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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리뷰/비소설

<어쩌다 어른> 어쩌다 이렇게 사랑스러워진게냐



어쩌다 어른

저자
이영희 지음
출판사
스윙밴드 | 2015-02-05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어쩌다 어른]은 꿈은 원대하고 마음은 이미 대업을 이루고도 남...
가격비교


트윗 올린 것만 간단히 메모... (올려두려다 거기에 약간의 코멘트를 더합니다ㅎㅎ)



쫌 아는 후배 영희씨 책 <어쩌다 어른> 풍문은 들었지만 몹시 재미나서 간만 출근길 도어투도어 워킹독서 완독. 30대 싱글 온니들 책인가 하여 괜한 자격지심에 미뤘던게 부끄럽. 독보적 덕후 글쟁이 기자 답다. "웃겨 죽는줄"까진 아니고 계속 큭큭낄낄ㅎ (이것이 그냥 결론 요약입니다. 반 남은 거 엘리베이터 기다리면서 읽기 시작해 사무실 제 자리에 가방 놓으면서 끝. 눈을 떼지 못했을 뿐더러, 실없이 웃으면서 봤다는)


지금 나에겐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꿈 같은게 남아있긴 한 걸까..꿈을 잃은 어른이 되어버린게다. 그래도 아직 좌절할 이유는 없다. 포기할수없는 꿈을 찾아내는 걸 나의 꿈으로 하지 뭐. 계속 새로운 꿈을 찾아가는 어른, 그게 나의 장래희망<어쩌다 어른> (아마 이것은 거의 모든 어른들의 이야기. 혹은 아이들에게도 꿈이 무엇이냐고 묻기 힘든 시대의 최소한의 배수진이 아닐까요)


고백하자면 친구들을 질투하던 때도 있다. 두려워서였다. 그들이 너무 잘될까봐. 나보다 훠얼씬 반듯한 사람이 될까봐. 너무 행복해져서 나의 결핍을 더이상 알아보지 못할까봐...나이가 든다는건 조금쯤 멋진 일..나는 결국 그들의 행복을 진심<어쩌다 어른> (이렇게 써놓고, 뒤에 또 시샘하는 스토리가 나옵니다.ㅎㅎ 그래도 나이들면서 이런 것에 조금 여유롭고 둔해지는 건 분명. '아이고 의미 없다'며 대충 웃고, 진심으로 '좋은 일'을 함께 기뻐하는 즐거움이 커지는 것 같아요. 근데 영희씨가 정말 이 수준으로 나이가 들었단 말인가요?ㅎㅎㅎ)


일도 사랑도, 페이스대로 찬찬히 음미하며, 많이 웃고 친절히 다독이며, 그렇게 하루하루 지나가기. 안다. 쉽지 않다는걸. 하지만 천재도 수재도 아닌 내가 그리고 당신이, 지독할 정도로 시비를 걸어오는 이 삶을 미워하지 않고 무사 통과할수<어쩌다 어른> (140자에 쓰느라 잘렸지만.저러지 않고서야 어찌 버티겠냐는 말, 그냥 그게 인생. 단단하게 나를 붙들고 내 중심과 속도를 찾고. 시비 거는 삶에 일희일비하며 찬찬히ㅎㅎ 제 모토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모두 비슷한 생각으로 수렴될 겁니다. 그렇지 않고서야ㅎㅎ 별 수 있나요)


세상은 자주, 내가 원치 않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하루는 고되고, 희망은 흐릿하다. 이런 일상, 사소한 취향과 실없는 농담이 우리를 구원한다고, 나는 믿는다. 남들 웃기는 귀한 재능은 타고나지 못했지만 웃음의 역치가 낮아 쉽게 웃음.. <어쩌다 어른> (이 대목에서 저도 매우 공감. "그리하여 나의 웃음 탐닉은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남들 웃기는 귀한 재능은 타고나지 못했지만, 웃음의 역치가 매우 낮아 시시껄랑한 농담에도 쉽게 웃음이 터지는 재능만큼은 출중하니, 웃음으로 구원될 복된 세상의 기쁜 백성으로는 자격이 충분하지 않은가 생각하며"라고 마무리 된 챕터. 제가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었던, 아니 나는 가지고 있지 않으니 물려준다는 어휘는 적절치 않고ㅎㅎ 그냥 가졌으면 하는 덕목이 유머코드. 명랑함 만이 이풍진 세상을 버텨낼 힘이 될 거라 믿어서요. 한편으론 제가 '쉬운 여자'라는 걸 뿌듯해하는 것도 같은 맥락. 쉽게 빵 터지고, 쉽게 감동하고, 쉽게 몰입하고, 화가 나도 쉽게 풀려요. 그래서 버티는거 같다고 생각해왔어요ㅎㅎ)


"영희씨는 너무 손이 안 가. 어디에 갖다 놔도 걱정이 안돼. 그게 문제라고" 아 그런 것이었나. 나는 '손이 안 가는 여자'였던 것인가. 정녕 그것이 문제였더란 말인가..도도해야 할때 애처롭고, 애처로워야 할 때 도도했던..완전체 오해<어쩌다 어른> (아놔.. 이 부분 조금 더 인용합니다. 소설가 다나베 세이코의 <서른 넘어 함박눈>이라는 책에 이런 구절이 있다. "혼자 산다는 건 어렵다. 오해받기 쉽다. 고영오연(외롭고도 도도한 모습)하게 살지 않으면 모욕을 당한다. 그러나 또한 어딘지 조금 애처로운 데가 없으면 얄밉게 보인다. 그러나 또한 너무 애처로운 티를 내면 색기가 있다는 말을 듣는다. 그 균형이 어렵다" .. 영희씨도 도도함과 애처로움 사이의 균형이 어렵다고 하지만.. 저거 잘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신기. 뒤늦게 알고보니 저도 '손이 안 가는 여자', 뭐 접근하기 어려운 여자였다는 소리를 꽤 들어서ㅎㅎ 그러나 모든 이들은 다양하고 반대되는 성질을 다 갖고 있게 마련이라 믿어서 모두에겐 나름의 적절한 균형점이 있다고 믿어요. 그리고 이 나이 쯤 되면 남들이 어찌 생각했다는 건 후일담이고.. 그냥 제 멋대로 사는걸 알 때죠. 


약간 자학개그에 가까울 정도로 스스로를 낮췄지만 그녀는 언제나 쿨하게 반짝반짝 했던 아가씨. 사소한 불안과 욕망을 달래온 노하우를 털어놓고 있는데 비급이라 생각될 수도 있고, 어, 나랑 비슷하게 살아내고 있는 구나 싶을 수도. 알아서 잘 살 것 같으니 가끔 기운이나 서로 나누면 좋겠고. 일단은 너무 재미난 책이었다고 꼭 꼭 전해주렵니다. 지적 혹은 물적 허세 혹은 허영으로 써내려간 책들과 다르네요. 그래도 소싯적에 만난 후배다보니.. 멋지고 예뻐요. 만나면 얘기해줘야겠어요. "어쩌다 이렇게 사랑스러워진 게냐" ..오마이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