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는 SBS플러스, SBS골프 등등.
피고는 경기도 성남의 아름방송네트워크.
원고가 졌어요. 저작권자가 지다니 이례적 판결. 하여, 이것은 '저작권 남용'에 대한 재미난 판결. 특히 판결보다 재미난... 무슨 역사책과 철학책을 보는 듯한 기분이ㅎㅎ
일단 저작권에 대한 철학이 담긴 부분...
가. 저작권의 본질과 역사인류의 역사상 저작권이 최초로 법제화된 것은 1709년 영국에서 제정된 『앤여왕법(The Statue of Anne)』에서 비롯된다. 그 이전에는 영국의 대문호인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1564. 4. 26. 〜 1616. 4. 23.)가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이다.”라고 말한 데에서 알 수 있듯이, 인류가 창조한 모든 문화와 문명은 인간이 자유롭게 이용하며 모방․확산시킬 수 있는 정보재(情報財)로서의 산물, 즉 『퍼블릭 도메인(public domain)』에 속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그러다가 산업혁명의 태동기인 18세기에 즈음하여 유럽 전역에 인쇄술이 보급되었고, 인쇄술을 활용한 출판사업의 육성과 활황, 인간의 합리적인 이성을 토대로 한 새로운 발명품의 등장에 발맞추어 국가적으로 새로운 법질서의 구축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유럽의 각국은 저작권법과 특허법을 비롯한 여러 가지 유형의 지적재산권법을 제정하게 된 것이다.
요컨대, 저작권법을 비롯한 지적재산권법의 생성배경에는 사회적․산업적인 필요에 의하여 본래 퍼블릭 도메인에 속하는 정보재들 중에서 “특정한 정보재에 대하여 국가가 기간을 제한하여 개인의 독점권을 한시적으로 허용하는 법률제도를 구축한다.”라는 관념이 내포되어 있다. 독점기간이 만료하면 정보재 본연의 탄력성(彈力性)에 의하여 다시 공중(公衆)의 자유이용이 허용되는 퍼블릭 도메인이 된다.
반면 ‘재산권의 꽃’이라고 일컬어지는 소유권이 최초로 성문화된 것은 B.C. 1800년경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함무라비법전에서 비롯된다. 소유권의 역사는 인류의 문명이 시작된 것과 그 궤를 같이 하며, 인류가 문자를 사용하면서부터 ‘사적 소유(私的 所有)’의 관념을 권리로서 인식하며 현대사회에까지 이르고 있다.
인류의 역사상 인간의 보편적인 권리의식을 크게 신장시킨 사건으로 1789년의 프랑스대혁명이 있다. 당시 몽테스키외나 루소 등 계몽사상가의 영향을 받아 근대민법의 3대 원칙이 구축되었는데, (ⅰ) 소유권절대(所有權絶對), (ⅱ) 사적 자치(私的 自治), (ⅲ) 과실책임(過失責任)의 원칙이 그것이다. 프랑스대혁명을 성공시킨 근대사상에 터 잡은 인류는 “소유권(=재산권)은 하늘이 인간에게 준 권리로서 불가침이다”라는 천부인권사상(天賦人權思想)의 관념을 갖고 있었다.
소유권은 시효로 소멸하지 않으며, 원래의 소유자에게 그 권리가 복귀하는 탄력성을 갖는다. 무주물의 경우에는 선점(先占)을 한 사람이 소유권을 갖게 되며, 경우에 따라서는 국가가 소유권을 갖는 경우도 있다. 유체물과 관리 가능한 자연력, 즉 민법상 ‘물건’에 대하여는 애당초 퍼블릭 도메인이란 관념이 존재하지 않으며, 이런 민법상의 물건을 대상으로 한 소유권에 대하여는 국가의 개입 이전 상태에서 인간의 독점권이 선험적으로 받아들여진다.
반면에, 정보재는 본래 모든 인간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인류 문명의 산물이다. 그리고 저작권을 포함한 지적재산권은 법률상의 독점요건을 구비한 한정된 정보재에 국한하여 국가가 개인의 독점권을 제한적으로 인정하는 권리체계이다.
나. 저작권법의 목적
저작권법 제1조는 ‘목적’이란 제목 아래 “이 법은 저작자의 권리와 이에 인접하는 권리를 보호하고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문화 및 관련 산업의 향상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저작권법은 『문화 및 관련 산업의 향상발전』이란 목적을 실현하기 위하여 (ⅰ) 저작권의 보호, (ⅱ) 저작물의 공정이용(fair use) 도모라는 2가지 방향성을 상정하고 있다. 위 (ⅰ)과 (ⅱ)는 저작권법의 목적 실현을 위하여 상호 보완적인 기능을 하지만, 권리자와 공중(公衆, public)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상황에 있어서는 때때로 긴장관계를 갖기도 한다.
문화산업의 종사자들이 많은 노력을 기울여 공중이 향유할 수 있는 문화적 산물을 창작한 경우에 그것을 수많은 사람들이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도 않은 채 함부로 이용하는 상황이 만연하면 창작자의 창작의욕은 꺾일 것이다. 그리고 문화산업의 종사자들이 창작의욕을 상실한 나머지 새로운 창작의 시도를 포기하는 일이 반복되면, 그것은 결국 공중이 향유할 수 있는 문화적 산물의 수준과 총량이 점점 조악해지고 축소되는 상황으로 연결되어 문화의 침체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 위 (ⅰ)에서 말하는 저작권의 보호란, 문화적 산물의 창작자에 대하여 ‘정당한 대가’라는 인센티브(incentive)를 부여함으로써 창작자의 창작의욕을 고취시키고, 그 영향으로 공중이 향유할 수 있는 문화적 산물의 수준과 총량이 풍요로운 사회를 지향함으로써 문화의 번영을 궁극적인 목적으로 삼는 것이다.
