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저녁 반신욕 하면서 <나는 라말라를 보았다>를 읽다가 촉촉한 문장마다 가득한 처연함에 울컥. 문득 <사람의 거짓말, 말의 거짓말>을 당장 읽어야 겠다 싶어서 젖은 머리 그대로 서점 마실. 바람이 딱 좋은 가을 밤, 걷다보니 평온해진다..
저 트윗으로 시작해서 책을 만났다. 남재일 선배(라고 부르고 싶지만, 현업에서 본 적 없는지라 그냥 남재일 선생님. 남재일쌤ㅎㅎ 사진은 팬심으로 퍼왔다)의 <사람의 거짓말 말의 거짓말>은 최고다. 칼럼을 묶어내는 글을 좋아하지 않는 것은 칼럼 속성이 시의성인 탓. 그 시기를 지나면 좀 낡고 성의 없는 느낌을 받는데, 남 쌤의 글은 맥락이 오롯이 다 살아 있다. 시대를 관통하는 통찰력이라고 해야 할까.
광분한 것에 비하면 더디게 읽었다. 쉽지 않은 글이다. 대중적 글쓰기보다는 한 길 더 깊숙이 파고들어서 한 구절 한 구절 입 안에 맴돌도록 곱씹었다. 프레임에 대해, 미디어에 대해, 우리의 말과 거짓말에 대해, 생각할 거리가 많기도 하다. 다 아는 얘기 같으면서도, 확실히 놓치고 있는 부분들이 정리되는 느낌.
제대로 리뷰를 남기고 싶은 욕심이 들지만.. 최근 허리가 아파서 컴퓨터 작업을 가급적 줄였다. 지금은 누워서 배 위에 놓고 쓰지만, 이건 장시간 할 짓은 못되고ㅠㅠ. 그런데 리뷰 안 남기고 지나가려니 너무 섭섭하고 아쉬워서. 욕심을 버릴 수 없어, 일단 그동안 몇 개 남긴 트윗이나마 모아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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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의 정치'는 고용없는 자본주의의 지배 형태다. 유혹의 정치가 궁극적으로 욕망하는 것은 지배 없는 착취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와 같은 지배 비용조차 필요 없는 가장 저렴한 착취. 그것이 과연 가능할까. 벗어날 수 있을까.<사람의 거짓말 말의 거짓말>
유혹의 언어에 감염된 존재는 물질적 성취와 소비를 통해서만 자신의 정체성을 상상할 줄 안다. 그래서 더 많이 공부하고, 더 많이 일하고, 더 많이 성취해서, 더 많이 누리는 삶의 방식밖에 모른다...사랑을 꿈꿀 때조차...<사람의 거짓말 말의 거짓말>
1%의 부자가 99%를 지배하려면, 99%가 1%를 욕망하도록 하되, 그 욕망을 좌절시켜야 한다. 간극은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메워야 한다. 삶의 성취는 물질의 소유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확신과 노력하면 된다는 환상 속에 <사람의 거짓말 말의 거짓말>
"친절마저 상품이 된 시대, 혁명은 없다" http://media.daum.net/culture/book/newsview?newsid=20141016201008048 … 한병철 쌤 글을 뒤늦게 보는데 "억압이 아니라 자유의 유혹을 통해 대중을 통제"한다는 얘기가 남재일쌤 글이랑 일맥상통. 손님 환대마저 상업화했다는 에어비앤비 지적..
'안정 속 개혁'과 '개혁 후 풍요' 슬로건..전자는 현재 내가 가진 것에다 대가없이 작은 무언가 보태줄것같은 느낌. 안정과 대립시켜 개혁은 불안 의미까지. 후자는 내것을 가져가 나중에 돌려주겠다는 미심쩍은 구두계약 같다.<사람의 거짓말 말의 거짓말>
힐링산업을 소비할 여유가 있는 계층은 자본축적 이종격투기의 승자. 생존을 위한 물질적 자원을 확보, 이제 그 상태를 고착시키고 싶은 사람이다. 평화를 절실히 원하는 자는 약자가 아니라 약탈을 마치고 이제 막 피 묻은 손을 씻고 난 자들이다.- 남재일쌤
"세월호를 침몰시킨 나쁜 어른들의 세계와 결별하는 윤리적 결단. 또 그것을 넘어서는 정치적 참여만이..미래의 공동체를 위해, 죽음으로 남긴 마지막 유언에 생명을 부여하는 길..진정한 애도"라는 <사람의 거짓말 말의 거짓말> 한구절을 다시 돌아본다.
합리적 진보는 내 손에 흙 안 묻히고, 고단한 정치투쟁을 피하고, 좋은 것을 갖겠다는 욕망. 시민이 정치 주체로 나서는 대신 알아서 물질적 풍요를 가져다줄 지도자를 기대..이런 정치적 냉소주의와 소비주의부터 버려야 한다. <사람의 거짓말 말의 거짓말>
지금 경계해야 할 것은 소수의 무지와 몰상식을 젊은층의 정치적 발언으로 격상시켜 정치적 세력 확장 기회로 삼으려는 보수주의 안의 극우 성향이다. 극우의 진정한 비극은 언제나 자신을 좌절시킨 장본인의 수족이 된다는 것이다. <사람의 거짓말 말의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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