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구글에 대한 반격이 거세군요.
개인정보보호에 관대한 미국과 달리 유럽이 엄격한 것도 이슈가 되지만, 최근 미디어 전쟁이 뜨겁습니다. 좀 따끈한 기운이 떨어진, 며칠 지난 이야기이지만..그래도 정리 한 번 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유럽 각국 정부와 구글 혹은 페이스북 등 인터넷 기업들의 관계는 좀 흥미롭기는 해요. 각국 이용자들은 이미 구글빠인지 오래됐지만 이게 간단한 문제는 아니죠. 기본적으로는 인터넷 사이트 순위에 자국 토종 사이트가 거의 없는 현실이 유럽 국가들에게 사실 불편하지 않나 싶기도 해요. 온라인 정보 이니셔티브를 둘러싼 속내랄까. 자국 내 거의 모든 정보가 미국 사이트에서 생성되고 흐르는 상황이긴 하죠.
alexa.com 의 순위는 좀 엉터리일 때가 많지만, 일단 아래 참고. 무튼 유튜브 포함해 구글 사이트가 대개 3개쯤 순위에 들어가 있는게 유럽이죠. (알고 보면 네이버, 다음 국내에 살아남은게 신기할 지경. 뭐 아직까진)
|
독일 |
프랑스 |
영국 |
1 |
Google.de |
Google.fr |
Google.co.uk |
2 |
Facebook.com |
Facebook.com |
Facebook.com |
3 |
Youtube.com |
Youtube.com |
Google.com |
4 |
Amazon.de |
Google.com |
Youtube.com |
5 |
Ebay.de |
Leboncoin.fr |
Amazon.co.uk |
6 |
Google.com |
Live.com |
Ebay.co.uk |
독일과 프랑스, 구글과 언론사들의 줄다리기 결과는?
가장 따끈한 소식은 독일의 새 저작권법이 3월 1일(현지시간) 하원을 통과한 거죠. '구글, 독일서도 뉴스 저작권 싸움 승기 잡아' 라는 기사나 강정수님의 글 '독일 언론사와 구글 : 로비에 위협받는 월드와이드웹'에 잘 나와 있습니다.
예컨대 '독일 저작권법'이라고 구글에서 검색했을 때, 기사 제목과 한 두 줄 뜨는 내용을 보고 이용자들이 '클릭'을 하는 과정이 핵심입니다. 구글은 클릭하면 바로 언론사 사이트로 링크를 넘겨주니까, 당신들 트래픽 증가에 도움되지 않냐는 식이고, 언론사들은 왜 공짜로 남의 기사를, 다만 한두줄이라도 보여주냐, 돈 내라는 식의 얘기를 오래 해왔죠.
사실, 언론사가 구글에서 검색 결과로 노출되는 것이 싫다면, 로봇.txt 라는 단순 설정을 통해, 구글 검색로봇이 언론사 기사를 제목과 몇 줄 긁어가는 것을 막으면 됩니다. 구글이 계속 되풀이해온 주장이죠. 그러나 언론사들은 저 방법을 쓰지 않습니다. 대신 긁어가도록 할테니, 돈을 내라고 하는 지리한 싸움이랄까요.
강정수님 글에 정리가 잘되어있듯, 법과 제도가 바뀌는 것도 다양한 맥락이 있습니다. 독일에선 선거와 정치, 언론의 여러가지 역학관계가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세상에 안 그런게 있겠습니까. 정치와 언론의 관계는 정권 창출에 어느 정도 기여를 했느냐에 따라, 여러가지 얻는게 있을 수 있다는 거죠)
한 달 쯤 전에 프랑스에서 전해진 소식도 대단했죠. '구글, 佛 언론에 900억원 지원'이라고, 콘텐츠 사용료 협상을 해온 구글이 특별기금 6000만 유로(약 900억원) 규모로 조성, 언론을 지원하기로 2월1일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과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이 합의했다는 내용입니다. 뭐 '제목과 일부 내용을 무단 노출'해서 막대한 수익을 올렸으니 정당한 콘텐츠 사용료를 내놓으란 요구는 독일이나 프랑스나 동일합니다. 그런데, 이런 내용의 합의서 쓰는데 대통령이 나섰다니, 그게 좀 흥미롭기는 해요. 구글이 언론사들과 협의해서 진행할 문제 아닐까 싶은데요. 정부가 민간 기업에게 '기금' 안 만들면 재미 없다고 혼낸 거라 말하면 좀 어색하..군요. 실제 프랑스 당국이 구글 프랑스 지사를 압수수색하는 등 탈세 조사에 나서면서 분위기 안 좋았죠.