이처럼 저작권법의 궁극적인 목적이 풍요로운 문화와 문명사회의 번영에 있는 만큼, 저작권법은 이를 실현하기 위한 2가지 방향성 중 하나로서 ‘저작물의 공정이용 도모’라는 공중의 이해관계를 고려하고 있다. 저작권이라는 인센티브에 의하여 창작된 문화적 산물이 한 곳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널리 전파되고 수용되는 ‘확산과정(擴散過程)’에 의하여 공중에 전달됨으로써, 비로소 인류의 문화적 총량을 증가시키는 저작권법의 목적이 달성된다. 그리고 이처럼 확산된 문화적 산물은 또다른 창작의 밑거름이 되어서 장기적이고 동태적인 측면에서 문화발전의 순환 고리가 완성될 수 있다.
저작권법을 비롯한 지적재산권법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인류의 지적재산의 총량이 증대된다고 해도 정보재의 특성상 그것이 널리 전파되고 수용되는 확산과정이 없다면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저작권법은 저작물에 대한 지배권을 인정하여 창작자의 이익을 도모하는 한편, 일정한 경우에는 공중의 저작물에 대한 자유이용을 법적으로 허용함으로써 양자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저작권의 보호가 지나치게 강화되면 부득이하게 공중(公衆)의 저작물에 대한 이용 및 문화의 향유가 위축된다는 점에서, 저작권의 보호 및 저작물의 이용은 저작권법의 목적 실현에 필요한 2가지 수단이면서도 상호긴장과 충돌가능성을 갖고 있다. 그러므로 창작의 인센티브로 부여되는 저작권은 창작을 유인하는 데 ‘충분한 정도’의 저작권일 것과 동시에 창작을 유인하는 데 ‘필요한 범주 내’의 저작권일 것으로 한정될 필요가 있다. 또한 저작물의 이용이 문화의 총량증가를 가져 오고, 또 다른 창작의 밑거름이 되는데 필요한 만큼 저작권의 내용 및 존속기간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
요컨대, 창작의 인센티브로 충분하면서도 저작물의 이용을 합리적으로 가능하게 해주는 적정한 정도의 저작권 보호수준을 파악해서 법률해석 및 법률적용을 하는 것이 저작권법의 목적을 고려하는 사법부의 과제라고 할 수 있다.
라. 국민의 방송매체 및 정보․문화에 대한 접근권(access right)“모든 국민은 언론의 자유를 가진다.”라는 규정은 우리나라와 미국을 비롯한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이 공통으로 정립하고 있는 헌법규범이다(헌법 제21조 제1항, 미국수정헌법 제1조 등). 방송매체에 대한 액세스권의 문제는 미국의 학자인 배런(J.A. Barron)에 의하여 1967년 처음으로 제기된 이후 세계 각국에서 논의가 전개되면서 현재에 이르고 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방송사업자인 Red Lion 회사가 연방통신위원회(FCC)의 규제조치에 대하여 위법을 주장하면서 소송을 제기한 사건에 대하여 1969. 6. 9. 원고패소 판결을 선고한 바 있는데, 그 판결이유에서 연방대법원은 『공중(公衆, public)의 방송매체에 대한 액세스권』을 정면으로 인정하였다.
즉, 미국 연방대법원의 화이트 대법관(Justice White)과 브레난 대법관(Justice Brennan)은 수정헌법 제1조의 ‘언론의 자유’에 대한 해석 및 적용에 관하여, “가장 존중돼야 할 것은 시청자와 청취자의 권리일 뿐, 방송사업자의 권리가 아니다. 수정헌법 제1조의 목적은 진리가 통용되는 사상(思想)의 자유시장을 유지하는 것이지, 정부 또는 면허를 갖춘 사업자에 의한 사상의 독점화를 장려하는 것이 아니다. 공공의 사건에 대한 언론은 개인적인 표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의 것이고, 그것은 주민자치의 본질에 해당한다. 이 사건에서 핵심적인 것은, 사회적․정치적․심미적․도덕적 또는 그 밖의 사상과 경험에 대하여 공중(公衆)의 합당한 ‘액세스권’을 보장하는 것이다. 이 권리는 헌법에 의하여 보장되며, 연방의회나 FCC에 의하여 제한될 수 없다.”라는 판결이유를 밝혔다.
그 후 미국의 위 판례이론은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었는데, 우리나라는 국민의 알 권리와 정정보도청구권, 반론보도청구권 등 방송매체에 접근할 수 있는 국민의 권리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입법상의 노력을 하고 있으며, 헌법상 국민의 기본권인 ‘언론의 자유’가 한낱 명목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헌법정신이 실질적으로 실현될 수 있도록 수단과 절차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한편,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 북미, 유럽 등에서는 이른바 ‘오픈 액세스(open access)’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여기서 오픈 액세스라고 함은, “학술논문이 공개된 인터넷상 자유롭게 이용가능하게 됨으로써, 누구든지 인터넷 접속 그 자체와 결부된 것 이외에는 재정적, 법적 및 기술적 장벽 없이 그 논문의 전문(全文)을 읽고, 다운로드를 받고, 복제하고, 배포하고, 인쇄하고, 검색하고, 링크를 설정하고, 색인을 위하여 수집하고, 소프트웨어에 대한 데이터로 사용하거나 기타 합법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러한 선진국들의 움직임은 “모든 국민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가진다(헌법 제22조 제1항).”라는 헌법규범이 실질적으로 실현될 수 있도록 정보와 문화의 확산에 대한 사회적 환경을 조성하는 노력으로 이해할 수 있다.
