별 감흥 없이 넘어가고. 글 묶음이라 균질하지도, 맥락이 다 통하지도 않는다만. 뭐 어떠랴. 가볍게 마무리. 


어떤 외국인이 라오스 사람에게 말했다.
"부지런히 일을 해서 돈을 벌어. 많이 벌라고"
"돈을 벌면 뭘 하지?"
"나처럼 여행도 하고 친구도 사귀고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재미있게 놀고 맛있는 것도 먹고"
"그거? 난 지금도 하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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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숏> 사악한 월스트리트의 민낯

소박한 리뷰/비소설 2016. 2. 14. 23:23

월가의 투자은행들이 어떻게 신용평가기관들을 속여서 부실한 대출 더미에 축복을 내리게 했는지, 평범한 미국인들이 어떻게 수조 달러를 대출받을 수 있었는지..그런 대출을 위험 없는 증권으로 바꾸는 기계가 얼마나 복잡했기에 투자자들도 위험을 평가하지 못했는지… 아주 기본적인 질문들. 그러나 폭탄이 터지기 전에는 여기에 귀를 기울이는 이조차 없었다. 


<머니볼>의 저자 마이클 루이스의 최신작. 아마존 베스트셀러 종합 1 위를 석권한 금융 논픽션. 서브프라임 사태 당시 시장의 몰락에 베팅한 이들을 주인공 삼았다. 책을 보면 영화 제작을 염두에 둔게 느껴지는데, <빅쇼트>라는 이름으로 곧 개봉한다. 주인공 마이클 베리 역할은 크리스찬 베일! “채권부도에 베팅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 몰락에 베팅하는 것"이라고 했던 이다.  나머지 인물들은 책과 꼭 일치하지는 않는다. 

마이클 베리는 그야말로 괴짜. 실제 한쪽 눈이 의안. 외눈박이 트라우마도 세상을 다르게 보게 한 동력 같다. 아무도 읽지 않는 투자설명서 수백개를 다 읽은 집요함이 승부를 갈랐다 
브래드 피트 역할이 책을 봐서는 뭔지 모르겠다만.. 여전히 멋있으심. 오오. 


사고는 대개 권력자들이 치는데, 고통은 약자에게 먼저 온다. 권력자들은 수천 만 달러를 다 챙겨서 빠져나갔고. 손실은 세금으로 메꿨다. 그 과정에서 수백 만이 집을 잃고 파산했다. 책은 독서모임 #트레바리 에서 함께 읽었고, 참여자 상당수가 금융쪽 전문가라 색다른 포인트에서 즐거웠다. 다만, 다른 이들의 의견에 수긍 않고 바로 반박한 부분이 있는데, '그들 탓만 할 수 있을까?' 라는 지점이다. 어차피 월가는 계속 잘 굴러가고. 실패한 이들은 다 위에서 시키는대로 했는데?.. 나는 그들이 사악했다고 확신한다.


그들은 사악했다. 


첫째, 그들은 약자를 등쳤다. 미국 중하층이 몰락했다. 집과 차를 잃었다. 이 책에는 그런 사연이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마침 직전에 읽은 책, 엘리자베스 워런의 자서전 <싸울 기회>에는 금융위기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 이야기가 나온다. 숫자가 전부가 아니다. 한 개인, 가족들이 겪은 절망들은 지옥 같다. 그 피해를 만든게 월가 사람들이다. 나쁘다. 

모건스탠리 하위 허블러. 2006년 2500만 달러를 받았고, 2007년에는 훨씬 더 많은 돈을 벌었다.. 허블러 베팅의 손실 예상? 손실이 10%가 되면 100만명이 노숙자가 될 상황.. 절대 그런 손실은 없을거라 했으나..그 손실은 결국 40%에 달했다. 2007년 사임한 그가 남긴 손실은 90억 달러 이상. (329쪽)

허블러는 수천 만 달러 챙겨나갔지만, 그가 행한 거래로 인해 결국 수백만 명이 노숙자가 됐다. 모건스탠리가 휘청거리자 정부가 세금으로 살려줬다. 어차피 허블러 같은 이들에게는 상관 없는 일이었다.

국제통화기금은 미국 서브프라임 관련 자산 손실규모를 1조 달러로 계산.. 70억 달러 손실 입었다던 메릴린치는 손실액이 500억 달러가 넘는다고 인정. 씨티그룹은 약 600억 달러 손실.. 재무부 7천억 구제금융으로 부족했다. 1조 달러 이상의 잘못된 투자 손실은 월가 대형회사들에서 미국의 납세자들에게 넘어갔다.

불가사의한 상품. CDO(부채담보부증권)의 정체를 조사하던 찰리는 "맙소사, 이건 완전 미친 짓이잖아. 사기야 사기”라고 말했다. 찰리와 친구들이 운영하던 콘월캐피털은 베어스턴스 몰락에 베팅, 30만 달러를 투자해 1억500만달러를 벌었다. 


둘째, 그들은 알고도 그랬다. 

월가의 오찬 행사. 금융기관 CEO는 ‘free checking model(최저잔고가 없는 계좌)’에 대한 질문을 받자 “녹음기를 꺼달라”고 말한 뒤.. “이 상품을 이용하는 은행들은 수수료를 부과할 경우 가난한 사람들의 돈을 훨씬 더 많이 강탈할 수 있다”고 대답한다. (45쪽) 

“그런 문제를 주시하는 감독관들이 있냐”고 질문했던 스티브는 “없다”는 대답을 듣고 ‘가난한 사람들을 등쳐먹는 시스템’이라 생각했다.

드러난 위험을 부정직하고 인위적인 방법으로 낮추어 트리플B등급을 트리플A등급으로 바꾸면 엄청나게 많은 돈을 벌 수 있기 때문. 이것이 바로 골드만삭스가 하는 일.. 사실상 CDO는 미국의 중하층 주민들을 위한 신용세탁 서비스였다. 월가에 있어서는 납을 금으로 만드는 기계였다. (124쪽) 

90년대 중반 300억 달러 수준의 서브프라임 대출 규모는 2005년 6250억 달러에 달했다. 탐욕은 시장을 망가뜨리면서도 지칠 줄을 몰랐다. 


셋째, 그들은 '할 일'을 안했다. 악의 평범성  

신용평가기관들은 고객인 은행들을 위해 채권 등급 평가를 멋대로 했다. 아주 솔직했던 무디스 여직원 에피소드. 서브프라임 모기지채권을 평가하는 사람이지만 상사 허락 없으면 채권 등급을 낮추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고 말했다. 등급 낮추고 싶은 채권 목록 100개를 올리면 그 어떤 이유도 듣지 못한 채 20개가 적힌 목록을 받았다고. 

신용평가기관들도 아는게 없었다. 물어봐도 “분석중”이라고. 지난 3년 수백 건의 CDO 거래가 이뤄졌고, 규모가 4000억 달러에 이르렀음에도, 그와 같은 거래에 대한 조사는 한번도 이뤄지지 않았다. 

상사가 막아서? 혹은 조직이 다 같이 미쳐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안했다. 한나 아렌트가 말하는 악의 평범성. 나치 전범 아이히만이 그랬듯, 평범한 가장이거나 선량한 이웃이겠지. 상부의 명령을 따랐을 뿐이라 양심의 가책도 없었겠지. 워커홀릭으로서 근면했겠지. 그러나 아무 생각 없었던게 죄다. 무슨 짓을 하는지, 자신의 일이 뭔지, 혹은 조직이 뭘 잘못하고 있는지 성찰이 없었다. 책을 읽는 내내 이게 어떻게 가능했는지 당황했다. 가장 똑똑한 이들의 모여든 그 동네에서 복잡하게 만들어놓은 금융상품을 이해하는 이는 실제 별로 없었고. 감독과 감시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무디스 등 신용평가기관의 도덕적 해이는 범죄다. 


월가는 여전하다


가장 잘난 이들이 모여서 사악하고 무능했다는 걸 전세계에 알렸다. 빅숏은 이 전쟁에서 이긴 단 몇 사람들의 이야기. 수조 달러 규모의 서브프라임모기지시장 붕괴에 노골적으로 베팅한 이들이다. 그들은 사실상 세계 재정시스템 몰락에 베팅했다. 그들은 영웅이 아니다. 그들은 왕따, 괴짜였고 세상을 바꿀 힘이 부족했을지도 모른다. 

문제는 월가의 괴물 같은 시스템이 작동하는 현실이다. 여전히 엄청난 부를 챙겨간다. 이런 상태가 지속가능할까? 마침 금융기관과 붙었던 엘리자베스 워런의 자서전 덕분에 생각이 이어진다. 그는 파산법 전문가로서 금융 규제를 강화하고 소비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이유로 싸웠다. 그녀가 매사추세츠주 상원의원에 출마했을 당시, 월스트리트는 상대방 공화당 후보에게 3500만달러를 쏟아부었다. 감시자가 의회에 오는게 달갑지 않다는 노골적 저항. 그녀는 4200만달러를 모았는데 80%가 50달러 이하 소액이었다. 그 책은 감동적이었으나, 이제는 이해한다. 금융 소비자들이 얼마나 화가 났었을지. 수십 만명이 대신 싸워달라고 후원에 직접 나선 맥락이 그리 간단하지 않다. 미국이란 나라가 이렇게 작동되는 걸 보면.. 우리는 뭘 해야 할까. 


투명성과 감시


시장의 투명성이 감소하고 증권이 점점 복잡해질수록 월가의 대형 회사들의 트레이딩 부서는 논쟁을 통해 더욱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132쪽)
“서브프라임 모기지 비율이 95%에 달한다는 사실을 아무도 몰랐죠. CEO 카사노도 분명 몰랐어요” 한 트레이더가 말했다. 돌이켜보면 어떻게 다들 그리 무지했는지 믿기 어려울 정도다. 하지만 당시에는 금융시스템 전체가 무지를 전제조건을 삼았고, 무지를 이용해 수익을 창출했다 (145쪽) 

금융이 사회에 기여하는 바는 무엇일까. #트레바리 모임에서 이 책의 발제자 H님이 던진 질문 중 하나다. 창업을 꿈꾸는 이들이 자금을 동원할 수 있고, 시장을 예측해서 수익을 거둘 수 있다. 금융의 순기능은 모두 알고 있다. 하지만 복잡해진 파생상품의 시대에 잘 모르겠다. 전문가인 또다른 H님은 "위험을 헷지하게 해준다"고 장점을 설명했다.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저주받으리라, 너희 법률가들이여!>라는 책에서 프레드 로델의 지적이 떠올랐다. "부족 시대엔 주술사가 있었다. 중세엔 성직자가..그리고 오늘날엔 법률가가 있다. 어느 시대에나, 자신들 특수한 지식의 권위를 지켜내기 위해, 기술적 수법에 뻔뻔하고 그럴듯한 말장난을 첨가해 군림하던 영특한 무리들"

정보를 독점하거나 조금 앞선 기술이 권력이다. 피케티 말대로 자본수익률이 성장률을 앞서는, 돈이 돈을 버는 시대. 금융은 조금 과하게 말해 불평등 심화의 주역이다. 투명하지 않을수록, 복잡할수록 눈 뜨고 코 베이는 이들이 늘어난다. 

(난리가 났지만) 오늘날 골드만삭스에 그 속사정을 물어봤자 명쾌한 설명을 듣기는 어렵다. 이와 같은 투명성 부족은 골드만삭스 주주들에까지 퍼져 있다. “기업 해부에 능한 회계사 팀이 골드만삭스의 장부를 조사한다면 골드만삭스의 뛰어난 은폐능력에 충격을 받을 겁니다.” .. 전직 AIG FP 직원 (129쪽) 

이것은 마이클 루이스의 또다른 책 <플래시 보이스>의 서평. 초단타매매의 폐해를 지적하는 얘기다. 월스트리트에 연간 2000만 달러의 망 비용을 제시하는 광케이블 회사에, 어느 월가의 은행은 4000만 달러를 내겠다고 제안한다.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비싼 망 비용을 감당하면, 단 몇 초간의 승부로 더 많이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게 정상일까? 이게 최신 금융기법일까? 복잡할 뿐더러 그야말로 돈이 돈을 만드는 세상. Y님은 시장을 보는 눈을 키우면 정직하게 기회를 주는 곳이 금융이라 했지만, 그것도 자산가들에게나 해당된다고 생각한다. 


엘리자베스 워런이 한 일 중에는 복잡한 금융 약관을 쉬운 말로 바꾸는 작업이 있었다. 어려운 설명 대신 알아듣게 알려주는 것이 순진하게 약탈당하지 않도록 돕는 일이다. 투명성을 높이고 감독을 제대로 하는 것이 시스템 몰락을 막는 길이다. 


마이클 루이스의 역할


마이클 루이스, 성공한 트레이더였고 시스템 내부고발자로 나선 그는 쓰는 족족 베스트셀러를 만드는 '황금펜 필자'라고. 개부럽! 그런데 P님이 던져준 링크를 보니.. 백악관에게 특별히 허락받고 몇 달 간 오바마 밀착 취재까지 했다! 진짜 부럽부럽! 온갖 언론인들 대신 마이클 루이스를 지명한 자체가 매우 상징적이다. (영어가 딸려서 좀 읽다 말았지만..흑흑) 


책을 읽으면서 금융상품에 대한, 시장 작동원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게 아쉬웠다. 디테일한 건 거의 잘 모르고 넘겼다. 하지만 세계를 충격으로 몰아넣은 미국의 금융위기를 내부의 시선으로 다시 볼 수 있다.  금융 전문가들이 보면 훨씬 재미있을지 궁금하다. 한국이 언급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극소수 승자가 이 사태를 회고하는 대목이다. 

