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기사를 읽다가 울컥했습니다.
"그동안 인터넷업체들은 '제한적 본인확인제'(인터넷 실명제)와 전자상거래법을 이유로 주민번호 폐기가 쉽지 않다고 변명해왔다"........
변명해온(?) 처지에 구차하게 한마디 더 변명하고 반론한들...
그래도 그냥 넘어갈 수는 없어서, 역사는 늘 '기록'하는 편에 서 있기 때문에 기록을 남겨봅니다. 또 숙제가 적잖게 남은 것도 사실이니까요.
국내 기업이 주민번호 수집하려고 실명제 못이기는 척 해온거 아닌가?
인터넷 기업들도 인터넷 실명제 반대, 이 기사 2004년 2월 보도입니다. 2000년대 중반 실명제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정말 반대 많이 했다고 합니다. 그 때도 연예인 자살, 모든 사회악의 근본 원인은 인터넷이었고, '정화'를 위해 실명제 필요하다고 했던 분들 누구십니까. 2007년 실명제 도입해서, 악플이 사라졌나요? 이른바 역기능 없어지던가요? 2008년에는 실명제 적용 기업을 일 이용자 30만명에서 10만명으로 확대했지만, 뭔가 나아졌나요? 주민번호 유출사고만 줄을 이었죠. 악플에 별 효과 없었죠. 실제 악플은 최근 사회관계망(SNS) 서비스들 등장하고 평판시스템이 작동하면서 오히려 좀 위축된다고 할까요.
<사진은 2005년 실명제 반대하던 기자회견입니다>
본인확인만 하면 되지, 그동안 그 많은 주민번호는 왜 갖고 있었니?
여기에 대해서는 얼마전 토론회에서 주절거렸습니다. 토론문 부분 인용 다시 합니다.
"...그동안 인터넷 기업들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제44조의 5(게시판 이용자의 본인확인)에 근거해 게시판에 글을 쓰는 이용자에게는 본인 확인 절차를 요구했으며 동법 시행령 제29조(본인확인조치)에 근거해 “본인확인정보”를 정보 게시 후 6개월까지 보관하는 법적 의무를 다했습니다. 또한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제6조(거래기록의 보존등)에 근거, “거래의 기록 및 그와 관련된 개인정보(성명.주소.주민등록번호 등)”를 보존해야 하는 법적 의무를 준수해왔습니다.
그러나 네이트 사태 이후 이 같은 법적 의무 이행 방식에 대해 처음으로 문제가 제기됐습니다. 인터넷 기업이 본인확인 정보만 보관하면 되는데 주민번호를 과도하게 수집, 보관, 저장하는 것은 관행 탓이라는 지적과 전자상거래법도 개인정보 예시를 든 것일 뿐 굳이 주민등록번호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등장했습니다. 그동안 매년 정기적으로 진행된 감독당국의 정보보호 실태 점검에서 단 한번도 지적되지 않았던 사항이지만, 이 같은 지적이 이제라도 나온 것은 정보보호에 대한 각계의 고민이 그만큼 깊어진 덕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법에 본인확인정보를 보관하라고 했습니다.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도 보존하라고 했습니다. 기업이 개인정보 보호 잘하는지 감독하시는 분들도 굳이 본인확인 후 폐기하는 방법을 쓰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왜 보관? 실명제 취지가 뭡니까.
제한적 본인확인제 도입 배경은 '악플' 등 역기능을 방지한다는 것이죠. '익명성'에 숨지 못하게 하고, '악플'을 올리면 끝까지 추적해서 민, 형사적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입니다. 실제 그렇게까지 않더라도, 이런 '경고'를 통해 '위축 효과'를 겨냥합니다. 수사기관이 이용자 개인정보 요청하면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는 "요청에 따를 수 있다"고 법에 정해져 있습니다. 문제의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통신비밀의 보호)가 영장 없이 개인정보를 내주도록 하는 것도 헌법소원이 제기된 상태입니다만 여튼. 이렇게 내주려면 제83조가 정한 개인정보, " 1. 이용자의 성명 2. 이용자의 주민등록번호 3. 이용자의 주소 4. 이용자의 전화번호 5. 이용자의 아이디 6. 이용자의 가입일 또는 해지일"를 갖고 있어야 하는 겁니다.
주주민번호 폐기하면 수사기관은 뭘로 수사하나?
이건 수사기관들이 고민할 문제죠.
그래도 실명제 폐지 이전과 이후로 나눠 추론은 가능합니다. 실명제 폐지 이전에는 기업들이 주민번호를 '수집'은 일단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본인 확인' 의무가 있거든요. 본인 인증 해주는 업체들(신용평가회사들)에게 주민번호와 이름 조합을 보내면, 본인 확인 Yes/No 값을 보내줄 겁니다. 그 이후에 주민번호를 폐기하는 구조가 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나중에 수사기관에서 '개인정보'를 요청하면, 인터넷 기업들은 본인확인 정보만 내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인증업체들에게 따로 물으면 '개인'을 추적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그런데 그 인증업체들은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에 따라 수사기관에 개인정보 내줘야 하는 대상 업체가 아닙니다. 이 경우, 법이 바뀌어야 합니다. 아이핀도 마찬가지 구조입니다.
