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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리뷰/비소설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이게 대통합이고 복지다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

저자
최연혁 지음
출판사
쌤앤파커스 | 2012-07-18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복지의 최전선 스웨덴에서 만난 대한민국의 미래!스웨덴의 한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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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회, 어떤가

상상을 해보자. 당신이 태어나자 부모는 480일의 출산휴가를 얻는다. 이 가운데 390(13개월)은 봉급의 80%를 받으니 당신 부모는 아이 키우는데 집중할 수 있다. 특히 엄마와 아빠가 균형있게 반씩, 6.5개월씩 출산휴가를 나누어 쓰면 정부에서 13500크로나( 227만원)를 지급해준다. 아이 1명 당 약 20만원 안팎의 아동수당은 기본. 18세까진 치과 치료도 무료라 당신 부모는 한국 엄마처럼 수백 만원의 치아교정비를 걱정할 필요 없다. (아놔. 속 쓰리다)
당신은 학교에 입학해 다른 사람의 고유한 가치를 존중하라는 교육을 가장 중요하게 받는다. 공동체의식, 사회적 연대, 책임의식을 키우는 것이 교육의 지향점이다. 중고등학교 때는 프랑스나 스페인으로 교환학생을 가서 언어를 연마하고, 글로벌 마인드를 키울 수 있다. 물론 6세부터 대학원 박사과정까지 모두 무료. 뿐만 아니라 부모로부터 경제적으로 자립해야 하는 18세 이후엔 매월 상환 의무 없는 학자보조금 2695크로나(45만원)와 장기저리융자까지 포함, 8140크로나( 137만원)가 생활비와 학업보조비로 지원된다. 혹 학비 비싼 영미권이나 한국(!) 유학을 원하는가. 학비융자국(CSN)에서 3분의 1은 무상보조금으로 지원받고 나머지는 장기저리 융자를 받을 수 있다
.
, 이제 사회에 나온 당신은 열심히 일했다. 연간 5주 법정휴가를 받아 여행을 즐겼다. 그런데 불운하게도 직장에서 해고됐다. 실업교육을 받으며 창업이라도? 당신은 일당 320크로나(약 5만3,000원)를 최대 6개월까지 받을 수 있다. 나이 마흔에 아무래도 전문직이 좋은 것 같아 의대를 가고 싶다고? 문제 없다. 학비 부담도 없고, 생활보조금도 나오는데 뭘 못해볼까. 실업자가 사회적 약자로 전락하지 않고 다시 전문직으로 진출하도록 하는 것은 사회적 불평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안전장치다. 당신은 민주국가의 유권자 답게 평균 2.5개의 시민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삶의 지평을 넓힐 수 있다
.

이런 사회, 저렇게 퍼주고도 괜찮은가
.

당신은 어떤가. 나는 솔깃했다.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라고 저자가 소개해준 스웨덴 사례에 관심이 백만 배 정도 높아졌다. 막연하게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며, 분배 정도를 보여주는 지니계수 세계 2위라는 지표보다 실제 삶이 다르다. 행복지수가 높단다. 저자는 한국인. 스웨덴 대학에서 정치학을 가르친다. 그는 이 나라가 가진 강점, 또 이것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사회의 저력, 그 과정을 보여준다. 그런데 저렇게 퍼주고도 괜찮을까?

스웨덴은 1991년 이후 개혁을 통해 세금 부담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으면서도 2009년까지 평균 GDP 성장률 2.4% OECD 국가들의 평균치인 1.8%보다 높았다.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경제성장률은 OECD 국가 중 일본을 제외하고 가장 높았다. 세금이 높고, 복지 지출이 높으면 경제성장이 낮아진다는 것이 알반적 상식이다. 그런데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핀란드는 예외다. 세금이 높고 복지가 가장 후하면서도 경제성장률도 매우 높다. 세계경제포럼에서 매년 발표하는 세계혁신지수(Global Innovation Index)를 보면 스웨덴은 2010, 2011 2년 연속으로 스위스에 이어 세계 2위다." 1930년대까지만 해도 지지리도 못살아 인구 3분의 1이 이민을 택한 빈국이었다.”