우리는 사태를 잘못 해석했어요. 우리는 언제나 월가 회사들이 트리플A등급 CDO를 한국 농산업체와 같은 곳에 팔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들이 모두 파산하는걸 보니 그들은 그걸 보유하고 있었던 겁니다. 

쓰레기를 어딘가에 넘긴게 아니라 갖고 있었다니, 월가도 바보였구나 같은 느낌? 근데 마침 그 쓰레기를 받아주는 곳이 한국?? 당황했는데, 현황을 잘 모르니 패쓰. 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한국에서도 마이클 루이스 같은 이가 나와주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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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울 기회> 엘리자베스 워런, 미치도록 감동적이다

소박한 리뷰/비소설 2016. 2. 14. 23:21

기회의 나라, 미국은 과거일 뿐


아버지는 건물 정비원, 어머니는 백화점 전화교환원이었다. 여자가 무슨 대학이냐는 시대에 전액 장학금으로 대학에 입학했으나 결혼하면서 바로 중퇴했다. 아이를 키우면서 지방대 법대를 졸업하고, 간신히 강단에 섰다. 파산법 연구와 강의에 힘쓰다가 파산의 위기에 놓인 금융 소비자를 보호하는 운동에 나섰다. 하버드 로스쿨 교수로서 금융 감독 자문 활동에 적극 나섰고, 62세에 매사추세츠 주 상원의원이 됐다. 

 

엘리자베스 워런 Elizabeth Ann Warren, 그러나 그녀의 자서전은 이렇게 시작한다. 자신은 아이들의 미래에 투자하는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자란 덕분에 운 좋게 성공했으나, “현재 미국에는 그런 미래가 없다”고.

  

“세상은 돈과 권력을 가진 이들에게 유리하도록 게임의 판세가 조작돼 있습니다. 대기업은 로비스트를 고용, 수십 억 달러 세금을 내지 않으려고 조세제도의 구멍을 만들고, 의회 인맥을 동원해 이 편향된 게임을 유지해주는 법들을 지지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냉엄한 진실을 털어놓는 그녀는 말한다. “저는 미국이 다시 성실하게 원칙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기회의 땅이 되도록 돕기 위해 전력을 다하려고 굳게(아주 굳게) 다짐했습니다. 일부가 아니라 모든 아이를 위한 미래, 열심히 노력하면 기회를 주는 나라인 미국으로 돌아갈 수 있게”   

 

무슨 자서전이 소설보다 재미있냐. 그의 삶 자체가 ‘기회의 나라, 미국’의 상징이지만 그냥 성공담이 아니다. 약자와 공정한 미래를 위해, 골리앗들에게 불굴의 용기로 맞선, 지치지 않고 싸운 이야기다. 자신의 인생을 과거 회상 장면을 보여주듯 디테일하게 이야기하는 대목은 소설 같고, 그녀가 싸운 이야기는 미국의 금융위기가 어떻게 된 것인지, 미국이란 나라의 정치와 정책은 어떻게 돌아가는지 백서나 다름 없다. 할머니가 손녀에게 이야기하듯 쉽고 분명하게 전달된다. 하기야 그녀는 “어려운 단어”로 소비자들을 기만한 금융기관들에게 분노하고, 쉬운 단어로 다시 써온 장본인. 알 수 없지만, 하버드 로스쿨 교수 가운데 가장 쉽게 글을 써주는 이가 아닐까 싶을 정도.    


평범한 시민들이 무너진다


파산한 사람은 모두 꾀죄죄하거나 어딘가 구린데가 있어보이거나 평판 안좋은 사람이란 통념에 빠져 있었던 것 같다. 그들 모두 아주 정상적으로 보였다. 파산 신청 대다수는 살기 힘들어진 평범한 가족이었다. 실직, 의료문제, 가족해체 등으로 인해  

우연히 파산법에 뛰어든 그는 법정에서 파산 신청을 하는 이들을 만난다. 파산의 실체에 대해 연구하며, 진실에 접근한다. 멀쩡한 사람들이 무너지는 배경을 보니, 은행이 나빴다. 은행은 어려운 이들에게 계속 대출을 해줬다. 금리와 수수료가 높아서 사람들이 파산하더라도, 일단 거둔 수익이 더 컸다. 마지막 한푼까지 더 많이 뜯어내기 위해 파산이 쉽지 않도록 파산법을 바꾸려 했다.    

그는 “회복의 마지막 기회를 잃게 될 가족들의 고통은 헤아릴 수 없는 것인데…은행들이 권한 개정 파산법 조항은 과도하게 복잡했고, 그들에게 유리했다. 언론과 대중이 이해하기엔 너무 복잡해서 은행업계의 진짜 의도를 감쪽같이 감출 수 있었다”고 전한다.  


한 세대가 교체되는 중 중산층은 엉망이 됐다. 꾸준히 오르던 임금은 인플레이션 감안, 70년대 인상을 멈췄다. 의료보험 교육 비용이 올랐다. 집값이 급등했다. 10년 간 1500만 가구가 파산 신청을 했다. 수백만 가족이 절벽에 매달려 있다.  

   

2001년. 부모 이혼 겪은 아이보다 부모 파산 겪은 아이가 많아졌다. 대학 졸업 여자보다 파산 신청 여자가 더 많아졌다. 암 진단을 받는 사람보다 파산 신청이 더 많아졌다..대체 미국은 뭐가 잘못된 걸까.     


결국 주택담보시장이 붕괴됐을때 수백만명이 그 함정에 빠졌다. 대출금을 갚을 수도, 이자가 더 낮은 대출로 갈아탈 수도, 집을 팔 수도 없었다. 2008년 말 대출 낀 집을 보유한 5명 중 1명은 집값보다 부채가 많았다. 중산층도 같이 침몰하고 있었다.      


대마불사, 탐욕의 거센 저항


미국을 금융위기로 몰아넣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금융기관이 주요 고객인 신용평가 회사들은 부실 덩어리 모기지 패키지에 좋은 등급을 매겼다. '규제 철폐'가 마법 주문 같은 시대, 아무런 규제가 없었다. 시한폭탄 모기지 패키지에 대해 경고도 없었다. 

자기 분야의 현실에 놀란 그녀는 금융위기 이후 전개에 더 놀란다. 일단 대마불사. 유치원을 짓거나 의료 연구에 쓸 돈이 없다던 의회는 은행 구제에 7000억 달러를 내놓았다.

       

TV엔 위기논평이 넘쳤다. 자산담보부증권이니 특수목적회사니..전문가 설명은 따지고 보면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똑똑한 사람들은 우리 같은 인사이더 밖에 없으니까 그냥 우리를 믿고 맡겨'..난 그 말을 믿지 않았다.    


그녀는 싸웠다. 이긴 부분도 있고, 진 부분도 있다. 대마불사는 막지 못했다고 고백한다. 중소 은행들을 더 빨리 도와달라고 재촉도 못했단다. 재무부가 거대 금융기관을 세금으로 살려주고, 그 CEO들이 수백만 달러에서 수억 달러씩 보너스와 스톡옵션을 챙기는 동안 (관련 기사) 300개 소규모 은행과 신용조합이 쓰러졌고, 17만개 기업이 파산했다.


제대로 된 금융 감독의 필요성을 절감한 그녀는  재무부 특별 자문기구 활동에 이어 미국 소비자재정보호부(U.S. Consumer Financial Protection Bureau)의 설립을 이끌었다. 그 과정에서 월스트리트의 엄청난 저항에 부딪쳤다.


금융업계는 중요한 금융개혁 법안들을 죽이기 위해 로비와 캠페인 자금으로 하루 100만 달러 이상을 쓰고 있다고 한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지 난 아직도 궁금하다. 덧붙여 영향력 있는 의원들 재선을 위해 어마어마한 선거자금을 기부하고 있다.  

그가 결국 직접 매사추세츠 상원의원에 출마했을 때, 월스트리트 은행들은 그를 저지하기 위해 공화당의 상대방 후보를 위해 후원금 3500만 달러(약 420억원)를 퍼부었다. 만약 정치가들이 이렇게 선거자금을 모을 필요가 없었다면? 금융위기때 정치인들 반응이 달랐을까? 거대금융 구제하는데 덜 신경썼을까?    

당시 그의 선거는 그해 미국에서 가장 돈이 많이 쓰인 선거로 기록됐다. 월스트리트에 맞서 소비자 권리 보호에 앞장선 워런에게는 무려 4200만 달러(약 503억원)가 모였다. 어마어마한데 더 엄청난 건, 이 가운데 80% 이상이 50달러 이하 소액 후원이었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토욜밤까지 알바로 학비 버는 청년은 워런에게 말한다. "매달 당신에게 후원금을 보내요. 더 내려고 일을 더하고 있어요". 짠해진 워런이 괜찮다고 하자 청년은 말한다 "아니에요. 저도 이 선거에 참여하고있어요. 이건 내 싸움이기도 해요" 


공평한 룰을 막지 마


선거 기간, 그는 월스트리트의 은행이나 부자들이 제대로 세금을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나라에서 혼자 부자가 된 사람은 한명도 없습니다. 당신이 공장을 지었나요? 잘했습니다. 다만 당신은 세금으로 만든 도로를 쓰고, 세금으로 교육한 이를 고용하고, 세금으로 유지하는 경찰과 소방관 덕분에 안전. 당신 미래를 위해 세금을 내주세요 


그는 식당사장 신생기업 배관공 간병인 세탁소와 술집 주인들을 만났다. 그가 당선되면 세금이 걱정된다는 이야기에 되물었다. 케이맨 제도 비밀계좌에 얼마나 숨겨놓으셨죠? 조세피난지에 지식재산권 많이 옮기셨죠?


진짜 전쟁은 "재계 친화적이냐 정부 친화적이냐"가 아니다. 진짜 전쟁은 모두 공평하게 세금을 내는가 아니면 서민만 내는가, 바로 이것이다. 대기업들은 로비 군단을 고용해 빠져나갈 구멍을 만든다. 원래 내야 하는 이윤의 절반도 안되는 세금  
       

기업과 노동자가 동전의 양면? 세금시스템 허점과 특혜를 위해 기업이 로비하는것과 사회보장연금과 동등한 임금 위해 노조가 싸우는게 같은 성격의 싸움이라고? 기업이 노동권 관련 법을 지원하지 못하게 돈을 쓰듯 노조가 회사 망하게 같은 돈을 써?    


싸우면 이긴다는 교훈


허리케인 카트리나에 대한 서투른 대처, 금융위기에 이른 무수한 실패 등 정부 실패에 대해 "그럴 줄 알았어" 신랄하게 비난하거나 체념하는 건 올바른 반응이 아니다. 올바른 반응은 격노하는 것. 우리는 우리 정부를 좀더 높은 기준에서 평가해야 한다.... 우리가 정말 분노해 어깨를 맞대고 싸운다면.. 싸우면 이긴다는 교훈을 얻었다. 


학자금대출 1조. 젊은이들은 시작도 하기 전에 미래가 박살난 느낌. 왜 미국 정부는 대형은행에 1% 이하로 돈을 빌려주면서 학생들에게는 9배나 높은 금리를 물리는가


그는 상원의원이 된 뒤, 학생들이 대형은행과 같은 금리로 학자금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법안을 만들었다. 그 법은 원안대로 통과되지 못했으나 향후 10년 학생들 부담을 150억 달러 줄이는데 성공했다.


그는 싸움을 두려워한 적 없다. 성공한 남자들이 이너서클을 만들고 권력을 누릴 동안, 약자와 아웃사이더 입장을 고수했다. Time지가 '월가의 보안관으로 워런과 연방예금보험공사 총재, 증권거래위원장 3인을 인터뷰할 때, 셋은 여자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금융업계 CEO중 여자 거의 없는데 그들이 저지른 사고의 설거지는 모두 여자가..아웃사이더들. CEO 넷 짝 맞춰 골프를 치지도, 클럽서 시가를 피우지도 않는 여자들.


그가 계속 싸운 것은 절망에 빠진 이들이 끝없이 찾아와 "이겨 달라"고, 희망을 보여달라고 했기 때문. 정치인 이야기를 읽다가 훌쩍 거리기도 오랜만. 여성의 감수성을 어떻게 훌륭한 에너지로 바꿨는지도 감동적이다. 힐러리 클린턴 대신 2016년 대선 출마를 염원한 이들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책을 빌려준 C님은 새해 첫날 새벽 2시까지 책을 보다가, 아침에 눈 뜨자마자 다시 책을 들었다고. 문학을 했어도 대단했을 입심과 글빨이다. 미국의 당시 이슈가 생생하고 쉽게 쓰인 것도, 한 인간의 용감한 도전이 주는 감동도 장점이지만 한 가지 더. 미국의 정치와 정부 정책이 실제 어떻게 돌아가고,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리얼하다. '하우스오브카드' 못지 않게 박진감 넘친다. 오늘 잠시 수다 떤 H님이 말했듯, 정치 관련 보도가 정쟁에만 사로잡힌 우리는 이런 이야기가 없다. 이런 종류의 투명성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해야할지 판단의 근거가 될텐데. 미국의 시스템도 월가 자본에 농락당하는 등 문제가 많지만, 선거철 흑색선전에 앞장서는 미디어 등 한심하지만, 정책 대결은 대단하다. 여러가지로 별 다섯이 아니라 500개 쯤 드리고 싶다. 


