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리뷰/소설들'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5.07.19 <한국이 싫어서> 당신도 심쿵 하는가
  2. 2010.09.11 <열하광인>문장에 취하고 사건에 빠졌으며 이치를 엿보았다

<한국이 싫어서> 당신도 심쿵 하는가

소박한 리뷰/소설들 2015.07.19 23:48



한국이 싫어서

저자
장강명 지음
출판사
민음사 | 2015-05-08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단군 이래 가장 똑똑한 글로벌 세대’의 글로벌 행복론 20대 ...
가격비교


언제나처럼 책 메모를 트윗으로 하는데.. 트친들 반응이 나름 뜨거웠던 책. 모두 감정이입을 피할 수 없는 내용이라 그런게 아닐까. 트윗 메모를 중심으로 간단히 코멘트.


“난 정말 한국에서는 경쟁력이 없는 인간이야. 무슨 멸종돼야 할 동물 같아. 뭘 치열하게 목숨 걸고 하지도 못하고, 물려받은 것도 개뿔 없고. 그런 주제에 까다롭기는 또 더럽게 까다로워요. 통근 거리가 중요하다느니, 자아 실현 좋겠다느니”

 

“한국에서는 딱히 비전이 없으니까. 명문대 나온것도 아니고, 집도 지지리 가난하고, 그렇다고 내가 김태희처럼 생긴 것도 아니고. 나 이대로 한국에서 계속 살면 나중엔 지하철 폐지 주워야 돼” (여기 반응이 더 웃긴데 “그렇구나 나도 지잡대 나왔어”라고 맞장구 치는 남자에게 여자는 말한다“난 홍대 나왔는데? 그 와중에!)  

 

주인공은 호주 이민을 추진하는 20대 여자. 도입부에서 호주 입국심사장에서 생리가 터지는 묘사를 어찌나 실감나게 하는지, 순간 잘 모르는 작가 장강명이 여자인줄 알았다. 왜 고국을 떠나려고 하냐고? <한국이 싫어서>. 도발적인 이 문장을 제목으로 갖다 붙인 패기. 그런데 너무 설득력 있어서 구구절절 뜨끔하다. 책장을 넘길수록 완전 설득당해서 작가가 여자인지 남자인지 중요하지 않게 되더라. 주인공에게 감정이입 확 되어버린게지. 정말 가진 것 없고 비전도 없이 재미도 없는 일에 소진되는데 희망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 스스로 다큐에서 맨날 사자에게 잡아먹히는 톰슨가젤을 비유한다. 엉뚱한데 한 눈 팔 다가 잡아먹힐 톰슨가젤한테.. 다른 톰슨가젤이랑 연대해서 사자에서 맞장이라도 뜨라는 얘기냐, 그게 아니면 죽기 살기로 도망가야 않겠나. 호주로든. 

 

살기 힘든 건 모두 마찬가지. 도망가는게 최선이냐는 질문도 부질없다. 가장인 아저씨들 마음을 훤히 꿰뚫는다. “중년 남자들이 '빙고'를 부르는 이유는 다들 너무 힘들어서 아닐까. 다들 이 땅이 너무 싫어서 몰래 이민을 고민하는거지. 그걸 억지로 부정하고 자신에게 최면을 걸고 싶은거야. "모든게 마음먹기 달렸어" "쉽게만 살아가면 재미없어”라고.

 

“내 고국은 자기 자신을 사랑했지대한민국이라는 나라 그 자체를그래서 영광을 드러내줄 구성원을 아꼈지김연아라든가삼성전자라든가그리고 못난 사람들에게는 주로 '나라 망신'이라는 딱지를 붙여줬어내가 어려우면 도와주는게 아니라..

 

여기서도 심쿵. 그렇지. 못나고 약한 자는 다 저들 탓이라며 손가락질하고, 알량하게 어딘가 잠들어 있을 애국심을 건드리는 뭔가가 나온다면 난리가 나지. 실제 잘 통한다. 온 국민이 김연아가 태극기를 흔들 때 감동으로 부르르 떨고. 해외 공항에서 삼성전자 간판 만나면 왠지 으쓱하잖냐. 그런데 이 나라는 나를 위해, 우리를 위해 무엇을 해주고 있지? 국가를 위해 뭘 할지 먼저 생각하라고 하지 마라. 병역의 의무 납세의 의무 다 지키고 아침부터 밤까지 죽어라 일해서 GDP 높여주는 우리들이다.

