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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뉴스룸>유권자에게 정보를 허하라는데 왜 떨릴까요

얼마전 '뉴스룸' episode 3. 오프닝에 전율했습니다. 뉴스룸은 HBO에서 새로 선보인 미드로서 가상의 케이블 방송사 ACN의 뉴스 프로그램을 만드는 이들, 그리고 그 현장을 보여줍니다.

 

 

 

오늘 마침 우리의 M본부, S본부 저녁 뉴스를 보다가.... 문득..일단 뉴스룸 3회 오프닝을 그대로 복기해봅니다. 저거 받아치는데 좀 고생했습니다. 뭐, 게으름을 극복한 어떤 힘이랄까요ㅎㅎ 무튼, 이날 방송분은 윌 맥커보이의 아래와 같은 사과방송으로 시작합니다. (뉴스룸 자막 작업 하시는 분들..새삼 존경. 진짜 넘 하군요. 저건 그냥 오프닝 일부인데ㅋ)

" 안녕하십니까. 윌 맥커보이 입니다. 지금 뉴스나이트를 시청하고 계시며 전 화면은 부시대통령 시절 대테러위원회의 전 수장 리차드 클라크의 2004년 3월24일 의회 청문회 답변 모습입니다. 미국인들은 저 순간을 사랑했고 저 또한 그랬습니다. 성인은 자신의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며 저 또한 오늘 클라크씨의 뒤를 이어 국민들에게 저희들의 실패를 인정하는 사과방송으로 문을 열겠습니다. 제가 책임을 지고 있는 기간에 프로그램을 방송하면서 유권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했으나 실패했음을 인정합니다.

제가 모든 언론인들을 대신해 사과하는 것은 아니며, 그들이 사과를 해야 한다는 의미는 더욱 아닙니다. 제 이야기만을 하는 것입니다. 저는 지금까지 발생한 느리고, 반복적이며, 알려지지 않은, 고칠 수도 없는 이 아수라장의 공범이었음을 인정합니다.

저는 언론산업의 리더로서 잘못된 선거 결과를 만들고 테러에 대한 공포를 조장하며 논란을
야기하고 미국 정치 구조상의 변형을 보도하지 못한 실수를 범했습니다. 재정시스템의 붕괴부터 미국의 건전성에 대한 진실, 우리가 직면한 위험까지.

저는 언론계의 리더로서 마술사처럼 현란한 속임수로 여러분들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잘못 이끌었으며 덕분에 우리의 용감한 젊은 남녀 수천여명이 정확한 검토 없이 전쟁터로 보내졌습니다.

실패하게 된 원인은 신기한 것도 아닙니다. 저희가 시청률을 중시해서입니다. 대중매체의 초기시절 방송언론의 개척자였던 윌리엄 페일리와 데이비드 소르노프는 의회와 담판을 짓기 위해 워싱턴으로 갔습니다. 의회는 초기 방송사에게 단 한가지 공공서비스를 조건으로 납세자의 몫인 공중파를 무료 사용토록 했습니다. 그 공공서비스라는 것은 매일 한 시간을 할애하여 매일밤 정보를 방송하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저희가 저녁뉴스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의회는 tv가 가진 엄청난 광고효과를 간과한 나머지 한가지 조건을 추가하는 것을 잊어버렸는데 그랬다면 현재 우리의 담화는 상상도 못할만큼 개선되었을 겁니다. 의회는 뉴스 시간에 어떤 상황에서도 유료 광고가 포함되지 않도록 해야하는 것을 잊어버린 것입니다. 의회는 납세자가 방송사에 무료로 전파를 제공하는 만큼 나머지 하루의 23시간동안 수익사업을 하더라도 1시간을 나라를 위해야 한다는 것을 포함시켜야 했었죠.

덕분에 공중파 뉴스 방송사들은 역사적으로 진짜 뉴스 앵커들인 머로우, 리즈너, 헌들리, 브링클리, 버클리, 크론카이트, 레더, 러스트가 저와 경쟁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져지쇼어나 만드는 프로듀서들과 수준이 같은 저같은 케이블 뉴스 앵커 말입니다. 사실 그 사업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뉴스나이트는 이제 그 사업을 그만하려고 합니다. 아직도 역사적으로 위대한 미국 언론인이 활동하고 있다는 점에 놀라실 수도 있습니다. 뛰어난 지성에 오랜 시간의 경력, 그리고 흔들리지 않는 언론에 대한 헌신. 하지만 이런 사람들은 지금 소수에 불과합니다. 서커스가 판을 치는 세상에서 기회조차 가질 수 없습니다. 서커스가 시작되면 그들에겐 역부족이죠. 저는 이제 서커스를 그만두고 팀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최고의 사람들과 함께할 것입니다. 아직도 기회가 있다는 그들에게 감명받았습니다. 그들이 저에게 뭔가를 알려줄 것이라고 희망합니다.

