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에 내 글은 걸프전을 막지 못했다. 이 글 또한 이라크 전쟁을 막지 못할 것. 그런데 나는 뭐하러 이 글을 쓰고 있는가?....중요한 것은 자각이다.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똑똑히 알고 말할수 있다면, 적어도 장기적으로는 바꿀수 있다” (George Lakoff, 사진)
같은 질문을 던질 수 있을 것 같다. 뭐하러 이 책을 읽고 있는가.
2004년 책이고 이후에도 많이 회자됐으며 트윗에서는 @lakoff_bot 을 통해 익숙했다. 다 아는 얘기 같았다. 그런데 개정판이라고? 슬쩍 들춰봤다가 좀 바쁜 나날인데 출근길 지하철에서, 판교역에서 사무실 가는 길에 걸어가면서 읽었다. 몇 구절씩 날마다 트윗 메모를 했다. 이건 안다고 생각했지만, 너무 재미있는 이야기이지 않은가. 더구나 이렇게 도움이 되다니! 회의 시간에도 뭔가 달라진 기분으로 의견을 이야기했다. 으쓱.
레이코프를 들어봤다면 '프레임'도 들어봤을 터.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라고 하면 코끼리만 생각하게 되는게 프레임에 걸려든 거다. 누가 이런 프레임을 잘 이용하냐고? 영민한 보수주의자들의 전략이다. 그런데 그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지피지기랄까, 진보적 학자인 레이코프는 보수주의자를 이렇게 해석한다.
최근 일베에 대한 분석도 나오고, 가난한 이들이 부자들을 위해 투표하는 현상에 대해서도 여러 의견이 있다. 엄격한 아버지, 애국자, 이런 접근은 그냥 나오는 분석이 아니다. 뇌의 뉴런 연구 결과, 극단적 보수주의자는 감정이입 체계가 덜 활성화되는 양상을 보인다고 한다. 모든 건 개인 책임. 타임의 공감, 돌봄에 의존하지 않고, 타인에게 감정이입하거나 책임을 지지도 않고. 빈곤과 절망에 대해 연민 보다는 "부지런한 이는 보상을 받고 게으른 자는 댓가를 치른다"는 쪽이 아닐까. 그리고 이건 너무 설득되는 이야기 아닌가?
보수주의자들은 훨씬 더 체계적이고 전략적이라는 점을 레이코프는 분명히 하고 있다. 프레임을 구성하는데 탁월하다.
'오바마케어'와 '저렴한 건강보험법' 중에 어느 쪽을 더 선호하십니까? 압도적 다수는 자기는 오바마케어는 싫지만 저렴한 건강보험법은 좋은 아이디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들 대부분은 이 두 개가 같은 법안임을 알지 못했다.
호감을 가질만한 법안이 이름 하나로 다른 반응에 부딪쳤다. 'Tax Relief', 세금 구제 같은 단어가 대표적이다. 세금 감면이 구제라면,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국내에서도 종종 나오지만 '세금 폭탄'이다. 아무리 좋은 일에 쓰여도 폭탄이다.
레이코프는 이런 '이름 붙이기', 혹은 '프레임'이 사실을 왜곡하는 사례를 여러가지로 든다.
보수주의자들은 부유한 기업주와 투자자들이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한다. 터무니없는 소리다. 사실은 노동자들이 이윤을 창출하며, 기업주와 투자자의 이윤에 기여하지 못하면 아무도 고용되지 않는다..하지만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노동자라는 말이 금기시되면서 노동절조차 '근로자의 날'로 부르는 사회다. 이윤을 창출하는 것은, 무엇을 생산하는 것은 노동자다. 우리는 왜 단순한 경제학을 놓치고 있나.
노조 설립은 자유의 문제..회사는 개개인보다 더 큰 힘을 지닌다. 노조는 피고용인과 기업의 힘을 대등하게 한다. or 기업에 의한 강제노동이나 임금노예와 다름 없다. 노조 약화 결과, 노동자 임금은 지난 30년간 오르지 않았다.
빈부 격차가 심각할 정도로 벌어지는 동안, 노동자는 당연한 권리, 당연한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나 우리나라의 노조 조직률은 한심할 정도로 떨어졌다. 최근 몇 년 사이 노조는 궤멸 대상이었고, 과격한 폭도의 동의어처럼 쓰였다.