자, 이제 본격적으로 저작권 남용에 대한 대목입니다... 사실, 제가 율사가 아닌데다, 공부가 짧아서, 저작권 남용에 대한 이런 판결이 있었나 아주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바. 저작권남용의 금지
(1) 개관
저작권법은 『문화 및 관련 산업의 향상발전』이란 목적을 실현하기 위하여 (ⅰ) 저작권의 보호, (ⅱ) 저작물의 공정이용(fair use) 도모라는 2가지 방향성을 상정하고 있는데, 저작권의 보호가 지나치게 강화되면 부득이하게 공중(公衆, public)의 저작물에 대한 이용 및 문화의 향유가 위축된다는 점에서, 저작권의 보호 및 저작물의 이용은 저작권법의 목적 실현에 필요한 2가지 수단이면서도 상호긴장과 충돌가능성을 갖고 있다. 그러므로 창작의 인센티브로 부여되는 저작권은 창작을 유인하는 데 ‘충분한 정도’의 저작권일 것과 동시에 창작을 유인하는 데 ‘필요한 범주 내’의 저작권일 것으로 한정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저작권법에는 저자권남용의 금지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므로, 일반조항인 민법 제2조의 규정을 저작권남용에 관한 법률관계에 대하여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가 문제가 된다.
고대 로마의 시민법은 일찍부터 “자기의 권리를 행사하는 자는 어느 누구도 해하는 것이 아니다(Qui iure suo utitur, neminem leadit)”라는 원칙을 확립하고 있었다. 프랑스혁명을 계기로 근대민법이 형성된 이후 프랑스, 독일, 스위스 등 대륙법의 선도국가들은 권리남용의 판단기준을 『가해목적(加害目的)』에서 찾는 입장을 갖고 있었다. 이는 로마법상의 위 원칙과 천부인권사상에서 유래된 소유권절대의 원칙에 입각하여 볼 때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그러나 그 이후에 유럽에서 자본주의의 폐해가 속속 나타남에 따라, 위 국가들은 권리남용의 판단기준을 ‘가해목적’에서 ① 정당한 이익의 흠결, ② 권리의 사회적 기능에 대한 배반, ③ 이익균형의 파괴 등 『객관적 사정(客觀的 事情)』을 강조하는 입장으로 점차 수정하는 경향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법원은 “권리의 행사가 주관적으로 오직 상대방에게 고통을 주고 손해를 입히려는데 있을 뿐 이를 행사하는 사람에게는 아무런 이익이 없는 경우”라고 가해목적에 입각한 판단기준을 정립함으로써 권리남용을 상당히 제한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대법원 판례의 위 문언상으로는 ‘권리’라는 포괄개념을 사용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사안들을 일일이 살펴보면 소유권의 행사와 관련된 판례들이 대부분임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대법원이 근대민법의 3대 원칙 중 하나인 소유권절대의 원칙에 입각하여 소유권의 강한 보호를 견지하는 입장을 취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한편, 우리나라의 대법원은 “권리의 행사가 상대방에게 고통이나 손해를 주기 위한 것이라는 주관적 요건은 권리자의 정당한 이익을 결여한 권리행사로 보이는 객관적인 사정에 의하여 추인할 수 있으며, 어느 권리행사가 권리남용이 되는가의 여부는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판단되어야 한다.”라고 판시함으로써, 개별사안에 따라 ‘객관적 사정’을 반영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리고 대법원판례들 중에서 지적재산권을 둘러싼 특허권남용의 금지, 상표권남용의 금지 등에 관한 판례들의 경우에는 권리자의 ‘가해목적’보다는 특허의 진보성이 결여되어 특허무효임이 명백한 경우, 상표등록이 무효임이 명백한 경우 등의 ‘객관적 사정’이 핵심적인 요건사실로 다루어지고 있다. 즉 지적재산권의 경우에는 국가기관의 개입에 의하여 개인에 대한 독점권이 부여되는 것인 만큼, 천부인권사상에서 유래되는 소유권과 비교하여 볼 때 해당 지적재산권에 대한 『공익 적합성(公益 適合性)』은 한층 더 강조되는 것이고, ‘가해목적’이 아니라 해당 지적재산권법의 법률체계와 사회질서 및 공공복리 등의 구체적인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객관적 사정’도 지적재산권남용의 금지를 긍정함에 대한 중요한 판단기준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의 하급심판결 중에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한국방송공사(KBS)를 상대로 음악저작물에 관한 저작권침해금지소송을 제기한 사안에 대하여 여러 가지 객관적 사정을 종합하여 저작권남용에 해당한다고 하면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판결례가 있다.
원고들은 2006~2011년 매년 계약을 통해 방송저작물을 피고에게 제공했는데, 2011년 12월 계약 해지, 갱신 거절 의사를 전달했습니다. 피고는 버텼죠. 피고는 "정당한 사유 없이 방송프로그램 제공을 거부·중단해서는 아니 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고들이 위 의무를 위반하여 방송프로그램의 제공을 거부·중단한 점, (ⅱ) 원고들이 위와 같이 방송프로그램의 제공을 거부·중단한 것은 그 실질상 피고가 종합유선방송사업자로서 갖고 있는 채널편성권의 행사에 간섭하면서 사업상 부당한 압력을 미치려는 의도에서 기인한 것이므로, 이는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저작권의 본질에 어긋난 부당결부 및 담합행위에 해당하는 점 등을 내세우면서, 원고들이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저작권침해금지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저작권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되지 않는다고 항변한다.
