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가 칼을 뽑았습니다. 기업들을 괴롭히는 ‘사이비’ 인터넷 언론 문제를 집중 보도했습니다. 의미 있는 기획입니다. 하지만, 문제 해결을 위한 접근 방식도, 문제의 핵심도 저는 생각이 조금 다릅니다. 뉴미디어 관련 허접한 논문도 써본 미디어 연구자로서(ㅍㅎㅎ) 몇 가지 정리를 해봅니다.
하루 3개꼴 늘어나는 인터넷언론..기업 위협하는 흉기(이하 매경 2월 2일자)
문화부 집계 인터넷 언론은 5950개. 대단한 숫자입니다. “별다른 수익모델이 있을 리 없는 이들 영세매체는 애꿎게 기업만 물고 늘어진다”. 타당한 지적입니다. 실제 저런 방식으로 영업하는 언론 같지 않은 언론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압니다. 그런데 솔루션이 문제입니다.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인터넷 기사는 전파속도가 빨라 잘못된 보도에 따른 기업들의 피해도 그만큼 큰데도 대책을 마련해야 할 문화체육관광부 등 당국은 모른 체한다"면서 "정기간행물 등록요건이 취재인력 2인 이상인데 이것만 5인 이상으로 높여도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기존 등록매체에 대해서는 유사기사를 반복전송해 검색순위를 높이는 '어뷰징'을 할 때마다 광고료를 삭감하고 광고와 기사를 거래하는 행위가 적발되면 등록을 취소하는 내용의 법 개정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적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주장인데, 이건 명백히 미디어에 대한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는 발상입니다. 정부가 나설 일이 아니라고 봅니다. 기사 하나 더 보죠.
인터넷언론의 난립 정부정책도 거들어
한마디로 취재·편집인력 3명만 확보하면 가능하도록 등록요건이 느슨했다는 지적입니다. 대안언론 육성에 나선 참여정부의 정책이 가져온 양적 팽창이라구요.
인터넷 언론의 난립.. 5950개에 이르니 분명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언론을 정부에게 등록하도록 하는 제도, 언론 독립과 관련, 정부 관리를 받도록 하는 제도 자체는 이상하지 않으신지?
신문법은 1907년 이완용이 언론 통제를 위해 도입한 ‘광무신문지법’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이승만 정부의 1959년 경향신문 폐간, 박정희 정부의 정기간행물 대거 취소 등도 법에 따라 이뤄졌습니다. 박정희 시절 허가제였던 정기간행물 등록은 5공 때 무늬만 신고제로 바뀌었다가, 이후 지금 수준에 왔죠. 이런 내용은 예전에 한번 정리했어요. <미디어>언론 통제 법제도 흑역사
언론, 미디어 활동을 한다는데, 정부가 무슨 역할을 해야 하는 겁니까. 신문법은 언론 자유와 진흥을 목적으로 합니다. 신문법이란 법 자체가 독일, 일본에 명맥만 남아있고 대부분의 자유주의 국가에 없다는 사실도 생각해볼 일입니다. 공공재인 주파수를 쓰는 방송과 달라요. (프랑스도 등록제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확인 필요)
더구나 감독 강화는 커녕 현재 관리도 잘 안됩니다. 언론진흥재단 김위근 박사님은 ‘인터넷뉴스서비스의 운영실태와 법규 준수 실태에 대한 조사’를 통해 2013년 5월 기준 등록 인터넷신문은 모두 4212개, 이 중 실제 운영되는 것은 72.3%(3066개)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여기에다 자체 생산 기사가 어느 정도 되어야 한다는 요건을 지킨 곳이 68% 수준. 관리가 안된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등록은 왜 하는 것이며, 관리는 왜 필요한 건가요. (표는 김 박사님 발표문에서 퍼왔습니다)
1인 미디어, 디지털 미디어가 쏟아집니다. 왠만한 매체보다 훨씬 영향력 많은 블로그도 있어요.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소셜미디어 역할 않나요? 법으로 인터넷 신문을 관리하는게 실효성 있냐구요. 기술과 문화의 변화로 법제도가 실효성을 잃으면, 법을 바꿔야 합니다. 그런데 이 제도를 더 강화한다거나, 블로거에게도 등록을 하라고 한다거나, 하는 건 맞지 않아요. 제도 틀 자체가 낡았다고 봅니다. 등록제 보완 혹은 폐지, 어느 방향이 맞을지 논의가 필요해요.