아참, 그의 두번째 남편이자 역시 부인 따라 하버드 로스쿨로 옮긴 브루스 맨 의 외조도 매우 인상적. 닭살 돋는 부부애, 가족에 대한 사랑이 곳곳에 따뜻함을 더한다. (사진은 그의 페북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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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국가> 쎈 선수들의 쎈 토론

소박한 리뷰/비소설 2016. 2. 14. 23:20

위의 사진이 토론장이다. 3천명이 30~95달러를 내고 토론을 듣기 위해 모인다. 토론 멤버는 그야말로 슈퍼스타급. 90분 동안 당대의 가장 뜨거운 쟁점을 놓고 토론이 벌어진다. 청중들은 투표로 심판한다. 캐나다의 멍크 디베이트다. 금광기업으로 돈을 번 멍크 부부가 만든 공익재단 Aurea가 주관한다. 


검색하다보니.. 캐나다의 외교 정책 멍크 디베이트 출연자는 당시 야당 지도자 트뤼도! 아. 잠시 딴 길로 샜지만.. 그래도 트뤼도! (캐나다 국격 및 이미지가 저 젊은 총리로 인해 확 높아졌다는걸 실감. 멍크 디베이트도 캐나다의 문화 수준을 끌어올렸다는 칭찬을 듣는단다. 가장 최근 토론은 Progress 를 주제로 출전 선수가 스티븐 핑커, 매트 리들리 vs 알랭 드 보통, 말콤 글래드웰이다!) 


2014년 5월의 멍크 디베이트 주제는 State Surveillance. 선수가 그야말로 쟁쟁하다. 스노든 폭로를 기사화한 글렌 그린월드와 레딧 창업자 오헤이든이 국가 감시의 반대편에, 마이클 헤이든 전 NSA 국장(이자 전 CIA 국장이었다고. 흠) 과 앨런 더쇼비츠가 찬성편에 섰다. 더쇼비츠라니. 28세에 하버드 로스쿨 교수가 됐던, 나같은 사람도 갖고 있는 책의 저자다.


이것은 당시의 토론 현장 비디오 풀 영상.


그리고 토론을 글로 정리한 책이 바로 <감시국가>다. 


이런 선수들을 불러 세우다니! 책은 길지 않다. 90분 토론 + @. 그러나 감시 이슈에 있어서 이런 수준의 토론을 글로 보는 것도 즐거웠다. 불순분자를 잡기 위해 감시가 필수라거나, 그런 빤한 내용과 조금 다르다^^;;



안전 위해 여러분 데이터에 접근하게 해달라 vs 경제 안보가 대량 감시로 인해 훼손됐다.


NSA 탐욕이 네트웍을 오염시켰다, 프라이버시와 안보 균형이 목표 

                                                                          vs 감시는 권력. 정치적 자유를 위협한다.


책도 그렇지만, 이 내용은 그들의 육성을 들어야 한다. 나 역시 중계하는 방식을 택한다. 간단 코멘트 추가.


국가감시는 자유를 지키는 정당한 수단인가? 그럴 수도 아닐 수도. 답은 상황 전체에 달려있다. 어떤 종류의 감시인가? 어떤 목적의 감시인가? 어떤 위험에 대한 감시인가? 이 감시가 정확히 무엇인가? 정말 어려운 문제. - 헤이든 전 NSA국장

어떤 목적의 감시인가. 불특정 다수를 감시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테러범을 색출하는 감시가 가능할까? 골라 보는 감시가 가능할까? 스노든은 아니라고 증거를 들이댔다. 그런데 


프리즘으로 NSA는 미국내 구글 야후 MS 서버에 접근. 프리즘 입수자료가 적법 감시대상과 관련된 정보로 한정된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NSA 등은 대량정보와 전쟁. 답은 대량수집과 메타데이터. 테러범 이멜은 보호가치 없음 - 헤이든 전 NSA 국장

적법한 감시 대상과 관련된 정보로 한정되어 있다는게 NSA 측 주장. 이 대목은 토론이 뜨거워지면서 조목조목 반박당하지만, 무튼 


프라이버시와 안보의 균형..기술의 비약적 발전으로 기본권과 상충하는 감시국가가 가능해짐. 미국은 IT부문에서 1800억 달러 손실. 세계 이용자들이 미국 서비스 가입 재고하고있기 때문. 국가 안보 근간인 경제 안보가 감시로 훼손- 오헤이든 레딧 창업자

이 토론은 2014년 5월. 미국의 기업들이 국가 감시를 당한다는 이유로 EU가 세이프하버를 무효화한 것은 같은해 10월의 일이다. 미국 정부의 "감시와 검열이 (미국) 경제를 해칠 수 있다"는 심각한 우려를 담은 보고서는 이미 저 토론 무렵에 나왔다.


감시문제가 프라이버시와 안보 중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가 되어서는 안됨다. 제대로 작동하는 안보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안보 중 하나를 선택하는게 쟁점이 되어야. 정부로 하여금 결함을 방치했다가 언젠가 써먹으라고 해서는 안됩니다 - 오헤이든 레딧 창업자

중요한 프레임. 감시가 프라이버시냐, 안보냐 묻는 자체가 문제. 감시를 위한 구멍이 오히려 더 큰 리스크로 돌아올 수도 있다. 또한 감시가 반드시 안보를 보장하지 않는다. 


저는 사생활과 시민의 자유를 옹호하는데 평생을 바쳐왔다. 하지만 오늘 국가감시를 지지하는 찬성편. 적절하게 시행되고 적절하게 제약받는 감시야말로 국민 자유를 지킬수있다. 균형을 맞추되 국가의 정보 수집능력을 없애버려서는 안된다 - 더쇼비츠 <감시국가>

사실 더쇼비츠가 감시 찬성 쪽이었다는게 좀 충격. 상당히 신중하고, 균형을 위해 애쓴다. 다만, 적절하게 제약받는 감시란게.. 


내 사생활은 중요하지만 당신의 사생활은 하찮다는 식의 태도는 이기적일뿐 아니라 흔하다. 감시에 관심을. 자유에 관한 가장 위험한 태도는 모 아니면 도. 정부 감시에 극단적으로 옹호하거나 반대하는 접근법이다. 법으로 기술을 제약해야 - 더쇼비츠 <감시국가>

극단적으로 옹호하거나 반대하는 접근법이 문제란 지적에는 공감한다. 제대로 된 논의마저 불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 법으로 기술을 제약하라는 말은 상당히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이상적이다. 미국에서도 법으로 기술을 제약하지 못했고,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다. 


가장 중요한 질문 '국가감시란 무엇인가'. 우리가 찾아낸 것은 어둠 속에서 구축한, 무차별적이고 공격적일 뿐 아니라 마구잡이식 감시 시스템. 아무런 죄도 없는 수억 명의 국민이 일상적으로 통신 내용을 수집, 감시, 저장당하고 있다- 그린월드 

스노든의 폭로가 충격적이었던 것은, 미국 정부가 무차별적이고 마구잡이 식으로 수억 명의 통신 내용을 수집했다는 사실이다. 별도의 영장도 없었는데. '메타데이터'라 괜찮다는게 NSA의 주장이었다. '메타데이터'라고 어려운 말을 썼는데, 예컨대 통화 내용은 빼고, 언제 누구와 몇 분 씩 통화했는지 데이터를 의미한다. 예컨대 한 여성이 산부인과 병원에서 전화를 받자마자 부모와 남자친구와 차례로 오래 통화한다? 메타데이터로도 알 수 있는 정보가 꽤 많다. 즉 노출되는 프라이버시가 상당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와 별개로. 이같은 NSA의 해명이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도.. 아래 나온다. 


13년 미국 연방법원 판사는 NSA 정보 수집이 수백만 미국인의 권리에 대한 근본적 위반이라고 판결. 부시가 임명했고 안보 중요시하는 보수진영 판사였지만 NSA프로그램이 "79년에 구상했던 것과 다른, 거의 전체주의적 기술"이라고- 그린월드

미국도 알고보니, 아니 사실은 대놓고 프라이버시 후진국.. 스노든으로 인해 공론화가 본격화됐을 뿐이다. 감시란 어느 시대에나 이뤄졌다. 다만, 디지털 시대에는 엄청난 분량이 실시간으로 수집 가능한 기술적 기반이 마련됐을 뿐이다. 그게 핵심이기도 하다. 


정부가 '테러'라는 말을 되풀이하는 이유는 이 단어야말로 정서적으로 매우 강력한 효과를 내기 때문. 미국 정부는 테러를 핑계로 이라크 침공과 파괴. 관타나모 감금, 자국민 정보수집. 미국 법원도 감시가 테러와 관련없다는데 동의- 그린월드 

미국은 9.11 테러 이후 시민권이 실질적으로 축소됐다. 지난해 IS의 파리 테러 이후에는 전세계가 난리다. 그러나 호주의 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 시민이 테러로 죽을 확률은 4,000,000 대 1. 교통사고 사망률 8000 대 1보다 압도적으로 낮다. 폴 크루그먼은 "진짜 문제는 테러 자체가 아닌 근거 없는 공포심을 조장하는 우리의 반응"이라 했다. 


테러로 무고한 한 사람이 죽는 것보다는 몇몇 사람이 약간의 프라이버시 침해를 당하는것이 훨씬 낫다. 과잉 예측해야. 과잉 감시 동원해야. 문제는 과잉 감시를 어느 정도 허용하는가. 어떻게 통제하고 조율하는가, 어떤 제약을 가하는가-  더쇼비츠

무고한 한 사람의 목숨이 더 귀한 것은 맞는데. 감시를 잘 하면 테러를 막을 수 있을까? 감시는 정말 테러를 막기 위한 것일까? 중국의 반테러법은 정치적 표현을 '올바르지 않게' 해도, 테러리즘으로 처벌하도록 했다. 감시에 대한 통제와 조율은 대개 의회의 감독 권한을 통해 구현되는데, 어느 나라도.. 그다지 훌륭하지 않다고들. 


"정부는 NSA 대량 메타데이터 수집 분석이 실제로 테러공격 중단시킨 예를 단 한건도 제시하지 않는다"는 판결. "메타데이터 첩보가 테러 예방에 필수적이지는 않았고, 기존 법원 명령 통해 시의적절 손쉽게 얻을수도 있던 종류" 보고서 - 그린월드

단 한 건도.. 없었다는 건가. 감시의 성공 사례.. 


미 정보기관에 9.11 예측 정보가 없었다는게 사실일까? 아니다. 경고에 대응못한 책임은 부시 행정부의 정책 실패지 정보기관의 첩보 실패가 아니다. 정보기관이 지나치게 많은 정보를 수집,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지 못한 탓이라는 분석도 - 그린월드


대량감시 활동 때문에 인터넷을 제대로 작동시키고 사람들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기술의 많은 부분이 훼손되었기 때문. 무고한 시민을 향해 공격적이고 불쾌한 감시 기술을 사용하는 것 이상의 문제. 인터넷 기술 자체를 위협- 오헤니언 레딧 창업자 

이 부분이 상당히 안타까운 1인. 


워싱턴포스트는 NSA가 현재 모든 나라의 전화 통화를 전부 감시하고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 전화가 어디서 걸려와서 어디서 받는것인지, 통화 시간등 메타데이터 뿐 아니라, 목소리와 내용을 망라. NSA는 이를 한달 동안 저장- 스노든 

스노든의 특별 영상!  그런데 워싱턴포스트를 인용해서 목소리와 내용까지 수집했다고.. 


(NSA 계약직 스노든이 대통령 이멜까지 접근할 수 있었다고)..만일 스노든이 정말 그럴 권한 있었다면 법 위반 뿐 아니라 자연법칙 거스른. 그는 NSA 행정망에 접근했지만 작전망 접근 못했다. NSA내에 그 주장 믿는사람 없다- 헤이든 전 NSA국장 

NSA는 단호하게 스노든을 거짓말쟁이로 몰아붙인다.. 


미국 대법원 중요한 법정 다툼 하나. 무단횡단하거나 벨트 안 매어 체포된다면 경찰이 그의 폰을 압수해 의료, 세금기록 비롯해 모든 데이터 접근해도 될까? 심리 결과, 대법원 9명 중 8명 의견 엇갈림. 기술은 늘 법보다 앞선다.- 더쇼비츠 <감시국가>

가벼운 불법 행위로 걸려도, 그저 폰만 압수하면 모든게 다 털린다는게 문제. 예전에 우리는 이렇게 많은 정보를 작은 기기 안에 넣어다닌다는 상상을 하지 못했다. 현재의 절차들은 다 그 시절에 만들어졌다. 


NSA가 수집 정보를 안전하게 보호하니 걱정 말라고? NSA는 스노든이 수개월간 가장 민감한 기록들을 모조리 다운로드했는데도 정작 그런 사실을 전혀 몰랐다.지금까지도 빼돌린 자료가 뭔지 전혀 모른다. 거기에 수천만 달러를 썼는데도-그린월드<감시국가>

이 부분에서 살짝 웃었다. NSA 바보. 

 

'10년 테러 공격으로 사망한 미국인은 8명. 벼락 맞아 사망한건 29명. 테러는 실제적 위협이고 가볍게 볼 사안이 결코 아님다만 경계하고 지켜야할 위협은 테러 말고도 많습니다. 그런 위협들은 기본적 자유를 해체하라고 요구 않습니다 - 그린월드

테러 사망자가 교통사고나 벼락 맞아 죽는 경우보다 적고...  사실 미국은 테러 위험보다 총기 위험이 훨씬 큰 사회. 이런 합리적 이야기는 절대 통하지 않는 사회... 


