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히 뜯어고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사회에 나이 든 영감 무리가 '좋아, 그렇게 하자고. 동영상을 만들어 보자고' 한다면 그들은 아마 전형적인 오랜 경력자를 채용, TV보다 후진 동영상을 얻겠지… 조직 자체를 뜯어내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일해야 하고, TV나 광고 영화 경험이 없는, 갓 졸업한, 자신이 뭘하는지도 이해못하는 이를 채용해야. 내가 이 모든걸, 비결을 누설한 이유는 그렇게 하는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Shane Smith. Vice Media 창업자의 말이다. 얄미울 정도로 잘났고 오만하다. 그러나 바이스 미디어는 버즈피드가 받은 투자금의 4배, 5.8억 달러를 투자받은 회사다. 기업 가치는 25억 달러. 유튜브 구독자 1100만명. 12년 수입이 1.7억 달러였는데, 14년에는 5억 달러, 16년에는 10억 달러로 전망되는 회사다. 초고속 성장하는데 미디어 회사라고? 맞다. 뉴스와 다큐 만드는 회사다.
<디지털뉴스의 혁신>은 제목 그대로 디지털 미디어 성공 사례를 분석한 책이다. 저자는 영국 옥스포드대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연구원. 덕분에 다소 아카데믹하고 대중친화적이지 않지만 관심자에겐 귀한 얘기다. 생생 육성들, 조직 구조와 BM 등 디테일하게 정리됐다. 그리고, 내가 반했던 바이스 미디어에 대해 더 알게 되어 고마웠다.
잘 났다, 바이스
바이스 뉴스를 처음 만난게 13년 말? 14년 초인 것 같다. <<미디어>기존 저널리즘에 뭘 기대해? 미디어 스타트업 빅뱅> 이라고 정리했었다. 당시 화면 보고 충격받았던 기억이 생생. 14년 자기들을 소개하던 영상이다. 기존 미디어와 느낌도, 시선도 완전히 다르다.
퍼나른 김에 하나 더. 15년 11월의 영상. 더 세련되진 느낌.
반체제적 느낌과 철학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현대 사회의 부조리를 까발리는게 Shane Smith의 목표라고. 바이스뉴스는 정치, 사설과 분석, 전쟁과 분쟁, 국방과 안보, 범죄와 마약 등의 출입처로 나눈다. 일반적 보도는 않아도 된다. 특정 주제에 전념하거나 장기적으로 다룬다. 시리아도 중점 분야인데 외국인 지하디스트와 시아파 민병대가 취재원. 위험한 분쟁지역의 불쾌한 현실과 직설적 국내 스토리 보도를 선호한다고 한다. 이른바 '몰입 저널리즘(immersive journalism)'이라고, 기자들이 상황에 직접 몰입한다고. 국경 수비대에게 매질 당하고 테이저 총 맞아 사망한 멕시코 이주민 사건 보도엔 가상현실 기술을 활용했다니, 상상 되는가.
바이스닷컴 섹션에는 음악 패션 여행 LGBT 외에 NSFW (not safe for work)가 있다고 하여 구경 ㅎㄷㄷ "참견쟁이나 아마 니네 엄마가 보면 싫어할텐데 성인 맞냐"고 확인한다ㅋㅋ 이 내용에 대한 트친 @rainygirl_ 님은 "한국이 좀 유달리 관련컨텐츠 유통이 없어서 그렇지 유럽 일본은 저 카테고리의 매거진이 꽤 많습니다. 관련 굿즈 산업과도 엮여있고요... 한국은..(한숨)" 이라고 멘션을 주셨다.
데니스 로드맨이 북한을 방문해 북한 국가대표팀과 농구를 하고 김정은을 만난 바이스의 다큐. 바이스는 "저널리즘보다는 멍청이에 가깝다"고 비판받았으나 대화 물꼬라도 트기 위해 갔다고 자평. 남들이 안 다루는걸 다른 방식으로 시도했다고. 바이스의 주장은 명확하다. "뉴스 소비가 줄어드는 건,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본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본인 세대가 전해주는 뉴스가 없기 때문"이라고. "보통 뉴스의 문제는 유치원생 축구 같다. 공이 여기로 오면 모두 여기로..공이 저리로 가면 모두 저리로 우르르", 그들의 냉소가 그런데 아픈게 문제.