이 순간부터, 방송되는 내용은 우리가 결정할 것이며 민주주의에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를 잘 알고 있는 유권자라는 단순한 진실에 기반하여 방송할 것입니다. 보다 넓은 관점에서 정보를 이해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현재 우리가 방송하는 내용 중에 뉴스 거리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최고로 사실적일 것이며 빈정거림, 추정, 과장, 넌센스는 지양하도록 하겠습니다. 우리는 식당 종업원이 아닙니다. 시청자가 원하는 뉴스를 원하는 방식대로 제공하지 않을 것입니다. 사실만을 늘어 놓는 컴퓨터도 아닙니다. 뉴스는 인간미라는 관점에서만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제 개인적인 의견을 자제하는 일도 없도록 할 것이며 저와는 다른 견해에 대해서도 여러분이 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저희가 뭔데 그런 결정을 하냐고 물어보실 수도 있습니다. 저와 맥켄지 맥헤일이 함께 합니다. 맥헤일은 저희 책임 프로듀서입니다. 그녀는 100명이 넘는 리포터, 각종 프로듀서, 분석가 기술자 등을 총괄합니다. 그녀의 경력은 언제든지 보실 수 있습니다. 저는 뉴스나이트의 책임 편집자입니다. 이 프로그램에서 듣고 보시는 모든 내용의 최종 책임자입니다. 우리가 뭔데 이런 결정을 내리냐구요? 저희는 언론 엘리트 입니다. 잠시 후 뉴스와 함께 하겠습니다. "

미디어의 본질은 무엇인가요. 민주주의의 기본을 이루는 제4부입니다. 행정부와 사법부, 입법부를 비판하고 감시해야 합니다. 공공재인 전파를 사용하여 유권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야만 합니다. 교과서적인 이 정답은 저런 미드가 나올 정도로 미국에서도 이미 무시되거나 간과되고 있습니다.

 

오늘, M본부 뉴스에선 앵커의 정말 희한한 모자만 눈에 들어오더군요. M본부 올림픽 보도는...음.....에휴...

채널 돌려 S본부 뉴스를 보는데, 아니, 이런 뉴스를 보게 되다니. 컨택터스 보도가 나오더군요.

 

'용역'이 물대포 쏘는데 눈앞 경찰 수수방관 (링크)

지난 2009년 용산 참사에서도 용역업체 직원들이 물대포를 쏘고, 폭력을 휘두르는 동안 경찰이 방조했다는 비난이 있었다는 내용. 또한 "그동안 용역업체들이 행사해왔던 폭력과 재생산 과정에는 관련 부처나 경찰 권력의 묵인 방조가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인용 멘트가 나오더군요.

 

저런 뉴스가 유권자가 알아야 할 팩트입니다. 근데, 저런 뉴스를 S본부에서 해준다는 자체에 놀라고 살짝 감동하고 있는 제가 살짝 한심하고 불쌍하더라구요. 민주주의가 지속되기 위해, 사회에 대해, 또한 공권력의 횡포 혹은 직무 유기에 대해 비판하는 것 만큼 중요한 것이 있을까요? 미디어의 본질은 바로 그런 정보를 제대로 유권자에게 알리는 건데요? 어디서 불 났고, 자동차 몇 중 추돌 사고가 났더라, 즘 뜨는 유행이 뭐라더라, 이런저런 건강 조심해라, 이런 것도 다 의미 있는 뉴스겠죠. 그러나 미디어가 공공재인 이유는 유권자가 반드시 알아야 할 정보를 대신 취재하고 분석해 보도하는 겁니다. 어쩌다가 뉴스가 뉴스다운거에 놀라고 있단 말인가요. 쯧.

 

근데, 뉴스룸 3회의 핵심은 에피소드 후반에 나옵니다. 저렇게 잘난척, 미디어 엘리트라며, 정확한 정보만을 전달하겠다던 윌 맥어보이는 어떻게 됐을까요. 사과방송 이후, 저 팀은 온갖 비판적 방송에 주저하지 않습니다. 미국 보수층을 결집시킨 티파티를 보도하는 과정에서, 마치 풀뿌리 시민운동처럼 포장됐으나 강력한 자본 권력들을 배경으로 두고 있음을 지적하죠. 그 뒤끝은 어떨까요.

 

CBS 전설적 앵커였던 댄 레더는 바로 저 뉴스룸 3회에 대해 "something every American suould see and ponder' 라고 고커 인터뷰에서 밝혔습니다. (링크) 살짝 인용해보면..

 

In this episode, the most important, most interesting, most revealing scene is where the owner of the corporation (played superbly by Jane Fonda) tells the head of her news division, "I have business in front of this Congress!" She's complaining about her anchorman and his newscast covering news in ways she knows will displease Congressional leaders whom she needs for business advantage.

 

자, 바로 맥커보이의 사주가 등장했습니다. 언론도 기업이란 거죠. 비즈니스 환경에 가장 중요한 규제와 감독 권한은 의회가 갖고 있고, 이제 그 의회엔, 저들 뉴스가 냉정하게 비판한, 그래서 심기가 불편한 분들로 채워진 거죠. 저 케이블 회사가 더 잘 나가기 위해서는 의회와 타협(?)도 필요한 거고, 할 말 다 하는 앵커에게 재갈을 조금 채우거나, 조금 자제를 시키거나, 아니면 잘라야 할지도 모르는, 고민을 하게되는 거죠.

 

권력 비판이 어디 쉬울리 있습니까. 공권력이든 자본권력이든. 그리고 종종 언론사 권력은 그런 힘의 흐름에 민감할 수 밖에 없죠. 언론은, 이런 사주와도 갈등하고 부딪치면서도 계속 보도하는 것을 업으로 합니다. 그런게 뉴스고, 우린 그런 거에 놀라면 안되겠죠.

 

뉴스가 뉴스답지 못한 거에 익숙하고, 뉴스가 뉴스다우면 놀라다니.. 그런 제게 놀라서... 기록을 남겨 봅니다. SBS, 그래도 오늘 저 뉴스, 좋았어요~ ^^

 

무튼, 여기 뉴스룸 3회 프리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