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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중립성

<망중립성>'불법정보'를 통신사가 관리? 차단?

SNS 원천차단? SNS 인터넷 규제에 대한 불신

한나라당 장제원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가 10일 철회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제가 보기에는 망중립성을 법제화한 내용입니다. 그런데 이게 SNS 원천차단법으로 둔갑했습니다. 

정부 여당, 스마트폰 통한 SNS 접속 원천차단 추진  
정말 이런 법이라면, 이건 또다시 상상 그 이상을 보여주는 거죠. 그런데 알려진 바를 살펴보면

. 인터넷 접속역무의 이용절차에 대한 정보공개 등 기간통신역무 중 인터넷 접속역무를제공하는 기간통신사업자의 준수사항을 규정함(안 제40조의21항 신설). . 기간통신사업자는 불법적인 통신 등 특정한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에 합리적인 통신망관리를 위하여 인터넷 접속역무의제공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함(안 제40조의23항 신설)

통신사업자에게 '불법 통신 등 특정한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에 차단할 수 있도록 해준다? 얼핏 무시무시합니다.  그런데 사실 이 법안 취지도 한번 살펴보죠. 

무선인터넷 이용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인터넷망을 제공하는 기간통신사업자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음. 이에 따라 인터넷 접속역무를 제공하는 기간통신사업자의 중립성이 매우 중요해지고 있으나, 현행법에는 이와 관련한 규정이 미비한 상황임. 이에 인터넷 접속역무를 제공하는 기간통신사업자의 준수사항을 명시함으로써 인터넷의 개방성과 통신망관리의 중립성을 유지하고, 이용자의 선택권과 통제력, 전기통신사업자간의 경쟁, 자유로운 서비스 혁신의 증진을 꾀하려는 것임.

대놓고 통신사 힘이 세니까, 망 관리 중립적으로 하도록 하는 법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왜 망중립성에서 불법 통신 차단을 운운할까요. 

국내에서도 방송통신위원회가 망중립성 기본 정책 방향을 놓고 조만간 공청회를 가질 전망입니다. 그래서 이 대목, 관심있게 보지 않을 수가 없어요. 망중립성의 교과서 격은 2010년 미국의 FCC가 발표한 망중립성 원칙 'Open Internet Rules' 입니나. 여기에선 처음에 '합리적 네트워크 관리'에 대해 4가지 조건을 제시한 뒤, 거기서부터 논의를 풀어갑니다. <  여기 원본 파일 첨부합니다 


81. In the Open Internet NPRM, the Commission proposed that open Internet rules be subject to reasonable network management, consisting of “reasonable practices employed by a provider of broadband Internet access service to: (1) reduce or mitigate the effects of congestionon its network or to address quality-of-service concerns; (2) address traffic that is unwanted by
users or harmful; (3) prevent the transfer of unlawful content; or (4) prevent the unlawful transfer of content.

(3) 에 등장하듯, unlawful content 는 관리 대상에 들어갑니다. FCC의 Open Internet Rules는 결국, 네트워크 관리는 훨씬 더 명확해야 하는 동시에 유연하게 적용해야 한다며 case-by-case 를 기본 원칙으로 제시합니다만, 불법 콘텐츠에 대한 고민을 드러냅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 통신사에게 '합리적 네트워크 관리'를 허용하는 것은, 망 사업자의 다른 의무를 분명히 하면서 따라가는 단서 조항입니다. 즉 망 사업자가 함부로 인터넷의 개방을 저해하지 못하도록, 통신사나 혹은 누군가의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콘텐츠나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을 차단해서는 안되며(No Blocking), 비합리적으로 차별해서도 안된다는(Unreasonable Discrimination) 원칙이 바로 망중립의 핵심입니다. 여기에 네트워크 관리를 포함해 통신사 망 현황을 투명하게(Transparency) 밝히라는 것이 미국 Open Internet Rules 의 핵심 3가지 원칙이죠. 