 

지방대 나온 애들수도권 나온 애들인서울 나온 애들연고대 나온 애들이 다 재수를 하든지 한국을 떠나고 싶어하지아마 서울대 안에서는 법대가 농대 무시하고 과학고 출신이 일반고 무시하고 그러겠지그 근성 못 고치면 어딜 가도..


업신여김과 모멸의 사슬 같다. 한 줌 꼭대기 인간들은 겸손함이 없고, 그 아래를 얕본다. 다 같은 인간인데 다 같지 않은 불평등과 차별을 겪은 이들은 자기보다 못한 쪽에 다시 날 선 시선을 들이댄다. 이른바 루저들일수록 여성에게 공격적이라는 건, 실제 자기들도 화살을 돌릴 약자가 더 없기 때문이 아닐까. 책 읽고 작가 인터뷰를 찾아봤는데‘약자’라는 측면에서 20대 ‘여자’를 화자로 삼았다는 대목이 나온다.


그러니까 기자나 기업 임원이나 펀드매니저나 변호사의사 같은 '진짜 직업'들이 있고그 아래 별로 중요하지 않은 다른 직업들이 있다는 거지..그런데 호주에서는 알바 인생도 나쁘지 않아방송기자랑 버스 기사 월급이 별로 차이가 안 나

 

그러니까.. 한 줌 ‘진짜 직업’ 외에는 절대 드라마 주인공으로도 뽑히지 못하는 현실. 방송기자랑 버스 기사 월급이 같으면 누가 공부 더 해 방송기자를 하냐고? 그게 자아실현이지. 굳이 그런 ‘타이틀’ 없어도 행복하면 버스 기사 하면 되고.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얘기는 고리짝 전설 같지만, 그게 뭐 어때.

 

나는 당당하게 살고싶어물건팔면서아니면 손님 대하면서 얼마든지 고개 숙일 수 있지하지만 그 이상으로 내 자존심이랄까 존엄성이랄까 그런 것까지 팔고 싶지는 않아누구를 부리게 되거나 접대 받는 처지가 되어도 자존심은 배려해줄거야


 이 대목을 보면서, 작가는 정말 구구절절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몽땅 주인공 입을 빌어 하는구나 싶었다. 대리만족도 이쯤이면 참으로 훌륭하다. 심지어 소설을 쓰고 싶다는 욕심도 생길 지경. 우리는 모두 할 말은 많은데 못하는 거 아닌가. 그런데 그걸 ‘픽션’으로 쓰면 되잖아! 이런 단순무식한 반응이 나올 정도로 구구절절 푹 빠졌다고 해두자.

 

하긴 데이트 계획을 세운들..지명이는 하루에 여섯 시간도 못 자자정께 퇴근해서 새벽 6시에 일어나서 씻고 7시면 나가그걸 당연하게 여기더라고걔 말로는 기자 생활이 그렇대나이 들어도 계속 그렇게 바쁘고 시간 안 날 거래

 

이른바 ‘진짜 직업’을 가지면 주 100시간 근무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사회적 존경과 돈을 받는다. 그런 자존감을 써먹을 데라고는 어디 폼잡거나 끼리끼리 골프칠 때 밖에 없고,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할 시간이 없다는게 문제겠지만. 역시 기자 출신 작가 답구나 했다. 나 역시 23살 부터 14년간 새벽 6시에 출근했던 인간이다. 막판에는 그 와중에 자정까지 주3회 술자리가 이어진 일상이 도망치는 결심을 하는데 한 몫 했다. 앞 뒤 안 보고, 다 내려놓고 나왔는데.. 내 옛 동료들은 다들 그렇게 계속 버틴다. 물론 이 사회에서 나름 ‘힘’ 있는 일이라 선택 문제겠지만. 

