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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리뷰/소설들

<목격자들>4.16을 기억하는 또다른 방법, 조선탐정물 백탑파 이야기

 

 

 

선생은 바위처럼 묵직하면서도 강물처럼 유연하고, 무겁게 가라앉으면서도 또한 깃털처럼 휘휘 날았다. 먼저 오래 웃기도 하고, 상대방이 따라 웃을 때까지 세상 곳곳의 농담을 끌어대기도 했다. <목격자들>에서 연암 선생을 묘사하는 대목. 태도에 관한 전범


발바닥이 갈라지고 찢기는 고통도 감내하며,아들은 차가운 바닷속을 헤매는데 나만 편히 다닐수없다며,맨발로 아들의 이름을 길 위에서 부르는 어머니의 슬픔을 어루만질수만 있다면 그보다 더한 일도 나는 할것이다.인간이라면 누구라도 그러하지 않으리.<목격자들>


전하께서는 배가 난파되었을때 마지막으로 그 배를 떠나는 사공이 되어야 하옵니다. 물론..두려움에 휩싸이겠지요. 그러나 배에 탄 백성이 모두 무사히 뭍에 내린 것을 확인한 다음에야..구하고 구하다 다 구하지 못하고 최후를 맞는 이가 군왕일지도<목격자들>


모두 과인의 백성이다. 그들이 천수를 누리지 못하고 죽었으니 그 잘못을 어찌 다른 이들에게 덮어씌울 것인가. 과인이 부덕한탓. 차디찬 바닷물에 사라진 목숨들을 떠올리니 죽고만 싶구나. 약속하겠다. 그들의 이름을..삶을..그들의 꿈을 기억하마<목격자들>

어둡다고 희망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눈부심을 기억하여 적어 두면, 터무니없이 긴 어둠 속에서도 그 기록에 의지하여 또 다른 눈부심을 향할 수 있다. 그러므로 백탑파에 관한 이야기는 과거의 기록이자 미래의 기록이기도 하다. <목격자들>

 

김탁환쌤 백탑파 시리즈 어게인! <열하광인>문장에 취하고 사건에 빠졌으며 이치를 엿보았다  정리가 2007. 나름 주인공 김진을 흠모해온 조선 탐정물. 이번엔 세곡을 나르는 조운선 침몰사건을 파헤친다.<목격자들>

 

"돌아오지 못할 줄 알았다"는 김탁환쌤이 다시 백탑파 이야기 <목격자들>을 쓰기 시작한건 14 5. 아무것도 쓰지 못한 한 달 간의 침묵 이후. 그 봄을 잊지 않겠노라고 쓰셨다고. 마지막 사자후가 절절하다.

 

거대한 세력의 음모를 여유롭게 파헤치는 꽃미치광이 김진은 셜록보다 매력있고. 이야기꾼 의금부 도사 이명방은 왓슨보다 용맹하다. "남자가 여자를 사모하는 데 시간은 중요하지 않네. 한 순간이면 족해" 이런 대사를 김진이! 달달함도 가히 압권 <목격자들>

 

=====  이번에도 그냥 트윗만 옮겨놓는다. 배가 침몰하는 과정에 대한 세세한 묘사, 탐구 과정이 조금 난해할 수 있으며. 용어도 쉽지 않지만. 그런 와중에도 푹 빠져서 읽었다. 마지막 대목에서는 마음이 아팠다. 우리는 모두 4.16을 기억하고, 각자 방식에 따라 추모한다. 이 책은 김탁환 쌤이 4.16을 마주한 결과물이다. 수백 년 전 가상의 선박 침몰사건 이야기를 따라가는데 문득 문득 가슴이 미어지는 느낌이 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누가 임금 앞에서 저렇게 고하겠으며, 임금이 저렇듯 통렬하게 토해낼까 싶다만. 김 쌤은 책 말미에 얼마나 많은 '참고문헌'을 참조했는지 나열하고 있다. 담헌 홍대용. 그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연암 박지원과 정말 그렇게 우정을 나눴을까. 박지원과 홍대용, 김진과 이명방, 이른바 백탑파들은 문체반정이라는 분서갱유의 시대를 버텨냈고. 당대에 중용되어 큰 뜻을 펼치지는 못했다. 오히려 오늘날 열하일기를 다시 읽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

 

어찌됐거나 백탑파 동인들이 시문과 음악, 미술, 춤 등 예술과 천문, 과학까지 넘나들며 지적 열락에 빠지는 모양새가 매우 부럽다. 지금처럼 콘텐츠가 넘치고 미디어가 과한 시대가 아닌 그 시절. 세상만사를 논할 수 있는 벗이 있다는 것 자체가 지금과는 다른 무게였을 듯. SNS를 통해 지인들과 얕은 정보를 나누고 짧은 코멘트를 주고 받는 것도 즐겁지만, 지적 교감을 나누는건 생각보다 근사한 경험이라 믿는다. 물론 껄렁한 유머를 나누면서 키득대는 것 역시 깊은 재미가 있지만.

 

백탑파 시리즈는 <열하광인>에 푹 빠져 <방각본 살인사건>을 봤는데, 전자가 훨씬 좋았다. 굳이 더 거슬러 올라가지는 않았다. 그래도 이렇게 다시 만나면 옛 애인을 만난 듯 반갑?? 음, 이건 아닌가 .옛 친구를 만난듯 반갑다ㅎㅎ 정말 좋아했나보다. 열하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