이런 사회, 정치는 어떨까


이런 사회 구조는 누가 만드는가. 다시 상상을 해보자. 당신은 정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회의원들이 맨날 고성을 지르거나 몸싸움을 하는 것? 당의 이해관계에 따라 거수기 투표를 하든, 날치기를 하든 그렇게 45평 의원실에서 사람들 거느리며 연봉 13796만원 밥값 하는 것? 입법부든 행정부든 높으신 이는 위장전입이나 병역특혜, 탈세 등 온갖 의혹에 휩싸이는 것?

스웨덴의 국회의원 이직률은 평균 30%란다. 떠나는 이유는 힘들어도 너무 힘들어서. 의원 1인당 임기 내 입법 수가 평균 87. 그런데 개인 보좌관이 단 한 명도 없다. 의회도서관에는 공부하느라 밤마다 의원들이 오간다. 20평방미터의 작은 방에 비서가 없으니 전화도 직접 받는다. 스톡홀름 거주 의원들은 버스나 전철을 타고 다니는데, 간혹 택시를 타면 공금유용 경고를 받는다. 의회장부가 낱낱이 공개되어 딴 짓을 못한다. 급여는 57000크로나(약 959만원). 사기업 중견간부급(65000)보다 낮다. 그야말로 국민의 심부름꾼이다. 항공편 비즈니스석은 꿈도 못꾸고 출장시 숙박비는 현지 중급 호텔 기준이다. 이렇게 고생하는데도, 사소한 특권조차 욕 먹기 일쑤다. “TV수신료를 내지 않은 것이 드러나 장관직을 내놓은 정치인이 한 두 사람이 아니다. 집 증축수리를 허가대로 하지 않았따고 해서 총리에게 벌금을 물리고, 법정에 세우는 나라다. 싼 임금의 불법외국인을 자녀의 보모로 고용했다는 이유로 장관에서 물러나는 사람도 있다.” 어떤가
.

사실 문화도 다르고, 가치관도 다르다. 1995년 다음 총리가 확실시 되던 뉘그렌 정무장관은 정치는 나중에 할 수도 있지만 (초등학생이던) 아이의 어린 시절은 저를 기다려주지 않는다며 사양했다. 이어 당시 탈렌 사회부 장관은 정치 입문 목표를 이미 이뤘다경제적 약자, 사회적 소외계급의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목표에 이미 도달했다며 후배에게 자리를 양보했다. 우리도 일단 상상은 멈추지 말자


대통합의 비밀


타게 에를란데르(Tage Erlander). 45세의 나이로 총리에 올라 68세에 자진하야 할 때까지 23년간 11번 선거에서 모두 승리한 전설이다. 처음 집권했을 때 그는 급진적이란 평가를 받았고 재계는 불안을 감추지 않았단다. 그러나 지속적 경제성장을 위해 재계의 협조가 필수적인 상황. 에를란데르는 매주 목요일 저녁 재계 인사들을 만났다. 소통과 설득의 시도. 더 흥미로운 것은 이 자리에 노조 대표도 함께 부르곤 했다. 상생의 시도다. 1950~1960년대 꾸준히 지속된 이 대화의 정치가 목요클럽이고 상생 정치의 초석이 됐다고 한다. 파업이 사라졌고, 9년 무상교육, 100만호 주택건설 등이 진행됐다. (부러운가? 부럽다. 솔직히 미치도록 부럽다)
이름도 외우기 힘든 에를란데르는 여름 휴가 때도 상생에 매진했다. 하르프순드(Harpsund)라는 총리 별장에서 노사정 확대 회의를 개최, 국가 현안과 경제성장, 사회정책을 논했다. 이 분은 온갖 역사를 남기는데 이게 하르프순드 협의민주주의. 국가 현안이 발생할 때는 스톡홀름 하가 성(Haga Castle)에 정당 당대표들을 초청, 대연정에 준하는 정치적 동의를 구했다는데 이게 하가의 협상이란다. ‘방법이 없다면 길을 스스로 만드는’, 그래서 이름까지 따라 만들게 된 대통합과 상생. 이 아니라 대화의 파트너라고 서로 인정하는 것이 출발점이고 지속적으로 만남을 갖는 기회가 형식에만 머물지 않음을 입증한다
.

