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전쟁을 부추기는 언론이 있다니

미디어 2015. 8. 21. 19:54

갑자기 미디어는 전쟁을 팔아대기 시작했다. 실제 상황이다. 



전쟁이라는 비현실적인 상상이 또다시 현실을 들썩이게 한다. 휴전 상태이니, 어쩌면 전쟁이 더 현실적 상상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걸 막기 위해 수십 년, 남북한은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해온게 아닐까. 전쟁을 바라는 인간이 과연 한반도 어느쪽에든 있을까. 그러나, 내 생각이 순진했다. 오후 늦게 한 신문 사설에 꼭지가 돌았다.


[사설] 여기서 北 도발 습성에 종지부 찍어야 한다 (조선) 


우리 군사적 능력은 모자라지 않다. 부족한 것은 결의와 인내심이다. 우리 국민이 어떤 일이 있어도 이번만큼은 북에 끌려 다니는 악순환을 끝내겠다고 결심하고 불편과 희생을 각오한다면 북의 도발 습성은 여기서 종지부를 찍을 수 있다. 


어디에선가, 보고 굳이 찾아본 조선일보 21일자 사설. 분노했다. K님이 말했듯 "자기 땅에서 전쟁 부추기는 신문 참 드문데". 불편과 희생을 각오? 대체 뭘 바라는 거냐. 사회지도층에는 군대 경력도 드물다면서. 무슨 불편과 희생을 이야기하는 건가. 전선의 청년들 중에 귀한 집 자식이 없기라도 한 마냥. 돈도 빽도 부족한 이들이 불편과 희생을 감수하는 동안, 권력자들은 참호에 숨어서 호통만 칠 것이 뻔한데. 




이 트윗이 생각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미디어가, 전쟁 위기를 앞두고 어떤 입장을 가지느냐. 이것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나는 <조선>의 저 태도에 반대한다. 그래서 조금 더 찾아봤다. 


<사설>진정한 平和를 원하면 戰爭을 두려워해선 안 된다 (문화)


진정한 평화를 원하면 전쟁을 두려워해선 안 된다. 북한이 추가 도발하면, 지체없이 원점 타격은 물론, 지휘세력까지 응징해야 한다. 나아가 더 이상 행정군대 비아냥을 듣지 않도록 실전에 강한 전투군대로 거듭나야 한다. 국민은 안보태세를 강화할 절호의 기회로 삼겠다는 각오를 다져야 한다.


[사설]확성기 포격한 北, 강력 응징해야 추가도발 막는다 (동아) 


국군통수권자가 결연해야 군도 북한의 도발을 철저하게 응징해 국가를 지킬 수 있다. 지금까지 북의 도발에 제때 제대로 응징을 하지 못해 북한이 남한을 우습게 보도록 만든 측면이 있다....지금이야말로 북한의 도발을 가차 없이 응징하는 단호함을 보여야 국가안보와 평화를 지킬 수 있다.  



전쟁을 너무 가볍게 보는게 아닌가. 어떠한 경우에도 전쟁은 안된다. 이 땅에서 전쟁은 너무 값비싼 댓가로 엄청난 희생을 가져올 수 밖에 없다. 어쩌자고 전쟁을 두려워 말라는 건가. 이미 아들 군대 보낸 엄마들이 패닉이라는데. 전쟁을 두려워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도 용기일지 모른다. 

 

다른 신문들은 적어도 전쟁을 부추기지 않는다. 단호한 대응에 대한 의지가 없어서가 아니라, 그게 파국임을 알기 때문이겠지. 이게 제 정신이라면 당연한 생각이다. 


[사설] 북한은 무모하고 무도한 도발을 포기하라 (중앙)


이처럼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우리는 끝까지 침착함을 유지하고 단호하되 냉정한 대응을 해야 한다.

이번 교전은 2010년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 5년 만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남북 간의 긴장 고조는 서로에게 득이 될 게 없다. 북한의 경제난은 이미 손을 쓰기 어려울 정도에 이르렀고 남한 역시 온 힘을 경제회복에 쏟아도 모자랄 판이다. 북한은 이성을 찾아 어리석고 효과 없는 위협 대신 개성공단 등 남한과의 경제협력을 모색하는 전향적 자세를 보여주기 바란다. 남한 역시 흡수통일을 하지 않는다는 선언 등 북한 정권을 안심시킬 방안을 찾아야 한다. 