실명제가 완전 폐지된다면, 기업마다 상황이 다를텐데 그냥 이메일주소만 받고 회원 가입 받는 해외 업체와 다를게 없죠. 개인정보 내줄 것도 없습니다. 수사? IP 추적을 하시든 다른 방법으로 하시면 됩니다. IP 추적으로 안 잡히는 경우도 사실 많지 않습니다. 스타벅스 같은 곳에서 쓰게 되면, 아마 다른 인증을 하라고 하겠죠. (이게 근거가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이건 수사기관들이 고민할 문제죠.
그래도 실명제 폐지 이전과 이후로 나눠 추론은 가능합니다. 실명제 폐지 이전에는 기업들이 주민번호를 '수집'은 일단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본인 확인' 의무가 있거든요. 본인 인증 해주는 업체들(신용평가회사들)에게 주민번호와 이름 조합을 보내면, 본인 확인 Yes/No 값을 보내줄 겁니다. 그 이후에 주민번호를 폐기하는 구조가 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나중에 수사기관에서 '개인정보'를 요청하면, 인터넷 기업들은 본인확인 정보만 내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인증업체들에게 따로 물으면 '개인'을 추적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그런데 그 인증업체들은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에 따라 수사기관에 개인정보 내줘야 하는 대상 업체가 아닙니다. 이 경우, 법이 바뀌어야 합니다. 아이핀도 마찬가지 구조입니다.
실명제가 완전 폐지된다면, 기업마다 상황이 다를텐데 그냥 이메일주소만 받고 회원 가입 받는 해외 업체와 다를게 없죠. 개인정보 내줄 것도 없습니다. 수사? IP 추적을 하시든 다른 방법으로 하시면 됩니다. IP 추적으로 안 잡히는 경우도 사실 많지 않습니다. 스타벅스 같은 곳에서 쓰게 되면, 아마 다른 인증을 하라고 하겠죠. (이게 근거가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혹은, 나이 확인 등의 법 규제를 이유로, 아마 주민번호 앞자리는 계속 요구할 수 있슴다. 이 경우 수사기관은 생년월일과 이름을 받아 동명이인 추적을 하시든, 뭐 그렇게 하지 않으실까요.
실실명제가 폐지되도 산 넘어 산. 공직선거법은? 셧다운제는?
일일단 공직선거법 제82조의 6(인터넷언론사 게시판.대화방 등의 실명확인) 조항이 남아 있습니다. 선거라는 제한적 상황에서 실명 확인하는 거라, 필요하다고 '합헌' 결정 받은 조항입니다. 일단 인터넷언론이라고 하지만, 아고라 등 거의 모든 게시판 서비스도 포함됩니다. 언론사 및 "이와 유사한 언론의 기능을 행하는 인터넷홈페이지를 경영·관리하는 자"가 인터넷언론으로 정의되거든요.
사실 정보통신망법 제한적 본인확인제가 폐지된다고 해도 공직선거법 이 조항까지 함께 개정되지 않는다면 말짱 도루묵입니다. 평소에 본인확인 않다가 선거때만? 사전 선거운동으로 선거운동기간 전에 글 올릴 때는? 게시판에 글 올릴 때 "선거운동 관련된 글이면 본인확인 하시고, 아니면 않으셔도 됩니다"라고 공지 띄울까요?
셧다운제...이건 "당신 16세 이하?(청소년보호법), 혹은 18세 이하?(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라고 물어야 할 뿐더러 본인확인 의무가 별도로 있습니다. 이 문제는 따로 정리할 예정입니다만, 청소년 본인확인 말도 안되게 어렵습니다. 주민등록증도 없고, 금융거래 등 신용정보 기반의 본인인증 업체 이용도 안됩니다. 그럼에도 본인확인 하라는 거니까. 이거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실명제 폐지되어도 이 법들 탓에 주민번호 확인 불가피합니다. 나중에 또 그러시겠죠. 실명제 폐지되도 업체들이 꼼수로 개인정보 수집한다고.
사실 정보통신망법 제한적 본인확인제가 폐지된다고 해도 공직선거법 이 조항까지 함께 개정되지 않는다면 말짱 도루묵입니다. 평소에 본인확인 않다가 선거때만? 사전 선거운동으로 선거운동기간 전에 글 올릴 때는? 게시판에 글 올릴 때 "선거운동 관련된 글이면 본인확인 하시고, 아니면 않으셔도 됩니다"라고 공지 띄울까요?