바이스 저널리스트 평균 연령은 25세. 5년에 한번씩 회사를 인턴에게 맡긴다고. 젊은 이들은 카툰 캐릭터 광고 시리얼을 먹고 자라서 아기 때부터 마케팅 대상. 그래서 모든 시대를 통틀어 가장 정교한 헛소리 감지기를 갖고 있다고. 역시 국내 어떠한 기성 미디어도 절대 따라할 수 없는 얘기다. 이런 방식으로 젊은 팬들을 대거 확보한 파워로 바이스 미디어는 50개국에서 콘텐츠로 장사를 한다.
고품격 매혹적인 모바일 미디어, 쿼츠
책에 나온 사례 중 바이스에 대해 몇 년 만에 열광한 가운데 만만치않게 매혹적인 미디어가 있었으니 바로 Quartz. 쿼츠는 The Atlantic 의 모바일 고민의 산물. 품격 다른 애틀랜틱도 2000년 국제부 기자 시절부터 좋아했다.
쿼츠의 컨셉은 1) SYBAW(smart, young and bored at work) 사이에서 강한 반향 이끌어내는 것. 주요 콘텐츠는 비즈니스, 기술, 금융, 디자인이다. 그리고 2) 그들의 소셜스트림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낼 것. '영리하지만 너무 젠체하지 않으며' 독자의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는게 철칙. 기사는 300~600단어로 짧고. 이미지, 사진, 차트, 그래프에 주력한다. 기자들이 직접 만들게 '차트빌더'라는 도구를 만들었고. 데이터에서 스토리를 찾는다.
쿼츠의 '옵세션'은 출입처의 독특한 변형. 글로벌 경제의 큰 변화에 밀착해 알리바바 상장, 홍콩 혁명, 에볼라, TV의 미래 등 주제를 출입처 삼아 집요하게 취재 보도한다. 기자가 개인적으로 집착하는 주제를 밀고 나갈 수 있어 동기 부여도 된단다.
쿼츠는 앱이 없다. 앱 제작관리유지 비용이 준다. 대신 모든 모바일 웹 브라우저에서 작동. CMS는 오픈소스 도구인 워드프레스. BM은 디스플레이 광고와 네이티브 광고. 디자인 중시한 광고 수준 높고. 고급독자 겨냥 컨퍼런스도 수익
이라고 트윗했더니, 역시 곧바로 트친 @pinkdolphin6002 님의 제보. http://qz.com/613700/its-here-quartzs-first-news-app-for-iphone/ … 쿼츠에서 마침내 아이폰용 앱을 발표했다는 기사입니다. 모바일웹 만족도가 높아 현재로썬 다운받지 않을 것 같은데, 기대됩니다!!
그런데 마침 또 다른 트친 @january19_ 님의 트윗. " 쿼츠 새로 나온 아이폰 앱을 써보고 동료가 경악했다며 스크린샷 캡처를 해서 보내주었다. 와.... 미래가 한순간에 손 안에 들어온 듯. 안드로이드 앱은 언제쯤... "
바로 쿼츠 앱을 깔았다. 앱 없는 것도 전략이라고 인용 트윗 올린지 몇 분 안됐지만ㅎ 훌륭한 트친들이 바로 제보해주신 덕에..
쿼츠 앱은 내게 말을 건다. 채팅을 하며 신세계를 보여주다니... 정말 놀라운 경험.
이용자 동의를 받는 이 쿨한 방식. 버니를 매드맥스 기타맨으로 만든 저 움짤 보소.
광고조차 간지... 당근 광고주 만족도도 높고, 광고비도 높다고.
버즈피드, NYT, 그리고 가디언
바이스와 쿼츠에 과하게 흥분했지만^^; 나머지 사례들도 흥미롭다. 버즈피드가 "클릭 낚시질(오해의 소지 있거나 호도하는 제목)을 피한다"고 주장하는(?) 건 놀라운 일. 어찌됐든 역효과 때문이란다. 클릭하도록 누군가를 속일수 있지만, 속인다고 사람들이 공유하진 않는다고. 버즈피드도 리스티클,퀴즈로 출발, 기후변화, 정치, 테러리즘, LGBT 이슈의 뉴스까지 진화 중. 요즘 가장 잘 나간다는 버즈피드의 BM이 네이티브 광고 뿐이란 것도 주목할 일. SEO(검색엔진최적화), 배너, 프리롤 광고가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보고 결정했다고. 광고주들은 대부분 매체의 광고비보다 두 배 가까이 더 많이 지급한단다. 모바일에서 배너는 효과가 없지만 바이럴은 다르니까.