설사 교통사고 사망자가 더 많더라도 9.11 테러 같은 사태가 시민의 자유에 미치는 파멸적 영향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막대할것. 1970년 캐나다는 테러로 '전시조치법' 발동. 캐나다 국민은 기본적인 시민 자유를 박탈당했다- 더쇼비츠 

테러가 한 번 발생하면, 시민권이 엄청 축소된다는 지적은 타당하다. 그래서 그런 테러를 막기 위해 시민권을 선제적으로 미리 제한해도 된다는 건가. 


중요한건 우리가 안보라는 이름으로 하고 있는 행위들이 실제로는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고 취약하게 만든다는 것. 인터넷 시대에 국가감시는 용인될수 없다. 모든 혁신을 훼손, 혁신 이전으로 되돌려 버릴 수 있다. 감시의 균형이 깨졌다- 오헤니언 


"그것은 여러분의 문자메시지, 웹사용내역, 모든 검색 기록을 망라한다" 스노든 저 발언 좋다. 놀라지 말라. 스노든이 말하는 '그것'은 구글이지 NSA가 아니다. 오헤니언과 그린월드 주장이 정말 진실이라면 두분께 표를 던지겠다- NSA전국장

아니, NSA 감시가 돌 맞고 있는데, "아니야, 구글이 문제야" 폭탄 발언. 그런 구글을 비롯해 주요 인터넷 기업으로 하여금 NSA가 back door 를 열도록 했다는게 스노든 폭로. 


스노든 폭로로 브라질 석유회사와 각국 경제회의 뿐 아니라 테러와 아무 상관없는 온갖 민주 정부를 감시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미국은 자신이 원하는 거의 모든 일에 대한 핑계로 테러를 이용하고, 대량 감시체계 핑계도 예외가 아니다- 그린월드 

가장 황당했던게, 브라질 기업들, 그리고 독일 총리 들여다본게 들통난 것. 어느 스파이도 몰래 하는건 넘어가도 들키기까지 하면.. 


100개 이상 기업에 투자. 그래서 감시가 미치는 파장을 매일 본다. 미국과 캐나다는 인터넷 기업에 매력적 이미지를 심어왔다. 하지만 더이상 아니다. 프라이버시 보장과 보안 유지 비용이 수십억달러. 미국의 경쟁우위가 영구적이지 않다 - 오헤니언


위험한 세상. 새로운 기술을 가능한 현명하게 써야합니다. 어느 정도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고, 안전은 어느 정도 유지할 것인가? 아닙니다. 문제는 프라이버시를 침해하지 않고 안전을 보장하는 가장 좋은 수단을 위해 기술을 사용하는것 - 오헤니언 


정치인은 국민에 대한 의무를 지고 있다. 국민은 정치인을 고용해 봉급 줄 돈을 내고, 필요할때 쫓아내기도.. 감시자들은 누가 감시? 국민 신뢰가 짓밟힌 현 상황에서 투명성을 통해 신뢰를 되찾을 책임은 국민이 선출한 공직자들에게 있다-오헤니언 

무슨 스타트업 창업자가 이렇게 말도 잘한담.... 이라고 하기엔. 레딧이잖아! 레딧. 미국 재야 고수들의 공론장. 


NSA 폭로문건이 여러가지 부당함을 밝힌건 분명한 사실. 하지만 거기에서부터 권리가 신장된다. 문제는 우리가 균형을 만들어 낼 것인가, 아니면 안보에 지나치게 적대적이고 프라이버시를 지나치게 옹호하는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길 것인가-더쇼비츠 

지나치게 옹호한다는 건, 어느 정도를 말하는 걸까. 그러나 우리가 균형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인지, 고민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적절한 균형 위해 토론을 충분히 해야 하고, 더 많은 것을 공개해야.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듯 영장을 발부하는 해외정보감시법원의 관행을 근본적으로 개혁해야.프라이버시와 안보, 어느 한편에도 치우치지 않는 법조인들의 진짜 법원이 필요-더쇼비츠<감시국가>

저 해외정보감시법원은 기계적으로 영장을 모조리 발부해줬다는 식의 에피소드를 그린월드의 <더 이상 숨을 곳이 없다>에서 본 기억.. 


헤이든 장군과 더쇼비츠 교수, 캐나다 NSA인 CSEC가 내세운 "우리를 믿어 주세요" 식의 모델은 너무 자주 사용돼 신뢰를 잃고있다. 작전상 기밀이 필요하더라도 그로 인해 공적 책임을 방기해서는 안된다. 투명성과 감독 법률 필요- 카부키안

현재 논의되고 있는 국내 관련 법안에서도, 감독 방안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이런 토론을 왜 이렇게 구구절절 흥미롭게 보고 있겠나. 남의 일이 아니라서 그렇다. 


테러란 핑계일까. 국가 안보, 자유 위해 국민 기본권 제약되어야 할까. 프라이버시와 대량감시 이슈로 세계 최고선수들의 90분 토론을 정리한 책. 공포팔이가 아니라 감시 필요성을 합리적으로 옹호한 더쇼비츠 같은 목소리 간만. 품격토론 좋다.


그리고, 토론의 결론? 청중들이 어디에 투표해을까. 참 친절하게 정리해놓았다. 멍크 디베이트, 대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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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기록은 힘이 세다

소박한 리뷰/비소설 2016. 2. 14. 23:19

Светлана Алексиевич 스베뜰라나 알렉시예비치. 2015년 스웨덴 노벨위원회는 그를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하며 "그의 저술들은 우리 시대의 고통과 용기를 기록한 기념비들”이라고 평했다. 문학이 아니라 기록문학이라고 굳이 구별할 필요가 있을까. 저널리스트로서 2차 대전 참전 여성들의 이야기를 듣고 정리했다. 깊이 각인된 상처들을 평생 숨기고 살았던 여자들이 딸 같은 기자에게 마음을 열었다. 주저하던 이들은 어느새 한풀이를 하듯, 절절하게 털어놓았다. 그냥 그런 기록이다. 참전한 여자들도, 전쟁의 희생양이 되어버린 여자들도,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준 이가 그때까지 없었다고 봐야겠다. 그것은 유독 여성 참전이 활발했던 그 나라의 특수성이기도 하지만, 이런 시도 자체가 귀하다. 여자들의 이야기. 여자들은 참전해서도, 남자들이 떠난 마을에 남아서도 약자로서 고통받았다. 그리고 역사에서 지워졌다. 

2차 대전에서 1060만 명의 소련 병사가 전사했다. 포로 생활 중 260만 명의 소련 병사가 죽었다. 소련의 민간인 피해는 1500만에서 최대 25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여자'의 전쟁에는..영웅도, 허무맹랑한 무용담도 없으며, 다만 사람들, 때론 비인간적인 짓을 저지르고 때론 지극히 인간적인 사람들만 있다..살아가는 모든 존재가 고통스러워한다..여자들의 전쟁은 이름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소총수, 저격병, 전차병, 포병대원, 항공기 조종사. 그녀들의 전쟁은 그들의 전쟁과 다를 바 없었다. 그러나 기억해주지 않는다. 기록도 없었다고 봐야겠지.  


여자들 마음 깊은 곳에는 죽음에 대한 참을 수 없는 혐오와 두려움이 있다. 하지만 여자들에게 더 견딜 수 없는, 원치않는 일은 사람을 죽이는 일이다. 여자는 생명을 주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여자에게는 생명을 죽이는 일이 더 가혹 

어떻게 평가해야 할 지 모르겠으나, 한편으로 깊이 동의하고, 한편으로는 잘 모르겠다. 새끼를 지키고자 할 때, 동물들도 암컷이 더 사납다. 그러나 생명에 대한 공감과 연민, 연대의 마음이라면 여자들이 더 유연하지 않나 싶기도 하고.. 


2년째 계속되는 출판사의 거절. 답신은 매번 똑같다. 전쟁이 너무 무섭게 묘사됐다는..도대체 어떤게 제대로 된 전쟁이란 말인가? 장군들이나 현명한 총사령관이 등장하는 전쟁? 피나 더러운 이가 나오지 않는 전쟁? 영웅이나 공훈을 이야기? 

노벨문학상 수상작이라지만, 출판조차 쉽지 않았던 책이다. 그게 현실이다. 무수히 많은 무용담으로 애국심을 선동하는 전쟁 이야기. 그러나 현명하고 용맹무쌍한 장군이 등장하거나, 19금 폭력물에 해당되는 장면은 나오지 않거나, 소년병사든 장군이든 영웅이 등장하는 그런 전쟁만.. 전쟁은 아니지. 아니, 오히려 전쟁의 민낯을 제대로 볼 필요가 있지. 마치 비디오게임을 하듯, 폭격 생중계가 전쟁의 전부가 아니듯. 이건 매우 중요한 얘기다. 


새벽 4시 딸에게 죽을 주고 문을 잠근후 비행을 떠났어. 저녁에 캠프로 돌아오면 죽을 먹은건지 안먹은건지 딸아이는 온몸이 죽으로 범벅. 울기도 지쳤는지 힘없이 나를 바라보기만 했지. 제 아빠를 닮은 그 큰 눈으로.. 

한 여성 전투기 조종사의 고백이었다. 어떤 마음이었을지 상상이 안된다... 

그런데, 주말에 화제가 됐던 SBS '엄마의 전쟁'. 한국의 워킹맘들, 혹은 다른 어느 나라의 엄마들도 수십 년 세월에도 불구, 그렇게 크게 나아지지는 않은듯. 감히 전시상황 병사 엄마의 마음과 비교하기는 미안하지만. '엄마의 전쟁' 에피소드도 들어보면 미친다. 내가 사는건 뭐 다를까. 


독일군이 우리 빨치산 은신처를 알아버렸어. 포위당했지. 우리는 몇날 며칠 몇주를 머리만 내놓고 늪에 잠겨 있었지. 여자통신병이 있었는데 출산한지 얼마 안됐고. 아이가 울어댔어. 독일군 추격대는 코앞. 그녀가 스스로 포대기를 물속에 한참...

저 장면 읽다가 울었다. 갓난 아이를 제 손으로 죽이지 않을 수 없었던 여자. 모두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희생시켜야 했던 아가. 사람들은 대장이 어떻게 해주기만 바랬고..  전쟁은 그렇다. 인간이 할 수 없는 일을 강요한다. 저 엄마는 목숨을 건졌을지도 모르고, 다른 이들도 구했을지 모르지만. 살아도 지옥이였겠지.  


사방이 불바다였어. 사람들이 산 채로 마을들과 함께 불태워졌지. 놈들은 학교로 교회로 사람들을 몰아넣고는..빙 둘러 석유를 뿌렸어.. 불길에 타고 남은 뼛조각을 모으러 다녔어. 조그만 옷 조각이라도 발견하면 가족을 알아봤어 

사실 이 책은 장면마다 기가 막혀서... 가슴에 돌덩이를 계속 던져대는데. 그 중에서도 숨이 컥 막히는 장면들을 주로 메모했다. 산 채로 사람들을 태워죽이는게 전쟁이다. 그 마을에서 화를 면한 이들은 숯더미 속에서 가족을 찾아야 했다. 상상도 안된다. 


남자들은 전쟁 후 승리자요, 영웅이요, 누군가의 약혼자였지만 우리(소녀병사)들은 다른 시선을 받아야 했어. 우리는 승리를 빼앗겼어. 우리의 승리를 평범한 여자의 행복과 조금씩 맞바꾸며 살아야했다고. 남자들은 승리를 우리와 나누지 않았어 

심지어 저들은 화냥년 취급도 받았다고 한다. 실제 살아남기 위해서 장교를 애인 삼아 지낸 사례가 없지 않았을테고, 그런 에피소드도 나오지만 대다수는 그저 참전 용사. 그러나 용감한 군인들이 고향으로 돌아갈 때, 소녀병사들은 손가락질 받기 일쑤였다고 한다. 사람들이 그렇다. 


나는 거대한 역사를 가닿을수 있는 작은 역사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야 뭐라도 이해할 수 있을테니까..한 사람의 영혼이 역사보다 난해하다. 살아있는 눈물이고 감정이기에.. 길은 하나. 사랑으로 사람을 이해하는 것 

거대한 프레임에서 전쟁은 국가의 이해관계로 움직인다. 그러나 작은 역사로 들어가면 거기에 사람이 있다. 종종 전쟁영화에서 빼놓기 일쑤인 사람. 사람의 이야기를 들여다봐야, 그 공포와 절망이 오롯이 다가온다. 드론 폭격기의 발사 버튼을 원격 조종하는 전투에서는 잘 보이지 않겠지만, 말그대로 뼈와 살이 튀는 처절한 전장에 사람이 있다. 


이런 기록의 가치는 노벨문학상 만으로 따지긴 어렵지만, 상이 돌아가서 다행이다 싶다. 고난을 더 힘들게 겪고도 잊혀진 여자들의 이야기를, 온갖 문전박대 속에 기록한 저 여자는 얼마나 또 힘들었을까. 그러나 기록은 힘이 세다. 이것은 그녀의 또다른 전쟁. 사람의 이야기에 사람들이 반응했다. 


그녀의 또다른 이야기 <체르노빌의 목소리>는 자신이 없어서.. 아직 못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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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듯 천천히> 사람에 대한 서늘한 애정

소박한 리뷰/비소설 2016. 2. 14. 23:19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아무도 모른다>로 처음 만날 때도 대단했지만, 2013년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에서 완전히 넘어갔다.  그 해 봤던 50 여 편의 영화 중 첫 손 꼽았다. 그리고 <바닷마을 다이어리>에서도 참 조용하게 마음을 흔들어버리는 재주. 


