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발표된 '통신망의 합리적 관리 및 이용에 관한 기준(안), 난리 났군요.
'댓글 많은 뉴스'로 바로 등극했는데, 반응이 싸늘하다 못해 폭풍 전야. 그동안 '망중립성'이라는 어려운 단어에 가려져 이용자 관심을 덜 받았다고 아쉬워 했는데, 이번에 불이 제대로 붙을까요.
망중립성을 지지하는 OIA(오픈인터넷협의회) 차원에서 공식 입장을 곧 낼 예정이라... 개인적 코멘트는 자제하려다가, 쉬운 얘기로 한번 풀어볼까 합니다. 어려운 말만 계속하면, 정말 망중립..큰일이라..
자, 대체 뭐가 문제냐고요? (세부기준 원문은 망중립성 이용자포럼 링크 겁니다. 앞으로는 이런 링크와 논의들, 정부 사이트에도 예쁘게 걸리기를 바랍니다만)
기준안, 상위 규범인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이 X됐습니다.
작년 12월 발표한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은 모든 합법적 서비스, 애플리케이션, 컨텐츠의 차단, 불합리한 차별을 금지했죠. 대신 1)망의 보안성, 안정성 위한 경우(예컨대 디도스 공격) 2) 망 혼잡성 경우 (망이 뻗는 블랙아웃 대비) 3)관계법령 따를 경우(망법 등) .. 등, 딱 이 세가지 경우에 한해서 '합리적 트래픽 관리'를 허용했습니다. 사실 통신망이 얼마나 중요해요. 통신사 매우 훌륭한 분들입니다. 그래서, '망중립성'이 중요하지만, 이러저러한 경우엔 '관리' 잘 하시라고 모두 지지합니다.
그 이후.. 올 2월에 출범한 망중립 정책자문위원회는 바로 그 합리적 관리를 위한 세부기준 마련이 목적이었죠. 그런데 이번 기준(안)은 상위 규범인 가이드라인에서 인정한 3가지 합리적 관리 경우 외에 '맘대로' '추가로' 더 많은 '관리'도 허용해버렸습니다. 특정 서비스 차단, 차별을 사실상 '합리적 트래픽 관리'로 인정해버린거죠. 그럼 가이드라인은 뭐가 되나요.
추가된 트래픽 관리, 좀 따져보면..ㅠ.ㅜ
- 기본적으로 "트래픽 관리" 왜 합니까. 망 과부하 문제 해결 위한 거라고 세부기준에도 나와요. 그런데 왜 트래픽과 상관없이 통신 사업자와 경쟁하는 서비스 등에 대한 정책 결정으로 변질됐냐는 거죠.
통신사가 특정 유형, 특정 이용자 트래픽을 관리할 수 있도록 정부가 기준 만들어준다면....전세계에게 대한민국이 유일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틀렸으면 알려주세요.
- '합리적 트래픽 관리로 인정되는 경우(1), (8) 에서, '적법한 계약 등 이용자 동의 얻어 트래픽 제한하는 경우
이게 바로 약관에 의한 제한인데요, 예시로 나온 mVoIP 뿐 아니라, 앞으로도 스마트TV를 비롯해 뭐든 새로운 서비스에 대해 약관으로 관리 가능해진, 무시무시한(?) 조항. 특히 약관이란게, 이용자가 동의를 안할 수 없는 일방적 동의란게 문제죠.
더구나, 이용자들은 자유롭게 콘텐츠, 어플리케이션, 서비스 쓸 권리가 있고.. 월 500MB든 얼마든 자유롭게 쓰는게 맞죠. 이걸 왜 통신사가 이건 되고 저건 안된다고 제한해요.
mVoIP 문제 : 차별 이유 없는 합법 서비스입니다. 망 과부하 방지 트래픽 관리 대상 절대 아니구요.
애플 페이스타임, 언제까지 막을건가요. 구글 행아웃, 스카이프, 다 어쩔건가요. LTE 시대에 이젠 통신사도 음성망(서킷망)이 아니라 데이터망(패킷망)으로 전화 서비스할텐데, 뭐가 달라요. 같은데 경쟁 상대만 발목 붙잡겠다구요?
