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책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땅거미가 질 때부터 동틀 때까지의 밤시간을 오로지 독서만 하면서 보냈고 새벽부터 어두워질 때까지의 낮 시간에도 독서만 하면서 보냈다. 이처럼 거의 잠을 자지 못하고 독서에만 열중한 탓으로 결국 그의 뇌는 빈사상태에 빠지게 되었으며, 마침내는 이성 능력마저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는 자신이 읽는 모든 것, 즉 마법, 싸움, 도전, 부상, 구애, 사랑, 고통 그 밖의 온갖 터무니 없는 상념들에 모든 정신을 빼앗겨 버렸다. 그는 상상의 세계에 너무 깊이 빠진 나머지 자신이 읽는 모든 환상적 요소들이 사실이라고 믿게 되었다.... (세르반테스 <돈키호테>에서)
"돈키호테에 나오는 구절인데, 여기서 '책'을 '인터넷'으로 바꿔보세요"
2011년 6월. 한국지역정보화학회 학술대회 '디지털 미디어 혁명과 정보화 역기능' 세션에서 한국정보화진흥원(NIA) 김봉섭 연구원은 이렇게 제안했다.
책 중독에 빠진 괴짜, 돈키호테에 대한 비난은 고스란히 인터넷 중독자에 대한 것으로 읽힌다. 새로운 매체가 등장할 때마다 각종 '폐해'에 대한 논란이 이어졌다고 한다. 처벌도 대단했다.
예컨대...
1631년 인쇄업자가 ‘not’이라는 단어를 잊어버려 십계명
중에 “간통을 해야 한다”고 (Thou shalt commlt adultery)로 인쇄했다가…
그 인쇄업자는 평생 임금인 300파운드 벌금형에..11개
사본 외에는 모두 파기됐다거나…
“인쇄술이 발명되고 문자로
쓰인 책이 대량으로 유포되자 인간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지기 시작했다”는 헝가리 벨라 발라크의 말,
“과도한 TV시청은 독서를 기피해 '잃고쓰는 능력 결함'증상의 증가를 가져온다”는 뤼빙겐대 소아정신병학 교수 말이나..
어떠한 종류든 미디어를 통해 지식과 정보에 대해 대중이 더 많이 알게 되는 것이 위험하다는(?) 신호로 해석, 막고 차단하고 비난한게 사실 예리한 것이었을까?
역기능 논의의 역사...를 두루 살피신 이 분의 결론은 "정보윤리 교육 잘 하자"였지만, ^^;;; 하여간에.
뒤늦게 이 내용을 정리하는 것은,
그리고, 역기능..말 나온 김에.
인터넷은 허위와 비방, 쓰레기 같은 정보로 가득 차 있다....고 잘난 일부 언론은 입에 거품을 물곤 했다. 인포데믹스(정보전염병)의 폐해를 줄여야 한다고, 대통령까지 언급할 지경이었다. 그래서 역기능 예방 조치, 폐해 방지 대책..을 많이들 연구하셨다. 돈키호테 이야기도 결국은 그래서 나왔다.
하지만, 인터넷을 경계하고, 폄하하고, 역기능 예방만 고민한 것이...세상을 잘못 읽고, 전략적 실패(?)로 몰아간 주범 아닐까. 잘난 언론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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