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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중립성

<망중립성>대체 왜 이런걸 얘기하게 됐나- 히스토리

  오  KT의 삼성 스마트TV 차단 사태로 인해, 망중립성 다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KT는 이것은 망중립성과 상관없는 논의라고 주장하지만, 결코 동의할 수 없네요. 

이름도 어려운 망 중립성(Net Neutrality), 대체 이 논의는 어떻게, 왜 시작됐을까요. 사실 그 흐름을 살펴보면, 왜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됐는지 조금 보입니다.  

왜 망중립성을 이야기할까. 그 오래된 역사

조금 역사가 오래됐습니다. 1860년 미국 연방법은 "
개인, 회사의 전신 메시지가 어떠한 망을 통해서도 도달된 순서대로 비차별적으 로 전송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담았습니다. 돈을 더 많이 낸다거나, 혹은 그 어떠한 이유로든 어떤 전보는 더 빨리간다거나 하는 차별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얘기죠. 

      1950년대 미국의 Hush-A-Phone 은 일종의 고무컵이었다고 합니다. 전화기에 살짝 붙이면 목소리를 집중시켜 소음을 줄여줬죠. 선풍적 인기를 끌 뻔 했으나, 당시 미국 최대 통신사 AT&T가 발끈했습니다. 망에 함부로 누군가 끼어들어 장사하는게 싫었다고 해야할까요. 이 장비의 전화기 부착을 거부했고, 정책 당국의 '현명한' 결정을 구했습니다. 미 FCC는 결국 이 장비에 대해 "전화 시스템에 유해하며 서비스에 피해를 준다"고 결정했죠. 저게 왜 유해한지는 따지지 않겠습니다...

반전은 1956년 법원 판결이었습니다. 공중망에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모든 단말기의 접속 이용을 허용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망사업자가 부당하게 다른 단말기나 장비의 사용을 금지할 수 없도록 보장했습니다. 이른바 'No ha
rm to Public Network' 라는 원칙입니다. 이 원칙은 사실상 단말기 시장의 자유화를 보장, 전화기나 팩스, 모뎀 등 단말기 시장의 활성화를 가져왔습니다. 또 Carterfone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허용했죠. 

톰 카터(Tom Carter)가 선보인 Carterfone 은 새로운 논란을 낳았습니다. 전화기와 무선 송수신장치를 사용해 일정 거리내에서 무선으로 전화를 이용하도록 해준 장비였습니다. 워키토키 비슷했는데, 농부들은 이를 이용해 밖에서도 전화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AT&T는 또 발끈했습니다. 전화회선과 다른 종류의 통신은 연결해줄 수 없으니 망에 함부로 끼어들지 말라는 거죠. 1968년 드디어 FCC는 "
전화기와 무선 송수신장치를 접속일정 거리 이내에서 무선으로 전화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Carterfone 사용을 금지한 AT&T의 조치가 위법하다"고 결정했습니다  'No harm to Public Network'  원칙이 다시 빛을 발한 거죠. 
 



1984년 미국 FCC 제3차 ComputerInquiry는 접속기술표준을 공개하여 누구나 망에 동등하게 접속할 수 있도록 하는ONA(Open Network Architecture) 개념을 도입했으며 NCTE(NetworkChannel Terminating Equipment)부터는 망사업자가 관여할 수 없도록 개념을 세웠습니다. 이런 원칙들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나? 실상 데이터 통신의 진화를 야기하여 PC와 인터넷의 등장을 촉진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망 사업자의 서비스 차단 히스토리  

한동안 잠잠하던 문제가 또다시 불거진 것은 2004년이었습니다. ISP(Internet Service Provider), 망사업자인 
Madison River Communication이 Vonage 사의 인터넷전화 VoIP(Voice over Internet Protocol) 트래픽을 차단했습니다. 왜 차단했냐구요? 통신사는 새로운 기술 혁신을 기반으로 기존 자사 서비스보다 더 싸게 통신서비스를 이용하도록 해주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게 아닐까, 글쎄요. 당시 Vonage와 가입자는 FCC에 Madison River Communication 을 고소했습니다. 이 사건은 2005 Madison River Communication은 포트 차단을 중단하고FCC 15,000달러의 벌금을 납부하면서 마무리됐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통신사들이 망을 가지고 있다고 자꾸 딴지 거는 일을 막아야 하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됩니다.  결국 FCC는 2005년 8월 이용자의 선택과 접근 가능성을 보장하는 망중립 4가지 원칙 등 인터넷 정책선언(Internet Policy Statement)을 채택하게 됩니다. 즉 인터넷 이용자들은 
▲콘텐츠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기기 선택의 자유를 갖는다는 겁니다. 

그러나 2006년 4월 이번에는 ISP인 America Online이 특정 웹사이트(Dearaol.com)를 링크한 이메일을 차단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Dearaol.com America Online의 유료 전자메일 계획에 반대했던 곳이죠. 보복성 행위라는 비판이 제기됐으나 AmericaOnline 은 단순오류라고 주장하고 이메일 차단을 해제했습니다.