검색 결과 노출에 대해 댓가를 지불해야 한다면?
구글을 비롯해 다음이나 네이버 등 검색 사이트들이 보여주는 콘텐츠는 다양합니다. 뉴스만 있는게 아니죠. 그런데 제목과 몇 줄 보여졌다는 이유로 '콘텐츠 사용료'를 내라? 시작은 언론사가 하겠지만, 거의 모든 콘텐츠가 예외로 남을 리...가? 블로거들도 얘기할 수 있고, 무슨 기업이나 기관 사이트도 다 해당됩니다. 어떤 콘텐츠 등 제목과 다만 몇 줄이라도 보여줘야, 사람들이 "아, 이게 내가 찾던 정보야"라고 클릭할 거 아닙니까. 그런데 여기에 사용료를 내고 보여줘야 한다면 구글 검색로봇은 뭐하러 그런 콘텐츠를 애써 찾으러 돌아다닐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색 광고 등 돈을 잘 버니까? 그럼 보여지는 걸 최소화하면 되겠네요. 수십 수백 개 검색결과 나올 수 있어도 딱 10개만 보여주면 되잖아요. 어차피 비용이 된다면, '잘 검색해오는 것'이 아니라 '적당히 검색해오는 것'이 잘하는 일입니다.
혹은 아예 서비스 모델 자체가 달라질 수도 있겠죠. 몇 줄 보여줄 때마다 돈을 내느니, 아예 구글이 언론사 한 두개만 사서..자체 콘텐츠만 보여주면 되겠네요. 그리고 딱 구글네 언론사 기사만 보여주면 되죠. 그게 비즈니스적으로 맞지 않나요? 개방? 뭐하러 힘들게 콘텐츠 검색 긁어오나요. 어차피 기사가 엄청 다르지도 않을테고, 필요한 이용자는 그냥 다른 언론사 가서 보면 되지. 훨씬 퀄리티 관리 잘되는, 구글미디어 기사만 노출하는 방법도 가능합니다. 예컨대 국내 포털도 C일보나 Y뉴스를 아예 인수하거나 제휴, 딱 그 매체 기사만 포털에 다른 콘텐츠와 함께 편집해서 보여줄 수 있겠네요. 그게 더 비용 면에서 효과적일테죠.
콘텐츠 저작권도 중요하지만, 웹의 속성이 자유로운 정보의 흐름에서 비롯되는데, 여기에 옮겨다닐 때마다 댓가를 지불하라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한편으로는 언론사 입장에서 구글에서도 돈 받고, MS, 야후 등 거의 모든 검색엔진이 수익원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이게 지속가능한 모델일리가..
아예 구글이 "좋아, 콘텐츠 사용료를 내지. 대신 당신들에게 몰아준 트래픽에 대한 댓가를 주셔야 하겠어"라고 나설 가능성도 없다고는 못하겠네요. 이용자들은 구글에서 검색하지만, 클릭하는 순간 해당 언론사로 가니까, 구글이 '호객꾼' 해준 댓가를 청구한다는 것이 말이 안되는 건 아니지 않나요? 마찬가지로 검색 사이트 자체가 일반 이용자에게 유료화 될 수도 있습니다. 왜 돈 내고 검색결과 가져오는데, 이용자에겐 모두 무료로 보여주나요.
