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은 언제나 작은 틈새에서 발생한다. 근사한 음식도 예외가 아니어서, 문화의 교차점에서 각 문화가 서로 이웃에서 빌려온 것을 수정하고 더 훌륭하게 만드는 과정을 거쳐 창조된다. <음식의 언어>는 고대의 문명 충돌, 현대의 문화 충돌을 들여다보는 창문
페르시아의 시큼한 스튜가 피쉬앤칩스의 뿌리라든가. 요리를 통해 인류와 문명을 생각하고 음식 이름과 메뉴 단어를 통해 음식사와 인간 심리를 탐험. 언어학자가 요리에 관심 많으면 이런 책을 쓰는구나.<음식의 언어>
(저같은 식탐가에게는 추천합니다. 이분, 메뉴 찬찬히 연구하신 언어학자라 아주 쉬운 책은 아니고. 그래도 술술 넘어가는 음식과 메뉴 정보 이야기, 재미나긴 해요ㅎ)
===== 이하 트윗 메모 & 간단 코멘트
미국 7개 도시 레스토랑을 검색, 현대 메뉴 6500건, 65만 개 요리 데이터를 취합. 메뉴의 힌트를 분석ㅎ 값비싼 레스토랑은 음식 출처를 15배 이상 언급. 요리 선택권은 적고 '주방장 추천'은 7배. '진짜'라는 형용사를 쓰지않음 <음식의 언어> (이 언어학자의 메뉴 분석은 끝내줍니다. 메뉴 뿐 아니라 온라인 리뷰 100만건 분석 연구가 하나 있고. 2003~2011년 BeerAdvocate 사이트에서 맥주 리뷰 500만건 분석했다고ㅎㅎ 언어학과 빅데이터 분석은 이쯤에서 보니 어찌나 어울리는지ㅎ)
페루 세비체, 영국 피쉬앤칩스, 일본 덴푸라, 에스파냐 에스카베체 등은 바빌론에서 예고됐고 페르시아에서 발명됐으며, 무슬림 손에서 완성. 기독교 응용을 거쳐 페루 모체족 요리와 융합.. 우리는 모두 이민자. 어떤 문화도 고립된 섬이 아니다<음식의 언어 (페르시아의 왕은 식탐이 있었고, 귀한 요리 즐기는 풍류가 있었던 모양. 하지만 어느 나라나 제왕은 있었을텐데, 특히 페르시아에서 이렇게 요리가 발달했던 배경이 궁금하죠.. 더운 계절이라 음식 저장에 신경을 쓰다보니 염장 등이 발달한 측면도 있을 것만 같고.. 하여간에 그 시절에 페르시아 문명 만큼 화려하고 패왕적인게 있었을까 싶은 생각 & 동시에 그런 문명도 멸망하는구나. 현대전의 희생양으로 박살나는구나... 오만가지 생각)
무엇보다 페르시아의 요리사들이 만들던 시크바즈를 진심으로 맛보고 싶어요. 6세기 원조 페르시아 조리법이 1000년 무렵에 이븐 사이야르 알와라크가 편집한 요리책에 남아있는 그 시크바즈. 시크(식초)로 만든 놀랍도록 맛있는 음식. 최소한 300년 동안 왕과 후궁들이 가장 좋아한 음식이었으며..궁극적으로 페루 세비체, 영국 피쉬앤칩스에 영향을 미친 그 요리..
케첩은 중국산이다. '케'는 푸젠선 방언으로 저장된 생선. '첩'은 소스다. 영국 선원들이 인도네시아 중국 상인들에게 사들이기 시작. 1742년 런던 요리책에 실린 케쳡에 토마토가 추가되는건 1817년 조리법. (이 책은 옛날 요리법을 아주 꼼꼼하게 탐구. 아마도 저자의 개인적 호기심이 마구마구 발동한 듯ㅎㅎ 유대인인 저자는 중국계 여성과 결혼한 것 같은데 전통 유대 음식에 중국 문화와 음식까지 호기심과 관심과 애정이 가득ㅎㅎ)
17세기까지 와인과 에일을 마실 때 흔히 토스트 한 쪽을 담가 먹곤 했다. 토스트는 술에 맛과 분량을 더하며 허브와 설탕으로 맛을 내곤 했다. 이런 전통이 사라지기 시작할 무렵, 영국 식사자리에서는 누군가의 건강을 기원하는 관행이 발달 <음식의 언어> (이제야 알았습니다. 토스트! 건배에 얽힌 사연. 상상도 못했던 스토리군요. 와인에 토스트를 담가 먹다가 나온 단어라니)
재배된 포도씨의 흔적으로 가장 오래된 건 기원전 6천년 조지아, 아르메니아에 속하는 코카서스 지역에서 발견됐다. 와인의 화학적 흔적으로 가장 오래된 것은 이란의 자그로스 산맥, 기원전 5천년 신석기 유적에서 출토된 항아리에서 발견됐다. <음식의 언어> (이런 얘기 보면 신비롭지 않나요? 문명에 대한 단상..)