이 감독님, 책도 쓰시는구나. 그저 일상에서 어떻게 사람을 보는지, 직설적으로 떠드는 대신, 몸짓 말짓에 귀 기울이는 스타일. 워낙 짧은 연재글 묶음이라 좀 아쉽더라. 다만 사람을 흔드는 몇 대목이 있었다. 



(트윗 메모 +@) 


학살당하는 사람들을 향해 어떤 남자가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적어도 이 행위가 잘못됐다는 것을 안다"고 말하자 유대인이 이런 말로 변명을 내친다."알고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은 몰라서 그런 사람보다 죄가 무겁다." 

철렁...  왜 쓸데 없이 이런데 제 발 저리고 그러나. 촌스럽고 소심한 나. 


인터넷 정보를 추가 조사도 하지 않고 사실로 소개해버린다든지, 당사자 발언을 제삼자에게 확인하지 않고 그대로 수용해버린다든지, 전혀 자신의 눈과 귀와 발로 취재하지 않기 때문이다..남이 취재한 기사를 스튜디오에 늘어놓고서 읽다 끝나는 

우리는 실제 이런 언론인을 드물지 않게 목격하고 있다. 오보를 방송했는데, "인터넷에서 본 것"이라고 해명한 어느 방송사와 그 앵커의 당혹스러운 반응은 슬펐다. 대단한 영화감독도 매번 겪는 모양. 그리고 삐진 채로, 이렇게 글로 남기는 츤데레 감독님. 


나는 주인공이 약점을 극복하고 가족을 지키며 세계를 구한다는 식의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는다..구질구질한 세계가 문득 아름답게 보이는 순간을 그리고 싶다..

그의 주인공들은 치명적 상황에서 담담한 편이다. 나약하거나 결핍에 시달릴 때에도 단단한 느낌을 준다. 의지에 따른다기 보다, 그냥 그것이 일상. 불완전한 존재라 해도 당당할 수 있지 않냐고 항변하듯.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에서 오다기리 조가 연기한 아버지는 아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세상에는 쓸데없는 것도 필요한 거야. 모두 의미 있는 것만 있다고 쳐봐. 숨막혀서 못 살아." 이혼을 요구당한 남자의 자기변호..그래도..

것 봐. 쓸데 없는 것도 다 존재의 의미가 있고. 아무리 처지가 곤궁해도 숨막히는 시선 따위 신경쓰지 않겠어. 그냥 그럴 수도 있지 뭐. 삶이란 그런거라는 개똥철학 정도는 기본으로 장착해주고. 


예를들면 고이즈미 총리를 공격하는 작품을 만들어, 잠깐동안 보는 이를 후련하게 한다고 해도, 고작 제작자의 자기만족에 불과하다. 진짜 적은 이러한 존재를 허용하고 지지한 이 나라의 6할 가까운 사람들 마음에 자리잡은 '고이즈미적인 것' <걷는듯 천천히

예컨대, 누군가를 마구 흉본다고 해도, 그것은 그냥 자기만족. 결국 그 누군가도 우리의 선택이란게 더 무섭잖냐고.. 고이즈미를 언급했다. 괴물을 탓하지 말자. 그 사회의 괴물은 혼자 자라지 않는다.  


<킹스스피치> 만약 나라면..왕이 아니라 왕의 말더듬증을 치료한 언어치료사를 주인공으로, 자신이 쓴 연설문으로 자신의 아이들이 '올바른' 전쟁에 참전해 상처받는 것을 본다..평범한 인간이 커다란 올바름과 작은 (아버지로서의) 고통 사이에 <걷는듯천천히

이 대목을 보는데, 이 감독이 아직 찍지도 않은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 영미권 영화, 아니 주류 영화의 문법이나 구조와는 발상부터 다른데, 완전 와닿잖아!  


신경쓰이는게 하나 있었다. (학생들) 작품 몇 개가 전반적인 구성을 무시하고 '인연'이나 '웃음'을 강조하면서 긍정적으로 마무리되는. 아마도 TV에서 방송되는 어른들 프로그램의 악영향인듯. 미증유의 지진을 거쳤음에도 획일화된, 진부한 <걷는듯 천천히>

이것은 쓰나미 이후 그 지역의 학생들 이야기. 학생들의 영상 프로젝트를 본 뒤, 그가 받은 충격은 긍정의 화신으로 마무리하는 뻔한 결론. 그러나 그가 지적했듯, 일본 드라마 보면 정말 긍정긍정긍정. 착하고 행복한 기운으로 마무리 하려는 작품들이 여럿 떠오른다. 그게 미덕인양. 그리고 이것은 일본 만의 문제는 아니지. 우리도 쓸데 없이 과하게 긍정적일 때가 있지. 긍정적이 되란 말이야~ 


일반인들 눈을 흐리는 큰 원인 중 하나는, 신문과 방송 미디어가 벌써 망각 쪽으로 방향키를 돌렸..그들 역시 기득권층의 이익 안에서 눈이 흐려져버린것. 인간이 인간이기 위해서는, 실패까지도 기억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이 문화로 성숙된다. 

실패까지도 기억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이 문화로 성숙된다.. 한 번 더 써본다. 느낌 오지 않나. 실패까지도, 잘못까지도 모두 기억하는 편이 낫다. 인간이 인간이기 위해서는. 


영화나 글이나 한결 같다. 멋진 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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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의 미래> 기자들의 필독서

소박한 리뷰/비소설 2016. 2. 14. 23:17

(독서 메모 트윗을 토대로 간단 정리) 


출입처 자료에만 의존해 충분한 사실 검증이나 이슈 발굴 없이 비슷한 기사를 찍어내는..<저널리즘의 미래>의 한 대목에서 잠시 멈칫. 논란이 된 보고서 '요약자료'만 기사로 쓰고, 그걸 토대로 한 주장만 받아쓴 기자들은..풀 보고서를 보기나 했는지 궁금


김창룡 교수는 "한국은 오보의 자유가 있는 나라다. 왜곡, 조작 등 오보를 아무리 내도 윤리적, 사회적 책임을 추궁하거나 역사적 심판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기자사회의 지탄? 지금은 서로서로 치부를 덮어주고 쉬쉬한다. 

눈과 귀를 의심케하는 황당 기사, 길이 기억될 올해의 오보 (미디어오늘 2015. 12. 25)

이런 기사도 나왔지만, 사실 대부분의 오보는 대충 넘어가는 경우가 더 많지 않나 싶다. 피해자가 펄펄 뛰지 않는한 그렇다. 북한 관련 오보는 특히 황당. 그런데 저런 이야기들로 난리를 쳤던 언론은 뭔가. 

넘쳐나는 북한 오보, 죽은 현영철은 다시 살아날까 (미디어오늘, 2015. 5.15)



"정정 기사를 많이 내면 신뢰도가 덜어진다며 기피한다" 차배근쌤. 그러나 NYT는 영화 <노예12>년 실화 기사를 161년 만에 정정했다.BBC는 유명 정치인을 아동 성학대범으로 잘못 보도한 책임을 지고 조지 엔트위슬 사장이 사퇴.

흠. 오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장이 사퇴하고. 이런게 불가능하거나 어려우니까 오보를 인정하지 못하는게 아닐까. 요즘에는 온라인에서만 고쳐주면 땡. 이런 분위기도 없지 않다. 핵심은 오보의 성격과 종류에 따라서 그 언론이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주느냐. 글쎄. 


이런 사과가 있었다는게 문득 생각났다. 세월호에서 구조된 여학생에게 무례했던 후배 기자에 대한 보도책임자의 사과. 흠흠. 당시 이 사과는 엄청나게 화제가 됐다. 이례적이어서? 진정성 있는 사과는 그 자체도 말이 된다. 


노동 강도도 기자들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 조사에 다르면 기자 평균 수면시간은 6시간, 하루 평균 근무시간은 10시간38분이다.  주당 기사 작성 건수는 31.3건. 93년 같은 조사에서 11.7건이었다. 

노동권이란게 있다는 걸, 알고나 있나 모르겠다. 기사를 쓰는 기자의 입장에서, 혹은 기사를 쓰는 노동자의 입장에서.. ㅠ  


기자 집단의 보수화..언론재단 13년 이념척도조사(진보0점, 보수10점)에서 기자들은 평균 5.54점. 2007년 조사에서는 4.58점. 중도진보에서 중도보수로 이동. 남재일교수는 "뉴스산업에서 비판적 논조가 더이상 상업성이 없다는"

비판적 논조가 상업성이 없다는 건..  종편의 인기가 반증하고 있을지도. 

https://twitter.com/jonsteinberg/status/683269989810438144

The cable news channels, however, still tend to skew older: The median age for CNN viewers this year was 61, while it was 63 for MSNBC and 67 for Fox News.


저 분이 MEDIAN AGES!!!! 라고 경악한 것에 완전 공감.  막연히 짐작하는 것과 저렇게 나오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 우리 지상파와 종편 시청자의 연령대 중간값은 어느 정도일까.

폭스뉴스의 활약을 보면, 트럼프가 1위 후보인게 하나도 놀랍지 않다. 이는 TV조선 등 종편의 전략이 시장 경쟁 구도에서는 매우 자연스럽다는 뜻이기도. 또한 우리는 아직 종편의 진정한 활약을 덜 보고 있는 단계인지도 모른다


통신이 방송을 삼키고 있다. 14년 유료방송 가입자 100명 중 46명은 통신 통해 방송 시청. 최근 방송인력 중국유출 등 이슈 불구, 통신사는 외국 콘텐츠 가져다 쓰면 그만.국내 콘텐츠 시장 망가지는게 통신사 이익과 결부되지 않는다.

SK가 끝내 CJ헬로비전까지 인수한 사건이 떠오르긴 하는데......


공영방송 사장의 역사는 잔혹사라 부를만하다. 권력에 흔들리거나 스스로 정권의 입을 자처했다. 개혁성을 인정받던 사장도 정권이 바뀌면 자진 사표를 던지고 떠났다. 아니면 버티다 해고됐다..최고 통치자에 따라 방송사 공정성이 결정되는 구조.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거버넌스 문제는 매우 중요. 오래 걸릴 과제. 그 전에 다 망하지나 않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희망이, 아니 사심 가득한 희망이 있다... 

'10년 이후 다음도 비판적 기사 비중을 줄이면서 기계적 중립에 신경쓰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네이버나 다를바없다는 평가가 지배적. 기계적 중립이란 객관성 공정성과 다른 의미. 적당히 균형 맞추며 의혹과 비판을 축소하는 뉴스편집이다. 

정부여당 비판이 많다는 욕만 먹는게 아니라, 기계적 중립을 빙자해 비판을 축소한다고 욕도 먹는다. 양쪽에서 모두 비난하다니, 어느 쪽도 좋아하지 않다니.. 얼마나 다행인가. 이것이 균형이 아니고 뭐란 말인가ㅎ

언론은 다시 질문을 시작해야 한다.. 기자들에겐 필독서. <저널리즘의 미래>가 미디어 리터러시로 교실에서 다뤄질 날이 와야할듯. 어디에도 미래 얘기는 없다. 그저 우리는 질문을 다시 시작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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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선생이다> 뒷북 간단 정리

소박한 리뷰/비소설 2016. 2. 14. 23:15

<밤이 선생이다> 뒷북 간단 정

그 시절에 우리는 모두 괴물이었다. 불의를 불의라고 말하는 것이 금지된 시대에 사람들은 분노를 내장에 쌓아두고 살았다...유신시대의 젊은이들은 자기 안의 무력한 분노 때문에 더욱 불행했다. <밤이 선생이다>

뒤늦게 읽기 시작. 가슴이 뛴다.


그러나 정작 비극은 그 다음에 올 것이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죽음도 시신도 슬픔도 전혀 없었던 것처럼 완벽하게 청소되어, 다른 비슷한 사연을 지닌 동네와 거리들이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말쑥한(진은영 용산 멜랑콜리아) 

가슴이 철렁했다. 찔리는 곳을 들킨 것 마냥. 현실이 그렇다. 말쑥한 거리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우리는 살아간다. 쫓겨난 이들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 어디로 갔는지 굳이 궁금해하지 않겠지. 


그때부터 사람들은 부끄러움이 무엇인지 모를 것이다. 사람이 억울한 일을 당하면, 사람이 불타면, 사람이 어이없이 죽으면, 사람들은 자기가 그 사람이 아닌것을 다행으로만 여길 것이다..그것을 정의라고, 평화라고 부르는 세상이 올 것이다.

우리가 아는 정의, 평화, 혹은 민주주의. 많은 단어가 뜻이 바뀌고 있다. 황현산 선생님 글은 왜 이렇게 콕콕 가슴을 후벼 파는가. 어딘지 피를 차갑게 식히면서. 


그의 시는 이 모욕 속에서, 이 비루함 속에서 이렇게밖에 살 수 없다고 생각하려던 사람들을 다시 고쳐 생각하게 한다. 인간이 수수 천년 사용해온 말 속에는 죽은 자들과 산 자들의 고통과 슬픔이, 그리고 희망이 

시가 그런 거였다. 죽은 자들과 산 자들의 고통과 슬픔, 희망을 노래했다. 우리가 잊고 있거나, 외면하고 있는 것들. 그래서 오늘날은 시를 읽지 않는 시대다. 