 

트윗 메모는 못했지만, 이 대목에서 지명과 주인공 계나(그렇다. 이름이 계나. 언니와 동생은 혜나, 예나. 호주 친구들은 케이나 라고 부른다ㅎㅎ)의 밤 생활도 슬프다. 너무 피곤한 노동자, 특히 신참 기자는 여자를 잡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데 그녀에게는 그게 더 애잔한거다. 의무처럼 밤 일에 나서고, 상대도 의무를 다하고, 슬픈 섹스. 최고의 유희라는데 왜 이렇게 된걸까. 하기야 젊은 친구들은 방이 없고, (젊은 미디어 미스핏츠의 붕가붕가 시리즈 안 봤다면 강추) 사회생활을 하면 체력과 시간이 안되고. 거기에 육아가 더해지면.. , 그만하자. 또 감정이입 될라ㅋ


시어머니나 자기 회사를 아무리 미워하고 욕해봤자..행복하지 않아한국 사람들이 대부분 이렇지 않나자기 행복을 아끼다 못해 어디 깊은 곳에 꽁꽁 싸 놓지그리고 자기 행복이 아닌 남의 불행을 원동력 삼아 하루하루를 버티는 거야..

 

계나는 문득 특이한 깨달음을 얻는데 그게 ‘자산성 행복’과 ‘현금흐름성 행복’이라는 개념이다. 왜 한국에서 행복하지 않은지, 선명하게 알게 되는 순간이다. 140자 안에 메모가 힘들어 넘어갔지만ㅎㅎ 이 시대 가장 유행할 수 밖에 없는게 행복학이라면, 행복조차 공부하고 연마하지 않으면, 과외라도 받지 않으면 누리기 어렵다면.. 귀 기울여볼 만한 개념이다. 그러니까 책을 보시라!

 

‘한국이 싫어서’ 라는 이유를 수십 가지를 대더라도, 계나가 딱하게 여기는 많은 이들처럼 우리는 한국에서 살아간다. 한국의 맨 얼굴을 이런 방식으로 마주하고도 우리는 아마 쉽게 바뀌지 않겠지. 그러나 모두가 불행으로 치닫는 사회에 내 아이를 던져놓기가 미안해서.. (기승전미안. 나는 아이들에게 미안하지 않으려고, 뭘 해야 할지 잘 모르면서, 발버둥 치고 있다. 특히 2014 4월 이후에)  계나가 던지는 이야기를 갖고 다시 생각한다. 더 떠들고, 뭐라도 해야겠지. 호주가 별건가. 알바 인생도 살 만 하고, 버스 기사도 나쁘지 않고, 연금도 끝내줘서 걱정 없이 서핑을 즐길 수 있는 사회다. 백호주의 인종차별도 종종 문제 되는 그런 나라다. 어딘들 천국일까. 계나가 행복해지겠다고 애 쓰는 건 좀 배우자. ‘진짜 직업’, ‘그럴싸한 결혼’이 아니라 스스로 찾는 행복.


너무 궁금해서 찾아본 장강명 작가 

왼쪽 사진이 작년인데ㅎㅎ  최근 인터뷰인

전업작가 선언 2년여 만에 각종 문학상 석권 장강명 "오아시스 너머를 보는 것, 그게 문학" 에서 사진이 훨씬 더 훈훈하다. 방송 출연 시작하면 카메라 샤워 통해 더 예뻐지듯, 작가님도 그런게 있는게 아닐까 괜히 궁금해하며.. 팬질을 시작해볼까 한다. 작가 인터뷰 중 저 대목, 아주 맘에 들었다ㅎㅎ  그래, 저런 마음이면 되는게 아닐까.


그러나 문장에 대해 이중적인 감정, 콤플렉스가 있다. 젊은 작가들 소설 읽다가 헉 소리나는 문장을 볼 때가 있다. 나는 이걸 못 쓰겠구나, 부럽기도 하고 탐이 난다는 기분을 느낀다. 집 앞에서 조깅 열심히 해서 그래 너 정도면 몸 좋아, 사람이 이거보다 몸 좋을 필요 있어 하다가 올림픽 체조선수나 발레리나를 봤을 때 하……. 오랜시간 단련을 거쳐 나오는 단단함과 아름다움을 지닌 문장을 봤을 때 부럽다. 그러나 나와 다른 길이고 흉내내진 않을 거다.”