일단, 이런 상황에서 예외적으로, 특정 조건에 부합할 때만 망 사업자의 합리적 네트워크 관리의 기회를 열여준 것이고, 거기에 '불법정보'가 포함된 것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런 망중립 원칙을 그대로 빌려와 작업하다보니 '불법 통신'에 대한 차단이 법에 들어가는 거죠.

그런데 불안합니다. 불법통신 차단을 망 사업자에게 맡겨도 되나? ...무엇보다..  


대체 뭐가 불법 통신? 불법 정보?

이게 과연 뭔지 또 따져봐야 합니다. 아마 이게 핵심일텐데...참 사연 많거든요. 
 

일단 지난 2002년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린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불온통신의 단속) 조항을 한번 봐줘야 합니다. 

① 전기통신을 이용하는 자는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 내용의 통신을 하여서는 아니된다.
관련 시행령 보면, 아래와 같은 정보를 올리면 안된다는 겁니다.
1. 범죄행위를 목적으로 하거나 범죄행위를 교사하는 내용의 전기통신
2. 반국가적 행위의 수행을 목적으로 하는 내용의 전기통신
3.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를 해하는 내용의 전기통신


이 법 조항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문은..표현의 자유에 대한 바이블 같아요. 구구절절 아름답습니다. 궁금하면 함 보세요..


일단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이라는 불온통신의 개념은 너무나 불명확하고 애매하다고 명시했고, 인터넷에 대해 “가장 참여적인 시장”, “표현촉진적인 매체”라고 했죠.  

불온통신 개념의 모호성, 추상성, 포괄성으로 말미암아 필연적으로 규제되지 않아야 할 표현까지 다함께 규제하게 되어 과잉금지원칙에 어긋난다. 즉, 헌법재판소가 명시적으로 보호받는 표현으로 분류한 바 있는 ‘저속한’ 표현이나, 이른바 ‘청소년유해매체물’ 중 음란물에 이르지 아니하여 성인에 의한 표현과 접근까지 금지할 이유가 없는 선정적인 표현물도 ‘미풍양속’에 반한다 하여 규제될 수 있고, 성(性), 혼인, 가족제도에 관한 표현들이 “미풍양속”을 해하는 것으로 규제되고 예민한 정치적, 사회적 이슈에 관한 표현들이 “공공의 안녕질서”를 해하는 것으로 규제될 가능성이 있어 표현의 자유의 본질적 기능이 훼손된다. 

부득이한 경우 국가는 표현규제의 과잉보다는 오히려 규제의 부족을 선택하여야 할 것이다. 해악이 명백히 검증된 것이 아닌 표현을 규제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크다고 보는 것이 표현의 자유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공공의 안녕질서”나 “미풍양속”과 같은 상대적이고 가변적인 개념을 잣대로 표현의 허용 여부를 국가가 재단하게 되면 언론과 사상의 자유시장이 왜곡되고, 정치적, 이데올로기적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 더욱이 집권자에 대한 비판적 표현은 “공공의 안녕질서”를 해하는 것으로 쉽게 규제될 소지도 있다. 우리 재판소는, 민주주의에서 어떤 표현이나 정보의 가치 유무, 해악성 유무를 국가가 1차적으로 재단하여서는 아니되고 시민사회의 자기교정기능, 사상과 의견의 경쟁메커니즘에 맡겨야 한다고 확인한 바 있음을 환기하여 둔다. 

