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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언론에 대한 '정답'을 깜빡했나.

"당시 네티즌들 미웠어요. MBC PD수첩 광고주지 말라니. 진실 보도하려는데 왜 입을 막으라 하나..그런데, 이 네티즌보다 더 미운 사람도 있었습니다. 주변의 동료들입니다. 당시 주요 일간지 등에서 일주일 내내 중계보도했습니다. 수요일 광고가 12개에서 8개로 떨어졌다, 목요일 드디어 6개로 떨어졌다. 일요일에는 끝내 광고 하나도 안 남았다...광고압박 사이트 주소까지 알려주는 친절함을 보여줬죠."

2년여전 황우석 보도로 지옥과 천당을 오갔던 당시 'PD수첩' 한학수 MBC PD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미웠다'는 고백이 차분한 이유는...그가 당당하기 때문이다. 계속 들어보자. 2일 언론학회 주최 '광우병 파동에서 나타난 언론의 자유와 한계' 긴급토론회.  한 PD의 이같은 발언이 나오기 직전, 같은 토론자로 참석한 김종배 인터넷 저널리스트는 이렇게 말했었다.

"지금 광고불매운동 규탄언론이 언론 자유 수호 위해 PD수첩 편든 적 있나요? 아닙니다. 자기 언론사 언론 자유는 중하고, 남의 언론 언론 자유는 내팽겨쳐도, 무관심해도 되는 편의적 가치인가요."

한 PD 이전에 토론자로 나선 중앙일보 관계자는 이번 불매운동이 정치적 견해를 달리하는 신문에 대한 탄압이라고 말했다...

다시 한 PD로 돌아가자.

"당시 PD수첩팀과 MBC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 이것을 일일이 대응하는건 바람직하지 않다, PD수첩, 영향력 있는 프로그램이다, 4의 권력이다, 언론은 그런 위치에 있고 사회적 책임 있다. 이 문제 관련, 시청자들이 우리 반대할 수 있고, 광고로 저렇게까지 하구나. 섭섭하지만, 주요 일간지와 일부 방송이 이를 경마식 보도하고 격려하는 구나
.' 진실보도가 문제 해결 방법이라 생각했습니다.....지금도 MBC 당시 보도 잘못됐다고 하고, 비난하는 분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작은 매체도 아니고, 한국의 책임있는 주요 언론사라면, 우리가 만든 프로그램에 대해 혐오하거나 불만있거나, 일일이 대응하지 않는 것, 진실을 보도하면서 신뢰회복하는 것이 '정도'라고 봅니다."


조곤조곤 흥분하지 않는 한 PD 목소리. 우리가 잊고 있던 '정답'을 꺼냈다. 언론이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거나, 특정 이슈에 대한 이견으로 독자들의, 시청자들의 반발을 산다면....그래, 그럴 수도 있는거다. 그리고 신뢰 회복을 위해 진실 보도에 더욱 힘쓰면 되는 거다. 힘있는 언론일수록, 외부의 권력, 혹은 어느 세력과 대놓고 맞짱뜰 때 스스로 힘을 헤아리면서 '정도'를 가야하지 않겠나.

그리고 현재 PD수첩에 대한 검찰의 수사. PD수첩이 실수를 했던, 국가혼란을 야기한 대역죄를 지었든...한PD 말대로, 벼락맞을 확류를 갖고 뭐라했다, 과장했다고 하는데...."벼락맞으면 사람 죽는다. 그래서 PD수첩은 벼락맞으면 죽는다는 것, 광우병 걸리면 죽는다는 것, 그리고 협상에 대해 너무 양보한게 아니냐 하는 문제의식으로 경고했다"고 한다.

농림부가 언론중재 갈 수도 있고, 중재 결과 맘에 안들면 법대로 법원 가면 된다. 그래서 이미 남부지원에서 심리 시작했단다. 그런데 검찰 수사 의뢰라.

"영혼도 없다는 공무원들에게 지켜야 할 명예가 있나 싶네요." (이 지적, 아플게다..)

이제 검찰은 원본 공개, PD소환 요구할 것이다. 그런데 언론이란게 그렇다. 믿고 정보를 제공했는데 취재원을 밝혀? 검찰이 달라고 하면 줘? 그럼 어떻게 믿고 언론을 상대하나. 이같은 논리로 SBS도 신동아도 싸웠다.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에 맞서...기자들이 스크럼을 짜고 몸으로 막았다.

"PD수첩이 그나마 맷집이 있어요. 그건 권력과 타협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맷집입니다. 그동안 어떤 권력과도 PD수첩이 좋은 관계 유지한 적이 단 한번도 없어요. 그래서 맷집 생겼고,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겁니다. 이런 PD수첩에 대해 검찰이 프로그램 보자, 우리가 판단해보겠다
그리고 PD수첩 PD들이 소환되서 원본 갖다주고 하면PD수첩마저 저렇게 당하는데, 어느 언론이 정책에 대해 목소리를 내겠습니까."

최소한 동아일보는 지난해 신동아 기자의 최태민 관련 보도에 대해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갖고 쳐들어왔을 때, 어떻게 대응했나를 돌아봐야 한다. 기자들이 2교대로 며칠을 지켰다. 취재원 못 밝힌다는 이유다. 아무리 입장이 다른 남의 회사라지만, 검찰의 언론 수사를 부추기지 말란 얘기다. PD수첩 수사하라고, 한바닥씩 도배질 하는 것은 명백히 일부 언론의 지면 사유화다.

'언론탄압'은 툭하면 써먹는 전략이 아니다. 진실 보도를 위해 명예를 걸고 뛰다가....진짜 권력과 맞붙어 싸울 때 하는 얘기다. 이날 10명에 육박했던 토론자 중에 한 PD 발언들부터 일단 정리하는 건, 그의 말속에...누구나 알고 있지만, 잊고 있던 '정답'이 많기 때문이다.
 

(2008. 7.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