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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히스토리

표현의자유 2008. 8. 6. 14:33

신문 사설에는 이름을 밝히지 않을까. 그런 중요하고 위엄있는 발언을 신문사 간판만 달고 익명으로 내보내도 되는 걸까. 가끔 익명으로 책을 내는 저자들은 그냥 냅두는 것일까. 신문과 방송에 종종 등장하는 이름도, 얼굴도 없는 관계자들도 정체를 밝혀야 하는 것이 아닐까.

5 국회에서 열린 인터넷 규제 관련 토론회. 고려대 법대 박경신 교수는 상당히 재미난 말씀을 많이 하셨다. 내용이 코믹했다는 것이 아니라 듣고 곱씹을수록, 우리 사는 세상이 재미나다.

차별적으로, 인터넷에 대해서만,
익명 금지하는 법안들이 구체화되고 있다. 제한적 본인확인제라는 것은 실명으로 직접 글을 올리라고 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뭐라도 인터넷에 글을 쓰려면 실명 확인을 거쳐야 한다. 방송통신위에 따르면 현재 20여개 사이트만 시행하는 제도가 앞으로 200여개 사이트에서 적용된다.

2008
년 선진국 반열에 오르고 있는 대한민국의 이 같은 상황이 코미디 같은 이유는 역사에서 드러난다. (박 교수님의 발제문에서 빌려온 내용이다.)

미국 독립의 아이디어를 처음 활자화한 Thomas Payne‘Common Sense’. 출간 당시 저자는 ‘An English Man’ 이었다. 정부 탄압을 피하기 위해 익명으로 냈다.

에밀리 브론테는 폭풍의 언덕 Acton Bell 이라는 이름으로 냈다. 여성작가에 대한 편견을 피하기 위해 필명을 썼다.

몰리에르, 볼테르, 졸라, 트로츠키, 조지 오웰, 벤자민 프랭클린, 사드 백작, 오 헨리, 조르쥬 상드도 필명을 썼다고 한다. 박 교수는 시대의 편견과 권력의 감시를 피하여 자유로운 비평과 예술활동을 하기 위해라고 설명하고 있다. 심지어 아이작 뉴튼도 일부 필명을 썼다고 한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1996년 조지아주 의회가 제정한 인터넷실명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중국을 제외한다면 본인확인제(real name registration) 도입이 성공한 예가 별로 없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해 7월 제한적 본인확인제를 도입한 이후, 효과를 거두었나? 욕설이 없어지거나 비방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실명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해외 웹사이트를 보면, 그다지 과격하지 않다. 사람들은 이베이에서 실명 대신 ID만 보고도, 신뢰할만한 거래자인지 아닌지 판단한다. ID에도 인격과 책임이 있다.

. 실명제 사이트 싸이월드에서는 욕설이 사라졌나? 간혹 치명적 댓글공격을 피해 사이트를 잠시 닫는 분들은 뭐지? 실명은 이용자들을 잠시 위축시킬 수는 있지만 근본적 처방은 되지 못한다.

인터넷기업협회 한창민 국장은 최근 100토론에 출연해 자신의 이름을 싸이월드에 넣으면 140명 정도 검색된다고 했다. 손석희라는 이름은 40명 정도. 그 중 절반 가량은 여성이란다. 그렇다면 실명제를 해봐야, 적게는 수십명, 많게는 수백명의 동명이인들의 그늘에 숨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실명제를 확대했는데, 그래도 비방이 나오고 권력자에 대한 비판글이 이어진다면 그 다음에는 무엇을 요구할까. 아마 인터넷 게시판에 무슨 주장을 올리려면, 주소도 쓰고, 소속도 쓰고, 사진도 올려야 할지 모른다. 실명을 밝혀서 인터넷을 질서정연하게 만들어 보겠다는 분들은 어떤 복안을 갖고 계신지 궁금하다
.

실상 황당하고 싸O지 없는 발언을 늘어놓는 네티즌들은 그 공간 안에서 서서히 무시된다. 인터넷의 자정 기능은 미미해도 진화하고 있다. 사이버 공간이라고 세상 사는 진리가 크게 다르지 않다. 아예 '욕설'을 '애교'로 보고 그렇게들 대화를 주고받는 공간도 있을테고, '비방'이 진지한 공간과 걍 '루머' 수준으로 넘어갈 공간이 있다. 온-오프 세상에 이렇게 다양한 공간들이 펼쳐지는데 인터넷에서만 꼭 '실명'이 필요하다는 분들...뭐가 겁나시는 건지 모르겠다.

(2008. 8.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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