그런데
'불온통신'을 위헌이라고 하자, 정부는 '불법정보'라는 개념을 법제화했습니다. 이게 바로 현재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정보보호에 관한 법률447(불법정보의 유통금지 등) 입니다
① 누구든지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정보를 유통하여서는 아니 된다.
  1. 
음란한 부호·문언·음향·화상 또는 영상을 배포·판매·임대하거나 공공연하게 전시하는 내용의 정보 (이거 음란물입니다그런데 2002년 헌법재판소가 뭐라 했나요성인에 의한 표현과 접근까지 금지할 이유가 없다고 했는데 다시 금지하는 조항이죠. 또 쿠르베 '세상의 근원' 같은건 예술이냐 음란이냐..이거 모호해요)
  2.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공공연하게 사실이나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의 정보 (이건 바로 명예훼손)
  3.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부호·문언·음향·화상 또는 영상을 반복적으로 상대방에게 도달하도록 하는 내용의 정보 (이건 스토킹 처벌용입니다그런데 2011년 봄 일본 원전 유언비어 나돈다고경찰이 이 조항을 근거로 처벌 검토한다고 했죠당시 이미 허위사실 유포죄가 위헌 결정받아 마땅한 조항이 없었어요. 그러니 공포심, 불안감을 유발한다는 이유만으로 '반복적으로 스토킹'해야 하는 조항까지 검토한듯요)
  4. 
정당한 사유 없이 정보통신시스템데이터 또는 프로그램 등을 훼손·멸실·변경·위조하거나 그 운용을 방해하는 내용의 정보 (해킹 정보겠죠.. )
  5. 
청소년보호법」에 따른 청소년유해매체물로서 상대방의 연령 확인표시의무 등 법령에 따른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고 영리를 목적으로 제공하는 내용의 정보 (이건 사실 청소년보호법에서 막는데 굳이..여튼)
  6. 
법령에 따라 금지되는 사행행위에 해당하는 내용의 정보 (사행정보..불법 맞죠. 다만 걸면 걸리고 아님 말고
  7. 
법령에 따라 분류된 비밀 등 국가기밀을 누설하는 내용의 정보 (이건 그때 그때 어느 법령 걸리는지 봐야 해요..)
  8. 
「국가보안법」에서 금지하는 행위를 수행하는 내용의 정보 (국가보안법이 있으니 너무 당연하게 불법인데사실 국보법 뜯어보면 또 재미있긴 해요걸면 다 걸리니까엄청 모호하죠 )
  9. 
그 밖에 범죄를 목적으로 하거나 교사(敎唆또는 방조하는 내용의 정보 (이건 지금 위헌 다퉈요광고주 불매운동 게시글 지울 때 정당한 소비자 운동이란 항변에 대해 바로 이 조항으로 걸었거든요.. 사실2002년 위헌 결정난 불온통신 시행령 1호랑 닮기도 했어요..)

여기에다 2002년 헌법재판소가 "정보통신부장관의 취급거부ㆍ정지ㆍ제한 명령 제도는 실질적인 피규제자인 전기통신이용자에게 의견진술권이 전혀 보장되어 있지 아니한 점에서 적법절차원칙에도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했음에도... 여전히 방송통신위원회 명령 권한 살아있는 건...일단 넘어가요. 할 말이 너무 많으니...

여튼, 정보통신망법 44-7. 이 불법정보도 문제 많지만, 그래도 매우 중요해요. 왜냐하면 사실상 여기서 정해진 불법정보 외에는 온라인 상에서 '불법정보'라고 지우거나 처벌하면 안되거든요.

예컨대 '사회질서 교란'이나 '헌정질서 위배' , '청소년 건전한 어쩌구 저해' 비슷한 내용들이 설혹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 규정에 있거나, 딱 봐서 마음에 안들더라도 바로 44-7에 없기 때문에 '불법정보'로 단죄할 수가 없어요. 예전에는 허위사실에 대해서는 별도로 죄를 물었지만, 이건 2010년 12월 이른바 미네르바법(전기통신기본법)의 "제47조(벌칙) ①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에 의하여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에 대해 위헌 결정이 내려졌거든요.  (역시 주옥같은 내용인데 이거 보세요  


처음으로 돌아가서, SNS 원천차단법 이라고 주장한 기사에 보면, "이 조항을 적용하면 SNS를 통해 불손한 내용이 오갔을 경우 이통사들은 스마트폰을 통한 해당 SNS 접속을 원천 차단할 수 있다"고 우려해요. 그런데 '불법적인 통신 등 특정한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 라고 규정한 법안이 '불손한 내용'까지 처벌하려면 '불법적인 통신'으로 잡아넣을 수 있어야 합니다.