네이버·다음 포털은 뒷짐
'개방형 플랫폼'을 지향하는 다음의 경우 요건을 갖춘 매체는 이변이 없는 한 검색제휴를 맺을 수 있다. 이처럼 기준이 느슨하다 보니 약간의 돈을 받고 매체를 대신해 검색제휴 과정을 대행해주겠다는 업체가 나올 정도다. 다음카카오 관계자는 "검색 제휴를 대행할 수 없다"며 "해당 업체는 기사 송고 시스템 개발 업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해명했다.
네이버나 다음 모두 나름대로 퇴출 규정을 마련해놓기는 했다. 하지만 포털은 "모든 기사의 질적 수준 담보와 법적 도의적 책임은 해당 기사를 뉴스검색에 노출한 제휴사에 있다"는 입장이다. 인터넷신문은 급증하고 있는 반면 퇴출 사례는 상대적으로 미미한 수준이다. 1월 현재 네이버는 312개, 다음은 609개에 이르는 검색제휴사가 있다. 하지만 네이버·다음 모두 퇴출 건수는 전체 제휴의 10%도 채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팩트부터 바로잡죠. 퇴출 건수는 10%도 안된다구요? 다음은 약 300~400개 퇴출된 걸로 압니다. 600개 제휴사가 있으니 상당히 높은 비중입니다. 10%도 안된다는 것도 팩트가 아니지만. 설혹 10%든 아니든 적정 수준이 어디라고 선 긋기도 힘들어요. 사실 5960개 중에 400개 혹은 600개 제휴하고 있다면 그 비중은 적정한가요? 이런 논의가 이뤄졌던 기억도 없네요.
검색제휴 기준 느슨해요? 그렇다면 대행 쓸 필요 없는 거죠. 해명 통해 해명되는 걸 굳이 문제처럼 얘기 않으셔도 됩니다. 그런데 기준 강화가 답일까요? 네이버, 다음에서 검색 안되면 참 어렵습니다. 검색 문턱이 높다고 하면, 많은 약자들에게 기회 조차 없는 겁니다. 지방지? 전문지? 힘 센 중앙 언론들만 검색되는 세상이 과연 좋은 걸까요? 그래서 최소한의 기준, 예컨대 기사 일정량은 자체 생산한다든가, 창간 후 일정 기간이 지났다는 정도의 문턱을 둡니다.
문턱을 낮추는 게 개방형 플랫폼이 할 일인 건 맞아요. 다만 그렇다고 검색 퀄리티 떨어져 이용자가 불편하게 할 수도 없죠. 그래서 어뷰징이 심하다거나, 광고주 협박 사건이 걸리면 삼진아웃 되도록 했어요. 그래서 저 정도 퇴출되고 있기는 합니다.
[사설] 인터넷언론 악행 네이버·다음에 책임지워야
사이비 언론의 섭생을 방조하는 네이버·다음 등 포털도 문제다. 인터넷언론은 '포털과의 제휴'를 무기로 기업을 압박하는데 포털들은 자신들은 뉴스만 유통할 뿐이고 기사의 내용과 질은 해당 언론의 책임이라며 방관하고 있다. 현재 네이버가 312개, 다음이 609개의 인터넷 언론과 제휴하고 있다. 일정 수준이 안 되는 언론은 제휴를 거절해야 하고 소송으로 손해 발생 시 공동으로 책임져야 한다. 제휴사의 함량 미달 콘텐츠와 이들의 악행을 공생하는 것은 포털의 자세가 아니다. 뉴스 콘텐츠 유통에 있어 최대 권력이 된 만큼 책임을 꼭 물어야 한다.
유통만 할 뿐인건 맞는데. 유통 관리 해요. 어뷰징 매체 퇴출됩니다. 어뷰징은 검색 품질을 떨어뜨리고 이용자 편의를 저해한다니까요.
그리고 기사의 내용과 질이 해당 언론 책임이 아니고 뭔가요. 포털이 제휴 매체 기사 퀄리티 관리를 위해, 그 기사는 좋아요, 그 기사는 나빠요, 함량 미달이어요… 라고 하는 건, 명백한 월권인 동시에 언론 독립을 훼손하는 거죠. 매체가 어떤 곳이든.. 언론의 내용 갖고 누군가 검열하는 것은 맞지 않아요.
어떠한 경우든, 정부가 규제를 강화해서 언론사를 퇴출시키는 건 ‘언론 통폐합’이나 다름 없는 언론 탄압입니다. 포털이 자사 플랫폼에서 퇴출시키는 것은 괜찮냐? 이건 사적 계약 혹은 제휴 관계입니다. 다만 포털조차 언론의 내용에 대해 왈가왈부 하는 것은 역시 사적 검열입니다. 어뷰징이나 다른 ‘절차적 형식적’ 문제만 챙기는 현재 방식이 타당합니다.