셧다운제...이건 "당신 16세 이하?(청소년보호법), 혹은 18세 이하?(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라고 물어야 할 뿐더러 본인확인 의무가 별도로 있습니다. 이 문제는 따로 정리할 예정입니다만, 청소년 본인확인 말도 안되게 어렵습니다. 주민등록증도 없고, 금융거래 등 신용정보 기반의 본인인증 업체 이용도 안됩니다. 그럼에도 본인확인 하라는 거니까. 이거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실명제 폐지되어도 이 법들 탓에 주민번호 확인 불가피합니다. 나중에 또 그러시겠죠. 실명제 폐지되도 업체들이 꼼수로 개인정보 수집한다고.
실명제, 우여곡절 끝에 태어났지만 온갖 부작용만..
해외에는 왜 '개인정보 유출' 소식이 별로 없겠어요. 유출되어봤자 이메일주소와 비밀번호가 전부입니다. 해킹해봐야 메일주소 얻어 뭐 하겠어요. 그걸 이용해서 금융거래에 쓰이는 정보를 빼내어 금융사기를 친다거나, 신분을 도용하면 모를까. 개인정보 유출 방지를 위해서도 주민번호, 주소 같은건 수집 않는게 맞죠. 아 물론 SNS 알림을 문자로 받는다거나, 문자로 올리기 위해 휴대전화번호가 필요하고, 쇼핑 배송 위해 주소가 필요한거는 완전 별개의 문제입니다.
"회원들의 개인정보를 유출시키고도 자신들이 마치 해킹의 피해자인 것처럼 주장하는 인터넷 업체들에 대해 강력한 처벌도 필요하다"는 보도, 마땅한 소리이긴 한데, 해킹도 거의 자연재해 수준입니다. 막아도 막아도 뚫릴 가능성이 있어요. 최선을 다해 기준을 충족하고 인증을 받아도. 그래서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하실게 아니라, 근본적 원인..즉 개인정보 수집을 막는게 정답입니다.
이런 문제, 그동안 많은 분들이 논의해왔습니다. 정책당국 고민 많으셨슴다. 실효성도 없었지만 해외업체와의 역차별 이슈도 간단치 않았죠. 개인정보 유출 주범으로 꼽혔구요. 그런데 그때마다 "실명제 없으면 명예훼손과 유언비어 등 어떻게 처벌하냐"며 펄쩍 뛰며 결사 반대해온 일부 언론들 덕분에 논의가 제자리로 돌아갔습니다. 그분들은 실명제가 악플 방지에도 별 도움이 안됐다거나, 다른 문제들에 대해서는 언급 않으셨습니다. 솔직히 진짜 나쁜 분들은 남의 번호 도용하지, 자기 실명 안 넣습니다.
그랬던 언론이 "그동안 인터넷 기업들이 치사하게 수집한거 아니냐"라고 하시면, 뭐 할 수 없죠. 이제라도 실명제 그만하자고 해주시면 그냥 땡큐.. 하겠습니다.
해외에는 왜 '개인정보 유출' 소식이 별로 없겠어요. 유출되어봤자 이메일주소와 비밀번호가 전부입니다. 해킹해봐야 메일주소 얻어 뭐 하겠어요. 그걸 이용해서 금융거래에 쓰이는 정보를 빼내어 금융사기를 친다거나, 신분을 도용하면 모를까. 개인정보 유출 방지를 위해서도 주민번호, 주소 같은건 수집 않는게 맞죠. 아 물론 SNS 알림을 문자로 받는다거나, 문자로 올리기 위해 휴대전화번호가 필요하고, 쇼핑 배송 위해 주소가 필요한거는 완전 별개의 문제입니다.
"회원들의 개인정보를 유출시키고도 자신들이 마치 해킹의 피해자인 것처럼 주장하는 인터넷 업체들에 대해 강력한 처벌도 필요하다"는 보도, 마땅한 소리이긴 한데, 해킹도 거의 자연재해 수준입니다. 막아도 막아도 뚫릴 가능성이 있어요. 최선을 다해 기준을 충족하고 인증을 받아도. 그래서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하실게 아니라, 근본적 원인..즉 개인정보 수집을 막는게 정답입니다.
이런 문제, 그동안 많은 분들이 논의해왔습니다. 정책당국 고민 많으셨슴다. 실효성도 없었지만 해외업체와의 역차별 이슈도 간단치 않았죠. 개인정보 유출 주범으로 꼽혔구요. 그런데 그때마다 "실명제 없으면 명예훼손과 유언비어 등 어떻게 처벌하냐"며 펄쩍 뛰며 결사 반대해온 일부 언론들 덕분에 논의가 제자리로 돌아갔습니다. 그분들은 실명제가 악플 방지에도 별 도움이 안됐다거나, 다른 문제들에 대해서는 언급 않으셨습니다. 솔직히 진짜 나쁜 분들은 남의 번호 도용하지, 자기 실명 안 넣습니다.
그랬던 언론이 "그동안 인터넷 기업들이 치사하게 수집한거 아니냐"라고 하시면, 뭐 할 수 없죠. 이제라도 실명제 그만하자고 해주시면 그냥 땡큐..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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