Trackback 0 : Comment 0

<열하광인>문장에 취하고 사건에 빠졌으며 이치를 엿보았다

소박한 리뷰/소설들 2010.09.11 00:57

열하광인(상)백탑파,그세번째이야기
카테고리 소설 > 한국소설 > 역사/대하소설
지은이 김탁환 (민음사, 2007년)
상세보기

 "고백하건대, 나는 단 하나의 금서를 만났고 그로 인해 평생 불행했다."
 
 드라마틱한 고백. 김탁환다운 시작이다. 불꽃처럼 타오르고 화려하게 춤을 추는 문체를 자랑하는 작가의 문체반정 팩션 스토리다. 더할나위 없이 맞춤하다. 글쟁이로서, 이야기꾼으로서 그의 재능에 푹 빠졌으나 마무리가 힘이 없지 않냐고 전작 `리심'에서 투덜댔다. 늘 배고픈 독자의 투정은 이번 작품에서 채워진다. `열하광인'은 힘있고 아름다운 글의 품안에 허우적대면서 추리소설의 묘미를 따라갈 수 있다. 비록 지나치게 많은 `고어'가 집중력을 떨어뜨리지만, 옛말을 가급적 많이 사용하는 것도 시대를 잇는 작가의 한 책무가 아닐까 싶다. 독자로서도 불평할 대상은 아니다.

 찬사 일색인 것은 이 작품이 내 취향에, 무엇보다 최근 내 관심에 아주 흡족했기 때문이리라. 담백하고 서늘한 글도 좋지만 때로 몰아치고 날아가는 글도 좋다. 주인공인 의금부 도사 이명방이 자신의 일생을 망가뜨렸다는 금서 `열하일기'에 대해 고백하는 대목을 보자.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지독하고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난폭하다. 스스로 활활 타올라 읽는 사람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까지 단숨에 삼키는 책이여!...책은 혼돈을 일으키는 불꽃이다. 어느 대목을 읽든지 처음에는 뜻밖의 온기에 휘감겨 허리를 숙이고 콧잔등에 책을 댄다. 그러나 곧 두 눈과 열 손가락과 단 하나의 심장이 타들어 가듯 뜨거워진다. ....이 책은 철저하게 혼돈만 이어 간다. 그 혼돈은 쇠종처럼 무겁다가도 깃털처럼 가볍다. 웃음 한 송이를 꽃어럼 피워 문다. 각 편 말미에 닿아서 여백을 우두커니 보고 있노라면, 책이 묻는다. 이 다음 혼돈은 네 몫이야. 어떻게 할래? 그 물음이 무서워 다시 책을 펼친다. 악순환이다. 업보다. 시작도 끝도 없고 옳고 그름도 없다..."

 문장이 뜨겁다. 차갑고 건조하며 우아한 품격 대신 내지르고 토해내는 글이다. 하기야 `열하일기'에 미친 이가 광인의 자격으로 풀어낸 고백이다. 더구나 격변기에 치명적 사건의 한 복판에서 내놓은 글이다. 부드럽고 여유만만하다면 어울리지 않는다. 글에 새삼 감탄한 것은 이른바 백탑파 시리즈 3부인 `열하광인'에 감탄해 뒤늦게 찾아본 1부 `방각본 살인사건'을 읽다보니 몇년 세월, 작가의 내공이 더 깊어졌다는 느낌 덕분이다. `방각본 살인사건'에 비해 `열하광인'의 문장이 더 치열하고 촘촘하다고 할까.

 그리고 책장을 넘기며 무릎을 친 이유는 따로 있다. 최근 개인적으로 `정치적 감각'에 관심을 두었다. 조직의 수장으로서 놓치않아야 할 원칙, 리더쉽에 대해 생각이 많았다. 가슴을 지배하는 열정과 순수함만으로 조직을 이끌 수도 없다는 것을 실감했고, 체스판 위의 말을 어떻게 움직여야 내가 원하는 `차선'을 얻을 수 있을지 연구했다. `최선'은 원론주의자들이 외칠 수는 있어도 리더가 얻을 가능성은 적다. 적과 싸우는데 효과적인 전술, 내가 잃는 듯 얻는 것과 얻는듯 잃는 것들에 대해 고민했다. 백탑파의 운명을 결정짓는 정조의 행태는 그래서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군왕은 군왕의 도리만 따른다는 비정한 법칙과 그 구체적 사례에 대해 잘근잘근 씹어보게 됐다.