서로 노력해야 한다. 필사적으로. 사실, 중앙일보 이 사설이 고마울 지경이었다. 그래, 부디 경제를 생각해주기 바란다. 전쟁으로 나라가 거덜나지 않고 더 잘될거라 보는 이는 설마 없겠지. 전쟁의 불안 만으로 코스피와 코스닥이 난리났다. 해외에서는 또다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심각하게 바라본다. 


[사설] 北의 포격 도발, 단호하면서도 차분히 대응해야 (서울)


목전에서 벌어지는 잇단 도발을 언제까지나 두고 볼 수만은 없다. 우리 군이 도발을 확인한 뒤 곧바로 대응사격을 한 것은 강력하게 응징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앞으로 추가 도발을 하면 더욱 강한 응징을 당할 수 있다는 뜻을 명확히 보여줘야 한다. 북의 위협에 이끌려 가서도 안 될 것이다. 그러나 정부와 군이 북한과 맞서면서 언제나 잃지 말아야 할 것은 차분한 태도다. 냉정을 잃으면 결국은 북의 의도에 휘말리게 되며 상황은 더 악화될 수 있다. 필요하다면 중국을 통해 북한에 경고 사인을 보내는 외교적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죄송하게도, 서울신문 사설을 보면서 저 앞 부분만 보고... 더욱 강한 응징, 위협에 이끌려 가면 안된다.. 는 정도로 오해했다. 뒤늦게 다시 보니... 매우 냉정하다. 언제나 잃지 말아야 할 것은 차분한 태도. 외교적 노력 병행. 이런게 사실 훨씬 더 교과서적인 정답니다. 


[사설] 北 이번엔 포격도발, 단호하되 냉정한 대응이 필요하다 (한국)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의 격변 속에 남북이 소모적 대결로 국력을 낭비할 때가 아니다. 북측도 이날 오후 김양건 노동당 비서 명의 서한을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 앞으로 보내 "현 사태를 수습하고 관계개선의 출로를 열기 위해 노력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고 한다. 진의를 더 파악해야겠지만 최선의 출구를 찾는 노력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최선의 출구를 찾는 노력.. 우리에게, 필요한 자세다. 대체 정치가 왜 필요한 건가. 외교란 뭐 하는 건가. 위기가 발생하면 돌파하라고 권력을 위임한게 정부다. 



[사설] 휴전선 북한 도발, 단호하고 절제있게 대응해야 (한겨레)


북쪽은 도발을 중단하고 남북 대화에 응해야 마땅하다. 대화가 이뤄지면만 확성기 방송 중단 문제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남북의 군사적 충돌은 위기를 키울 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군과 정부는 적절한 대응과 아울러 위기 예방의 방안을 찾아야 한다. 


아무도 답을 모를 수도 있고, 어쩌면 쉬운 답이 있을 수도 있다. 군사적 충돌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된다.. 교과서적 얘기지만, 그렇다.


[사설]남측 지뢰 매설에 포격까지 한 북한, 용납할 수 없다 (경향) 


광복 70주년을 전후해 남북화해 노력을 하기는커녕 군사적 긴장을 조성하는 것이 누구에게 이롭다고 북한이 이런 무모한 행위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북한이 이런 군사적 공격을 하고도 대화를 말할 자격이 있는지도 묻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이 남북 갈등 사항을 합리적으로 풀어갈 의지가 있다면, 도발을 포기하고 대화의 장으로 나와야 한다. 이런 도발은 남북관계를 파탄낼 뿐 아니라, 북한의 국제적 고립상태를 더욱 심화시켜 스스로를 궁지로 몰아갈 뿐임을 알아야 한다. 


북한에 대한 준엄한 말씀은, 사실 독자를 위한 얘기인가. 우리는 북한을 탓하고 있다고? 북한을 꾸짖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는 지금 침착함을 되찾아야 한다. 





이제 와서, 전쟁의 공포를 아이들에게 알려주게 될지 몰랐다. 요 몇 년 간혹 그렇다. 어떤 방법과 전략을 쓰든, 국민들에게 이런 공포를 안겨주지 않도록 남북 갈등의 균형추를 잡는게 정부가 할 일이다. 미디어는 정부가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압박해야 하지 않나. 두려움 없이 전쟁에 나서라고 부추기지 말고. 

사설 하나 봤다가, 괜히 마음만 심란했다. 당신들은 역사에 어떻게 책임을 지려고 그러는가. 별 생각 없겠지만, 이 또한 기록하지 않으면 책임을 묻지 않게 될까봐.. 이렇게 기록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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