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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자유

악플 관련 C일보 기사에 대한 소박한 반론


13일자 C일보의 특집 기사를 보니, 이런 반론도 필요하지 않나 싶다.
 
 대대적으로 이틀에 걸쳐 한바닥씩...인터넷 악플, 이번 기회에 때려잡자고 한다. 이런 성급한 논의가 놓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짚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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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야후 등 포털에 제공된 뉴스에 댓글 맘대로 못달아
'인터넷 악플' 이대로는 안 된다 <下> 외국에선


해외에서도 인터넷상에서 유포되는 악성 댓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정 모임사이트 등에서 남을 헐뜯거나 '왕따' 시키는 글로 인해 피해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일본 정부는 무차별로 살포되는 인터넷 게시물로부터 청소년과 아동들을 보호하기 위해 인터넷 감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대대적인 인터넷 교육과 캠페인 사업을 벌이고 있다.
(맞는 말씀.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바로 교육이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법을 새로 만들어 해외토픽으로 다뤄질 인터넷 규제 방안을 모색하는 건 '삽질'일 뿐이라고 하지 않나. 근데 이 기사, 해외에선 댓글 허용 않는게 대세라는 내용인데, 악성 댓글 우려 커진다고 하니....뭐, 악성 댓글 고민, 논쟁이 글로벌하게 이뤄지는건 맞으니 넘어가자.)


하지만 선진국에서는 악성 댓글이나 게시글이 '여론'으로 둔갑하는 사례는 드물다. (대체 네티즌 ABCD씨는 "뭐뭐하다"라고 말했다며, 이른바 주류 언론이란 곳에서 네티즌 댓글로 여론이랍시고 무게있게 보도하는 것은 우리나라 밖에 없는 현상이다. 악성댓글이나 게시글을 여론으로 다뤄주는 보도 행태는 여론을 제대로 분석하기에 게으른 귀차니즘, 편의주의의 결과물이다.)
우선 포털 사이트들은 언론사가 제공하는 기사에 대해 함부로 댓글을 달 수 없도록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또 징벌적 손해배상(punitive damages·유사한 침해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민사상 손해배상에 대해 형벌적인 금액까지 추가해 배상하도록 판결하는 것) 같은 법적 장치를 활용, 인터넷 명예훼손을 무겁게 처벌하고 있다. 

포털에서 기사댓글 함부로 못단다

구글이나 야후 같은 해외 포털 사이트에서는 언론사가 제공하는 기사에 대해 함부로 댓글을 달 수 없는 구조다. 예를 들어 네티즌이 '구글'에 들어가서 특정 기사를 검색하면 그 기사를 제공한 언론사 사이트로 곧바로 넘어간다. 기사의 관리권이 기사를 제공한 언론사에 있기 때문이다. 기사에 대한 댓글 허용 여부도 언론사가 결정한다. (이른바 '아웃링크'방식. 국내 포털들도 도입했다. 구글에서 톱으로 올라온 블룸버그 뉴스를 클릭하면, 블룸버그 사이트로 가는 방식이다. 구글은 모두 아웃링크 방식이다. 그런데 국내 신문사들은 아웃링크 방식을 꼭 선호하지는 않는다. 사실 하루 1000만명이 본다는 네이버 뉴스, 고스란히 이 방문자들을 언론사 사이트들에게 넘기면 해당 언론사닷컴 서버 다운된다. 많은 이용자들의 방문을 수용할만한 언론사 닷컴 사이트가 많지 않다. 실정이 다르다. 아웃링크 비중을 어떻게 가져가냐는 것은 각 언론사와 포털사간 사적 계약일 뿐이다. 물론, 언론사 제공기사에 포털이 허락없이 댓글을 달지도 못한다. 역시 계약 문제다. )