상상은 여기까지. 조금씩 다들 극단적이죠? 검색 결과 노출분에 대해, 트래픽을 아웃링크 방식으로 보내주는데도, 돈을 내라는 것은 이런 말도 안되는 얘기들의 출발점이라 봅니다. 검색의 속성, 인터넷의 특징을 이해못하는 발상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한국도 프랑스, 독일 방식을 따르자?
일부 언론들이 저 뉴스들을 대서특필(?) 할 때는 당연히 같은 '공분'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네이버나 다음이 검색으로 돈 벌면서, 정당한 댓가를 치르지 않는다는 식이죠.
그러나, 국내 시장 구조는 프랑스, 독일과 완전히 다릅니다. 국내 포털은 구글처럼 무료로 뉴스를 검색 결과로 노출하지 않아요. 일단 국내 포털은 사이트 내 '뉴스' 페이지를 통해 언론사 뉴스를 편집해서 노출합니다. 이렇게 갖다 쓰는 댓가로 '사용료'를 내죠. 이 사용료에 검색결과 노출분이 포함되어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며칠 전 서비스 시작 이후 10주년을 맞은 미디어다음의 경우, 그동안 언론사에게 지불한 콘텐츠 사용대가가 구글이 프랑스에서 조성하기로 한 언론펀드 규모 못지 않습니다. 더구나 2008년 이후에는 '미디어상생' 모델을 도입해, 서비스 운영에 들어가는 최소 비용을 제외한 미디어다음 수익 대부분을 계약 언론사에 다 나눠드리고 있습니다. 다음에 비해 몇 배로 돈을 많이 버는 네이버는 훨씬 많은 비용을 언론사에게 그동안 전달한 것으로 짐작합니다. 한국에서 포털이 감히, 공짜로 언론사 기사를 가져다 썼을 거라 상상할 수가 있나요. 구글이 그동안 전세계에서 언론사들과 신경전을 벌인 것은, 거의 대부분의 언론사와 계약 관계 없이 그냥 가져다 '아주 최소한만' 보여주고 바로 클릭을 넘겨준 구조 탓입니다. 언론사들이 돈을 받아낼 길이 없었죠. 한국 포털은 뉴스 서비스를 포털 내에서 보여주는 동시에 클릭하면 언론사들에게 트래픽 넘겨주는 '아웃링크' 방식도 함께 운영합니다. 돈도 주고 트래픽도 주고. 뭐 그래요. 사실.
물론 계약한 매체와 제휴 매체의 구분이 있기는 합니다. 다음의 경우 70~80개 매체와는 저렇게 돈 주고 콘텐츠를 가져오는 구조이고, 약 500여개 매체와는 검색 결과에 '제목과 기사 한 두 줄' 보여주고 바로 아웃링크 방식으로 해당 사이트에 트래픽 넘겨주는 구글 같은 방식도 병행합니다. 대신 제휴기사는 미디어다음 내에 편집하지 않죠. 이런 검색제휴는 지역지나 전문지 등 다양한 매체들이 포털 검색에 노출되는 것이 생태계에 더 낫다고 보는 것이며, 그저 검색의 기본 속성입니다. 계약 매체를 더 늘려요? 현재 수준도 결코 적지 않다고 봅니다만, 그것은 비즈니스 판단을 함께 할 문제 아닐까 싶네요.
굳이 한 가지 더 따져보면, 프랑스와 독일에서 구글이 세금을 거의 안 냈다는 이유로 이번에 더 문제가 됐는데, 국내 포털은 세금 따박따박 잘 냅니다. 결론적으로...구글과 프랑스, 독일의 갈등은 '강 건너 불'이긴 해요. 같은 시각에서 보기엔 시장 구조도, 상황도, 저희와 달라도 너무 달라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사의 미래 전략과 관련해 당분간 국내에서도 이 논의가 더 진행될 것 같네요. 관련 정리를 계속 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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