망사업자의 횡포(?)가 이어지자 2006년 12월 FCC는 AT&T와 BellSouth의 합병 승인 조건으로 망중립성을 내세웠습니다. 점차 정책당국의 요구치가 높아진거죠. 

2008년 8월 FCC는 
BitTorrent 파일 공유 서비스를 트래픽 유발 이유로 차단한Comcast에 대해 망 중립성 위반을 경고했습니다. Comcast의 인터넷 트래픽 관리는 BitTorrent와 소비자의 권리에 반하며, 소비자에게 충분한 설명이 없었다는 거죠. FCC는 당시 트래픽 제한 중단 및 네트워크 관리 정책 공개 등 시정명령을 내렸습니다. 이번에는 Comcast가 가만있지 않았습니다. Comcast 안정적이고 원활한 서비스를 위한 관리로서 소비자를 위한 행위라고 반박하고 FCC가 ‘합리적인 네트워크 운영(Reasonable Network Management)’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한바 없다는 이유로 항소법원에 FCC를 제소했습니다. 미 콜롬비아 연방항소법원은 망중립성 원칙을 위반한 ISP(Comcast)에 대한 FCC의 제재는 권한을 넘어선 행위라고 Comcast 손을 들어줬습니다. 중요한 건, 이 판결이 FCC의 제재 권한을 문제삼은 것으로 실제 Comcast 차단에 대해서는 합법과 불법 여부를 따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이후에도 망을 가진 사업자의 '저항'이 이어졌고, 규제당국과 법원이 나서는 일이 계속됐습니다.
 

2009년 4월 시민단체인 Free Press 는 "
AT&T가 경쟁을 방해할 목적으로 아이폰 기반 Skype 서비스를 차단했다며 망중립성 위반 혐의로 FCC에 조사를 요청했습니다. 같은해 8월에는 AT&T와 애플이 Google Voice의 앱스토어 등록 거부를 결정한 것에 대해 FCC 조사가 시작됐습니다. 독점계약에 의한 불공정 거래냐가 관건이었죠. 두 사안 모두 무료통화가 가능한 새로운 기술 기반 서비스를 막은 겁니다. 
 

대   망중립성 원칙을 세우면 뭐합니까. 이처럼 계속 분쟁이 이어지자 FCC의 움직임도 빨라졌습니다.

2009년 10월 FCC는 기존 망중립 4원칙에 비차별성, 투명 의무조항을 추가한 망중립성 6원칙을 채택했습니다. 
2010 1월에는 구글과 버라이즌이 망중립성에대한 공동성명(Joint Statement on Network Neutrality)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애플은 2010 11 GoogleVoice 앱을 승인했습니다. 앞서 2009 10 AT&T는 VoIP 애플리케이션이 자사 3G네트워크에 접속하는 것을 허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    2010년 12FCC는 드디어 ‘오픈 인터넷 규칙(Open Internet Rules)’을 발표했습니다. 미국은 우리처럼 뚝딱뚝딱 법이 만들어지는 일은 없다네요. FCC는 이를 CFR(Codeof Federal Regulation)의 통신 부문에 삽입하여 법제화를 추진 중입니다.  이 '오픈 인터넷 규칙'은 드디어 다음과 같은 3가지를 주요 원칙을 내세웁니다. 
 
- 투명성(Transcparency) : 유무선 통신사업자는 네트워크 관리 방식, 성능, 거래조건 등에 관한 정보를 이용자 및 3rd partyplayer 에게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
- 차단금지(NoBlocking) : 합리적인 네트워크 관리 범위 안에서, 유선 통신사업자는 합법적 콘텐츠,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또는 유해하지 않은 디바이스를 차단해서는 안되며무선 통신사업자는합법적 웹사이트, 통신사업자의 음성 또는 영상전화 서비스와 경쟁하는 애플리케이션을 차단해서는 안된다
- 불합리한 차별금지(NoUnreasonable Discrimination) : 유선 통신사업자는 콘텐츠전송에서 합법적 네트워크 트래픽을 불합리하게 차별해서는 안된다.

사실 망을 깔기만 하면 되는, 즉 무한한 유선망과 달리, 주파수가 제한되는 무선망에서 망 중립성은 조금 느슨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선 통신사업자가 경쟁하는 음성, 영상전화 서비스를 차단해서는 안된다"고 명시한 것은 주목됩니다. 마이피플의 무료통화가 바로 통신사업자와 경쟁하는 음성, 영상전화 서비스죠. 