이 유례없는 경쟁사회에서 우리는 조금씩 지쳐 있다. 그렇더라도 마음이 무거워져야 할 때 그 무거운 마음을 나누어 짊어지는 것도 우리의 의무다. 엄마가 아이를 키우듯이, 나라 잃은 백성이 독립운동하듯이. 

마음 무거운걸 피하지 않는다는게, 그게 용기를 필요로 한다는 걸. 때로 엄청난 용기를 필요로 한다는 걸, 아마 0416 그 때 마음으로 깨달은 것 같다. 여전히 어렵다. 


한말의 지적 열기..나라가 망했다고 그 열기가 헛된 것은 아니다..온갖 수단으로 독립운동 하던 사람들의 열정으로 이어졌고, 광복후 민주적 문화와 사회를 건설하려는 노력의 토대..열정의 시간속에서 막다른 골목은 멀리 흐르는 강이 되었다. 

누군가 그랬지. '암살'의 안윤옥 같은 이들이 상징하는, 아니 김구와 김원봉 등 독립운동가들은 35년의 식민지를 버텨냈다. "해방이 이렇게 일찍 올지 몰랐다"는 친일파와 달리 그들은 기약도 없이 한 해 한 해, 그렇게 싸웠고, 그것이 새로운 시대의 기반이 됐... 될 뻔 했지. 


'술' '담배' 노래 금지곡.. 나는 이 조치가 청소년을 보호하겠다는 착한 마음에서 비롯하였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런데 저 환상적으로 엄혹했던 유신 시절의 독재자도 국민들을 나태와 방종으로부터 보호하겠다는 착한 생각이 마음속에 가득 <밤이 선생이다>

국민을 보호하겠다는 착한 마음..  게임으로부터, 음란함으로부터..  


..의심스러운 것을 믿으라고 말하는 것도 폭력이며, 세상에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살아가는 것도 따지고 보면 폭력이다. <밤이 선생이다> 


개혁의 시대에는 열정을 지닌 개인의 과격한 언어들이 밑바닥 진실의 힘을 업고 관행의 언어들을 압도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런저런 개혁 프로그램들이 한때 무기로 삼았던 과격한 말들에 스스로 발목이 잡혀 무산된 예를 우리는 자주 보아왔다.

관행의 언어를 압도하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언어의 문제가 아니다. 구호와 선동이 아니라, 실체가 있어야 하는데 우리는 대개 말 뿐이란 얘기인거지. 


"바르게 살면 미래가 보인다"는 말, 중립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모든 사람들을 잠재적 부도덕자 취급..개인의 행불행을 그 사람의 도덕성에 연결..미래에 대한 전망을 갖지 못한 사람들..도덕을 빙자해 두 번 죽이는

모든 것은 개인의 책임. 바르게 사느냐 마느냐 다 당신 책임. 그냥 그런거라 생각했는데 선생은 말한다. '도덕을 빙자해 두 번 죽이는 거'라고. 잔인한 사회의 무심한 말들. 


2주에 걸쳐 야금야금 독서. 탈탈 털린 듯 피곤한 밤, 신경줄 날카롭던 퇴근길 지하철에서. 굳이 펼쳐들 때 마다 마음을 차분하게 달래주는 효과를 누렸다. 정갈한 문장, 담담하게 전갈되는 삶의 가치와 기준. 진통제 같은 위안이었다. 


선생님 트위터가 요즘 내게는 선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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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해양과 대륙이 맞서다> 역사시간에 졸았나

소박한 리뷰/비소설 2016. 1. 3. 23:20

여기에도 올렸습니다>>> https://brunch.co.kr/@manya/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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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먹물임에도 불구, 역사는 언제나 당혹스럽다. 뭘 배웠나 싶다. 사실 2년 전 문소영 선배의  <못난 조선>을 보고서야, 일본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조선 통신사가 전해주는 문물을 귀하게 여기는 섬나라? 그 덕분에 오히려 서구 문물은 일찍 받아들여 제국주의로 빠져든 나라?  이건 매우 부끄러운 착각이더라. 반면 '조용한 은둔의 나라'?  조선의 쇄국정책은 "국가 운영에 대한 철학이나 전략이 아니라 제 밥그릇을 지키고자 했던 지배층 정쟁의 산물"이라는데? 


열린 나라, 닫힌 나라  


<동아시아, 해양과 대륙이 맞서다>는 '조선'을 연구하는 국사학자가 쓴 책이 아니다. 일본을 공부했고, 유라시아라는 프레임에서 역사를 본다. 식민지의 신민이었던 한반도 사람들이 감정적으로 왜곡하기 쉬운, 가장 취약하거나 잘 모르는, 바로 그 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일본열도 전국시대에 시작된 임진왜란, 누르하치 여진 통일과 홍타이지 대청국 건국, 병자호란, 청나라의 산해관 돌파, 타이완 정복까지 200년 연쇄반응이 놀랍다. 아니, 그런 역사를 이렇게 꿰어서 보여주는 덕분에 놀랍게 받아들여진다. 한국사 중심의 시각이 아시아사로 바라보니, 이렇게 또 다르다.


조선 후기 학자 임제는 임종 때 아들이 슬퍼하자 "이 세상 모든 나라가 황제를 일컫지 않는 나라가 없는데, 유독 우리나라만 예부터 그러지 못했으니 이처럼 누추한 나라에 사는 신세로서 그 죽음을 애석히 여길 것이 있겠냐"며 곡 하지 말라고 했단다. 이웃 국가와 대등한 관계를 맺지 못한 조선과 달리 일본은 오히려 전국시대의 혼란을 걷어내며 공격적으로 세를 키웠다. 주자의 성리학에 매달린 조선과 달리 이미 원전을 직접 연구하는 '고학'을 통해 시야를 키우고 학문적 다양성을 존중했다. 유럽을 향해 실리적 창을 제한적으로 열어놓고 네덜란드를 통해 필요한 문물만 이기적으로 받아들였다. 이 시기 일본을 살펴보니 외교 전략이 훌륭하다. 무엇보다 열린 나라였다. 필리핀으로 표류한 전라도 홍어장수 문순득이 "다른 나라는 우리와 달라 중국 안남(베트남) 여송(루손) 사람들이 서로 같이 살며, 짝을 지어 장사를 하는 것이 한 나라나 다름없다"고 한탄할 만큼 고립된 조선과 달랐다.

 

역사 탐구를 '민족적 자긍심'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제한하면 곤란하다.궁극적으로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전략을 고민할 때 필요하다. 잘못된 선택과 판단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어떤 전략이 부흥기를 이끌었는지, 맥락을 봐야 한다. 쪽O리 짱O 같이 옆 나라를 비하하며 평화로운 백의민족의 역사에 도취될 때가 아니다.이 대목에서 국정교과서 삼천포로 빠질 뻔 하는 걸 참겠다.. ㅋ  


조선은 일본의 변화를 몰랐다. 명나라에서 청나라로 대륙의 지배자가 바뀌는 흐름도 이해 못했다. 러시아군과 무력충돌할 때도, 그들이 어떤 존재인지 알지 못했으며, 향후 한반도 운명을 좌우하게 되리라고는 더더욱 예견하지 못했다. 러시아와 일본 존재를 과소평가하고 미국 중국 존재를 과도하게 평가하는 바람에 중요한 판단을 그르친 과거는 현재에도 유효한 교훈이다.


그렇다면 섬나라 일본이 중국과 러시아를 위협하며 성장한 배경이 무엇일까. 대표 지식인들을 통신사로 보내던 조선이 속절 없이 무너진 이유는 무엇일까. 일본도 예나 지금이나 완벽한 나라가 아니고, 약점도 많다. 그러나 새로운 기술, 혁신에 촉을 세우는 그 시절 일본은 조선보다 낫다. 명분에 매달리는 대신 실리적 전략이 앞섰다. 외국 서적이 들어오면 몇 년이 걸리더라도 번역해내는 끈기, 시신을 해부하면서도 의학을 탐구하는 열정 등은 각 분야 지식인들이 제 몫을 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조선의 통신사들은 당시 “일본에 주자학 뿐 아니라 양명학, 고학 등 주자의 가르침에 배치되는 학문이 공존하고 유럽 지식까지 들어와 있음을 우려했다”고 한다. 더 큰 세상을 보는 눈이 있었던 것은 조선보다 훨씬 빠른 판단을 가능하게 한 것으로 보인다. 지식정보가 힘으로 이어진 셈이다. 


나만 몰랐던 일본?     


일본의 중세를 끝내고, 철포와 기독교로 대표되는 신기술과 신사상을 들여온 지도자. 오다 노부나가는 일본 드라마나 만화에서나 본 듯한 기분이다. 학창시절 나만 세계사 시간에 졸았던 것이라고 한다면 할 말 없다. 책에서 흥미로웠던 대목인데, 천하통일의 위업 말미에 가신의 급습으로 결국 그가 자결한 것을 놓고 저자는 마키아벨리를 끄집어냈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 제8장에서 "모든 악행을 심사숙고해야 하며, 악행을 행할 경우 한 번에 몰아서 할 것"을 강조했다고 한다. 악행을 되풀이하지 않음으로써 백성들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기 때문. 난세를 평정하는 과정에서 오다 노부나가의 전투가 너무 과했고, 주변 가신의 마음조차 잃었다는 추론이겠지만, 군주론의 저 대목은 여러가지 생각을 낳는다.     


조선 통신사에 대한 한일 양국의 해석도 동상이몽이었다는 걸 몰랐다. 조선은 야만인들의 나라 일본에게 시혜를 베푼 것이라 생각했다고 하고, 나도 그리 배운듯. 그러나 근세 일본 해석은 정반대다. 일본의 번국으로서 조공을 바쳐왔으나 고려에 뜸해졌고, 일본 전국시대 혼란기에 접어들면서 끊기자, 분노한 히데요시가 임진왜란 일으켜 조공사 파견이 재개된 거란 얘기다. 역사야 승자의 해석이라지만 달라도 너무 다르다. 각자 입맛에 맞는 팩트를 기반으로 한 해석한걸까.


임진왜란 당시 일본군 선봉 고니시 유키나가와 가토 기요마사는 각기 크리스트교(가톨릭) 불교(니치렌슈) 신도였다는 사실 관련, 저자의 해석도 주목된다. 저자는 “이들에게는 일종의 종교전쟁”이었다며 “인간은 종교를 내걸었을때 가장 잔인하게 전쟁을 치렀음을 역사는 수천년에 걸쳐 증명한다”고 지적한다. 십자군전쟁 이후, 지금은 IS의 지하드가 벌어지는 시대 아닌가.  



(일본인이 그린 조선 승전도. 울산성 전투도) 


타이완 최초 독자 정권 세운게 중국일본 혼혈 정성공이란 사실도 처음 알았다. 대만의 건국사가 중국과 일본의 당시 국제정세 속에서 어떻게 나타났는지, 같은 식민지 시대를 겪고도 일본에 대한 감정이 다른지, 이제야 어렴풋이 알겠다. 아시아는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특히 임진왜란 이후 '해양과 대륙이 맞선' 시기의 아시아 움직임은 흥미롭다. 최소한 그 시기, 일본은 좋은 리더가 이끌었던 것 같다.


명나라가 망한게 청나라가 아니라, 사실은 농민 이자성 때문이란 것도 기억 안나는 교과서 내용. ‘이자성의 난’ 정도로 들어본 것 같은데 당시 이자성은 변방에서 난을 일으킨 정도가 아니라 북경을 함락시켰다. 이로인해 명 황제는 목매어 자살했다. 이후 만리장성 동쪽 산해관을 지키던 명의 오삼계 장군이 이자성에게 항복하는 대신 청군 편에 선 것은 저자 말대로 ‘세계사를 바꾼 결정’. 사실 어느 나라나 오래된 권력이 부패하고 무능해지면서 반란과 혁명의 역사가 새로운 시대를 열었던 것 같은데. 역사에서 가정법은 쓸데 없다지만, 이자성이 진짜 최종 승리를 거뒀다면 어찌 됐을까.     


알아야 이해하거나 말거나


지난 10월 딸과 후쿠오카 역사 여행을 다녀왔다. 2박3일 내내 박물관과 유적지만 다녔는데, 함께 간 선생님들이 고고학을 비롯해 서양 고전, 중국 금석학까지 쟁쟁한 전문가들이라 진짜 재미났다. 당초 일행의 지도자 역할을 맡기로 한 역사학자 K쌤이 갑작스럽게 동행을 못하셔서 아쉬웠지만, 다른 선생님들의 역사 내공도 장난이 아니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임진왜란을 준비했다는 나고야성. 그 성터 옆 박물관에는 임진왜란 시기의 유적을 전시한다. 일본에게는 전국시대의 영웅만 보여주는게 아니다. 부산에서 오래 살았다는 일본 가이드 선생님은 차분하게 관련 유적과 전쟁을 한국어로 설명했다. 전시물 안내글도 일본어와 한국어로 표기되는 등 전시 내용이 대단히 중립적이란 느낌. 그게 가장 인상적이었다. 어느 한쪽이, 특히 일본이 혼자 대단한 나라였다는 식이 아니라, 두 나라가 전쟁과 상관없이 쌓아온 문화 교류가 어땠는지, 서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보여줬다. 이후 요시노가리 유적공원이나 쿠슈 국립박물관에서 발견한 일본 문화는 내가 잘 몰랐던 이웃나라의 오랜 역사가 간단치 않다는 걸 보여줬다.