'국가는 사람'이라는 은유. 이라크라는 국가를 사담 후세인 한 사람으로 개념화. "독재자를 막아야 해". 이 은유는 첫 이틀 동안 투하될 3000발의 폭탄이 그 한 사람에게만 쏟아지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은폐한다.
적을 악으로 간주하는 것은 그 근본적인 원인을 진지하게 숙고하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그는 지적한다. 악의 축, 테러와의 전쟁을 언급하며 하는 얘기인데, 우리 주변에도 사례는 널렸다 싶다.
개정판 답게 최근 뜨거웠던 피케티도 인용한다. 피케티는 일종의 자본소득이라 할 수 있는 '재투자에 의한 부(R)'가 '생산에 의한 부(G)'보다 큰 것에 비관적이지 않으며, 이는 재산세 등 정치적 해결을 믿기 때문이란게 레이코프의 분석. 그러나 현실에서는 부자들이 (선거자금 지원을 통해) 정치적 영향력을 키웠으며 (매스컴 소유를 통해) 공적담론에 대한 통제를 강화했으며 의회조차 통제함으로써 정치적 변화를 저해한다는게 그의 반론이다.
이 부분은 실질적으로 위협적이다. 민주주의가 선거를 통한 것이라 하지만, 공적담론도 의회도 장악당한다면 약자의 이해는 누가 지킬 수 있을까. 이것이 미국에서조차 극우파와 중도보수가 마치 보수와 진보의 구도로 자리잡은 배경이 아닐까. 약자는 마땅히 받아야 할 공적 자원조차 빼앗기고 있는데? 전쟁비용 400억 달러를 쓰는 동안, 사회보장 등 약자를 위한 안전망부터 부실해졌는데, 그건 약자가 마땅히 누려야 할 자유를 빼앗는 거다.
최저임금인상, 안전망확충, 교육개선, 건강보험 등 자유주의적 경제조치로 부자가 아닌 이들의 손실을 개선할 수 있을까. 부의 급격한 축적은 개인의 만족스럽고 건강한 삶을 가능하게 해주는 공적 자원의 공급을 말살하는 경향이 있다.
9.11 이후 부시 행정부가 보수주의 의제를 맘껏 추구하는데 공포를 느꼈다. 그들은 부자들 세금을 올려 전쟁비용을 대지 않았다. 오히려 깍아주었다! 그들은 '금고'에서 사회보장 잉여금을 꺼내 전쟁비용을 댔다. 400억 달러 추산.
보수주의자들은 환경 보호, 소비자 보호, 노동자 보호 등 전반적 보호 조치를 박탈하고 민주당의 자금줄을 끊는 것에 신경씁니다. 전략적 계획의 본질입니다. 우익들과 달리 좌파들은 전략적으로 사고하지 않습니다. 쟁점별로 사고합니다.
레이코프 쌤이 이런 책을 쓰게 된 '분노는 나의 힘'이라는 내 모토랑 비슷한 듯. ^^;; 예컨대 지구 온난화로 매일 추가로 축적되는 초과 에너지 양이 히로시마 원폭의 40만배라고! (정말일까...안 믿기는데..) 그러나 과학자들의 의사소통 능력 부족으로, 모호한 학술적 표현에 머무는데 프레임 싸움에서 밀리는 바람에 문제 해결이 안된다는 답답함? 분노? 이런게 확실히 있으신 것 같다.ㅎㅎ
"진실이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는 것은 진보가 믿는 흔한 속설. 합리적 사람들은 모두 올바른 결론에 도달할거라고. 그러나 이는 헛된 희망이다. 인간의 뇌는 그렇게 작동하지 않는다. 중요한것은 프레임. 한번 자리 잡으면 웬만해서
보수주의자들이 쟁점의 프레임을 성공적으로 구성, 승리를 거두는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그들은 40~50년이나 일찍 출발했으며 싱크탱크인 두뇌 집단에 20억 달러 이상 투자한 이득을 누리고 있습니다. 그들은 항상 앞서 생각합니다.