(여기가 하르프순드 별장이다. 어쩐지 더 멋져보인다는)

어디 노사 관계 뿐이었을까. 그는 노노갈등을 없애는 것이 불평등 개혁의 초석이라 여겼다.동일노동 동일임금모델을 적극 수용했고, 결과는 엄청났다. 대기업 노동자들은 기꺼이 임금동결에 응했고, 중소기업 노동자들은 이런 협조 아래 임금이 늘어났다. 대기업은 여유자금을 공장 증설과 새로운 산업 진출 등에 투자했고, 임금인상에 못 이겨 도산하는 중소기업 노동자들을 고용했다스웨덴의 산업경쟁력이 갑자기 높아지기 시작한 것이 1960년대 였는데, 그 동력은 바로 노노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시작한 연대임금제에서 비롯되었다…(65
)”

덧붙이자면... 에를란데르가 퇴임했을 때, 집 한 칸이 없었단다. 정부가 고심 끝에 무슨 연수원 옆에 별장 하나 마련해줬고, 거기서 삶을 마감하셨단다.

정책 투명성이 부패와 비효율을 줄인다


대통합과 상생의 정치가 전부는 아니다. 정책이 제대로 집행되는 과정도 중요하다. 모든 공적 행위는 그 '과정'
과 '결과'가 공개되어야 한다는 원칙은 탁상공론과 부패를 막아주는 방패다. 모든 기관의 결정 과정과 회의록은 일반인에게 공개되는데, 거부하거나 비협조적일 경우 해당 공무원이 과실로 처벌받는다고 한다. 정책결정과정에 비친 정치인과 관료들의 사고, 언행, 소신 등이 모두 공개되기 때문에 국민은 다음 선거에서 판단을 내리기도 쉽다. 정치인의 능력과 무능력을 식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책임정치가 정착되는 밑거름이다.. 탈세, 뇌물공세, 이권청탁 등이 배제되고 합법적이고 합리적인 생활습관과 관행이 몸에 배게 된다.”

국제투명성기구가 매년 발표하는 부패인식지수에서 2010년 한국은 178개국 중 39(5.4)을 차지한 반면 스웨덴은 덴마크, 뉴질랜드, 싱가포르에 이어 핀란드와 공동으로 4(9.2)를 기록했다. 부패율이 세계에서 가장 낮은 덴마크도 정보공개 및 접근법이 헌법에 명시되어 있다.” (60-61
)

복지의 기본, 세금이 무서운가
?

스웨덴의 국민의 세금 부담률은 덴마크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다. 부유층은 소득의 60%를 세금으로 내고, 저소득자도 29%를 부담한다. 저항이 없을 리가. 대표기업 IKEA는 본사를 네덜란드로 옮겼다. 함께 옮긴 H&M은 다시 고국으로 돌아왔는데, 정부는 이런 과정에서도 설득과 대화를 계속 시도하는 수 밖에 없다. 그래도 기업 떠날까 불안하다면, 지난 5년 무려 21조나 대기업 세금을 깍아준 우리나라를 돌아보자. 같은 기간 20대 그룹 총자산은 77.6% 증가했다. 재계가 순항하는 만큼 부의 분배가 이뤄졌는가? 기업 세금 적게 걷어 사회는 얼마나 윤택해졌는가? 노사 화합 혹은 상생, 아니 최소한 대화는 있었던가?
혹 세금 올리면 과연 떠날까? 특혜 포기하고?
무엇보다 세금을 내도 돌려받는 다는 믿음. 형평성 있고 투명한 분배에 대한 확신이 있다면 어떨까. 탈세가 줄어들기 위해서는 엄정한 원칙과 공정함, 정의가 기본이다. 1970년대부터 2010년까지 한국에서 해외 조세피난처로 빼돌려진 자산이 7790억달러( 888조원). 힘있는 이들의 불공정한 행위가 심해지면 세금 투명하게 내는 월급쟁이만 상대적 불평등에 치를 떨겠지만 부패 대신 투명한 사회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