일본이 어떤 나라이며 어떤 역사를 가졌는지 이해하는 것은 오늘날 한일관계를 바라보는데 중요한 문제다. 상대방을 비하하거나, 과대평가하거나, 감정적으로 대하는 것은 별 도움이 안될 뿐더러 양국 모두 극단주의자들의 이해관계에 휘말릴 뿐이다. 일본이 한 시절, 강한 나라였다고 해서 모든게 용서되지도 않는다. 제국주의 국가를 모토로 내부를 결속시킨 일본은 다른 나라를 침략했고, 그것을 문명화, 선진화로 미화했다. 위안부 문제는 반인류적, 반인도주의적 범죄였다. 저자는 이 문제에 대해 "제국주의 일본이 조선인에게 저지른 범죄가 아니라 인류 존엄성 훼손 문제를 따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본을 사악한 세력으로 적대하는 방식보다, 인류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방식의 외교 전략이 낫다는 얘기다.


위안부 이슈는 정부간 합의 문서로 '끝'낼 문제가 아니다. 다만 일본이라는 나라를 현 아베 정부가 모두 대변하는건 아니다. 대한민국이 현 정부와 100% 일치하는 단순한 나라가 아니듯. 정부 간 외교 문제와 별도로 민간인인 우리가 일본을 대하는 건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서로를 존중하고 잘못된 역사에 대해 함께 분노하거나, 차분하게 대응할 수 있는 이들이 있을 터. 민간 차원에서 보다 열린 접근이 가능하면 좋겠다. 


그리고.. 개방, 변화에 대한 촉 


책을 읽다가, 몇 몇 언론계 지인이 생각났다. 미국의 1위 온라인 미디어인 버즈피드는 국내 훌륭한 언론인들에게 듣보잡이다. 저널리즘까지 발을 넓히는 스냅챗도 모르는 분이 더 많을게다. 세상의 혁신은 버거울 정도로 빨리 움직이는데, 우리는 잘 모른다. 여야가 어쩌고, 정치 이야기는 온국민 관심사인데, 스페인에서 양당 정치가 깨졌다거나 정치에도 새 바람이 분다는 얘기는 얼마나 알까. 핀란드에서는 기본소득 논의가 구체화되는데, 우리의 주류 공론장에서는 관심이 적다. 몇 백 년 전, 세상 변화에 눈을 먼저 떴던 일본과, 그저 성리학 논쟁과 정쟁에 매달렸던 조선. 그 교훈을 다시 생각한다. 몇 백 년 전보다 변화의 속도는 무섭게 빠르다. 변화에 대한 촉을 놓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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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욘드뉴스> 팩트 대신 이해를 제공하라

소박한 리뷰/비소설 2016. 1. 3. 16:20




아카이브 차원에서 여기에도 올려놓습니다. 

이사 간 브런치 글은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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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무엇을 언제 어디서'가 인터넷에 과다 노출, 싸구려로 전락했다. 그렇다면 저널리즘의 결론이 '왜'를 묻는 것은 수순이다. 선거 결과 보도? 정부 발표 속보? 인터넷과 TV의 몫이다. 다음날 신문은 veiwspaper가 되어야 한다.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 그러나 관점을 전달해주는 것은 익숙치 않은 일이다.

그동안 대세는 ‘퀄리티 저널리즘’이었다. 경험있는 기자들이 현장에서 증언을 수집하고, 기록을 뒤지며, 사안을 확인, 재확인하는 방식. 그러나 <비욘드뉴스>는 이제 ‘지혜의 wisdom 저널리즘’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세계를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독창적 보도에 더해 현안에 대한 지식, 심지어 자기 의견까지 더하라고 한다. Beyond news의 길을 여기서 찾자는 얘기다.


사실 보도냐, 비평과 의견이냐. 

언론은 언제나 불편하다. 귀에 쓴 이야기이니 당연. 미국 독립 무렵, 연방주의자 애덤스는 연방반대주의 편집장의 작업을 테러리즘이라 불렀다. 중국이 반정부 의견을 모두 반테러법으로 잡겠다는 최근 움직임도 역사적 맥락이 있는 셈이다. 애덤스 대통령은 1798년 선동금지법에 서명했다. 많은 연방 반대 편집자들이 기소됐고 감옥에 갇혔다. 그런데 1800년 대통령이 된 토마스 제퍼슨은 연방 반대 편이었다. 그는 연방주의 신문에 더 불만이 많았다고 한다. 정권 교체에 따라 ‘정답’이 달라지다니, 어떤 논리나 주장에 대해 의견을 말하는 것 자체가 위험한 일. 어찌됐겠는가.

“19세기를 거치면서 사실은 저널리즘을 점점 더 지배..미국의 저널리스트들은 비평과 정치적 논평의 중요성을 줄이는데 훨씬 더 열정적이었다. 중도를 지향, 더 많은 부수를 확보했다. 중립성은 구독 취소나 성난 정치인들로부터 보호막이 됐다”

덕분에 19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단순 사실 보도는 기자들이 감당하기엔 너무 저급하다"고 했던 미국의 뉴스들은 단순 사실 보도, 객관성에 소명을 걸었다. 의견은 ‘오피니언’ 지면에 갇혔다. 한 때 기자로 일했던 나도 이렇게 배웠다. 의견이 들어가지 않도록 혹독하게 훈련받았다. 전통 저널리즘의 객관주의는 완벽하게 중립을 지향한다. 여전히 포털 뉴스에 여야 기사가 각 몇 개가 실렸는지 세어보는 방식의 공정성 연구가 이뤄진다.


사실 보도의 편향성, 균형의 불공정함 


어떤걸 보도할지, 또 보도하지 않을지에 대한 판단도 선택이다. 그 선택에 따라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이 만들어진다. 저자는 "20세기 중반 미국 저널리즘은 관점에서 실패, 사실을 쫓아다니며 숲은 보지 못했다"고 비판한다. 전통저널리즘의 객관주의는 완벽한 중립을 지향했다. 그러나, 1000개 중 999개 사실을 골라내는 것도, 어떤 취재원을 인용할 것인지 선택하는 것도 편향성을 드러낸다. 복잡한 정치분쟁에서 녹색당 티파티 대신 민주당 공화당을 택하는 것도 이미 심판. 완벽하게 중립적이지 않다는 얘기다. 


균형? 나치 독일에서 탈출한 이가 TV에 출연, 자기 조국에서 끔찍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할 경우, 반드시 나치 대변인이 나와서 히틀러를 칭찬해야 할까? 실제 우리나라에서도 공정성 심의를 한다. 한 쪽의 주장이 보도될 경우, 반드시 반대편과 균형을 맞춰야 한다. 그러나 쟁점이 벌어졌을 때, 인터뷰 대상을 선택하는 것은 보도의 기본. CBS '김현정의 뉴스쇼'가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신부를 인터뷰했다는 이유로 공정성, 객관성 위반이라는 정부의 제재는 결국 대법원까지 가서 깨졌다. '방통위, CBS 뉴스쇼 항소심서도 졌다' 

저자는 "객관성, 공정성, 불편부당, 균형 등은 때로 기자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않는 핑계"라고 지적한다. 게다가  "관점이나 견해 없이 단순 관찰자 뉴스는 시민들에게 정치적 혐오증을 조장할 수 있다"고 한다. 반면 의견은 시민들을 화나게 만들기도 하는데 "분노한 일부 시민 없이 민주주의가 역동적이고 자연스럽게 작동하는 것을 상상하긴 힘들다"는게 핵심. 의견은 가치를 더하고 시민참여를 도와준다고. 


사실 보도를 앞세우지만, 객관적인 중립이란 건 불가능하며 편향성을 띠게 마련이란 것은 나의 오래된 주장이다. 기계적 중립이 결코 중립적이지도, 균형적이지 않다는 얘기도 마찬가지다. 예전 글 <포털 미디어, 공정성과 중립성에 대한 인식>  에서도 강조했지만, 기계적 중립은 바람직하지도 않을 뿐더러 가능하지도 않다. 


관점을 갖는 뉴스의 방향, 지혜의 저널리즘 


"중요하지도 흥미롭지도 않으며 심지어 무의미한 해석들. 우둔한데다..들을 마음도, 클릭할 생각도 들지않게 하는 완고하고 과열된 의견"이 아마 우리가 지향하는 뉴스의 대척점에 있다. 현실에서 흔히 만나는 뉴스다. 혹평, 편협함, 불굴의 당파주의, 잘못된 추론, 사실이 뒷받침되지 않는 고발. 그러나 이런 뉴스는 잠시 대중을 현혹시킬 뿐 저널리즘이 아니다. 선정적 공격도 문제지만, 제3자를 건조하게 인용, 과하게 몸사리는 '그 누구도 공격할 의도가 없는 밋밋한 성찰'도 문제다.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기 두려워하는 언론은 지나치게 몸조심한다는게 저자의 주장이다. 이는 공공정책 등 중요한 쟁점을 잘 이해하도록 하는데 도움이 안된다고. 


사실을 전달한다는 이유로 밋밋하고 소심한 보도는 독자의 외면만 부른다. 관심을 기울이지 않게 만든다. 이쪽도 저쪽도 다 맞거나, 다 나쁜 놈 같은 보도는 무책임하다. 폴 크루그먼은 "많은 정치 저널리즘은 상황 돌아가는걸 아는 내부자..고위 관료와의 인터뷰가 황금률로 간주된다. 하지만 내부자 특종이 가치가 있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공개 정보를 주의 깊게 분석하는게 낫다"고 말했다. 속보 경쟁 대신 사려 깊고 예리한 분석이 필요하다. 


이렇게 보면, 언론 해먹기 힘들어졌다는게 팩트. 게다가 경쟁 상대는 과거와 비교 불가능한 상황이다. 앞서 지적했듯 '언제 어디서 누가 무엇을'의 팩트는 넘친다. 아마추어들이 사진 찍고, 트윗하고, 블로깅한다. "아마추어들이 저널리즘 영역으로 들어오면서 정확성 신뢰성 공정성 등이 쇠퇴하지 않는지 주의깊게 봐야..하지만 공정하게 말해 인터넷의 민첩한 피드백이 비판과 정정에도 빨리 반응한다"고 했다. 아마추어들의 등장은 유쾌한 민주적 현상이기도 하다. gate keeper 를 자처한 언론인들은 좁고 제한적인 gate 를 설정해왔지만, 이제는 만인의 기자인 시대. 관점도 다양해진다. 심지어 아마추어들은 대부분 사적이익의 지배에서 자유롭다. 사적 이익은 WSJ나 폭스가 더 많이 영향받는다는 지적에는 모두 공감하지 않을까. 


이런 문제 의식 속에 우리가 지향해야 할 저널리즘은 기존 출입처 시스템을 통한 취재 방식으로 얻어내기 힘들다. "뉴스 자체보다 그 의미와 결과를 찾는 지혜의 저널리스트들은 경찰청 보다는 싱크탱크부터 감옥, 거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조직과 지역에서 정책이 어떻게 전달되는지 좀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한다. 출입처 시스템 외에 전통적 채용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에 수긍한다. 누구나 얻는 정보 대신 독창적 관점이 핵심이라면 '제네럴리스트'가 아니라 '프로페셔널'이 되어야 가능하다. 책에서 전하는 '아마추어' 저널리즘의 사례들은 기존 미디어를 매우 부끄럽게 만든다. 이게 오늘날 언론의 맨얼굴이다. 지혜의 저널리즘을 위해 저자가 제시하는 건 5W 대신 5I. 기자들이 깊이 새겨둘만한 제안이다. 

저널리즘은 좀 더 많은 지적인 중량감이 필요. 온라인에서 쉽게 접하는 5W 대신 5I. 교양있고 informed 지적이며 intelligent 흥미롭고 interesting 통찰력 있으며 insightful 해석적인 interpretive 


내 주장을 마구 떠드는게 의견이고 관점이 아니다. 다른 관점에 대해 공정할 뿐 아니라 상반되는 의견에 노출되면서 검증되고 강화되어야 한다. 뉴스에 대한 분석과 해석을 전해주는 저널리즘의 소명. 기레기 시대에 고급진 고민, 혹은 절박한 탐색이다. 

뉴욕대 저널리즘 교수인 저자 Mitchell Stephens 는 언론 역사를 꿰뚫고 있다. 전작 <뉴스의 역사>는 NYT  선정 '올해의 주목할 책'으로 꼽혔다나.  저자의 해박한 해석이 저널리즘 그 자체다. 1장에서는 수 백 년 전의 미국 언론사가 시시콜콜하게 나와서 당황했는데, 곧바로 현실의 고민과 엮어내는 스토리에 빠져든다. 단독 저서 5권에 번역서 8권이나 내셨다는 김익현 지디넷코리아 미디어연구소장의 인터뷰  "객관주의 저널리즘이 언론을 망치고 있다" 도 일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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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후 세계사> 우리가 만들 미래

소박한 리뷰/비소설 2016. 1. 2. 16:36

브런치로 이사했으나.. https://brunch.co.kr/@manya/32 

그래도 아카이브 차원에서 올려두는 


=====


There is no justice in the world. Not unless we make it.

<왕좌의 게임>에 나오는 대사라고 L님이 말했다.

노신의 <희망은 길과 같은 것>이 떠오른다본래 길이 없었다걸어가는 사람이 많으면그것이 곧 길이 된다.

 

<10년 후 세계사>는 미래의 역사가 우리에게 달려있다고 외치는 책이다. 국내 최고의 국제문제 전문가인 구정은 기자가 ‘시대를 관통하는 글로벌 이슈’를 횡으로 종으로 그려냈다. 내 오랜 동료이자 벗이지만 과장 없는 얘기다.

