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거가 쓴 글이 미디어다음 내에서 다른 언론매체 기사와 나란히 '블로거뉴스'라고 수십만명에 의해 읽힌다. 미디어다음은 블로거뉴스에 손 하나 안 댄다. 취재지시나 편집 따위는 없다. 그저 독자가 클릭하는 순간, 해당 블로그로 '아웃링크' 해준다. 그야말로 '포털'이다. 아직까지 블로거뉴스 퀄리티가 균등하게 훌륭하다고는 못하겠지만, 일부 글들의 날카로운 분석과 현장 전달력은 놀랍다. 최근 아고라가 보여준 활약에 대해서는 앞으로 다양한 평가들이 나올게다. 미디어 학자들에게는 기막힌 연구과제가 될 것이다.
어떤 분들은 '1인 미디어'에 우려를 표시한다. 허접하고, 무책임하다고 한다. 명예가 훼손되도 '오보'라 항의할 수도 없고, 삭제해달라고 할 수도 없다고 한다. 반론보도도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당사자가 명예훼손당했다고 밝히면 30일간 해당 게시글은 가려진다. 뉴스에 대한 대응보다 훨씬 쎄다. 반론하고 싶으면, 직접 반론을 블로거뉴스로 발행하든, 아고라에 글을 올려도 된다.
무엇보다 '1인 미디어'를 요것조것 걱정해줄 때가 아니다. 지금은 명백히 종이신문의 위기다. 언론의 기본인 신뢰성이 흔들리고 있다.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이승선 교수는 최근 언론학회 세미나에서 자본주의 사회의 신문은 두가지 전제 위에 존립한다고 지적했다. 첫째, 신문의 편집부문이 광고영업에 희생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두번째, 논평과 사실보도를 분리해 이들을 섞지 않는다는 약속이다.
신문이 정치나 자본의 압력에 휘둘리거나 오염되지 않는다는 것은 정말 어찌보면 당연한 전제다. 하지만, 현실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사람은 다 안다. 대한민국 신문, 정말 싸구려다. 영업해서 못 먹고 산다. 결국 광고다. 광고주? 중요하다. 물론 광고영업하는 파트와 취재파트 분리되어 있다. 하지만, 요즘 유행은 취재파트 있다가 광고 책임자로 가는 방식이다.
여기에다 '특집'이란게 대단한 위력을 발휘한다. 광고야, 몇백 몇천 단위지만...대부분의 신문사 특집은 단위가 달라진다. '기획취재'의 포장을 쓰고 등장하는 특집 기사에 기업들은 당당하게 '후원'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다. 훌륭한 해외취재 등 좋은 기사, 반향있는 유의미 기사들이 탄생하지만....그래도 그 배경에 대한민국 언론의 근사한 취재가 이뤄지도록 후원한 기업들을 잊어서는 곤란하다. 요즘 훌륭한 기자는 이런 특집 아이디어도 잘 내야 한다. 그리고, 후원받은 티 안내고...진짜 괜찮은 작품을 내놓아야 한다.
원래 기자들은 "밥은 밥이고, 기사는 기사"라는 원칙이 있다. 밥 얻어먹고 평소 친하게 지내도, 기사는 독하게 쓴다. 하지만, 세상만사 그렇게 칼 자른듯 잘 안 되더라. 더구나 억 단위 협찬해주는 자본과의 동맹, 이거 은근히 끈끈하다. 실상 대부분의 세상 일에는 양비론이 가능하다. 양비론은 때로 매우 관대한 처사다.
두번째 전제. 역시 언론에 조금만 관심 있다면 눈가리고 아웅이다. 사설에는 '시각'이 들어가지만, 보도에는 '사실 전달'만 한다고? 그 '사실'에도 '시각'이 들어간다. 폭력시위대로 교통이 혼잡하고, 공권력이 흔들린다고 보도하는 '사실'과 '시민이 뿔났다'고 쓰는 '사실'은 같은 현상을 놓고 쓰는 기사다. 그리고 이제는 독자들이 이 정도는 다 알게됐다.
일관성 없는 언론은 어떤가.
쇠고기 먹기가 겁난다(
광우병 정말 안심해도 되나(
‘광우병 쇠고기’ 협상대상 아니다(
광우병 부풀리기 방송, 진짜 의도 뭔가(5.9)
다시 ‘촛불’로 재미보려는 좌파세력(5.5)
반미 반이로 몰고가는 ‘광우병괴담’ 촛불시위(5.4)............라고 한다.
다시, 이승선 교수로 돌아가서...그는 이번 사태로 인한 '언론 행위'로
1) 촛불문화제/시위를 꼽는다. 이어 2) PD수첩 등 방송 프로그램을 통한 문제 제기와 논의 구조 3) 포털 등 온라인 공간에서 이뤄졌던 의견 표현과 정보 공유 4) 휴대전화 등 디지털기기를 통한 의견 표현과 정보 공유 5)인터넷언론 통한 의사표현, 정보 공유, 6)종이신문 중심의 정보생산과 논의로 분류한다.
'언론 행위'라는 것이 이미 매체를 통한 대의적 민주주의가 아니라, 거리로 나선 직접 행위를 통한 직접 민주주의로 확대됐다. 이미 세상은 바뀌었는데, 1인 미디어 기자들에게 '훈련'이 안됐느니, '기사'가 서툴다느니, '누가 자네들에게 이런 자격을 줬냐'느니...그런 딱한 말씀은 그만 하자. 1인 미디어 규제, 어떻게 족쇄채울까만 연구하면 곤란하다. 프로 기자들 눈에 아직 서툴기도 하겠지만, 2008년 6월 거리를 제대로 지킨 것은 아마추어 '1인 미디어'들이었다.
가끔 1인 미디어 내용 보면서, 한숨 나온다. 아직 정제되지 않았고, 함량이 떨어지는 글도 종종 눈에 띈다. 하지만, 웹 세상에서 미디어의 진화 속도는 터보 엔진을 달았다. 자정 능력도 있고, 옥석 가리기도 진행될게다. 싸잡아 '쉬레기'라고 무시하고, 외면하는 이들은 앞으로 더 막막해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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