진실을, 사실을 제대로 전달하는 미디어가 없어서 이렇게 됐다고 하면 그건 반쪽짜리 진실. 사람들은 그다지 합리적이지 않고, '쉬운 프레임'에 잘 걸린다. 복잡하고 어려운 설명을 누가 듣겠는가. 2007년 하반기 BBK 사건 취재 할 때 사건의 복잡함과 애매함에 기절할 뻔 했다. 그리고 화가 났다. 대체 이렇게 어려운 이야기를 과연 대중이 알아들을 수 있을까? 그리고 그걸 다 이해하고 파악해서 MB를 비난할까? 직접 사기를 쳤거나, 혹은 (경제전문가라 자부했음에도) 사기 당한건데 어쩌라고. 왜 야당은 BBK 만 갖고 물고 늘어질까. 이게 과연 제대로 된 접근일까? 결국 MB는 경제대통령 프레임으로 압도적으로 승리했다. BBK 실체에 관심 갖는 이는 없었다. '한나라'당이 '새누리'당으로 환골탈태 한다고 했을 때, 냉소했던 이들은 반성할 지어다. 항상 앞서 생각했고, 노련하고 유연했다.
상대방의 주장을 부인하는 흔한 실수를 저지르지 마라. 대신에 프레임을 재구성하라. 프레임으로 구성되지 않은 사실은 우리를 자유롭게 할수 없다. 사실을 진술하고 상대편 주장과 모순됨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이길 수 없다. 프레임이 사실을 이긴다
정책도 전략도 보수주의자가 우위를 보인다는 것은 미국이나 다른 나라다 다를 바 없을지도 모른다. 보수주의의 뿌리는 기득권이다. 마치 우리 사회의 지배층이 조선시대 '노론'에서 출발해서 여기까지 왔다고 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그러나 무엇이 더 정의로울까. 더 올바를까. 레이코프는 진보주의 확신범이다. 명분과 방향에 대한 확신이 있다면, 종종 전략에서 밀리고, 프레임에서 밀려도 묵묵히 갈 길을 가게되는 듯. 뭐 하러 쓰냐고?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제대로 보면서 장기적으로는 바꿀 수 있다고 믿으니까. 레이코프의 그 마음을 알 것도 같다.
======================이하..... 트윗 메모. 몇 개 빼곤 거의 인용해서 정리한 것 같다.
'엄격한 아버지' 보수주의자는 보살피고 돌보는 일에는 반대합니다. 유아교육, 빈곤층 위한 메디케이드, 최저 임금 인상, 실업 보험에 반대합니다. 보수주의자 시각에서 볼 때 잘못된 일입니다. 사람들을 의존적으로 만들기 때문입니다.<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보수주의자들이 쟁점의 프레임을 성공적으로 구성, 승리를 거두는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그들은 40~50년이나 일찍 출발했으며 싱크탱크인 두뇌 집단에 20억 달러 이상 투자한 이득을 누리고 있습니다. 그들은 항상 앞서 생각합니다. <코끼리는 생각하지마>
보수주의자들은 환경 보호, 소비자 보호, 노동자 보호 등 전반적 보호 조치를 박탈하고 민주당의 자금줄을 끊는 것에 신경씁니다. 전략적 계획의 본질입니다. 우익들과 달리 좌파들은 전략적으로 사고하지 않습니다. 쟁점별로 사고합니다. <코끼리는 생각하지마>
자상한 가정 모형 활성화 하려면..오른편으로 이동하지 마십시오. 두 가지 측면에서 해롭습니다. 우선 진보적 지지층을 소외시키고, 이중개념을 소유한 유권자들 내부의 보수주의 모형을 활성화함으로써 도리어 보수에 보탬이 됩니다.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지구의 운명이 위험에 처해 있다. 과학은 탁월하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의사소통 능력이 부족하다. 모호한 학술적 표현.. 현재 지구가 더워지면서 매일 추가로 축적되는 초과 에너지 양은 히로시마 원폭의 40만배에 달한다. 매일!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뉴런 연구..극단적 보수주의자는 감정이입 체계가 덜 활성화되는 양상을 보인다. 보수적 도덕 체계의 중심은 행복 체계. 오로지 개인적 책임에 초점을 맞춘다. 타인의 공감 돌봄에 의존하지 않고,타인에게 감정이입하거나 책임을 지지도 않고<코끼리는 생각하지마
보수주의자에게는 사적인 것이 공적인 것에 의존한다는 생각 자체가 혐오스럽고 비도덕적이다. 책임에 대한 시각이 다르다. 진보주의자들이 주로 감정이입과 개인적, 사회적 책임, 이를 위한 헌신..반면 보수주의자들은 오로지 개인의 책임만 <코끼리는 생각하지마
