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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알고 보면, 저 촉촉한 사람인데


나는야 "ESTP", "수완좋은 활동가형"......;;;;  간만 MBTI 검사.

 

그런데, 아무리 봐도 이건 업무상 재해 같아요.

 

아는 사람은 다 알지만.. 저는 감성적이고 정서적으로 촉촉한 녀자입니다. 소설과 영화 등 문화 생활도 나름 즐기구요. 가끔은 관대하고, 이해심 많습니다. 그런데 '객관성에 초점을 두고, 논리적 분석에 기초한 결론', '사고(T, Thinking)' 쪽 점수가 '조화에 초점을 두고, 개인 또는 사회적 가치에 기초한 결론', '감정(F, Feeling)' 쪽 점수에 비해 압도적으로 불균형
 

 

 

설명을 보면 정서적이라기보다 논리적.

"논리적 분석을 통해 최선의 의사결정이 가능하다고 생각", "개인의 감정이나 가치를 반영하지 않고, 객관적 자료와 논리적 추론을 통해 결론에 도달하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 "인간관계에서도 정의로움, 공정함, 합리성을 매우 중요한 덕목으로 여김"  
(이건 뭐. 인정해요. 그래도 왠지 쫌 무서운 인간 같아요..ㅠ 안그래도 며칠 전 술 한 방울 안 드시고 제가 취해가는 과정을 본 친구 K쌤이 "취할 수록 공적인 인물로 변해가는 특이한 체질"이라고 하셔서 좌절했건만..ㅜ 그런데 논리적으로 사고하는게 기자의 기본 습성이고, 정책과 외부 대응을 진행하는 현재 업무에서도 필요한 자질이거든요. 너무 훈련을 많이 해버린거죠... 제 말랑말랑한 정서 어디갔냐구요.)

또 감성적이기보다 이성적

"의사결정시 항상 객관적 관찰자 입장에서 접근", "다른 사람을 대할 때에도 그 사람이 겪는 문제점을 분석하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함으로써 그 사람에 대한 관심을 표현", "다른 사람에 대한 공감이나 동정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믿음", "다른 사람을 대할 때 늘 공정하게 대하려고 하며, 상대방도 자신을 공정하게 대해 주기를 기대"
(아니, 이게 뭐.. 역시 나쁜 건 아닌데 말이죠... 어쩜 이리 문제해결 지향적인지... 역시 업무 습관이 몸에 철저하게 베었다고나 해야 할까요...그래도, 타인에 대해 공감능력을 키우고자 하는데, 공감보다는 문제 집착형이라니...)

협동지향적이기보다 질문지향
"어떤 상황이 비논리적으로 보이면 주저하지 않고 질문해서 답을 찾으려고 함" "문제 해결 때 관련 모든 사실에 대해 거리낌 없이 질문하며 사실을 파악하려고 함" "또 다른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 질문하는 것을 선호하며, 이러한 태도는 그 사람을 헐뜯거나 비난하려는 것이 아님"
(이거야말로 14년 기자생활이 남긴 습성이 아니고 뭐겠어요. 취조하듯 묻는게 절대 아니라, 그냥 호기심과 관심이 질문 형태로 나타나는 거 뿐이라구요. 근데.. 제가 상황에 대한 파악, 분석에 대해 상당히 곧바로 진행되는건 인정하는데... 사람에 대해서도 이랬단 말인가요? 이건 쫌..)

허용적이기보다 비평적
"어떤 대상을 볼 때 보다 나은 방향응로 개선하는 방법에 대해 생각하는 경향", "이미 잘 되어 있는 것보다는 부족한 점을 찾아서 비평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 "반면 비평하지 않거나 완곡하게 표현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편"
(이건.. 정말 좌절입니다. 제가 좀 직설적이고, 비평을 아끼지 않는 편이긴 해요. 인정해요. 인정한다구요. 그런데, 이게 다 그 님 잘되라고 하는 거 아닙니까. 님 아끼니까, 관심 있으니까 바라보고 뜯어보고 나름대로 생각 깊게 해서 얘기하는 거라구요... 나름 날카로운데다 솔직한.. 비평이 꼭 나쁜 건 아니잖아요.. 더구나 제가 나름 생각하고 애정하는 만큼 공들여 비평 포인트를 찾는거지 말 나오는대로 마구 던지기엔 ...엉엉... 이런 사람이 늘 옆에 있으면 피곤하겠네요. ㅠ  마음이 넓을 때도 많은데 어찌 이리...)

강인한 = 온건한
"어떤 결정 사항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거나 적용하고자 할 때 필요하면 단호하게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타협적 태도", "자신과 가깝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냉정하게 보일 수 있지만 가까운 사람들에게는 헌신적이고 온화함"
(제가, 알고보면 헌신적이고 온화해요. 정말이라니까요)

그런데, 논리적 접근을 중시하고, 비평을 즐기며, 가까운 사람에겐 따뜻한 외강내유형에... 평소 제가 아는 저와 상당히 유사하긴 해요... 무슨 심리검사 별로 안 좋아하는데, 어쩜 그리.
나름 유연한 융통성을 발휘하고, (유연하다구요!) 마감 앞두고 더 잘한다거나, (직업병) 새로운 시도와 변화를 즐기는 편이라거나, (늘 새로운 맛집을 찾죠) 직장이든 집이든 틀에 박힌 반복적 일을 꺼린다거나, 복잡한 과제를 미리 계획한다기보다 일을 진행하면서 그때 그때 대처 방안을 생각한다거나. (오홋. 순발력)

이런 다양한 결과지 중에서도.. 저 '논리적 사고'에 잠시 당황한건... 심지어 제가 논리적 인간이 되기 위해 한 때 생각훈련까지 했었음에도.... 어쩐지 저의 촉촉하고 부드러운 인간적 매력이 많이 줄어들었나 싶은 공포 탓이죠. 한편으론. 이래서 연애에 서툴렀던 건가 싶기도 하고요ㅠ 

워크샵에서 제 옆자리에 앉은 L님은 저와 정반대 유형이었어요. 완벽하게 정반대. 그 분에 대한 결과지를 읽으면, 제가 부족한 점이 뭔지 훤히 보이더군요. 이런 테스트는 나를 알고 너를 알아 좀 더 잘 살아보세~ 뭐 이런거 아니겠습니까. 나를 알고 나니.. 내 부족함을 알고 나니.. 좀 더 멋진 여성이 될 수 있을 것만 같아요. 진짜여요. 믿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