나. 위 (ⅰ) 주장에 관한 판단
(1) 살피건대, 원고들은 이른바 ‘PP(Program Provider)’로서 방송프로그램을 제작·구매하여 이를 시청자에게 제공하면서 방송채널을 사용하는 방송채널사용사업자로 등록되어 있는 사실, 피고는 이른바 ‘SO(System Operator)’로서 경기 성남시 방송구역에 대한 지역사업권을 부여받은 가운데 종합유선방송국을 관리·운영하는 종합유선방송사업자로 허가되어 있는 사실은 당사자들 사이에 각 다툼이 없고, 한편 원고들이 2006. 1. 1.부터 2011. 12. 31.까지 피고와 사이에 방송프로그램에 관한 저작물이용계약을 매 1년 단위로 각 체결한 후 원고들의 방송프로그램을 위 계약기간에 걸쳐 약 6년 동안 계속적으로 제공하여 온 사실 및 원고들이 2011. 12.경 피고에게 ‘2011. 12. 31.’을 계약만료일로 삼아 계약해지 내지 갱신거절의 의사표시를 일제히 한 다음 그 이후부터 현재까지 방송프로그램의 제공을 거부·중단한 사실은 앞에서 인정한 것과 같다.
방송법은 방송의 공적 책임을 높임으로써 시청자의 권익보호와 국민문화의 향상에 이바지함을 그 목적의 하나로 삼고 있고(제1조), 방송은 성별·연령·직업·종교 등을 비롯하여 ‘지역’을 이유로 방송편성에 차별을 두어서는 안 되며(제6조 제2항), 방송사업자가 다른 방송사업자에게 방송프로그램을 공급할 때에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시장가격으로 ‘차별 없이’ 제공해야 하고(제76조 제1항), 방송사업자는 사업자 간의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거나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 또는 시청자의 이익을 저해하거나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의 하나로서, 정당한 사유 없이 방송프로그램의 제공을 거부·중단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안 된다(제85조의2 제1항 제1호).
방송법상의 이러한 관련 규정에 비추어 보면, 방송사업자의 지위에 있는 원고들이 전국의 종합유선방송사업자 73개 업체 중 유독 피고만을 상대로, 약 6년 동안 기존에 해 오던 방송프로그램의 제공을 ‘2012. 1. 1.’의 시점을 기준으로 일제히 거부·중단한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제85조의2 제1항 제1호에 저촉되는 위법행위에 해당하고, 다만 원고들로서는 위와 같이 방송프로그램의 제공을 일제히 거부·중단할만한 ‘정당한 사유’가 존재한다는 점을 입증한 경우에 한하여 방송법상의 위법행위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다.
(2) 이에 대하여 원고들은, 종합유선방송사업자인 피고가 채널편성에 관한 변경·폐지를 하는 경우에는 이 사건 저작물이용계약 제3조 제2호에 따라 방송사업자들 사이의 협의를 거쳐야 함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이러한 협의의무를 위반한 채 2011. 11. 29.경 채널편성에 관한 변경·폐지를 전격적으로 단행하였고, 또한 방송채널사용사업자인 원고들에 대하여 일방적으로 계약해지의 통지를 하였으므로, 원고들로서는 이 사건 저작물이용계약의 갱신을 거절한 가운데 방송프로그램의 제공을 거부·중단할만한 ‘정당한 사유’를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가) 먼저 원고2, 3, 4, 6의 주장 부분에 관하여 본다.
살피건대, 갑 제8호증의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피고가 2011. 11. 29.경 경기 성남시 방송구역의 종합유선방송에 대하여 ‘2011. 12. 1.’ 기준으로 아래 표2 기재와 같이 채널편성에 관한 변경·폐지를 단행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그 채널개편의 내용에 따르면 원고1의 ‘SBS Plus’에 대한 기존 아날로그채널 ‘19번’이 ‘96번’으로 변경된 점 및 원고5의 ‘SBS CNBC’에 대한 기존 아날로그채널 ‘4번’이 폐지된 점은 각 인정되나, 그 밖에 원고2, 3, 4, 6에 대하여는 그 고유의 전용채널에 관한 변경·폐지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할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고, 오히려 2011. 12. 1. 당시 위 원고들의 전용채널이 그대로 존속되고 있었음이 인정될 뿐이므로, 이처럼 ‘2011. 12. 1.’의 기준일자를 전후한 방송채널상의 법적 지위에 아무런 변동이 없는 위 원고들로서는 피고를 상대로 ‘계약상 협의의무위반’을 내세우면서 대항할만한 정당한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2, 3, 4, 6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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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다음으로 원고1, 5의 주장 부분에 관하여 본다.
종합유선방송사업자는 해당 방송구역의 종합유선방송국에 대하여 관리·운영의 권한을 갖고 있으므로 그에 따라 어떤 방송사업자에게 어떤 채널을 배정할 것인지에 관한 채널편성의 권한 역시 아울러 갖고 있고,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은 보장되며 누구든지 방송편성에 관하여 방송법 등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어떠한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방송법 제2조 제2호 나목, 제3호 나목, 제4조 제1항, 제2항 등 참조).
그리고 계약으로부터 발생하는 부수적 채무의 불이행을 원인으로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것은 그 불이행으로 인하여 채권자가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 또는 특별한 약정이 있는 경우에 한정되고, 계약으로부터 발생하는 의무 가운데 ‘주된 채무’와 ‘부수적 채무’를 구별함에 있어서는 급부의 독립된 가치와는 관계없이 계약을 체결할 때 표명되었거나 그 당시 상황으로 보아 분명하게 객관적으로 나타난 당사자의 합리적인 의사에 의하여 결정하되, 계약의 내용, 목적, 불이행의 결과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1다102301 판결 등 참조).
