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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사형반대 교수님들, 그동안 뭐하셨어요..


전국 형사법 교수 132명이 사형집행 재개를 반대하는 성명서를 냈다. 13개 항목 별로 조목조목 주장을 펼쳤다. 형사법 교수들이 이 이슈와 관련, 공개 의견을 낸 건 처음이란다.

그런데, 성명서 내용을 보다보니 조항마다 씁쓸함이 쓰나미처럼 밀려온다. 우리 사회의 현 주소가 건전한 상식과 이미 너무 멀어졌다는 기분은 착각일까. 미디어 학자들 200여명도 최근 미디어 이슈에 대해 성명서 내곤 했는데, '소통'은 커녕 '쇠귀에 경읽기'에 머물렀다.

'훌륭하신 분들', 그래서 '가진 힘 만큼 잃을 수 있는 것들도 많은 분들' 100~200명이나 모여 뭔가에 항의하고 반대하는 성명서 낸다는 자체가 쉽지 않을 터. 일단 고마운 마음이 들고, 존경도 살짝.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식인들이 할 수 있는게 '고작' 성명서 뿐일까. 교수님들이 할 만큼 했는데 메아리가 없다고 해도 슬픈 일이고, 할 만큼 했다 치고 더 이상 할 일이 없다고 한다면 더 슬플 거 같다.

삐딱한 마음에 결국 조목조목 토를 달아본다.



우리는 사형집행의 재개를 강력하게 반대합니다

 

―전국의 형사법교수 132명 일동―

 

 

최근 몇몇 연쇄살인사건을 계기로 사형집행을 재개하려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정치인들의 잇따른 사형재개 발언과 법무부에서 사형의 재집행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보도를 대하면서, 작금의 사태전개에 심각한 우려를 표합니다. 사형의 문제는 우리사회의 인권과 정의실현 정도의 척도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59명의 사형수를 두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지난 11년간 사형을 미집행함으로써, 한국은 이미 ‘사실상의 사형폐지’(abolitionist in practice) 국가가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이러한 소중한 성과를 한순간에 뒤집을 수 있는 사형집행움직임은 전세계적인 사형폐지 추세에 역행하는 것이고, 인권후진국으로의 전락을 의미합니다.

 

이에 전국의 형사법학자들은, 지속적이고 깊이 있는 연구를 바탕으로, 사형의 재집행은 결코 허용될 수 없다는 확신에서 이를 강력히 반대합니다. 우리의 조국에서는 어떠한 사형도 없어져야 할 것입니다.

  

1. 사형은 야만적이고 비정상적인 형벌로, 헌법상 보장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근본적으로 부인하는 형벌입니다(옳은 말씀. 그런데 새삼!!! 이렇게 생각하면서, 형사법 대가들이 지금까진 한번도 반항하지 않았단 말이신지..) 

 

2. 사형폐지는 오늘날 범세계적 추세입니다. 해마다 2~3개의 국가에서 사형제를 폐지하고 있으며, 사형을 폐지하거나 10년 이상 처형하지 않는 국가도 전세계 197개국 중 138개국이나 됩니다. 이에 반해 최근(2007) 한 해 동안 사형을 집행한 국가는 24개국에 불과합니다. (197개 국 중 우리나라는 최근 많은 부분에서 급 후진하고 있어서, 24개국 쪽에 끼더라도 크게 놀랍지 않을 듯 --;)

 

3. 사형이 살인범을 억제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주장은 과학적인 근거가 없습니다. 사형제도의 존치 여부가 살인율의 변화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지 못함은 세계적으로 증명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형의 위협이 두려워 살인을 억제하려는 연쇄살인범은 없습니다. (억제 효과 과학적 근거는 없는 반면, 사형제도 존치가 살인율에 영향 없다고? @.@  여튼, 지금 우리 문제는 감정적으로 사형제 부활을 이야기한다는 것. )

 

4. 생명의 존엄성을 보호해야 할 국가가 사형이라는 제도적 살인의 주체가 되어선 안 됩니다. (맞긴 한데, 왜 공자님 말씀 같을까. 생명 존엄성은 전혀 신경쓰지 않는 정부란걸 이젠 누구나 아는데.....너무 당연한 국가의 의무를 오히려 어색하게 받아들이는 이 마인드, 국민 정서가 더 문제일 듯)

 

5. 모든 판결에는 오판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살인범죄의 경우에도 오판의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살인죄에 대한 유죄확정자 중에서도 사법부의 재심을 통해 무죄판결이 확정된 사례도 이미 수십 건 이상이 쌓여 있습니다. 불완전한 인간의 재판으로 돌이킬 수 없는 생명박탈은 용납될 수 없습니다(그런데 왜 이런걸 심층 보도하는 기사는 없는걸까...또 또 또...모든 건 언론탓이 가능하지. 양비론 전달만 하는게 언론의 의무도 아닐텐데. 최근 연쇄살인범에 대해 오버하는 기사들을 '보도지침'에 따라 충실하게 도배질 하다보니...이제는 왠지 분위기를 거스르지 못하는 불쌍 언론들..)

