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신성가족> 정의구현을 위해 계란이라도 던지자(2009)

소박한 리뷰/비소설 2014. 9. 20. 10:10

 


불멸의 신성가족

저자
김두식 지음
출판사
창비 | 2009-05-22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최후의 성역 법조계 최초 심층 인터뷰! 대한민국 법조계는 지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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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원세훈 판결 뒤 '보이지 않는 손'> 이란 김의겸 선배 칼럼을 읽고.

존경하는 모 판사님이...다 소설 같은 이야기라 했다. 동의한다. 소설같은 이야기다.

다만 요 대목은 나는 믿는다. 일반론으로서.


"
그렇지만 적어도 '튀는 판사'가 앉을 가능성은 없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어느 조직에서나 인사권은 중력의 법칙만큼 막강하다. 궤도를 따라 행성이 태양을 돌듯이, 지시가 없어도 조직원은 인사권자의 의중을 살피게 되는 법이다."


인사가 만사. 방송을 비롯해 언론사도 저 대목에서 다양한 소설들이 많이도 쏟아졌으니. 기업인들, 공무원 조직인들 다를까.


의중을 살핀다는 표현은 그러나 역시 거칠다. 소설 같다. 나는 그저 시대적 흐름을 감안할 수도 있다는 정도로 순화해본다.

그런데 소설 하나를 더 들었다.

"K교육감 사건 재판장이 최소한 6개월을 승진 못하고 헤맨 것을 보면 형사 재판장 입장에서 다 된 밥에 코 빠뜨릴 필요 없고 등등... 그런 마음이 0.01%라도 없기는 어렵겠죠. 모두 소설~"

아무도 알지 못할 이야기가 때로 단순할 수도 있는걸까. 소설 같은 시절이다.

 

==============> 여기까지가 며칠 전 단상. 그리고... 생각난 김에 옛날 리뷰 하나 또 퍼나른다. 김두식 쌤의 명저 <불멸의 신성가족>. 2009년 리뷰다.


 

#1. 
A
변호사는 인권변호사다. 수임료도 받지 않고 그 사건을 챙겨줬다. 마침 '인간적으로 잘 아는' 판사가 사건을 담당했다. 전화와 편지로 '공정하게 재판해달라'고 부탁했다. 재판 결과는 좋았다. 공정했다고나 할까. 그럼 된건가?

#2.  
그 바닥은 좁았다. 한번 '싸가지 없다'고 찍히면 회복 불가. 가부장적 권위구조가 여전했다. 그 바닥에서 좋은 평판을 얻으려는 그들의 열망은 '좋은게 좋은 것'이라는 태도와 '원만함'으로 이어졌다이런 '평판'의 압박은 진귀한 코메디도 낳는다. 돈을 받는 것보다 돈을 거절하는게 오히려 '평판'에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상황이랄까. 


검찰과 법원에 대한 불신이 그 깊이와 넓이에 있어 역대 최고조라 생각하는 나날이다. 법조계 모습을 담담하게 풀어낸 명저 '헌법의 풍경' 저자 김두식 경북대 교수가 이번엔 '불멸의 신성가족'이란 책을 냈단다. 검찰과 법원의 속깊은 사정을 다양한 인터뷰를 통해 적나라하게 풀어냈단다. 난 김 교수님 팬이다얼마나 기대가 많았겠나. 그런데, 그런데... 솔직히 당혹스러웠다. 내겐 왜 새롭거나, 충격적인 이야기가 없을까. 또 법조계 사례라고 나오는데, 왜 이토록 익숙한 풍경일까. 

 

(두식쌤 이 사진은 당시 창비가 제공한 자료 사진인가 보다ㅎㅎ)

일단, 업무상 잠시나마 법조계 주변을 좀 들여다봤던 내 전력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브로커 스토리며, 검찰 법원 행태 자체가 내게 새로울게 없다. (그렇담 이런 훌륭한 책도 안 쓰고 뭐했단 말이냣. 김두식 교수님이 서초동 주변을 촘촘히 인터뷰하고 발품 팔아 쓴 이 책을 보니 그 주변을 맴돌면서 이런 기록 하나 남기지 못한게 부끄럽다. ) 하지만 책을 읽을수록 답답해진 건, 이노무 매카니즘은 법조계에 국한되지 않은, 우리 사회 전체의 '고질병' 이란 깨달음 탓이다. 

A
변호사, 돈도 안받고 공정하게 일을 해결해준 좋은 변호사. 그러나 결국 우리 사회 '관계'란 걸 이용했을 뿐이다. 마침 판사와 연이 닿아 편지와 전화 한통 넣어줄 수 있는 '인맥'이 있었다. 세상사 저런 네트워크 안 통하는 일이 어디있나. 사회생활 할 수록, 왜 여자들은 학연, 지연에 약할까, 하고 아쉬워했음을 고백하자.  그런 분들을 비웃는다 여겼지만, '관계'에 목말랐다. 전화 한통이면 연결되는 사람도 있는데 원칙대로 하자면 얼마나 돌아가야 하는지. 또한 가부장적 권위구조에서 '싸가지' 지키면서 살아가야 하는게 어디 법조계만의 상황인가.

법조계에서 이 문제가 도드라지는 건, 판사나 검사나 모두 권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권력의 핵심에 연을 닿는건 일반적인 '관계망'보다 훨씬 얻는게 많다. 솔직히 우리나라 판,검사들 쏟아지는 업무량에 과로사할 지경이다. 어떤 연줄로든 전화 한통 들어온 사건, 한번이라도 더 보는게 인지상정이다. 어떻게 결과가 공평할 수 있는가. 그리고 우리 사회 돌아가는 매카니즘이 언제 공평한 적 있던가.