살피건대, 갑 제2호증 내지 갑 제4호증, 갑 제8호증의 각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① 이 사건 저작물이용계약의 일반조건 제3조 제2호에는 부동문자로 “방송프로그램의 송출채널을 변경하는 경우에는 상호 협의하여 결정한다.”라고 인쇄되어 있는 사실(갑 제2호증의 1, 5), ② 그런데 피고는 원고1, 5와 협의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위 2011. 12. 1.자 채널개편을 단행한 사실, ③ 피고가 2011. 12. 1.자 채널개편을 단행한 이후 원고1, 5의 전용채널 내역은 아래 표3 기재와 같은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으나, 한편 갑 제2호증, 갑 제8호증, 을 제1호증, 을 제22호증의 각 기재와 증인 이석훈의 일부증언 및 공지의 사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④ 우리나라는 2008년 초반부터 방송통신산업에 관한 법률제도의 변화에 대하여 논의를 시작하였는데, 당시 여당은 과학기술의 혁신에 의하여 방송과 통신이 융합되어 가는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따라 대기업과 신문사, 통신사 등(이하 통틀어 ‘대기업 등’이라고 한다)으로 하여금 방송통신산업에 대한 진입을 용이하게 함으로써 방송통신산업에 대한 자본유치 및 시장확대를 도모하는 정책을 주장하였고, 이에 대하여 야당은 본래 방송은 공익성 및 독립성이 강하게 요구되는 분야이므로 대기업 등으로 하여금 거대자본을 내세워 장악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이유로 이를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하여 온 사실, ⑤ 여당은 2008. 12. 3.부터 같은 달 26.까지 이른바 ‘미디어법’을 국회에 발의하였고, 여당과 야당이 약 7개월 동안 극심한 대립을 거듭한 끝에 2009. 7. 말경 여당 단독으로 위 미디어법에 속하는 방송법(2009. 7. 31. 개정 법률 제9785호),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사업법(2009. 7. 31. 개정 법률 제9785호),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2009. 7. 31. 개정 법률 제9785호), 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보장에 관한 법률(2009. 7. 31. 개정 법률 제9786호, 위 신문진흥법으로 타법개정)에 대한 의결을 하여 이를 공포한 사실, ⑥ 위 미디어법에는 ⒜ 지상파방송사업자 및 종합편성․보도전문편성 방송채널사용사업자의 발행주식에 대한 1인 소유제한을 30%에서 40%로 상향하는 규정, ⒝ 대기업 등의 소유금지 및 겸영금지 조항을 삭제하고, 대기업 등이 지상파방송사업자의 발행주식에 대하여는 10%, 종합편성․보도전문편성 방송채널사용사업자의 발행주식에 대하여는 30%까지 소유하는 것을 허용하는 규정, ⒞ 종합편성․보도전문편성 방송사, 신문사, 통신사 상호간의 겸영금지 조항 및 다른 신문사, 통신사의 발행주식 50%에 대한 소유제한 조항을 삭제하는 규정(위 2009. 7. 31.자 개정 전후의 방송법 제8조 제2항, 제3항, 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보장에 관한 법률 제15조 제2항, 제3항,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 제18조 제1항) 등이 포함돼 있어서 대기업 등의 방송산업에 대한 진입이 종전보다 한결 용이한 환경이 조성된 사실, ⑦ 그런데 지상파방송사업자인 한국방송공사, 주식회사 문화방송, 주식회사 에스비에스(이하 순차로 ‘KBS’, ‘MBC’, ‘SBS’라고 한다)로서는 방송사업자의 ‘과점(寡占)’ 지위가 축소되어 사업상 손실이 발생하는 산업구조로 변화하게 된 사실(원고들을 비롯하여 이 사건 소송을 함께 제기하였다가 취하한 원고 측 당사자들은 모두 위 지상파방송사들의 계열사 지위에 있다), ⑧ 야당은 위 ⑤항 기재 여당의 단독의결에 대하여 강하게 항의하면서 헌법소송을 제기하였고, 정부와 여당이 미디어법 개정에 따른 방송환경의 변화에 대하여 국민을 상대로 국정홍보를 하는 것에 대하여 MBC는 시청자의 권익 및 자사의 입장과 배치된다는 이유를 내세우면서 정부가 의뢰한 광고를 거부하는 등 정치적, 사회적 대립이 장기간에 걸쳐 지속되어 온 사실, ⑨ 방송통신위원회는 2010. 12. 31. 종합편성채널의 방송사업자로 조선일보(채널명: TV조선), 중앙일보(채널명: JTBC), 동아일보(채널명: 채널A), 매일경제(채널명: MBN)의 4개 사업자를 선정하고, 보도전문채널의 방송사업자로 연합뉴스(채널명: 뉴스Y)의 1개 사업자를 선정하였으며, 이렇게 선정된 위 방송사들은 2011. 12. 1.경 새로운 방송국의 개국이 예정되어 있었던 사실, ⑩ 피고를 비롯한 전국 73개의 종합유선방송사업자들은 2011년 당시 방송법 시행령 제53조 제1항 제2호 나목의 규정에 따라 방송통신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종합편성을 행하는 방송채널사용사업자의 채널을 포함시켜야 할 지위에 있었던 사실, ⑪ 원고1, 5를 비롯한 방송채널사용사업자들은 2011. 2.경 피고와 사이에 이 사건 저작물이용계약을 갱신할 당시에, 피고의 요청에 따라 계약서의 가장 앞면 제1조에 “계약기간: 2011. 1. 1. ~ 2011. 12. 31.(단, 피고의 자체 DMC 구축 및 방송환경 변화로 인하여 채널변경 사유가 발생시 계약기간 중이라도 방송채널사용사업자의 채널이 피고의 채널편성에서 제외되는 것에 동의하며, 이에 대하여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는다)”라는 문구를 명시함으로써 종합유선방송사업자인 피고의 채널편성권을 보장하는 내용으로 특약을 한 사실, ⑫ 방송통신위원회는 2011년 하반기경 미디어법 개정에 따른 정부의 방송통신산업 활성화 정책을 성공시키기 위하여 피고를 비롯한 전국 73개의 종합유선방송사업자들을 상대로 “시청자의 접근성 및 광고수익의 발생률이 좋은 아날로그채널의 낮은 대역을 가급적 새로운 종합편성채널의 방송사업자들에게 편성해 달라. 