 

6. 세계의 역사는 사형의 정치적 남용의 사례로 가득 차 있습니다. 종교적 동기에 의한 사형, 정치권력의 유지를 위한 사형, 정치적 효과를 겨냥한 처형, 특정 집단에 대한 편견의 산물인 사형이 이어졌습니다. 민주화된 국가라 할지라도 사형집행의 대상 중에는 소수자, 약자의 집단 중에 선택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지당한 말씀! 그러나 이런 옳은 말씀이 잘 안 먹혀드는 것은, 다수자, 강자들의 논리가 힘이 센 탓일까? )

 

7. 사형수는 “인간이기를 포기한 죄”를 저질렀다고 하나, 아무리 흉악범이라고 해도 개선 가능성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들도 인간입니다. 사형은 인간의 개선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부인하는 것입니다(그런데, 사실 10년형은 그럴만 해도, 20년형, 종신형은 그들을 개선시킨 다는 건, 사회적 자기 기만이지..개선시켜 사회에 봉사하도록 하는 것도 아니잖아. 뭐 그렇단거야. 개선해야지...)

 

8. 장기자유형은 실제로 사형에 대한 대체효과를 가져옴이 모든 나라의 역사입니다. 오늘날 국가는 사형을 이용하지 않고서도 교도소에서의 장기간 격리를 통해 흉악범의 재범위험성을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비용 측면에선 분명 비효율일게야. 먹여주고 재워주고 관리해주고. 그냥 간단하게 끝나는게 효율성과 정부 예산 절감엔 도움되겠네....정말, 설마, 진짜로, 이렇게 생각하는 영감님들이 계신건 아니겠지? 왜 정부 정책에 신뢰라곤 안가는 걸까.. -,.-)

 

9. 피해자의 법감정에 비추어 사형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합니다. 그러나 피해자보호를 위해서는 피해자와 그 가족을 위한 정신적, 물질적 지원과 그들에 대한 공동체의 따뜻한 위로와 관심이 더욱 중요합니다. 사형제가 인간의 응보욕구를 일부 채워주는 점은 없지 않겠지만, 사형을 통해 피해자가 얻을 수 있는 실제 이익은 없습니다.   (모든 사회적 이슈에 대해, 이런 안전망, 위로가능한 연대의 네트워크, 이런게 그저 시민단체 몫이란게 맞나? 최소한 정부의 스탠스가 저 정도 되는것도 불가능한거야? )
 

10. 사형은 직무상 사형집행에 관여할 수밖에 없는 교도관들의 인권을 침해합니다(네네. 그들에 대한 심각한 범죄일 수도 있죠.... 직업 잘못 택한 죄라 할 수도 없으니, 그들의 인권도 고려해야 마땅하죠..언제까지 그분들을 영화속 소심하고 비극적 조연만 하라 하겠슴까. )

 

11. 사형의 실행 여부는 북한과 대한민국을 가르는 의심할 나위 없는 인권지표입니다. 북한의 공개처형과 같은 인권문제를 확실히 비판할 수 있기 위해서는 대한민국은 적어도 사형미집행을 통해 선도적 우위성을 계속 유지해야 합니다. (솔직히, 요즘 북한과 닮은 꼴인 게 어디 한두가지여야....우위 어쩌구 하지..^^; 좀 민망하지 않으신가들...표현의 자유, 집회.시위의 자유...여튼 ^^;  )


12.
사형폐지를 시기상조로 보는 여론이 더 우세하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사형의 대안으로서 가석방 없는 절대적 종신형을 도입하면 또 여론조사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국회 및 행정부는 단순 여론조사를 통해 나타나는 의견에 추종하거나 편승해서는 안 됩니다. 다행히 우리나라에서도 16, 17, 18대 국회에서 <사형폐지를 위한 특별법안>이 계속 발의되었습니다. 행정부에서는 1997년말 이래 사형집행을 유예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11년 이상 지속되어온 흐름을 토대로, 이제 사형의 폐지를 위한 실질적 논의를 해가야 할 때입니다. (교수님들, 그동안 이렇게 주옥같은 말씀 왜 참고 계셨나요. 형사법 권위자들인 교수님들이야말로, 그동안 태업 하신거 아닌가여. 아님 열심히 뛰셨는데, 또. 또. 또 '언론'이 외면한 탓인가여. )

 

13. 사형집행의 재개를 말할 때, 그것이 일시적 사건이나 감정에 의해 좌우되어서는 안 됩니다. 대신 우리는 사형과 그 대체형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사형을 폐지하지 않더라도, 사형에 대한 제도적 유예조치(moratorium)를 최소전제로 하고, 그 바탕 위에서 우리 국가와 사회가 진일보한 대안을 만들어낼 수 있는 준비를 해가야 할 것입니다.

 

14. 하나의 인간의 생명은 전지구보다 무겁습니다. 살인범이 인간의 생명을 경시했다고, 그에 대처하는 국가가 생명을 경시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국가는 제도의 운용을 통해 인간의 생명가치를 고양시켜가는 방향으로 행동해야 합니다(하나의 생명도 귀하고, 하나 하나 국민도 귀합니다. 일단 국민 귀한 줄 아는 정부, 정치인, 지식인이 보고 싶습니다.....교수님들이 이제라도 나서서 각자 자기 분야에서 '할 말은 하는 사회', 그러면 좋겠어요...그러면 정말 국가가 인간의 생명가치를 고양시켜주는 방향으로 움직일까요?  이 부분은 희망이 안 보이네.. 솔직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