- '합리적 트래픽 관리로 인정되는 경우(4) P2P 트래픽 전송 제한
망이 많이 혼잡하면, (그게 IPTV든 P2P든 무엇이 됐든) 트래픽 관리를 허용한다고 가이드라인에도 명시했는데, 왜 특정 서비스를 차별해서 제한 규정을 둬야 할까요.
특히 P2P는 일종의 스마트그리드, 망 부담 줄여주는 기술 아닌가요? 망 과부하 방지 위한 '트래픽 관리' 대상이란 건 코미디. 오히려 망 부담을 줄여주니까.. 망 비용을 덜 내게 되니까 통신사가 싫어하는 걸까요?
(자꾸 무임승차 얘기하는데, 다음은 작년에 4200억 매출에 망 비용 수백억 냈습니다. 통신3사 망투자 비용 6조인데.. 대체 누구로부터 얼마를 더 걷으시려구요. 41조 매출 통신사를 수익도 못내는 카톡이 지원하라구요?? 이 기사 보니, 다음 더러 1300억 내라구요? )
- '합리적 트래픽 관리로 인정되는 경우(5) 소수의 헤비유저 트래픽 제한
예시에.. 유선 인터넷에서도 월별 한도 이상 쓰면 속도제한 한다고 나와있어요. 스마트TV 좀 보고 IPTV 많이 보면 트래픽 제한? 게임 업글 좀 하면 제한할 건가요?
어차피 이미 무선 약관에는 하루 사용량도 제한해놓았는데, 별도 제한 규정?
아니 그리고 헤비 유저란게 뭔가요. 만약 다들 잠 든 새벽 3시에 망을 마구 쓰면, 비록 망 과부하는 안 걸려도 나쁜 짓인가요?
트래픽 제한해도 메일이나 검색은 쓸 수 있게 해주겠다고 배려해주신 것도 기분 나빠요. 이거 패킷을 필터링해서 차별한다는 건데..
- '합리적 트래픽 관리로 인정되는 경우(6) 표준을 준수하지 않으면 우선 제한
김기창쌤 가라사대, 좋은 기술은 강제하지 않아도 누구나 써서 표준이 되죠. 강제해야만 쓰는 기술은 이미 안 좋은 거죠. 이런 방식은 이미 공인인증서 부작용 겪어봤죠. 중소기업 스타트업에겐 진입장벽임다.
무엇보다..트위터, 페북, 구글이 이런 표준 따른 답니까? 훌루 등 미국 동영상서비스 들어오면서 한국 표준 따르라구요? 안 지키면 문 닫고?
- '합리적 트래픽 관리로 인정되는 경우(7) 관련 법령 규정에 근거하거나 법령 집행을 위해 필요한 경우
'예시'가 청소년유해매체물, 음란물인데.. 자녀를 보호하는 것은 부모의 책무이지 정부와 통신사에게 떠넘길 일 아닙니다.
이미 청소년보호법이나 정보통신망법에 청소년유해매체물 차단 위한 법 조항이 이미 많이 있구요.
통신사에게 게이트키퍼 역할을 부여, 망에 대한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컨텐츠 검열에 속한 영역까지 맡기는 방안이 왜 망 과부하 문제 트래픽 관리에 포함되는지 이해가 안됩니다.
정말 이대로 갈까요?
논의, 이게 끝일까요? 방송통신위원회가 밝혔듯 아직은 '안'입니다. 이대로 통과될지 여부는 모르겠지만, 이거 급한거 아닙니다. 13일 토론회 때 한종호 NHN 이사님이 말씀하셨듯, 당장 채택 안된다고 해서 대한민국 안 망해요. 다들 관심 높아졌으니, 이제 제대로 논의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방송통신위원회가 합리적 논의를 계속 가져갈 것으로 진심 기대합니다...
그리고, 이번 기준안은 통신사 살리는 안 아닙니다. 떡 하나 얻고, 이용자 미움은 열 배, 백 배로 얻으실건가요? 설마 이용자 무섭지 않은 기업이세요? 그렇다면 더 큰일이지만, 안 그럴거라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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