리뷰에서 섹스 비유가 많을수록 음식 가격 높았다. 관련 음식 종류는 두 가지. 스시와 디저트. "초콜릿 케이크는 접시 위의 오르가슴, 애태우는 소르베를 욕망한다. 달콤한 포르노그래피 마시멜로..이런 은유로 가득한 리뷰는 긍정성을 담고있다 <음식의 언어 (긍정의 언어, 부정의 언어가 리뷰에 다 쓰입니다. 그 맥락을 분석한 것도 흥미롭지만 유독 에로틱한 묘사가 많은게 디저트와 스시라니 역시 흥미 만점. 하기야 푸드 포르노그라피란 말이 나올 정도로 음식과 섹스는 떨어질 수 없는 운명공동체 같기도 해요ㅎㅎ)
사실 정치인들은 건강한 식사를 할수없다. 필라델피아에서 치즈 스테이크를 먹든, 버펄로에서 닭날개를 먹든(지역 이름이 음식 이름이 되어 버려 지역감정 관련성이 커진) 또 다른 어디에서 도넛이나 핫도그를 먹든 자신들의 진심을 입증해야 한다. <음식의 언어 (우리도 전주 가면 비빔밥 먹고 부산 가면 돼지국밥 먹고 그런 거죠 뭐ㅎㅎ 건강한 식사 말고 맛난 식사)
14세기 flower(또는 flour)는 세가지 뜻. 만발한 꽃, 곱게 빻은 밀가루, 또는 무엇에 대해서든 가장 곱거나 최고인 것.. khubz wa-milh(빵과 소금)은 음식을 함께 나눔으로써 맺어진 연대를 뜻하는 아랍어. <음식의 언어> (트윗이 짧아 못 썼는데 손님 환대를 나타내는 러시아어 단어도 khleb-sol (빵과 소금) 이라고.. 흘렙.. 빵이란 단어는 알겠고 그게 환대인지는 몰랐네요ㅎㅎ 어찌됐거나 음식을 나누는 문화적 전통이란 상당히 오래된 맥락을 갖고 있어요. flower 가 blossom 을 물리치고 최상의 단어로 등극하는 과정은 1066년 노르만족 침입 이후 프랑스어가 앵글로색슨어 대신 우대받는 역사적 배경이 있더군요. 노르만족 귀족과 앵글로색슨 농노의 언어 차이로 인해 고기 먹던 군주들은 프랑스어 pork 를 쓰고, 돼지를 키우는 농노는 pig라는 앵글로색슨어를 쓰고.. )
salad sauce(프랑스어), slaw(독일어), salsa(에스파냐어), salami(이탈리아어), 등은 원래 라틴어 단어 sal에서 온 것으로 salted(소금절임)을 의미한다. 인류 역사에서 식품저장용으로 쓰인 소금은 사랑받은 <음식의 언어> (코울슬로 (cole slaw)가 kool(양배추) sla(샐러드 축약) 라는 네덜란드 단어에서 나왔다네요. 미국에 독일어인 sauerkraut 보다 먼저 상륙한 단어라고ㅎㅎ 이런거 저만 재미있나요? )
우리의 여름 기호품은 모두 무슬림 세계의 후손. 인스턴트 음료도 빅토리아 시대 런던 노점상을 거쳐 16세기 터키와 페르시아 노점상에 닿는다. 칠레초석과 눈, 셔벗과 소금이 중국에서 아랍 거쳐 나폴리까지 전해지고 <음식의 언어>- 좋은건 다 페르시아산! (진심으로 페르시아 문명을 다시 생각하게 되는 책이었어요. 바그다드에서 칼리프를 위해 요리하던 셰프들 생각에다.. 마카롱의 원조를 만들고.. 무참하게 짓밟히는데 불과 1000년. 아니.. 그 정도면 오랜 세월인가요.. 글쎄요.. 대단한 문명에 대한 존경이 없네요. 현대의 우리는 )
중국 퀴진에서 요리하지 않은 재료를 먹는 일은 없다. 그린 샐러드? 전통 중국에서 당근이나 샐러리를 날것으로 우적우적 씹어먹는 광경은 오리 뇌수 먹는 광경처럼 괴상한것. 물도 끓여 마시며, 미리 끓여둔 물을 냉장고에 보관하기까지 한다! <음식의 언어> (물 끓여 먹는 문화를 너무 신기한듯 서술해서 신기! 그래도 끓여먹는 문화 덕에 툭하면 콜레라 등 수인성 전염병 도는 서구와 달랐다고..)
요리 그룹은 세계 어디에나. 에스파냐 바스크어 지역에선 초코txoko라는 사설 요리클럽이 지역문화 중심. 19세기부터 공동체 운영 부엌에 회원들(원래는 남성들만)이 모여 함께 요리하고 식사. 산세바스티안에 미슐랭 레스토랑 가득한 배경 <음식의 언어 (모여서 요리를 만들고 맛보고 떠들고.. 이런 공동체야말로 제가 꿈꿀만한 로망. 결국 음식은 모이고 나누고 즐기고 소통하는 가장 즐거운 연료. 공동체가 사라진 시대에 '먹방'에 연연하고 다니는 제게는 문명이 남겨놓은 DNA가 있는거라 상상해봅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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