여기서 몇가지 포인트.
1) 불손? 이런거 처벌하면 헌법재판소에 반항하는 겁니다. 이건 이미 처벌 불가합니다.
    자꾸 겁주셔도 곤란합니다.
2) 그럼 불법적인 통신에 뭐뭐 포함시킬건데?  이게 핵심이겠네요.
 
기본적으로 망중립성 논의 과정에서 등장한 것은(네네. 이미 전문가와 방송통신위원회, 정보통신정책연구원, 통신사, 포털, 제조사, 소비자 대표 등등 참여한 포럼이 7개월째 논의하는 중입니다)
 - '불법 콘텐츠'로 정의하고, 정보통신망법 44-7, 혹은 저작권법에서 불법으로 규정하는 것들로 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구요,
- 44-7 조차 문제가 많으니 그것보다 더 줄이고 아주 협소하고 구체적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 통신사 분들은 '불법 콘텐츠,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을 모두 차단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하시는데, 솔직히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에 대해 '불법' 딱지를 뭘 근거로 붙일 것이며, 현행법상 불법 딱지 붙일 수 있는 서비스는 다른 법으로 다 정리됩니다. 괜히 통신사에게 이런 권한 함부로 드리는거, 무섭습니다.

그러면 앞으로 이 논의에서 어디에 관심 가져볼까요. 

이번 SNS원천차단법 논란은 비록 일부 오해에서 비롯됐지만, 매우 중요한 가르침을 남겼다고 봅니다. 즉 함부로 정보를 차단하는 것에 이용자들이 가만 있지 않을 거라는 엄중한 경고를 남겼죠.  또한 망을 운영하는 통신사업자에게 저희가 "망중립 원칙 지키신다면, 아주 예외적인 상황에서 이러이러한 건 당신들 마음대로 차단해도 되요"라고 할때, 극도로 신중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걸 법에서 명시할 경우, 솔직히 악용되지 않을거라 장담하는 분이 없더군요. 이거 망중립 논의 구조가 원래 그래요~ 라고 잘난척 했더니, 일단 법에 '불법 통신'이라는 조항이 추가될 수록, 자유롭게 정보가 다니는 인터넷 세상을 망가뜨릴 수 있다는 거죠. 여기서 44-7 한번 더 봐야 할게...전세계 선진국 중에서 이런 걸 '불법정보'라고 하는 나라도 한국 정도여요. 다들 '어린이가 주인공인 아동 포르노'  외엔 아무것도 '불법정보'라고 딱지 붙이지 않아요. 아주 예외적 사례는 프랑스에서 나치 선전물 정도?

이번 기회에, 망에 흐르는 정보를 '정부가', 혹은 '통신사가' 이거이거는 안돼~ 라고 하는게 어떻게 문제가 되는지 한번 고민 해볼 필요가 있어요. 물론 이용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보호하고자 정해놓은 '불법 정보'도 있겠지만, 2002년 '불온통신'을 규제하는게 위헌이라고 했던 헌법재판소의 법정신으로 돌아가보면, 지금도 황당한 겁니다.

망중립에 대해서는, 조금 더 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일단 망중립 논의에서는 조금 부차적인(핵심 3개 조항은 투명성, 차단금지, 비차별이라니까요~), ..그러나 SNS 원천차단법 논란에서 드러났듯 어쩌면 인터넷의 핵심 논의가 될 수 있는 '불법정보'에 대해서만 생각을 정리해봤습니다. 혹시 제가 틀린 지점이 있다면 귀찮더라도 알려주심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