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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리뷰/비소설

<숲에서 자본주의를 껴안다>자연에서 혁신이 나온다



숲에서 자본주의를 껴안다

저자
모타니 고스케, NHK히로시마 취재팀 지음
출판사
동아시아 | 2015-07-29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2014 일본 신서대상(新書大賞) 1위, 일본 40만 부 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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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순환이 모든 걸 결정하는 이른바 머니자본주의는 지속가능할까? 대체재가 아니라 보완재로서 산촌자본주의가 등장했다. 돈이 부족해도 자연에서 에너지와 식량을 얻는 삶이 궁극의 보험이 될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조금 과격하다 싶은데, 이 책이 40만부 팔린게 더 놀랍다.

 

저자는 일본의 방송인. 특집 프로그램으로 산촌 취재 다니면서 책을 쓴 듯. 산촌이란 단어도 정겨운데, 그냥 산동네다. 일단 일본 마니와시. 제재소에서 나오는 쓰레기 나무껍질과 나무토막, 톱밥을 태우는 발전설비가 반전의 무기다. 공장 전기 100%를 충당해 연 1억엔을 절약하고 남는 전기를 전력회사에 팔아 연 5천만엔 수익을 거뒀다. 마니와시 전력 11%가 이런 나무 에너지(바이오매스)를 비롯해 풍력 등 자연에너지란다.

 

이런 움직임은 당연히 해당 지역의 공동체가 만들어낸다. 고령자(高齡者) 대신 빛나는 연령대의 삶의 명인이라는 광령자(光齡者), 시민(市民) 대신 의지를 가진지민(志民)이라 스스로 칭하는 이들이 주역이다. 정부와 정치권에만 맡겨두지 않고 지역 사회를 위해 스스로 나서기 시작했다. 돈 버는 것으로는 도저히 도시를 이길 수 없지만, 돈을 쓰지않고도 풍요로운 생활이 가능하다면 오히려 산촌과 지방이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다.

 

산촌 취재는 오스트리아로 이어진다. 오스트리아에서는 산림 소유자의 숲 관리 및 교육을 의무화하면서 임업 자체가 3D에서 벗어났다. ‘고도로 전문적인 지식이 요구되는 멋진 직업'으로 이미지가 바뀌었다고 한다. 그저 산의 나무를 베기만 하면 되는 시대가 아니라 경제도 알아야 하며 생태계 지식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제재소 발전소의 모델로 추정되는 오스트리아 귀싱. 저렴한 가격으로 안정된 전기를 얻고자 13년 간 50개 회사가 귀싱으로 찾아와 1100개의 일자리가 생겼다. 4천명 인구의 4분의 1. 조세수입은 4.4배 증가했다고 한다.

 

직각으로 겹친 CLT 목재는 2000년쯤 등장했다. 강도는 철근콘크리트 수준. 지진에도 강하고 화재 실험에서 60분이 지나도 불이 번지지 않는단다. 오스트리아는 CLT 9층 건물 건조까지 허용했다. 일본은 물론 아직 규제가 못 쫓아간다. (우리는 말 할 것도 없고) 너무 신기해서, 바로 검색했다. 이런 건물들이다. 튼튼하고 큰 불이 나지 않는 목재건물이라니!

 



왜 이런 시도들이 이어질까? 질문이 잘못됐다. 이런 시도 없이 어찌 버틸 수 있을지 물어야 한다.

 

거품경제 붕괴 후 20년 동안 약 300조엔 경상수지흑자. 그러나 저축만 되고 국내 소비로 이어지지 않았다..한편 해외에 지불하는 연료비는 매년 증가. 20년 전 연간 5조엔 미만이었으나 세계 자원가격 상승으로 지금은 연 20조엔

 

발매 2년 내 사라지는 히트상품 비율 52%. 90년대엔 8%. 연구개발 몇 년 걸려 새로 나온 상품이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기간 1.5. 70년대엔 개발 후 25년 버텼다. 일본기업의 무모한 신제품 경쟁은 조직과 인재를 피폐하게 만들었다.

 

향후 50년 동안 노동자 한 사람의 소득을 2배로 끌어올리지 못하는 이상 내수는 계속 축소될 것. 일본의 구조개혁은 '임금인상이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의 확립'이지 임금인하로 당장의 이익을 확보하는 대신 국내시장을 파괴하는게 아니다

 

이런 상황이면 다른 시도가 나올 수 밖에 없다. 리먼 사태 계기로 맨해튼에서 등장한 New Normal개념. 더이상 지속 성장을 전제로 투자 기대할 수 없다는 인식이다. 동일본대지진 이후 일본도 빠르게 변하는 모양이다. 명품 보다 유대를 확인하는 소비, 소유가치보다 사용가치가 주목받기 시작했다고 한다.

 

인재들이 회사를 그만두는 현상도 트렌드. 연수입이 절반 또는 3분의 1로 줄어드는걸 개의치않고 지역으로 가고 있다. 창업을 고려하는 청년들 의식조사에서는 5명 중 1명이 농업이나 어업 같은 1차 산업에 도전하는 것을 고민한다고. (, 이 조사 신뢰할 수 있는걸까 싶을 정도)

 

최근 도쿄 긴자 빌딩 옥상에서는 지역 유지들이 만든 비영리단체가 꿀벌을 기르고 있단다. 근처 가로수나 히비야 공원의 꽃에서 따온 벌꿀은 긴자의 오리지널 지산지소(지역) 상품으로 인기라고.

 

글로벌 사회를 약육강식 생존경쟁 정글로 보는게 오해. 정글은 강자만 존재하는 세계가 아니다. 백수의 왕 사자부터 작은 동물들, 초목, 나아가서 박테리아까지 존재. 나름의 개성과 기능을 가지고 생태계를 유지. 이게 글로벌 시대

 

책이 좀 아기자기한 취재랄까, 호들갑스러운 감탄사 사운드가 지원되는 마냥 일본 특유의 느낌이 든다. ^^ 그러나 발상의 전환을 그저 가볍게 보지 않는 것은 우리에게 선택지가 많지 않다는 생각 때문이다. 약육강식 대신,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생존을 도모해야 할 때가 아닐까. 연평균 1% 근로자가 줄더라도, 연평균 1% 인건비를 인상, 급여총액을 유지한다면 경제 쇠퇴를 막을 수 있다는 디플레이션 해법 등에도 진지하게 귀를 기울이게 된다. 여성과 청년 취업을 촉진, 급여 수준이 올려 돈을 벌게하는게 디플레이션 탈출 방법이라 단언하는데 어찌 그렇지 않겠나.

 

재생가능 에너지에 대한 불신을 탓하며 제주를 사례로 드는 것도 눈길을 모은다. “이웃나라 한국에서는 제주도라는 큰 섬 전체를 실험장으로 만들어 경쟁자를 이기기 위해서 나라 전체가 하나가 되어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노력하지는 못할망정…” 한국을 재생에너지 경쟁자로 봐주다니, 제주 덕분이긴 한데ㅎㅎ 아마, 국내 사정에 내가 어두운 모양이다. 이 정도인지 몰랐다. 일본과 이런 걸로 경쟁하며 사이좋게 아이디어를 나누고,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나간다는 상상은 괜찮은 느낌. 최첨단 현란한 기술이 아니라도 더 근사한 혁신이 나타날지 모른다. 이 시대에 더불어 살아남기 위해 우리가 상상해야 할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