그 사회의 고민. 이 사회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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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전 민주주의 장관이란 분 인터뷰가 나온다. 걱정이 많단다. 여성의원 비율이 47%에 이르지만 여성의 봉급은 남성의 87% 밖에 안되고, 기업 이사회 여성 비율도 15% 밖에 안되니 양성평등이 이뤄진 것은 아니고, 최상의 민주주의를 위해 이런 모순은 없어져야 한다고. (눈물이 나올 지경이다) 투표율이 85%에 이르지만, 저소득층 투표율은 50% 밖에 안되니 문제라는 둥. 인터넷 투표, 스마트폰 투표, 부재자투표, 우편투표, 후회투표제(우편투표 허용시 투표 당일 마음이 바뀌어 다른 정당 혹은 후보에게 투표하고자 하는 유권자에게 1회에 한해 정정투표를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제도), 이동투표함제도 등을 확대해주기를 바라는 국민 여망을 고민한다는 둥
.

스웨덴이라는, 막연하고 멀게 느껴지던 나라를 들여다볼 기회를 준 점에서, 이 책에, 그리고 저자에 매우 감사한다. 나의 옛 사수인 P선배가 토론하자고 제안주신 덕분에 급히 봤는데 술술 읽혔다. 책은 현황 혹은 역사 소개에서부터 뒷부분엔 다양한 사례를 소개하는데, 구성이 완벽하게 잘 짜였다는 느낌은 아니다. 그러나 저자가 그냥 스쳐지나가며 만난 이들의 사례조차, 깊은 인상을 남긴다
.

페이스북 친구 최준영님께서는 바이킹이라는 약탈집단 특징 상 공동체가 죽은 사람의 가족을 돌보는 공적부조 구조를 만들었다거나, 왕정 존속을 위해 극단적 사회갈등을 중재하고자 했던 노력 등 사회적 역사적 배경을 봐야 한다고 지적하셨다. 지당하신 말씀이다. 인구가 훨씬 작다는 점도 우리와 다르다. 그러나 최소한 모범사례를 어떻게 수혈할지 그 결과만 볼게 아니라 과정을 면밀하게 살펴보고 대안을 마련해야 할 상황인건 분명하다

선진국의 어떤 제도가 부럽다고 사회와 문화가 다른데 무작정 도입할 일은 아니라고들 하는데 함정에 빠지지 말자. 이런 논리는 때로 한국적 민주주의란 말로 독재를 미화한다거나 한국적 인터넷 환경이란 말로 실명제를 합리화했던 종류이기도 하다. 우리는 한국적 특수성만 앞세울 만큼 한가하지 않다. 불평등과 부패 순위를 매겨봐도 부끄러운 상황이고 하루 43명이 자살하는 위태로운 사회다. 보수 정당조차 선거 과정에서 복지와 경제민주화를 앞세울 정도다. 이제는 저런 사회가 가능하다는 것, 그걸 가능하게 하는 괜찮은 정치인, 그들을 만들어낼 깨어있는 시민을 키우는 방법, 투명성으로 효율을 높이는 법을 구체적으로 봐야 마땅하다. 최소한 쉬운 것부터 해본다면, ‘대통합이 아닐까 싶다. 종북좌빨 혹은 수꼴 같은 나와 다른 너를 적으로 만드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진지하게 이 사회의 곪은 상처를 돌아보자. ‘한강의 기적대가로 놓치거나 버려두었던 일들을 바라볼 때다. 이제는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를 진지하게 만들지 않으면, 견딜 도리가 없다.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doc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