우리나라의 3대 지상파방송사업자들이 ‘1~11번’의 낮은 대역을 사용하고 있으므로, 그 다음으로 낮은 대역인 ‘12~22번’의 아날로그채널은 새로운 종합편성채널의 방송사업자들에게 편성하는 것이 적절하다.”라는 취지로 권고한 사실, ⑬ 그리하여 피고는 2011. 11.경 ⒜ 지상파방송사인 KBS, MBC, SBS의 계열사들 중에서 시청률, 경쟁력, 운영기간, 지역방송공헌도 등을 토대로 산정된 평가점수가 가장 낮은 아날로그채널 각 1개씩을 각 폐지하고, ⒝ 방송통신위원회가 권고한 ‘12~22번’ 낮은 대역의 확보방안에 관하여는, 지상파방송사의 계열사들 중에서 드라마, 예능 등의 방송프로그램을 재방송하는 아날로그채널 각 1개씩을 ‘90번대’의 높은 대역으로 각 변경하며, ⒞ 이로써 여유분이 확보된 ‘12~22번’의 낮은 대역에 방송통신위원회가 권고한 바에 따라 ‘TV조선’, ‘JTBC’, ‘채널A’, ‘MBN’ 4개의 종합편성채널을 각 신규 배정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이에 따라 2011. 11. 11.경 기존의 방송채널사용사업자들에게 일괄하여 “방송환경의 급변과 새로운 방송국의 개국에 따른 채널개편을 단행할 것이다.”라는 취지의 안내문을 발송한 다음, 2011. 11. 29.경 아래 표4 기재와 같이 ‘2011. 12. 1.’자 채널개편을 단행한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다.
순번 |
원고 |
채널명 |
전용채널 (상단: 아날로그, 하단: 디지털) | ||
2011. 12. 1. 이전 |
2011. 12. 1. 이후 |
2012. 1. 13. 이후 | |||
1 |
㈜에스비에스플러스 |
SBS 플러스 |
19 |
96 |
× |
202 |
202 |
202 | |||
5 |
㈜에스비에스 비즈니스네트워크 |
SBS CNBC |
4 |
× |
× |
507 |
507 |
507 |
순번 |
채널편성의 기본방침 |
채널편성의 내용 | |||
방송사 |
계열사 |
채널명 |
채널 | ||
1 |
지상파방송사의 계열사 중 평가점수 하위채널 각 1개씩 폐지 |
KBS |
㈜KBS엔 |
KBS Prime |
66번 (폐지) |
MBC |
㈜MBC플러스미디어 |
MBC Life |
39번 (폐지) | ||
SBS |
㈜SBS비즈니스네트워크 [원고5] |
SBS CNBC |
4번 (폐지) | ||
2 |
지상파방송사의 계열사 중 드라마 등 재방송채널 각 1개씩 변경 |
KBS |
㈜KBS엔 |
KBS JOY |
20번 → 97번 (변경) |
MBC |
㈜MBC플러스미디어 |
MBC드라마넷 |
16번 → 95번 (변경) | ||
SBS |
㈜SBS플러스 [원고1] |
SBS Plus |
19번 → 96번 (변경) | ||
3 |
‘12~22번’ 대역에 종합편성채널 각 1개씩 신규배정 |
조선일보의 채널명 ‘TV조선’에 19번 배정 (신규) | |||
중앙일보의 채널명 ‘JTBC’에 14번 배정 (신규) | |||||
동아일보의 채널명 ‘채널A’에 21번 배정 (신규) | |||||
매일경제신문의 채널명 ‘MBN’에 16번 배정 (신규) |
위 인정사실을 앞서 본 규정과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위 2011. 12. 1.자 채널개편을 단행한 것은 종합유선방송국을 관리·운영할 수 있는 그 고유의 채널편성권에 기하여, 지상파방송사들 사이의 형평성을 고려한 가운데 방송통신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공공정책에 부합하게 취한 정당한 조치였다고 봄이 상당하고, 다만 피고가 위 채널개편을 단행할 당시에 일반조건 제3조 제1호 소정의 협의의무를 준수하지 않았던 것은 원고1, 5가 지적한 바와 같으나, 그와 같은 의무위반은 이 사건 저작물이용계약의 본질적 내용 및 특약에 의한 약정과 거리가 있는 ‘부수적 채무’의 위반행위에 그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위 원고들은 이 사건 저작물이용계약상의 특약 제1조에 의하여 피고가 방송통신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단행하는 채널개편에 대하여는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말아야 할 계약상 채무를 부담하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원고1, 5는 피고의 부수적 채무에 불과한 위 협의의무 위반을 내세워 이 사건 저작물이용계약 자체를 해지할 수는 없다 할 것이고, 그와 같은 맥락에서 위 원고들이 이 사건 저작물이용계약의 갱신 자체를 거절하는 행위 속에 ‘정당한 사유’가 존재한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원고1, 5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다) 한편, 피고가 2011. 11. 29.경 원고들을 비롯한 방송채널사용사업자들 전원을 상대로 일괄하여 계약해지의 통지를 한 사실은 원고들이 지적한 바와 같으나, 지난 6년 동안 저작물이용계약을 갱신하는 과정에서 매 1년 단위로 이용기간을 각기 특정하여 새로운 형식의 계약서를 작성해 오던 사실관계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의 위 해지통지는 2011. 12. 1.자 채널개편을 기준으로 하여 새로운 계약서를 작성하기 위한 전제행위로서 취한 조치라고 이해될 뿐이며, 원고들과 사이의 저작물이용계약의 갱신관계를 종국적으로 종결시키고자 하는 의사표시로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에 관한 원고들의 주장 역시 이유 없다.