'오바마케어'와 '저렴한 건강보험법' 중에 어느 쪽을 더 선호하십니까? 압도적 다수는 자기는 오바마케어는 싫지만 저렴한 건강보험법은 좋은 아이디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들 대부분은 이 두 개가 같은 법안임을 알지 못했다.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보수주의자들은 부유한 기업주와 투자자들이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한다. 터무니없는 소리다. 사실은 노동자들이 이윤을 창출하며, 기업주와 투자자의 이윤에 기여하지 못하면 아무도 고용되지 않는다..하지만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코끼리는 생각하지마>
노조 설립은 자유의 문제..회사는 개개인보다 더 큰 힘을 지닌다. 노조는 피고용인과 기업의 힘을 대등하게 한다. or 기업에 의한 강제노동이나 임금노예와 다름 없다. 노조 약화 결과, 노동자 임금은 지난 30년간 오르지 않았다. <코끼리는 생각하지마>
이민자에게 아메리칸 드림 준다는 '드림법'은 명칭이 잘못됐다. 꿈만 허락받은 사람? 건강보험, 살만한 주택, 제대로 된 노동조건, 생활임금, 자신과 자녀들을 위한 교육 기회, 운전면허증 딸 권리 등 최소한 것을 얻을 자격이 있다 <코끼리는 생각하지마>
피케티는 재투자에 의한 부(R)가 생산에 의한 부(G)보다 큰 것에 비관적이지 않다. 재산세 등 정치적 해결 믿고. 그러나 '부'는 -정치적 영향력 증가 -공적담론에 대한 통제 강화(매스컴 소유) -의회 통제 등 정치적 변화 저해<코끼리는 생각하지마>
최저임금인상, 안전망확충, 교육개선, 건강보험 등 자유주의적 경제조치로 부자가 아닌 이들의 손실을 개선할 수 있을까. 부의 급격한 축적은 개인의 만족스럽고 건강한 삶을 가능하게 해주는 공적 자원의 공급을 말살하는 경향이 있다.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권리는 누구에게나 평등하다고 믿어요. 정부가 너는 누구랑 결혼하고 누구랑은 결혼하지 말라고 할 권리는 없죠.결혼은 사랑과 헌신의 문제. 서로 사랑해서 평생 서약하고 싶은 사람들 결혼할 권리를 부인하는 건 인간의 존엄성 침해여요" <코끼리는생각하지마>
적을 악으로 간주하는 것은 그 근본적인 원인을 진지하게 숙고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악의 축, 테러와의 전쟁을 언급하며 하는 얘기인데, 우리 주변에도 사례는 널렸다 싶다.
9.11 이후 부시 행정부가 보수주의 의제를 맘껏 추구하는데 공포를 느꼈다. 그들은 부자들 세금을 올려 전쟁비용을 대지 않았다. 오히려 깍아주었다! 그들은 '금고'에서 사회보장 잉여금을 꺼내 전쟁비용을 댔다. 400억 달러 추산<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국가는 사람'이라는 은유. 이라크라는 국가를 사담 후세인 한 사람으로 개념화. "독재자를 막아야 해". 이 은유는 첫 이틀 동안 투하될 3000발의 폭탄이 그 한 사람에게만 쏟아지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은폐한다.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진실이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는 것은 진보가 믿는 흔한 속설. 합리적 사람들은 모두 올바른 결론에 도달할거라고. 그러나 이는 헛된 희망이다. 인간의 뇌는 그렇게 작동하지 않는다. 중요한것은 프레임. 한번 자리 잡으면 웬만해서 <코끼리는 생각하지마>
상대방의 주장을 부인하는 흔한 실수를 저지르지 마라. 대신에 프레임을 재구성하라. 프레임으로 구성되지 않은 사실은 우리를 자유롭게 할수 없다. 사실을 진술하고 상대편 주장과 모순됨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이길 수 없다. 프레임이 사실을 이긴다 <코끼리는>
90년에 내 글은 걸프전을 막지 못했다. 이 글 또한 이라크 전쟁을 막지 못할 것. 그런데 나는 뭐하러 이 글을 쓰고 있는가?..중요한 것은 자각이다.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똑똑히 알고 말할수 있다면, 적어도 장기적으로는 바꿀수 있다 <코끼리는>
2004년 책이고 이후에도 많이 회자됐으며 트윗에서는 @lakoff_bot 을 통해 익숙했기에.. 다 아는 얘기 같았지만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개정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독 추천. 내 업무에도 도움을 벌써 받고 있으며. 정확하게 인지하는건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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