 주인공 이명방은 끊임없이 묻고 묻는다. 성리학 중심의 전통 수구집단에 맞서, 실용적이고 현실적 이치를 추구하며 개혁을 꿈꿨던 백탑파. 새로운 세상에 대한 거울이 되어준 박지원의 `열하일기'를 탐독하는 그 무리의 재능을 군왕인 정조께서도 아끼지 않았던가. 왜 백탑파를 내치려 하시는가. 진정 `열하'를 금서로 단정하고 백탑파를 뒤흔드는게 군왕의 뜻인가. 빛나는 글들을 쓴 죄를 인정하고 자송문(반성문)을 쓰는게 진정 군왕이 원하는 일인가. 십수년 측근으로서 충심으로 모셨던 자신을 이런 상황에서 믿지 못하시는 건가. 정조의 아비를 뒤주에 가둬죽인 그 세력들과 정녕 뜻을 같이 하시는 건가. 대체 어느 누가 백탑파를, `열하일기'를 몰래 읽었던 `열하광'들을 죽음으로 몰아가는가.

 이명방이 어렵게 깨닫고 찾아가는 해답들. 거기에 시대의 답이 있고, 한 사회의 정치적 답이 있다. 때로 틀린 답일 수도 있고, 시대를 역행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또한 그 당시 상황에서 다른 길이 가능했는지 찾아봐야 한다. 리더에게는 그의 한계가 따로 있다. 그러나 리더를 따르는 무리의 길도 따로 있다. 리더의 뜻에 반하는게 때로 그의 운신의 폭을 넓혀주는 일이 되기도 하고 아닐 수도 있다. 리더의 고민이 그러하다는걸 짐작하고, 한수 더 넘어 생각을 한다면 리더를 옴쭉달싹 못하게 몰아붙일 수도 있는게 또 군중 혹은 엘리트의 힘이다. 하여 세상을 움직이는 건, 누가 더 많이 다음수를 내다보고 전략을 짜느냐에 많이 좌우된다. 물론 역사의 묘미란 이같은 전략이 때로 흔들리고 깨지는데에 있겠지만...이제는 슬슬 수를 내다보는 사람이 되고싶다. 나 역시 나이가 들었다.

 다만 책을 마치 처세서, 병법서처럼 읽었다면 이 책의 본질을 무시하는 일이다. `열하광인'은 좋은 추리소설이다. 연쇄 살인사건이 벌어진다. 눈앞에서 버젓하게 혹은 꿈결에 속은듯 사건이 발생한다. 어느새 이명방은 기막힌 음모에 휘말리고 우리의 주인공,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 무예 출중한 액션스타에 심지 굳고 로맨스까지 펼치는 주인공. 그리고 그런 주인공의 벗, `화광' 김진이 등장한다. 꽃미치광이 김진이 마치 셜록 홈즈처럼 사건을 풀어가는 재주는 신기롭다. 더구나 김진은 한수가 아니라 두세수 앞을 내다보고 모든걸 꿰뚫어보는 자. `방각본 살인사건'에서도 놀랍지만 김진은 지나치게 천재적이라 현실감이 떨어지는게 흠이다. 솔직히 고백하면 범인이 누군지 중후반부터 의심스럽더니만 역시나 그 사람이다. 워낙 미궁에 빠진 사건이다보니 오히려 트릭이 보인다고 할까. 다만 그 범죄의 동기는 의외의 반전으로 풀린다. 추리소설 자체로도 실망스럽지 않은 작품이다. 

그리고......정조 시대, 매력적인 백탑파...신념으로 뜨거웠으며 의리와 우정을 중히 여겼고 인생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법을 알았던 이들의 이야기. 1부 `방각본 살인사건'을 다시 찾아 읽었으니...이제 2부를 아껴가면서 볼 생각이다.  (2007. 11) 

Trackback 0 : Comment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