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한국에 이런 기업이 있었다

인터넷 2015.09.01 13:08

다음카카오가 ‘카카오’로 사명 변경을 추진하고, 모바일 생활 플랫폼 기업으로 본격 성장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대한민국 모바일 기업을 대표하는 기업 이름으로 ‘카카오’를 전면에 내세워 모바일 시대의 주역이 되겠다는 기업 정체성을 확고히 한 것이다.


지난 해 10월 합병으로 대한민국 IT 역사의 장을 새롭게 연 다음카카오는 ‘새로운 연결, 새로운 세상’이라는 비전을 가지고 유기적으로 변하는 모바일 시장에 빠르게 대응해 왔다. 포털 서비스 ‘다음’, 모바일 서비스 ‘카카오’라는 강점을 가지고 있지만, 웹과 모바일을 대표하는 두 회사의 이름을 물리적으로 나란히 표기하는 ‘다음카카오’ 사명에는 기업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모호한 측면도 존재해 왔다. 이에 모바일 기업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사명 변경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모바일 시대를 대표하는 미래지향성을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다는 점, 최근 카카오택시의 성공과 함께 모바일 생활 플랫폼 브랜드로 의미있는 확장을 하고 있다는 점, 합병 이후 진정한 통합과 모바일 정체성을 강화해 향후 기업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카카오’로 사명 변경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사명 변경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오는 9월 23일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에서 임지훈 신임대표 선임과 사명 변경이 확정되면, 합병 이후 유기적 결합을 완성해 ‘모바일 생활 플랫폼’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속도를 더 낼 것으로 보인다.

 

한편 ‘다음’은 PC 포털, 다음 앱 등 서비스 브랜드로 계속 유지될 방침이며, 변경되는 사명에 따른 새로운 CI 디자인도 조만간 선보일 예정이다.



전격 발표다. 10월1일 합병 1주년을 앞두고, 어려운 일은 다 해치우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겠다는 의지랄까. "변화를 따라가지 말고 변화의 방향을 보고 주도적으로 움직이자"는. 이해하고자 한다. 


그러나, 마음 한 구석 쓸쓸함을 나무랄 수는 없지. 한국에 이런 기업이 있었노라, 그리움으로 남겠네. 세상을 즐겁게 바꾸려는 실험을 계속했던 다음. 그 DNA가 어디에서든 이어지기를 바란다. 돌아보니, 멋진 기업이었다. 비즈니스를 더 잘해서 지속가능했다면 좋았을텐데. 그래도 그 경험, 함께 나눈 시간들이 또다른 도전으로 이어질거라 믿는다. 그래야 하겠지. 


2014년 9월30일 밤. 합병 전야, 한 잔에 취해 페이스북에 끄적댔던 글을 옮겨놓는다. 어쩐지 기록을 남겨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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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타임라인은 온통 '굿바이 다음'.


6년 반 다음에서 일했다. 좋은 회사였다. 다음이라서 가능했던 일들에 고맙다.


손님이라도 오시면, 회사 카페테리아에서 향 좋은 아메리카노 한 잔 드리면서, "저희 직원들이 낸 커피 값을 모으고, 1년에 한 번 바자회 수익을 모아 해마다 제3세계에 희망학교를 짓고 있어요. 이번엔 라오스였죠"라고, 착한 기업 티를 냈다.


근무환경을 슬쩍 구경시켜 드리며 "저희는 사장님도 방이 없어요. 모두 그냥 나란히 책상에 앉아서 일해요. 수평적 기업 문화 강조하잖아요. 사장님도 사장님이 아니라 종훈님, 세훈님, 그냥 이름을 불러요"라고 잘난척 했다.


"기업이 부동산은 뭐하러 해요. 기업 열심히 하면 되지"..창업자 철학에 따라 서울엔 집 한 칸 없는 셋방살이 처지이지만, 수도권 대신 제주에 터잡는 프로젝트 등 끊임 없이 도전했던 과정을 즐겁게 설명했다.


제주 사옥에서 하늘로 향한 창 아래 작은 소파가 있는 도서관 자리를 보여주며, "비 오는 날, 유리 천정 아래서 일하는 재미는 뭐라 말 못해요. 제주 왔을 때, 운이 좋으면 여기서 일해요" 자랑했고, 매달 동료에게 '설레는 책'을 선물하는 제도를 으스댔다. 비영리 단체 관계자들에게 티스토리를 기반으로 홈페이지를 그럴싸하게 만드는 노하우나 SNS 운영 실무를 가르치는 IT 프로보노 프로그램도 자랑에서 빼놓지 않았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인터넷 기업 중 유일하게, 다음이 '지속가능성보고서'를 낸 다는 점을 칭찬하더라고 회사 내부에 신나서 전했고, 누군가 힘 센 분이 맘에 안드는 글, 지우란다고 지우거나, 내리라고 해서 내리는 일 없다는 걸 쿨하고 담담하게 얘기했다.


애국적 할아버지들이 뉴라이트 단체와 함께 찾아와 아고라 폐지하라는 시위를 하던 그 해 여름, 그래도 대한민국에 누구나 떠들 수 있는 플랫폼을 운영한다는 사실에 뿌듯함을 느꼈고, 대한민국에 이런 기업 하나 쯤 있어 다행이라고 했다. 우스갯소리로 국세청 조사, 검찰 조사, 경찰 조사, 공정위 조사 그랜드슬램을 달성해도 투명한 기업이라 별 탈 없이 하던대로 열심히 하노라 했다.


미디어 서비스가 바깥의 오해와 달리 공정하게, 미디어의 사회적 책무를 절감하며 시스템에 따라 운영된다고 설명하는데 쾌감을 느꼈고, 대외협력 과정에서 밖에서 누가 뭐라고 하든 모든 걸 당당하게 설명 가능한 회사란데 안도했다. (이른바 대관 업무라 불리는 대외협력 일을 여자에게 맡긴 국내 기업, 더 있으면 나와보라고 해라. 이것도 다음 다운 태도다.)


세상의 즐거운 변화를 위해, 이것저것 시도했던 회사. 꾸준히 매년 몇 백억 흑자를 냈으니 그다지 나쁜 성적표는 아니었다고 생각하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ICT 생태계에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데 힘이 부족했나보다. 멜랑꼴리한 밤이라 아쉬움과 비판적 지지의 목소리를 더할 필요는 없겠다.


내일 다음카카오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된다. 카카오의 짧지만 빛나는 역사가 레전드가 되어 가듯, 20년 다음의 역사는 고비고비 한국 인터넷의 증인. 다음카카오가 이제부터 만들어낼 도전들이 더 즐겁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일개 직원이 뭐 그리 감상적이냐고? 다음은 이 정도 애정은 받을 만한 회사였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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