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내 성향을 씹고 다녔다는 얘기에 몹시 황당하던 참이었다. 인격과 덕망, 자질과 능력도 아니고, 성향이라니ㅎㅎ 그런데 "회의적인 세상이 지독한 의심으로 자신을 공격해도 언제나 자신을 믿어야 한다"는 첫 페이지 글귀가 벼락처럼 꽂혔다. “전 인류에 맞서 자신의 유일한 사도가 되어야 한다”는 너새니얼 호손의 글귀를 인용하면서 시작되다니.
자기계발서에 관심도 없고, 아무리 오바마 인생의 책이라 해도 그냥 그런 수식어인줄 알았더니. 첫 페이지에 훅 갔다. 살다보면, 바람이 거칠 때도 있는 법. 이럴 때 보라고 있는 거구나.
“나 자신의 생각을 믿는 것,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누구에게나..(과연?)마음속에 있는 신념을 거침없이 말하라. 그러면 언젠가는 그것이 보편적인 생각으로 인정받을 것이다. 가장 안쪽에 있는 것도 때가 되면 가장 바깥쪽이 되기 떄문이다.”
가장 안쪽에 있는 것도 시간이 흐르면 가장 바깥쪽. 세상의 이치를 긴 호흡으로 보면 그렇지. 그런데 신념을 거침 없이 말하고 살아도 될까? 오바마는 정말 저러고 살았을까? 물론 에머슨 선생은 말씀하신다.
“인간은 일에 온 정성을 쏟고 최선을 다했을때 마음이 편해지고 즐거워진다. 반면 말과 행동에 그런 정성이 담기지 않으면 마음도 편하지 않다..그런 사람에게는 천재성이 따르지 않으며, 영감을 줄 뮤즈도 곁에 오지 않는다. 새로운 것도 희망도”
삶에 최선을 다하면 즐겁고 마음이 편한 건 맞다. 열정페이와 더불어 열정조차 부정적 뉘앙스를 갖기 시작했지만, 사실 너무 소모되지 말라는 것이지, 좋아하는 일에 몰입하는 것만큼 즐거운 일이 있을까. 그러나 분명한 기준이 하나 더 있다.
“사람은 인품으로 평가받는다. 성격은 의지보다 높은 곳에서 교훈을 준다.. 당신이 진실된 행동을 취하면 행동 자체가 모든걸 설명해줄 것이며, 나아가 당신의 다른 진실된 행동도 설명해줄 것이다. 하지만 순종은 아무것도 설명해주지 못한다.”
“가장 크게 요구되는 덕목은 순종하는 마음이며, 독립적 태도는 사회가 가장 싫어하는 덕목이다. 사회는 현실과 창조자들은 싫어하고, 이름과 관습을 좋아한다. 인간이 되고 싶은 사람들은 반드시 순응을 거부해야 한다. 진실된 마음 외에 신성한건 없다”
최선을 다하고, 진실된 행동에 집중하되.. 순종은 거부하라. 이게 말이 쉽지.. 고용노예로 살아가는 우리는 이런 선언적 문구에 흔들리기는 하지만.. 어려운 얘기다. 거세된 모범생만 선호하는 사회가 아니던가. 이런 잘난 척을 할 수 있다면 좋을텐데.
요구는 이어진다.
“만약 당신이 진실되지만 그 진실이 내가 믿는 진실과 다르다면, 당신은 당신을 이해하는 벗들 곁을 벗어나지 말라. 나는 나와 뜻이 맞는 벗들을 찾으면 되니까. 내가 이기적이어서가 아니라 겸손하고 진실된 마음으로 그렇게 하겠다는 뜻이다.”
“나는 더이상 당신을 위해 나 자신이나 당신을 파괴할수없다..당신이 고결하게 살면 당신을 사랑할 것이다. 그렇지 못하더라도, 나는 위선적 관심으로 당신과 나 자신에게 상처를 입히는 짓은 하지 않을 것”
"거짓된 친절과 호의를 경계하라. 우리와 늘 대화하는 사람들, 속고 속이는 이 사람들의 기대에 더이상 부응하지 말라. 그들에게 말하라. "오..형제여, 친구여. 나는 지금까지 겉모습만 좇아 그대들과 살아왔다. 지금부터 나는 진리의 소유물이다"
꼴리는 대로 살고, 기만적으로 살지 말라고. 그냥 뜻 맞는 이들과 지내면 되지, 위선적 관심으로 서로 상처 입지 말자고 한다. 정말 훌륭한 이야기인가? 잘났다. 맞는 말씀이지. 옳은 말 만으로 살기 어려우니까, 우리가 이런 책을 보는 것 아니겠나.
'자신에 대해 혼란스러운 사람들을 위한 고전'이란 카피는 오바마 대통령이 자주 읽은 책이란 카피와 안 맞는듯. 가슴 치는 대목들 만큼 황망하거나 이해 안되는 대목도 적지 않다. 19세기 중반의 시대정신이라 봐야 하나.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하다 못해서.. 일관성 없는 모든 것도 다 괜찮아, 괜찮다고 이야기하는데. 대체 무엇이 기준인지 잘 모르겠다. 그러나 기승전자기신뢰. 무조건 나를 믿으라는 주문을 거부할 이유는 없다. 책에서 딱 마음에 드는 부분만 골라서 마음에 담아도, 남는 장사다.
“인간은..현재에 살지 못한다. 회상의 눈으로 과거를 한탄한다. 또는 자신을 둘러싼 풍요로움에 무관심한 채 까치발로 서서 미래를 내다보려 안간힘을 쓴다. 그는 시간을 초월해 현재 속에서 자연과 더불어 살 수 있을때까지 행복하고 강해질 수 없다.”
누군가 물었지. 기자 생활과 지금 일을 비교하면 어떤게 더 재밌어요?
저는 "오늘을 사는 여자" 오늘이 가장 중요하고 즐거워야 한다고 믿어요ㅋㅋ 기자 할 땐 천상 기자라고 했지만. 지금은 천상 대외란 얘기에 신나는.
나를 믿고, 기승전자기신뢰.. 언제나 그랬다. 그러지 아니하면 도리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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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니, 이게 발췌편집본이었다. 제대로 번역된 책을 읽은 K님 반응은 달랐다! 속은거야. 제대로 읽든가, 말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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