그래서 이런 권력집단엔 견제하는 감시자가 필요하다. 그게 언론의 역할 중 하나다그러나 아쉽게도 이런 좋은 비판과 감시 구조는 작동하지 않고 있다장관 명예훼손 고소사건 수사하던 검찰이 난데없이 정책비판이 허위보도였다고 5명의 언론인을 기소하고, 개인의 사생활이 담긴 이메일 내용을 수사발표 랍시고 공개해도 크게 뭐라하지 않는 언론이 우리 사회 쥬류다. 사법부를 뒤흔든 재판개입파문 와중에 이런 식으로 사법부 흔드는건 사법부 내의 좌파들이라고 몰아붙인 언론이 주류다. 수사권을 갖고 있으며 독점적으로 기소권을 갖고 있는 분들이 지금 어떤 식으로 권력을 남용하는지, 중학생 촛불소녀에게 물어도 금방 답이 여러개 나올텐데. 제대로 된 비판이 부족하다보니, '불멸의 신성가족', 무서울게 없는 분들, 더욱 막간다사람들은 그저 '불신'할 뿐이다 

그래서 더 문제다. '불멸의 신성가족'에 대한 기대치조차 낮다. 우리 사회 다른 부분이 그러하듯, 그러려니 한다. 검찰의 저 황당한 처사를 보고...그냥 검찰스럽다고 넘어가고, 사법부가 신영철 굴욕을 감내하는 모습 보면서...법원이 그렇지, ...하고 넘어간다. 법이란게 언제 내 편이었던 적 있었나, 공권력이란게, 사법부란게 원래 뭐...이러구 넘어가는게 문제다.  

김 교수님이 사례로 든 교통사고 피해자 사례. 그에게 법은 '잘 지켜야 할 대상'이었을 뿐, '현실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제도'는 아니었다. 변호사란 '내가 받아야 할 보상의 꽤 많은 부분을 가져가는 존재이고, 그래서 그렇게 지불하고 소송해봐야 별 의미가 없기 대문에 도움을 안 받는' 그런 존재. 시간과 비용 따져보면 포기하는게 지혜롭게 여겨지는 현실이다. 

또다른 인터뷰이는 "약자가 권리를 침해받고 있을 때는 침묵하던 법이, 견디다 못한 약자가 그걸 세상에 알리고 바로잡기 위해 몸을 일으키는 순간, 뒤늦게 개입하여 약자만을 처벌한다"고 이야기한다.  사법부에 대한 불신, 부패했다는 믿음, 근본적으로 약자의 편에 불리하게 작동하는 시스템에 대한 확신. 사람들이 법조계에 갖는 인상들은 사실 근거가 없지 않다. 

물론 '영혼있는 법조인'이 왜 없겠나. 영혼있는 기자, 영혼있는 공무원과 마찬가지로 드물긴 해도 숨어있는 분들 계시다. 김 교수님이 인터뷰한 김 부장판사. 골프 제안이 자주 들어오자 아예 골프채를 없애고 유혹을 차단했다. 판사로 살아가기 위해 인생의 즐거움 정도는 포기했다.  (가끔 속세와 인연끊고 수도하듯 판결문 쓰는 판사님 있다. 역시 '정답'은 아니라 본다.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접하지도 못하고, 법원에 갖혀서 무슨 판단을 내린다는 건가...법 안에 세상이 다 있을까. ) 여튼 내가 실제 만난 이들 중에 인간적으로 훌륭한 매력 갖춘 분, 꽤 있었다. 우리 사회 최고 엘리트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게 샤프하고, 함께 있으면 대화가 즐거운 이들 꽤 있었다. 

내가 간과한 것은, 그 훌륭한 분들조차, 검찰이나 법원이라는 자기네 회사에선 찍소리 않고 있다는 점이다. 때로 사건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소극적으로 회피하는 수준의 그분들의 '최선'이었다. 안에서 싸우지 않고 결국 도망가버리면, 그래도 잘했다고 칭찬했다. 그 훌륭한 분들조차, 내부 개혁에는 입도 뻥긋 않았다. 그게 '원만함'을 미덕으로 삼는, '평판'에 목숨거는, 그리고 언젠가 서로 갑을관계가 바뀌어 상부상조해야 하는 법조계다. 도무지 내부 개혁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다. (신영철 파문의 판사 집단 움직임은 그래서 매우 유의미하다. 이걸 폄하하려는 넘들이 황당한게지....)

그렇다면, 개혁도 지독히 안되는 무소불위 '신성가족'은 어떻게 해야 할까. 국민 무서운거 보여주고 싶지만, 별로 안 무서워할 듯. 언론이라는 신성가족도 패키지로 처리해야 할 것 같은데 쉽지 않다. 맷집도 좋으셔서, 좀 두들겨 맞는 걸로는 꿈쩍 않는다. 뾰죽한 속성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다만 저 바위처럼 신성한 분들에게 계속 계란을 던질 수 밖에 없지않나 싶다김두식 교수님의 이 책 처럼, 계속 바위에 계란칠이라도 해줘야 한다그리고 법으로 따져물어 법 무서운 건 보여줄 필요가 있다. 또 사법개혁안 제대로 추진하는 이에게 힘 실어줘야 한다.

최근 서초동 행태에 격하게 분노한다정파의 문제가 아니라 '정의'의 문제다. 정의는 구현되어야 한다. 불멸의 신성가족, 이대로는 안된다계란으로 바위깨자는 얘기 밖에 못해 답답하다. 하지만 관심갖고 깐깐하게 지켜보자.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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