해외 언론사들도 기사에 댓글을 붙이는 데에는 매우 인색하다. 12일 본지 미디어연구소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 회원국의 144개 뉴스 사이트를 분석한 결과, 전체의 절반이 넘는 81개 뉴스 사이트가 아예 뉴스 기사 하단에 붙는 댓글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본인 확인 없이 익명으로 댓글을 달 수 있는 곳은 5%에도 미치지 않는 7개에 불과했다. (댓글 인색한 것 맞다. NYT는 최근 오피니언 칼럼에만 댓글을 허용했다. editor's choice 라고 해서, 좋은 댓글만 따로 보여주기도 한다..가급적 실명 쓰라고 하지만, 실명을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참고로 우리나라 미디어 사이트의 댓글 문화는 C일보의 '100자평'이 원조란게 정설이다. 마구잡이로 비난하고 100자 안에 독설을 담는 문화도 2000년 무렵 C일보 닷컴 사이트에서 본격화됐다고들 한다. 당시 그 신문사 내에서도 100자평에 대한 내부 비판이 많았으나, 트래픽 공신이라 내버려뒀다고들 한다.. 무엇보다 국내 언론사 사이트들은 현재 C일보 닷컴을 비롯해 모두 다 댓글을 허용하고 있다. 포털 댓글만 악플의 온상은 아니다.....)

일본은 아사히·요미우리 등 주요 일간지 11곳 모두가 댓글을 전면 금지했다. 영국의 더 타임스·파이낸셜타임스·가디언 같은 유력 언론사들도 댓글 달기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독일·캐나다·스위스·아일랜드 등에서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프랑스의 르 피가로 등 전체의 16%는 사이트 관리자가 네티즌들의 댓글을 사전 검열까지 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댓글은 실명으로 쓰는 게 원칙이며, 실명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훨씬 매력적이고 정중하게 대화를 이끌어간다"고 설명했다. 물론 해외에서도 뉴스바인처럼 언론 기사를 놓고 익명의 댓글 논쟁을 벌이거나 주이시캠퍼스닷컴처럼 신변잡기를 놓고 의견을 주고 받는 전문 사이트가 있다. 하지만 논쟁은 이 사이트에서 한정될 뿐, 이런 이야기가 여론으로 둔갑하는 일은 거의 없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댓글을 여론으로 둔갑시키는 것은 국내 신문사들이 즐겨하는 여론 분석 기사다...댓글은 그저 흘러가는 코멘트 정도로 냅둬도 되는 것을... 또한 뉴스바인, 주이시캠퍼스닷컴 등 신변잡기만 댓글을 허용한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일단 미국의 미디어는 블로거스피어 중심으 로 급격히 변하고 있다. NYT조차 자사 기사 관련 블로거 포스트들만 모아둔 www.blogrunner.com 라는 사이트를 운영한다. 여기엔 댓글을 남길 수도 있고, 트랙백 형식으로 블로깅할 수 있다. www.digg.com 이나 www.techcrunch.com 등의 블로그 미디어에도 댓글은 적지않다. 여긴 익명 댓글이다. 최근 미국 대선을 맞아 미국 블로그 세계에서 트래픽 1위를 달리는 정치블로그 사이트 www.huffingtonpost.com 에는 익명 댓글이 수천개씩 달린다. 다들 아시겠지만,미국 사이트는 실명 확인은 커녕 이메일과 비밀번호만 있으면 계정을 만든다.)

  • 악플에 천문학적 손해 배상 물려 

    해외에서는 개인 사생활을 침해하는 명예훼손에 대해 갈수록 무겁게 제재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2006년 미국 플로리다 법원에서 있었던 인터넷 명예훼손 판결. 당시 미국 플로리다 법원은 2003년 캐리 복이라는 여성이 온라인 공간에서 문제 학생들을 위한 대안학교 알선 사업을 하던 수 쉐프씨를 '사기꾼'이라고 비방한 데 대해 무려 1130만 달러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 사건은 지금까지도 법정 다툼이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 법 감정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민사상 책임에 대해서는 강화하는 추세다. 국내 사이버 명예훼손에 대해서도 유죄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액수를 미국처럼 늘리는 것은 사회적 합의와 사법부 판단이 단계적으로 필요할게다.)