(3) 그렇다면, 방송사업자의 지위에 있는 원고들이 전국의 종합유선방송사업자 73개 업체 중 유독 피고만을 상대로, 약 6년 동안 기존에 해 오던 방송프로그램의 제공을 ‘2011. 12. 1.’의 시점을 기준으로 일제히 거부 및 중단한 행위는 방송법 제85조의2 제1항 제1호에 저촉되는 방송법상의 위법행위에 해당한다.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의 위 (ⅰ) 주장은 이유 있다.
다. 위 (ⅱ) 주장에 관한 판단
(1) 살피건대, ① 지상파방송사의 계열사인 원고들은 2006. 1. 1.부터 2011. 12. 31.까지 피고와 사이에 방송저작물에 대한 저작물이용계약을 매 1년 단위로 각 체결하고, 피고에 대하여 IRD 장비를 설치한 가운데 원고들의 방송저작물을 위 계약기간에 걸쳐 약 6년 동안 제공하여 온 사실, ② 우리나라의 국회가 2009. 7. 말경 이른바 ‘미디어법’을 의결․공포함으로써 대기업 등의 방송산업에 대한 진입이 한결 용이한 환경이 조성되었으며, 지상파방송사인 KBS, MBC, SBS로서는 방송사업자의 ‘과점(寡占)’ 지위가 축소되어 사업상 손실이 발생하는 산업구조로 변화하게 된 사실, ③ 피고가 2011. 11. 말경 방송통신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12~22번’의 낮은 대역에서 기존 지상파방송사 계열사의 전용채널을 각 1개씩 높은 대역으로 변경하고, 그 자리에 새로이 개국하는 종합편성채널 방송사업자 4개에 대하여 각 1개씩 전용채널을 신규배정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2011. 12. 1.’자 채널개편을 단행한 사실, ④ 그러자 원고들을 비롯한 지상파방송사의 계열사들은 2011. 12.경 피고에게 ‘2011. 12. 31.’을 계약만료일로 삼아 계약해지 내지 갱신거절의 의사표시를 일제히 한 다음, 그 이후부터 현재까지 방송프로그램의 제공을 한꺼번에 거부·중단한 사실은 각 앞에서 인정한 바와 같고, 한편 갑 제1호증, 갑 제5호증 내지 갑 제8호증, 을 제14호증, 을 제17호증, 을 제21호증, 을 제23호증, 을 제26호증, 을 제27호증, 을 제29호증 내지 을 제35호증의 각 기재와 증인 이석훈의 일부증언, 이 법원의 한국저작권협회에 대한 사실조회결과 및 공지의 사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⑤ 피고는 이 사건 저작물이용계약상의 계약기간에 걸친 약 6년 동안 방송저작물의 이용료를 매월 정기적으로 지불하여 왔으며, 원고들을 비롯한 지상파방송사의 계열사 9개 회사는 방송저작물의 이용료에 대하여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여 온 사실, ⑥ 원고2, 3 4, 6 및 ㈜MBC스포츠의 5개 회사는 피고의 2011. 12. 1.자 채널개편을 전후하여 그 각 고유의 전용채널에 아무런 변경이 발생하지 아니한 사실, ⑦ 원고들을 비롯한 지상파방송사의 계열사 9개 회사는 이 사건 저작물이용계약상의 특약 제1조에 의하여 피고가 방송통신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단행하는 채널개편에 대하여는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말아야 할 계약상의 채무를 부담하고 있었던 사실, ⑧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고들을 비롯한 지상파방송사의 계열사 9개 회사는 전국의 종합유선방송사업자 73개 업체 중 유독 경기 성남시 방송구역의 종합유선방송사업자인 피고만을 상대로 방송프로그램의 제공을 일제히 거부․중단하는 강경한 조치를 취하였던 사실, ⑨ 원고들을 비롯한 지상파방송사의 계열사 9개 회사의 위와 같은 조치는 “지상파방송사들이 이른바 미디어법의 개정에 따라 대기업 등으로부터 방송시장을 잠식당하는 상황에서 채널편성권을 갖고 있는 종합유선방송사업자에게 압박을 가하여 사업상 유리한 지위를 획득하자.”는 취지의 ‘담합행위(談合行爲)’의 일환으로 행해진 것으로 보이는 사실, ⑩ 그런데 경기 성남시 방송구역에는 약 100만 명 정도의 시청자들이 있는데, 그 중에는 공공재(公共財)에 속하는 지상파방송의 수신이 여의치 않은 난시청지역이 존재하고, 위성방송 등에 대하여 고액의 방송이용료를 지불할 수 없으며 오로지 저가의 케이블방송만을 이용하는 것이 가능한 빈곤층에 속하는 시청자들도 다수 존재하는 사실{ 원래 전파 및 지상파방송은 공공재이므로 국민이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산악지형과 난시청지역이 많은 관계로 케이블방송(종합유선방송)이 지상파방송의 역할을 대신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방송법에는 ‘지역사업권’에 관한 여러 가지 법률규정이 마련되어 있다}, ⑪ 원고들을 비롯하여 지상파방송사인 KBS, MBC, SBS의 계열사들이 유독 피고에 대하여만 방송프로그램의 제공을 일제히 거부․중단하는 경우에는 위 ⑩항과 같은 이유에서 경기 성남시 방송구역에 있는 약 100만 명 정도의 시청자들이 KBS, MBS, SBS의 방송프로그램에 대하여 정당한 시청료를 지불하고서도 다른 지역과 차별을 받으면서 방송프로그램에 접근․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 초래되는 사실(이러한 상황은 2012. 1. 1.경부터 현재까지 약 2년 동안 지속되어 왔다), ⑫ 피고는 원고들을 비롯한 지상파방송사의 계열사 9개 회사가 방송법 제85조의2 제1항 제1호에 저촉되는 위법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하면서 방송통신위원회에 분쟁조정신청을 제기하였는데, 방송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권고에 대하여 원고들은 “피고가 우선 IRD 장비를 반환하는 것이 전제조건이다.”