 

우리의 삶은 어떻게 바뀔까.

 

“정규직이 없는 무서운 시절이 온다”는 것이 첫 번째 어젠다. Zero Hour, 즉 최저근무시간 0시간 제도가 이미 등장했다채용계약에 별다른 근무시간을 명시하지 않은채 고용주가 원하는 시간에원하는 만큼 일해주는 ‘5분 대기조’영국에서는 이미 58만명이 넘었단다영국의 사례는 잘못된 일자리 정책이 어떻게 미래를 바꾸었는지 생생한 증거다마가렛 대처 정부 이후영국 노령층은 4분의 1이 빈곤층이란다이는 이탈리아의 5아일랜드의 3영국 아동의 1/5가 빈곤한데 이는 이탈리아의 2핀란드의 6배다

노동조건이 열악해지면 빈곤이 증가하고, 'NO'라고 말하지 못하는 노동자가 늘어나고그렇게 되면 노동 조건은 더 열악해지고빈곤은 더욱 늘고..그렇게 순환하면서 사회가 서서히 붕괴된다

 

저항도 쉽지 않다. 2014년 캄보디아 의류노동자 최저임금은 월 80달러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선 노동자 시위대를 상대로 군대가 발포했다. 5 명의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었다노동이 망가지면 늙어서는 더 괴롭다. UN통계에 따르면 이미 전세게 60세 이상 노인 10명 중 4명이 DKNY(독거노인). 한국의 경우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이 49.6% OECD 평균 12.6%보다 훨씬 높다잘 사는 나라라고 평온하지도 않다.

 

실리콘밸리 새너제이 20분 거리에 '정글'. 미국에서 가장 큰 노숙자 공동체실리콘밸리 중간 소득은 '13 9.4만달러미국 전체 5.3만달러를 훨씬 웃돈다그런데 정작 실리콘밸리 중심지역 샌타클라라 카운티 주민 19%는 빈민

 

국가의 존재 이유

 

국가는 동맹국을 모으거나 이데올로기 강화하고 안보와 애국심을 강조그러나 도시는 시민들의 교육과 문화를 증진시키고 쓰레기를 치우며 버스를 운행하고 상수도를 확보즉 도시가 국가보다 인류와 일상의 문제를 더 잘 해결하는-벤자민 바버

 

저런 시각으로 본 적 없으나 곰곰히 생각할 여지는 있다국가가 납세자를유권자를 보호하는 사회적 계약 관계에서 벗어났다는 지적은 여기저기서 제기된다.


2014년 6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조직이 이라크와 시리아 일부를 점령하고 IS 건국 선포 뒤 가장 먼저 한 일은 이라크 북부 모술 댐을 장악한 것. 물부족에 가뭄에 시달리는 현지에서 댐이야 말로 최대 무기..  

 

물을 장악해 지배자로 군림했던 매드맥스가 현실이라니ㅠ

 

세계 인구 80% 재산이 전세계 부의 6%. 전세계에서 학교 문턱 한 번도 넘어보지 못한 아이들 5700만명특히 아프리카 최빈국들은 분쟁의 덫천연자원의 덫나쁜 이웃을 둔 내륙국가의 덫,작은 국가의 나쁜 통치라는 덫에

 

국가는 자원을 팔아 달러를 모으고그것으로 무기를 사서 통치한다3세계에 흔한 모델이다.국가간 이합집산도 그다지 아름답지는 않다착한 나라는 없는건가.

 

3대 기부국 미국 프랑스 일본은 자국 이해관계 원조로 악명 높다. 미국은 우방인 이스라엘 이집트 사우디에 '군사원조'라고 무기 팔고. 일본은 유엔 과거사 이슈 등에 일본 뜻에 동조해 표를 던질곳 원조. 프랑스는 옛 식민지국가 규합용

 

아이티는 1804년 세계 최초로 흑인 공화국그러나 프랑스는 곱게 물러나지 않았다. '식민지 졸업 대가', 프랑스 농장주들이 포기한 땅과 노예에 대한 보상 요구. 9천만 프랑(오늘날 약 1.5조원)..이 부채로 아이티는 완전히 피폐해졌다


올랑드는 '15 5월 프랑스 대통령으로 처음으로 아이티 방문. "우리가 과거 아이티에 한 행동에'도덕적 부채'를 느낀다과거를 바꿀순없지만 미래를 바꿀수있다"고 연설가해자인 프랑스는 쉽게 미래를 얘기하지만 아이티 과거는 현재의 고통

 

열강들의 오늘과 내일

 

중국 경제의 연착륙 경착륙 말은 많지만그래도 망할 일은 없다경제는 굴러갈게다그렇다면 정치사회는 어떨까최근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물론 민감 사안에 대해서는 정부 허락 없이 SNS도 함부로 올릴 수 없는 반테러법이 통과된 나라다. 2009년 위구르족과 한족 노동자가 충돌위구르족이 2명이 숨졌다이는 한족 100명을 살해하는 폭동으로 번졌고진압 과정에서 살해되거나 처형된 위구르인이 1만명을 웃돈다대륙의 스케일! 2014 11월 현재 이런저런 이유로 구금된 변호사만 300명이 넘는다.

시진핑 주석은 '부패와의 전쟁' 2년만에 공직자 18만명을 낙마시켰다장차관급 55명이 사법처리됐다해외도피 부패사범을 잡는 여우사냥에도 착수했다대륙의 스케일그러나 적당히 봐주고 있었다는 반증이고적당히 일벌백계하지 않을까.

 

미국도 역시 미국이다알프레드 맥코이라는 전문가는 미국의 몰락은 생각보다 빨리 2025년쯤 올 것이라며 아마도 미래의 역사가들은 2003년 부시 행정부의 분별없는 이라크 침공에서 몰락이 시작됐다고 평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고 한다군사 놀음에 경제 방치 우려한 건데 2010년 예측이다지금 미국은 디지털강국정보제국주의의 위세가 느껴진다.

오히려 팍스아메리카나 3.0? 셰일가스 혁명 주목석유 총생산량이 아랍에미리트연합 쿠웨이트 넘어서..세계 1위 산유국미국이 중동에 개입하던 석유개발 이권 가치가 조금씩 사라지는반면 중국이 석유 최대 수입국..

 

고통은 계속된다.

 

전쟁 자체가 국가 대 국가 싸움이 아니라 무장집단 분쟁으로..'전쟁의 탈규제화'. 용병과 '전쟁의 민영화'가 이를 부추기고 잔혹성을 더하게 만든다그러나 중요한건 용병의 인력풀인 '좌절한 젊은이들을 양산하지 않는 사회체제'로 가는일

 

이민자혹은 무슬림이 나쁜게 아니라 배타적 사회에 뿌리내리지 못하는 이방인경제적 소외에서 출구가 없는 이들이 문제가 된다누구나 희망을 필요로 한다그걸 만들어주는게 정치경제.

 

냉전 후 민주주의 승리를 믿은건 오만함고대 아테네 외 2천년간 민주적 정치체제는 없었다플라톤은 민주주의를 최하층 시민들이 제 분수도 모르고 남의 자리를 넘보도록 고무하는거라고. 167개국 조사에서 완전한 민주주의는 24개국뿐

 

그래도 현재까지 등장한 체제 가운데 모두에게 평등한 한 표를 부여하고최선 혹은 차선을 찾는 제도라 여겼건만그 조차 쉽지 않다선거민주주의는 자본이 삼켜버렸고민주주의를 지켜내는 미디어는 많은 나라에서 휘청거린다.

 

1930년대 처음 출현한 에이즈. 1980년대 미국 유럽까지 전염된 뒤에야 치료제 개발 본격화. 1975~2004년 개발된 1500여 신약 중 단 10개 만이 아열대성 질병 치료제. 나머지 신약은 모두 당뇨 암 비만 등 서구형 질병용

 

자본이 민주주의나 미디어에 미친 해악은 그렇다치고이렇듯 사람 목숨도 가볍게 만든다이 같은 경향에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는다면 불공정한 힘의 불균형은 10년 후 더 나빠질 수 밖에 없다우리는 다양한 이슈에서 균열과 갈등을 목격하고 있다누군가혹은 국가가 나서서 해결해줄 테니 가만히 있으라고 한들불안함이 달래지지 않는다우리 모두의 문제이고우리가 길을 새로 내야 한다.

 


어른과 아이 모두에게 강추세계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고 10년 후를 우리가 어떻게 만들어야할지 생각을 키워주는십수년 국제 문제 다뤄온 내 친구 @ttalgi21 니까 이렇게 쓸수있다저자 사인 자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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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절망 불편한 희망> 메모 중

소박한 리뷰/비소설 2016. 1. 2. 02:11

 


익숙한 절망 불편한 희망

저자
다니엘 튜더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5-06-08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좌파도 우파도 없는 이상한 한국 정치 절망 중독 사회에서 무엇을...
가격비교


완독을 못했다. 끝까지 읽고 싶은 책인데. 




미국의 로비활동은 연간 30억 달러 규모. 미국서 가장 문제가 많은 산업이 금융과 의료 분야. 기생충 같은 이 두 산업의 로비규모(연 약 5억 달러)가 가장 큰 것도 우연이 아니다. 의료비용을 올리고 공익을 저해하며 대마불사 은행에 풋옵션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시민의 의식 수준에 걸맞는 정치인을 갖게 마련. 물론 한국의 경우, 매우 높은 평균 근로시간 때문에 시민들의 정치 참여가 쉽지 않다 <익숙한 절망 불편한 희망> 정치인들의 쇼가 실제 먹히는 현실 비판. 정보비대칭+실질문맹률 심해지는


얼마든지 별개의 문제일 수 있는데 '종북'과 '좌파'를 묶어 '종북좌파'로 싸잡는 행태는 더 비열. 손쉽게 공격하는 비열한 수법은 또 있다. 한국 보수층에게는 특권층의 희생으로 다수의 국민을 이롭게 하는 것이 모두 '포퓰리즘'이다. >


전세계 어느 곳이나 젊은 유권자에 비해 노년층 투표율이 높다..한국에서는 정치, 특히 '진보'에 환멸을 느끼는 젊은이들이 늘면서 젊은 층 정치참여율이 저조..유일한 방법은 전면적인 전략 수정 뿐. 진흙탕 대신 긍정적 체계적 정책 도출로 


공산주의 사고방식 때문이지! 386이 종북 핵심. 386이 사라지면 살기 좋은 나라가 될 것. 386에게 투표권이 있다는게 안타깝다. 노조가 허용되는 현실 개탄스럽다 <익숙한 절망 불편한 희망> 저자 등 외신기자들에게 모 장관 만찬 발언이라고. 와우


한국에 있는 외신기자라면 누구나 놀라는 것이 있다. 바로 명예훼손법이다. 한국에서는 사실을 적시해도 소송당할 수 있다는 점을 받아들이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걸린다.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지 피고가 증명해야. 매우 주관적 판단 


어떤 은행이 법규를 어기는데 그 은행장이 나를 고급스러운 골프장에 데려가서 각계 인사를 소개시켜준 지인이라면 어떻게 그를 조사하고 비판하는 기사를 쓰겠는가 <익숙한 절망 불편한 희망> 반나절 고급 취재원과 함께 하는건 유혹적이나, 안 하는게 맞겠죠..


노동당이든 보수당이든 옥스퍼드 대학 출신에 싱크탱크 거치거나 의회 연구원 등을 지내고 윗선에 잘 보여 공천받아 국회의원이 된 사람들로 가득. 표면상으로는 민주주의 전통 잇는듯 하지만 학연이나 충성도에 따라 당의 선택 받는건 중국과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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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투원> 트윗 메모

소박한 리뷰/비소설 2016. 1. 2. 00:34


완전경쟁 시장의 기업은 현재의 이윤에 너무나 몰두한 나머지 장기적 미래에 관한 계획을 세울 여유가 없다..창조적 독점기업들은 단순히 나머지 사회에도 좋은 기업이 아니라,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는 강력한 원동력이다-<제로투원> 자본권력이 선량하다면

"행복한 가정들은 모두 비슷.불행한 가정들은 모두 제각각 이유로 불행"-안나카레리나. But 비즈니스는 정반대. 행복한 기업들은 다들 서로 다르다. 독특한 문제를 해결해 독점을 구축했기 때문. 반면 실패한 기업들은 한결같다. 경쟁을 못벗어난<제로투원>


경쟁은 하나의 강박관념, 이데올로기. 우리의 사고를 왜곡한다. 우리는 경쟁을 설파하고,경쟁은 필요한 것이라 뼛속깊이 새기며, 경쟁이 요구하는 것들을 실천한다.그리고 경쟁 속에 갇힌다. 경쟁을 더 할수록 우리가 얻는 것은 오히려 줄어든다.-<제로투원>


잡스가 디자인한 가장 위대한 작품은 그의 사업. 새 제품을 만들고 유통시키는 명확한 장기적 계획을 상상하고 실행했다. 잡스는 줄곧 꼼꼼한 계획을 통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 포커스그룹의 말을 듣거나 다른 성공을 모방할 생각은 없었다-<제로투원>

서로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들과 왜 함께 일하는 걸까?..장기적인 미래를 함께 그려가지 않는 사람들과 일하며, 우리의 가장 소중한 자산인 시간을 써버리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제로투원> 단단히 엮인 관계, 실제 즐겁게 함께 일할 수 있는 이들을 채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