    일본 정부도 인터넷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다양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2002년 '프로바이더(인터넷 제공업체) 책임 제한법'을 만들어, 피해자의 요청을 받은 사이트 운영자는 악플 등을 삭제하고 악플을 작성한 가해자의 정보를 피해자에게 제공하도록 의무화했다. (법 이름에서 드러나듯, 인터넷 업체의 책임을 제한하는 법이다. 악플 삭제, 가해자 정보 제공 등을 하면 추후 사법책임을 면책하거나 감경해주는 법이다. 국내 사이트들도 악플 삭제하고 법대로 한다. 다만 책임 제한해준다는 얘기는 없다...)

    그럼에도 이른바 '네트 이지메'라는 인터넷상의 집단 따돌림이 문제가 되자 일본 정부는 최근 2009년부터 3년간 인터넷 악플을 감시하는 7000명의 인터넷 감시 자원봉사자를 육성하기로 했다. 또 연말까지 포털과 인터넷 제공 업체 스스로가 적극적으로 '악플' 문제를 해결하도록 '안심 인터넷 만들기 프로그램'도 만들 방침이다. 포털 등이 스스로 악플 삭제 기준을 만들어, 인터넷 자정을 하라는 것.
    (정부가 자원봉사자를 육성한다는 건, 좋은 일이다. 다만 포털이 스스로 악플 삭제 기준을 만들어 자정하란 건....자원봉사자를 동원한다는 건, '사전검열'의 우려를 우리 사회가 감수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예컨대 OO라는 욕설은 지워야 하고, XX라는 욕설은 냅둬도 된다는 식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해지고, 포털은 책임을 피하기 위해 지금보다 훨씬 더 열심히 지워야 한다...)

    영국 정부도 총리실 산하에 '영국 아동 인터넷 안전 위원회'를 두고 인터넷상에서 벌어지는 아동에 대한 괴롭힘, 음란물, 자해 웹사이트 등을 감시하고 있다. 이 위원회에서는 정부·부모·청소년 등 관련 100여개 공공·민간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해외의 인터넷 감시는 이처럼 대부분 아동 보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리처럼 사이버 모욕에 초점을 맞춘 나라가 없다는 것도 신기한 일이다.)

    제한적 실명 확인제로는 부족

    한국은 선진국에 비해 인터넷 게시글 피해가 심각한데도 정작 이에 대한 대응은 미약하다. 한국의 인터넷 언론이나 포털 사이트들은 '인터넷은 전 세계적으로 규제가 없다'는 말만 반복할 뿐, 해외 포털들이 엄격한 내부 규율을 통해 게시글을 관리하고 있는 것에는 눈을 감고 있다. (눈을 감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게시글은 너무 열심히 모니터링하고, 너무 열심히 지워댄다는게 이용자들의 불만이다. 어찌 모두를 만족시키겠냐만. 포털의 내부 규율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도 정파적 해석들이 난무하다..)  관계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옛 정보통신부) 역시 "약간의 부작용이 있더라도 인터넷 비즈니스를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옛 생각을 쉽게 떨치지 못하고 있다. 악성 댓글 피해는 늘고 있지만 인터넷 실명제 같이 과감한 정책을 도입하는 데에는 소극적이다. (왜 방통위조차 소극적이겠나. 왜 OECD 국가 중 인터넷 실명제 강력히 밀어붙이는 나라가 드물겠나. 왜 그럴까. 부작용도 한번쯤 생각하시면, 이런 기사의 퀄리티가 올라갈게다.)

    강지원 변호사는 "악성 댓글이 떠도는 마당을 개설하고 그 안에서 이익을 얻는 포털도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자체적으로 사이버 경찰을 운용하는 등 모니터 기능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리자로서 책임을 다했을 때는 내부에서 발생한 범죄에 대해 면책이 되겠지만, 이를 게을리하면 '범죄 장소 제공'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네이버와 다음은 각각 수백명의 모니터링 요원을 두고 있다. 열심히 지워댄다. 그런데 하루 수백만건씩 올라오는 UCC를 다 볼 수 있을까? 모두 다 검열하는게 올바른 대응일까? 역시 해답은 교육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