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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여행-1>남도로 가는 길, 마이산 탑사의 고요한 염원

여행 2014. 7. 20. 01:31

이 여행의 기록을 남길 수 있을까? 감탄하고 웃고 평화로운 모든 시간들이 순간순간 죄스러운 당혹감에 부딪치는데? 여행 당시의 마음은 어지러웠다. 그리고 계절이 바뀌었다.

며칠전 남도 여행 의견을 구하는 트친에게 어줍잖은 한 마디를 던지다가, 기억이 살아났다. 이제는 그 여행의 기록도 남겨두고 싶다. 그래도 당시 마음을 달래준 여행이었다.

 

 <일정>

5월2일(금) 서울 출발. 가는 길에 청양 출렁다리, 진천 마이산 탑사를 들렸다가 부안 도착.

5월3일(토) 채석강을 그야말로 휘리릭 본 뒤, 곰소 염전 거쳐 내소사로 출발. 정읍서 점심 회동. 담양으로 이동해 메타세콰이어 사람이 너무 많은데 질려 소쇄원명옥헌!

5월4일(일) 아침 서둘러 메타세콰이어 재도전. 죽녹원 감상. 화순 운주사고인돌 공원, 광주로 넘어와 망월동 국립5.18 민주묘지 참배.

5월5일(월) 순천 송광사선암사. 그리고 낙안읍성!
5월6일(화) 순천만 공원을 잠시 둘러본 뒤, 귀경.


옆지기는 남도를 여러번 가봤다지만, 사실 나는 첫 걸음. 아이들도 마찬가지라 어디를 가도 좋을 것 같았다. 가는 길에 들린 곳은 동선을 감안하여 ‘5천만이 검색한 가족 여행지’라는 책에서 골랐다.


그렇게 들린 충남 청양 청장호 출렁다리는 기대 이상 좋았다. 물빛 좋은 호수와 주변 녹음이 제대로 그림을 만들어냈다. 다소 촌스러운 조경도, 어쨌든 신경 많이 쓴지라 점심 먹고 가볍게 산책하기에 맞춤했다. 그러나 멋지게 잘 만들어진 공간에 흡족한 만큼 반비례하는 당혹감. 청양 고추를 상징한 저 다리의 조형물, 그리고 다리 건너 용과 호랑이 모형은 정말 웃고 지나가기엔 처절했다. 평온하게 즐길 수 있는 충청도 깊은 매력에 저런 테러를. (저게 세금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하면, 가슴 깊이 뭐가 부글부글..) 산과 물, 하늘이 아주 제대로 어우러지는 깊은 촌구석이라 더욱 빡쳤던 기억. 귀엽게 봐주려 해도 전혀 귀엽지도, 예쁘지도 않다. 그러나... 그 또한 구경꺼리 라는 배려일까.
(이례적으로, 은근슬쩍 아이들 사진 공개. 여행의 낙은 아이들 귀여운 모습을 남기는 건데. 이제는 포즈를 취해주지 않는 사춘기 소녀와 소년. 친한 척도 거부해서 저 정도면 최선의 구도)

 


4. 16 이후 날마다 통곡을 하던 즈음이다. 그저 조용히 걷거나 보았다. 산천은 진부한 표현이 어울릴만큼 그대로인데, 세상은 현실감이 없었다. 그러다가 전북 진안 마이산 탑사에 도착했다.

 

산의 모양 자체가 예사롭지 않다. 신령스러운 기운이 내려앉은 듯, 산이 반으로 쪼개진 양, 동봉과 서봉이 쌍봉으로 솟아있다. 말의 귀 마냥 생겼다는데, 그런 재미난 생각을 할 산이 아니었다. 묘한 위엄이 다가왔다. 
 

 

탑사는 작은 절. 하지만 건축물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입구부터 한 없이 돌탑이 눈에 들어온다. 작은 탑, 높은 탑, 각기 다른 돌 모양에 따라 수도 없이 많은 탑. 1885년 이갑용 처사가 혼자 쌓았단다. 98세 나이로 세상을 뜰 때까지 108개의 탑이 완성됐다. 그리 오래된 분이 아니다. 그런데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 축지법을 쓰셨나? 변변한 도구도 없이 어찌 저 높은 탑을 쌓았지? 암벽 중간의 공간에도 작은 탑들이 줄을 지었다. 슈퍼맨이 아니고서야 어찌 저 곳에 탑을 쌓았을까.