라는 요구( IRD는 방송수신 장비이므로, 원고들의 이러한 요구는 ‘저작물이용’이 아니라 ‘저작물폐절’에나 수반되는 부당한 압박수단으로 이해될 뿐이다) 및 “피고가 지상파방송사의 계열사들에 대한 전용채널의 원상회복을 약속해야만 한다.”라는 요구( 원고들의 이러한 요구는 채널편성에 대한 간섭금지를 규정한 방송법 제4조 제1항, 제2항에 위배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정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취하고 있는 방송산업에 대한 공공정책과도 어긋나는 것이다)만을 표명한 가운데 원만한 합의 및 조정에 대하여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온 사실, ⑬ 원고들을 비롯한 지상파방송사의 계열사 9개 회사가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본안소송과 동일한 맥락의 저작권침해금지가처분신청을 제기한 바 있으며, 그 보전소송에서 ‘신청 기각’의 결정이 확정되었는데(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2012. 6. 20.자 2012카합17 결정, 서울고등법원 2013. 2. 7.자 2012라1084 결정, 대법원 2013. 7. 16.자 2013마385 결정; 해당 결정문의 내용에 의하면 방송사업자들이 합리적인 협의에 의하여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이르자 KBS, MBC의 계열사들은 2013. 9.경 및 2013. 10.경 종합유선방송사업자인 피고와 합의를 한 가운데 본안소송을 취하함으로써 분쟁을 종결시킨 사실, ⑭ 그럼에도 불구하고 SBS의 계열사인 원고들 6개 회사는 이 사건 본안소송을 계속 유지한 채 합리적인 협의 및 조정을 계속 거부하고 있는 사실, ⑮ 피고는 2013. 6. 25.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저작권위원회에 시청자의 권익을 위하여 방송저작물의 법정허락을 신청하였는데, 한국저작권위원회는 법정허락의 ‘포괄승인(包括承認)’에 관하여 하위 시행령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를 내세우면서 위 신청에 대한 구체적이며 실질적인 심사 및 행정작용에 나아가지 않은 채 2013. 8. 16. ‘반려통보’로 이를 종결한 사실{ 방송을 위한 저작물의 법정허락에 관한 저작권법 제51조 규정이 실질적으로 ‘사문화(死文化)’ 되어 있음은 위 제1의 마. ⑷항에서 설시한 바와 같다}, ⑯ 한편, 피고는 이 사건 분쟁이 발생한 시점인 2012. 1. 1.경부터 현재까지 이 사건 저작물이용계약상의 약정내용에 따른 방송저작물의 이용료를 매월 정기적으로 변제공탁하고 있는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다.
(2) 위 인정사실을 앞서 제1항에서 설시한 『관련 법리와 규범』에 비추어 보면, ㈀ 지상파방송사의 계열사로서 방송사업자의 지위에 있는 원고들이 전국의 종합유선방송사업자 73개 업체 중 유독 피고만을 상대로, 약 6년 동안 기존에 해 오던 방송프로그램의 제공을 ‘2012. 1. 1.’의 시점을 기준으로 일제히 거부․중단한 행위는 방송법 제85조의2 제1항 제1호에 저촉되는 방송법상의 위법행위에 해당하는 점, ㈁ 원고들의 이러한 행위는 경기 성남시 지역 약 100만 명 정도의 시청자들로 하여금 정당한 시청료를 지불하고서도 다른 지역과 차별을 받으면서 SBS의 방송프로그램에 대하여 접근․이용할 수 없는 부당한 상황을 초래하는 것이므로, 이런 상태가 약 2년 동안 지속되어 온 것은 ‘방송의 공익성’ 이념에 반하는 점, ㈂ 원고들이 지상파방송사의 계열사들과 연합하여 “지상파방송사들이 이른바 미디어법의 개정에 따라 대기업, 신문사, 통신사 등으로부터 방송시장을 잠식당하는 상황에서 채널편성권을 갖고 있는 종합유선방송사업자에게 압박을 가하여 사업상 유리한 지위를 획득하자.”는 취지의 ‘담합행위(談合行爲)’를 한 가운데 이러한 사업상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방편으로 저작권침해를 빙자하여 저작권침해금지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창작에 대한 합리적인 대가(對價, incentive) 및 저작인격권(著作人格權)이 존중받는 조건하에서는 공중(公衆, public)을 향한 문화와 정보의 확산과정(擴散科程)이 널리 권장되어야 한다는 저작권법의 본래 목적과 이념을 훼손하는 행위일 뿐만 아니라, 저작권자인 원고들이 방송법과 저작권법을 둘러싼 법률제도 및 공공정책에 어긋나게 사회적․경제적으로 부당한 이익을 획득하기 위한 방편으로 저작권에 관한 소송제도를 이용하고 있다는 점 등을 알 수 있는바, 이러한 제반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들이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저작권침해금지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저작권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의 위 (ⅱ)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판사 |
김동진 |
판사 |
류연중 |
판사 |
이은빈 |
별지 1
채널이름 및 채널번호
별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