소송 및 언론중재의 책임은 이미 포털도 같이 지고 있어요. 2009년 언론중재법 개정 이후 그래요. 같이 책임지라는 판례도 많아요. 그만큼 포털도 신경쓰고 있으니까, 퇴출 매체도 생기는 거죠. 언론중재법의 의무가 실제 기사를 생산하는 매체보다 유통시키는 포털이 더 크다는 점도 감안하시길.. 중재 청구 표시도 포털만 해요. 언론사들은 기사 신뢰도 떨어뜨리는 언론 독립 훼손 조항이라고 펄펄 뛰셨죠.
모 대기업 홍보 담당자는 "언론중재위 조정은 절차가 복잡하고 시일이 걸린다고 해서 한 번도 신청해본 적이 없다"고 귀띔했다.
분명 문제 매체의 악의적 보도로 피해를 보는 기업이나 개인이 있습니다. 피해 구제가 필요해요. 언론중재위원회는 그래서 만들어졌어요. 조정이 대개 신청일 14일 이내 이뤄집니다. 그런데 이게 복잡하고 시일이 걸린다? 보기 나름입니다. 소송보다 빠릅니다. 일단 언론중재 적극 대응만 해도, 해당 매체도 위축되는 효과가 분명 있습니다. 온라인에서 기사가 이미 유포된 이후다? 언론중재 절차와 함께 올바른 내용을 알리기 위한 작업을 병행해야죠. 그리고 정색하고 대응하는게 맞습니다.
그런데 적지 않은 경우, 영향력 없는 매체가 ‘긁어 놓은’ 기사라, 굳이 대응하는게 일을 키운다는 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그렇게 민감할 필요가 있을까요? 대개 오너 이름으로 검색했을 때, 나쁜 이야기가 나오면 홍보팀은 피가 마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팩트가 아닌 이야기가 오래 나돌지는 못해요. 포털에 검색된다 한들, 영향력도 크지 않아요.
추후 보복 기사를 게재할까 두려워 쉬쉬하는 기업도 많다
안타깝지만 충분히 이해되는 상황입니다. 근거 없이 ‘긁는’ 기사를 쓰고 광고나 협찬을 요구했는데 거절 당하면 언론은 다시 긁습니다. 근데 이건 매체가 크나 작으나 비슷한 미디어 속성이어요.... 언론 윤리 얘기로 넘어가야 할 애기죠... 미디어는 원래 끝까지 조져요. 조질게 있으면.
그런데 사실 기업 열심히 하고, 별 일 없으면 그리 긁어댈 일도 많지 않아요. 미안하지만 원인 제공을 피해자인 기업 쪽에서 한 경우도 많아요. 그런 ‘비판’은 사실 좀 받는 것이 기업의 장기적 경쟁력을 위해 도움된다고 봅니다. 그게 미디어가 할 일이고. 근거 없는 비방은 오래 못 갈테니 담대하게 대응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대개 회장님의 비윤리, 부도덕, 불법, 위법, 탈법 같은 이슈가 가장 민감한데.. 그걸 막는게 참모 일이지, 그에 대한 보도를 막는게 답은 아니잖아요.
전문가들은 인터넷신문의 역기능이 갈수록 커져 진입장벽을 강화하고 퇴출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낸다.
일관된 기조인데, 저런 전문가들이 얼마나 있는지 공론장에서 다시 논의했으면 합니다. 거듭 강조하지만, 공공재를 쓰는 방송도 아닌데, 언론사 진입장벽을 강화하고 퇴출제도를 정비한다는 발상에 동의하는 언론학자들이 얼마나 되는지 저도 궁금합니다. 저도 미디어 연구자라니까요.
신문법, 아니 정확하게는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 제1조(목적)는 이렇습니다.
이 법은 신문 등의 발행의 자유와 독립 및 그 기능을 보장하고 사회적 책임을 높이며 신문산업을 지원·육성함으로써 언론의 자유 신장과 민주적인 여론형성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
5950개에 달하는 인터넷 신문 조차, 이 법의 테두리에서는 지원 육성 대상일 뿐입니다. 기업이 시달리는 건 맞는데, 그 솔루션을 규제 강화로 찾으면 안되요. 어뷰징? 창과 방패라지만 포털도 열심히 합니다. 기본적으로 언론 자정이 먼저죠. 정부가 나설 일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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