 


 

 

 

 


아마, 오래도록 못 잊을 여행이 된 건 그 순간이었다. 당시 페북에 올렸던 기록

마음 편한 여행은 글렀고. 조금 추스르겠다는 생각으로 왔는데. 마이산 탑사의 석탑들 앞에서 마치 심리적 방언이 터지는 기분이 들더군요. 

두 손 모아잡고 빌었습니다. 어떠한 종교도 없어서 그런지 더 간절히 빌었습니다. 
아이들에게는 죄가 없습니다. 그 아이들, 그 불쌍한 아이들 극락왕생, 아니 어디라도 좋으니 편안한 안식을 허락해주세요. 우리를 용서하지 않아도 되는데 더 힘들지 않게 해주세요. 그리고 우리 아이들을 지켜주세요. 이 모든건 저희 잘못입니다. 다 저희 죄입니다. 저희가 많은걸 잘못했습니다. 탐욕에 눈이 멀어 너무 많이 왔습니다. 잘 하겠습니다. 더 하겠습니다. 뭐라도 하겠습니다.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하겠습니다. 제발 아이들을 보듬어 살펴주세요. 아이들을 지켜주세요. 이 나라를..아니 이 사회를.. 아니 그냥 아이들을 지켜주세요. 이 모든 고통이 저희 잘못에 대한 벌인건가요. 아. 그래도 아이들은 죄가 없잖아요. 제발 굽어 살펴주세요. 

마이산 탑사. 거대한 바위산 중간의 작은 공간까지도 작은 석탑들. 한 분이 홀로 쌓았다는 설명이 도저히 믿기지 않는 신령스러운 공간. 축지법을 쓰셨다는 설명에 오히려 진짜 그랬을 것만 같은 신비. 

믿음도 없는 인간의 간절한 기원.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그냥 다짐을 더하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참 고요한 시간이었어요.

 


여행의 목적지를 향해 가던 길 위의 인연. 탑사에서 돌아서 나오는데 마음이 들어갈 때와 달랐다. 언젠가, 다시 그 고요한 시간을 마주하고 싶다. 우여곡절 끝에 떠난 여행, 이렇게 마음의 준비를 갖췄다.

본격 일정은 다음날 아침에 시작됐고, 호텔 바로 앞의 채석강. 나는 정말 채석강이 흐르는 강인줄 알았다... 채석강은 절벽이다. 겹겹이 단층이 맵시를 뽐내는 절경이다. 중국 당나라 이태백이 배를 타고 술을 마시다가 강물에 뜬 달을 잡으려다 빠져 죽었다는 채석강과 비슷해서 이름 붙여졌다는 얘기가 책에 나오던데, 그 강이 그 강도 아닌데 뭘까 싶다. 짧게 둘러봤다. 아쉽지만, 또 많이 아쉽지도 않은.

 

 

 



그리고... 사족 같이 붙이는 여행의 백미. 평소 행태를 보면, 맛집 리스트를 쫘악 뽑아 갔어야 마땅한데. 사실 그 무렵엔 그럴 경황도 의지도 없었다. 다니면서 그때 그때 검색하거나, 동선 맞춰 가다보니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한 맛집 기행.

그래도 청양 바닷물손두부는 정말 흡족했다. 7000원 청국장 백반도, 바닷물 손두부(15000)도 투박한 맛에 즐거웠다. 음식 재료 생산지를 동네 단위로 주민 이름까지 넣어 밝혀두니, 이웃 아저씨 농사 지은 걸로 밥 먹는 착각이 들더라.  엄마 사진 찍는데 길게 목을 늘어뜨리고 숨어버린 아들, 지못미.

이날 저녁은 채석강의 한 횟집에 갔는데 비추.... 군산식당에서 백합 코스를 먹었어야 했다. 다음날 아침 채석강 주변에서 백합죽으로 아쉬움을 달래보기는 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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