기자 1230명 NYT는 디지털 인력도 630명. "우리에게는 업계에서 종이신문, 광고를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우리의 미래는 동영상, 소셜, 모바일" 이라고. 데이터 저널리즘으로 정치와 정책 설명하는 '업샷'도 14년 론칭했다.
NYT 네이티브 광고는 크리에이티브 수준이 높다. 여성교도소 시스템 실패와 관련된 내러티브 형식의 기사는 알고보면 넷플릭스 드라마 홍보용. 시리즈를 직접 거론하지 않으며 드라마 배경 작가 이름만 언급했단다. 콜한 광고는 시립발레단원 에세이+사진+동영상으로 구성했다고 한다. 점점 더 세련되게 진화하는 네이티브 광고에 마냥 감탄만 할 일은 아니지만, 미디어의 이런 노력은 간과할 수 없는 흐름이다.
NYT 혁신의 가장 큰 위협은 어쩌면 뉴스룸의 문화라는 자성도 서늘하다. 완벽주의자고 신중하며 위험을 싫어했다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최악의 시나리오라는 색안경'을 끼고 바라봤고 변화를 방어적으로 희석하거나 막는 식으로 대응하는 전통을 지니고 있었다고 한다. 이건 국내 어느 미디어를 봐도 흔한 스토리.
가디언은 사실 자본과 권력에 저항하는 저널리즘으로도 더 평가받아야 마땅하지만, 일단 여기서는 디지털 전략을 보자. 전설적 전 편집장 앨런 러스브리저가 실리콘밸리를 방문한건 94년. 디지털 전도사가 된 그의 리더쉽 아래 가디언은 영국의 그냥 매체가 아니라 세계적 미디어로 변신했다. 15년 가디언 디지털 매출은 전년대비 24% 상승. 어떻게 가능했는지 궁금하지만, 인터넷을 따라잡지 못한 발행인 사주 의견을 기다리지 않았다고.
역시 대세는 네이티브 광고. 가디언랩은 기업과 함께 마케팅 캠페인을 집행하는 브랜디드 콘텐츠 대행업자로 나섰다. 디자이너 영상PD 작가 전략가 등 133명 조직. 14년 인터랙티브와 크로스미디어 콘텐츠, 라이브 이벤트 등 100만 파운드 계약을 유니레버와 체결했다. 단위가 다르다.
가디언 멤버십은 독자와 돈독히 관계를 맺고 수입을 늘리는게 목표. 1)'친구'는 라이브이벤트 티켓 구입 가능. 2) '파트너'는 월 15파운드에 티켓 할인, 사전 예약 및 라이브스트림 시청 가능. 3) '후원자'는 월 60파운드에 비공개 이벤트와 '고유한 경험'에 참여 가능하도록 차별화했다. 상업화 정도가 다른 커뮤니티의 네트워크(허브) 운영에도 나섰다. 소프트웨어 개발 이슈를 맡은 가디언개발네트워크는 빌앤멜린다게이츠 재단이 후원한다. 영국 이통사와 제휴한 가디언위트니스는 시민저널리즘 플랫폼. 도시의 미래를 살피는 가디언시티는 록펠러재단 후원을 받는다.
껍데기 혁신 대신 미디어가 가야할 미래
쿼츠, 복스, 비즈니스인사이더를 만들기는 차라리 쉽다. 매우 드문 사람들과 함께 일하기만 하면 된다고. 12명 혹은 그 이하의 그룹을 구성해서 잽싸게 움직이면 된다. 오히려 타임지의 거대한 취재인력, 브랜드 무게 등은 약점이 된다는 얘기가 나온다. 애틀란틱이 모바일 대응을 별도 브랜드 쿼츠로 가져간 것은 필연적 선택일지도 모른다.
저자는 미디어 혁신 사례를 디테일하게 살펴보고, 나름의 결론을 내린다. 리더의 중요성이라든지, 조직이나 문화 등. 그러나 이렇게 덧붙인다.
리더는 떠날 수 있다. 기민한 조직도 늘어질 수 있다. 전략도 자신의 틈새에 빠져 갇힐 수 있다. 문화도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계속 유지될 수 있는 건 디지털 시장의 성장. 혁신에 반응할 수 있는 미디어 회사라면 누구라도 여기서 선두를 점할 수 있다.
혁신 사례를 마냥 따라한다고 되는게 아니겠지. 카드뉴스 한다고 혁신이 아니겠지. 정말 싹 바꿔야 할 디지털 격변기. 비법 알려줘도 못 따라올거란 냉소가 아프지만...
미디어오늘의 책 리뷰를 덧붙인다. 제목에 격렬하게 공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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