망 중립성을 원치 않은 통신사들의 저항


망 중립성이 지켜져야만 인터넷의 개방과 혁신이 가능할 것이라는 철학은 그러나, 통신사측의 강력한 저항에 계속 부딪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공화당이 망중립성에 반대, 통신사 편에 섰습니다. 케이 베일리 의원 등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인터넷과 브로드밴드 산업 관행을 규제하려는 FCC 법안 거부'라는 법안을 만들었죠. 이 법안이 미국 상원에서 부결된 것은 2011년 11월. 불과 몇 달 전 일입니다. 공화당이 주도하는 하원에서는 통과됐던 내용이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의회가 망 중립성 거부 움직임을 보일 경우 강력 대응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2011년 11월 20일 Open Internet Rules 는 발효됐습니다.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건 전쟁이니까요. 버라이즌은 2011년 9월 30일 콜럼비아 지역 항소법원에
Open Internet Rules 위헌 여부에 대해 재심을 청구했습니다. 예전과 마찬가지로 FCC 인터넷 규제에 대한 권한을 문제삼았으며,  Open Internet Rules 이 유선과 무선에서 차별적 규제를 두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미디어개혁을 주장하는 시민단체 Free Press 는 제1순회 항소법원에 FCC의 Open Ineternet Rules가 무선 부문 망중립성에 대해 충분한 규제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로 바로 이 부분에 대해 문제를 삼았습니다. 같은 주장이지만 문제의식의 출발지점은 정반대입니다. 
 
왜 이렇게 난리겠습니까. 거꾸로 말하면, 법이나 정부의 개입 없이는 망을 마음대로 쓰겠다는, 중립성을 지키지 않겠다는 통신사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EU의 경우, 2007년 11월 
EC(European Commission, 유럽위원회)가 ‘EU 통신 규제 개혁안 (EU Telecoms ReformPackage)’에 망중립 내용을 포함시켰고, 이 안은 2009년 11월 유럽의회를 통과했습니다. 
European Commission Declaration on Net Neutrality’ 가 발표됐죠. 

유럽은 그동안 어느 정도 관망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기존 규제로도 충분히 망 중립성이 유지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뭐 그런 입장이었죠. 그러나 더이상 가만히 볼 수 없다는 움직임이 드디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유럽전자통신규제기구(BEREC)는
"몇몇 국가에서 데이터 차별이 의심되는 사건이 실제 발생하고 있으며, 이중 일부는 시장에 경쟁상의 폐해를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ISP와 네트워크 사업자에게는 일정한 상황 아래 서비스 제공사업자들에 대하여 접속을 제한하거나 부당한 조건을 부과할 능력과 유인을 가지기 때문에 경쟁에 대한 병목(bottleneck)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실제 프랑스, 그리스, 헝가리, 리투아닝, 폴란드, 영국에서  P2P 파일공유나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한 제어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오스트리아, 크로아티아, 독일, 이태리, 네덜란드, 포르투칼, 루마니아 등에서는 일부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mVoIP 서비스를 일부 차단하거나 추과 요금을 부과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한국과 다르지 않은거죠. 

 
네덜란드가 망중립성을 명시한 통신법 개정안을 20011년 6월에 통과시킨 배경에는 이같은 사태를 막으려는 정책 당국의 강력한 의지가 작용했습니다. 당시 네덜란드 최대 통신사 KPN 등은 "음성통화와 메시지 수입 감소, 망 투자비용 증가" 등을 이유로 Skype와 WhatsApp 이용자에게 추가 요금을 부과하려다가 철퇴를 맞았습니다. 네덜란드 통신사들의 시도는 정말 한국과 닮았습니다. 네덜란드는 아예 법으로 이를 막았고, 싱가폴 통신정책당국은 비슷한 시기에 망 중립성 정책결정을 의결했습니다. 

BEREC이 망중립성과 관련해 제기하는 세가지 우려는 여러가지를 시사합니다.


- 시장기능과 이용자에 대하여 반경쟁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차별적 트래픽 관리행위의 범위는 어디까지 인가. 

- 직접적 반경쟁적 행위는 아니더라도 일정한 유형의 트래픽 관리행위가 보편화될 경우에 장기적 측면에서 인터넷 경제 및 표현의 자유, 프라이버시와 같은 기본권 행사에 미치게 될 영향은 무엇인가. 

- 사업자 트래픽 관리행위의 투명성 부족으로 인하여 소비자들이 겪게 될 혼란과 폐해(가령, 자신의 트래픽이 일상적으로 제어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한 이용자라 하더라도 이것이 고의에 의한 것인지 망 혼잡과 같은 다른 요인에 의한 것인지 알 수 없음) 

'망 중립성', 이 어려운 논의는 사실상 망 사업자의 횡포를 막기 위해 출발했습니다. 서비스를 차단하고 제한하는 시도는 끊이지 않습니다. 망에 위해? 대체 얼마나 위해를 가했는지, 망 부담? 대체 얼마나 많은 부담이 야기됐는지 '투명하게' 먼저 얘기를 해보자고 하지 않을 수 없어요. 그리고 이는 반드시 '실효성'과 '강제력' 있는 조치를 필요로 합니다. 물론 법제화가 꼭 필요하냐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논의해봐야 하구요. 하지만 이번 KT-삼성전자의 스마트TV 차단 논란은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이라도 지키도록 하는 강력한 힘이 필요하다는 걸 실감하게 해줬습니다. 망 중립성, 역사만 봐도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