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자유>'건전한 통신 윤리'를 위한 심의
표현의자유 2012. 2. 24. 08:40저는 변호사도 법학자도 아닌지라, 깊숙하게 보기는 어렵네요. 다만 관심사이니 뜯어보고자 합니다. (오늘 합헌 결정은 두가지 사건에서 출발합니다. 쓰레기시멘트에 대한 최병성 목사님 글, 그리고 언소주의 광고주 불매운동 게시글, 둘 다 Daum 의 게시글이었고, Daum은 방통심 시정요구에 따라 삭제한 사업자입니다. 지못미?..)
인터넷 게시글은 여러가지 이유로 지워집니다. 1) 자진삭제 하거나 2) 음란물 등의 이유로 인터넷서비스사업자가 '약관'에 따라 삭제하거나 3) 명예훼손이나 저작권, 초상권 침해 등을 이유로 '당사자'가 신고할 때 '임시조치' 혹은 '삭제' 되거나 4)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44조7(불법정보)에 따라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해당 정보의 취급을 거부·정지 또는 제한'을 명하거나
'불법정보'는 44조7에서 9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그런데 방통심은 '불법정보'가 아닌 정보도 '건전한 통신윤리'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심의하고 시정요구를 할 수 있습니다. 직무가 법으로 그렇게 정해졌기 때문이죠. 이번에 서울고등법원이 위헌제청한 조항이 바로 이겁니다.
[방송통신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21조(심의위원회의 직무)
4. 전기통신회선을 통하여 일반에게 공개되어 유통되는 정보 중 건전한 통신윤리의 함양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정보의 심의 및 시정요구
당시 법원은 "'행정기관'인 심의위원회의 시정요구는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 등에게 조치결과 통지의무를 부과하고 있고,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방통위의 명령이 예정되어 있어..단순한 행정지도로서의 한계를 넘어 규제적ㆍ구속적 성격의..공권력 행사"라고 했죠.
'건전한 통신윤리’ 합헌 vs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 해하는 통신' 위헌
이 내용은 2002년 불온통신에 대해 "개념의 모호성, 추상성, 포괄성으로 말미암아 필연적으로 규제되지 않아야 할 표현까지 다함께 규제한다"고 위헌 결정을 내렸던 헌법재판소의 입장과 사뭇 달라 보입니다. 당시 헌재는 "국가는 표현규제의 과잉보다는 오히려 규제의 부족을 선택하여야 할 것"이라고 했죠.
특히 "민주주의 사회에서 “공공의 안녕질서”나 “미풍양속”과 같은 상대적이고 가변적인 개념을 잣대로 표현의 허용 여부를 국가가 재단하게 되면 언론과 사상의 자유시장이 왜곡되고, 정치적, 이데올로기적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 어떤 표현이나 정보의 가치 유무, 해악성 유무를 국가가 1차적으로 재단하여서는 아니되고 시민사회의 자기교정기능, 사상과 의견의 경쟁메커니즘에 맡겨야 한다"고 했죠.
어느 쪽에 저울 추를 두느냐의 문제. 법을 판단하는 것이지만, 법은 해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수학이 아니니까요.
헌재는 "시정요구가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불이행시 법적 제재가 경미..엄격하게 위임 요건과 범위를 규정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며, '대통령령에 규정될 불건전정보'란 정보통신망법에 의해 금지/규제되는 정보 내지는 이와 유사한 정보란 걸 누구나 예측할 수 있어 포괄위임입법금지 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규제 수단의 과잉 여부에 대해서도 시정요구가 ‘해당 정보의 접속차단’, ‘해당정보의 삭제’, ‘이용자에 대한 이용정지’, ‘이용자에 대한 이용해지’로 단계적으로 적절하게 이뤄지고 있어 표현의 자유 제한을 최소화했다고 인정했습니다.
하기야, 시정요구는 인터넷기업에게 조치 결과 통지의무만 부과합니다. 불이행 제재 수단 없죠. 정보통신망법 상 44-7 '불법정보'의 경우 방통위 명령이 발동될 수 있으나 이건 재량 행위고, 관계 중앙기관장 요청 필요해서 꼭 그리 되란 법은 없는 것으로 이해하신 것 같습니다. 다만 인터넷 기업 관계자 입장에서는 '시정요구'가 '규제적ㆍ구속적 성격의..공권력 행사"라며 위헌제청을 했던 서울고등법원 판단에 더 마음이 갑니다. 안 따를 경우, 방통위가 명령을 할 수도 있고, 않을 수도 있고? 그래서 버텨도 되는 걸까요....
얼마전 회원수 2만 여명의 지역감정 조장 카페 폐쇄한 포털 N사. '이용해지'하라는 방통심 시정요구에 검색 비공개 등으로 우회, 버텼는데 언론들이 "N사가 시정요구에 불복"한다고 비난했죠. 결국 N사는 그 카페 폐쇄했구요. 아니 생각이 다르다고, 마음에 안든다고 해서 카페 폐쇄까지 하는 것이 합당하냐, 개인적으로 저는 의견을 달리하기는 하지만...시정요구 안 따라도 되는 것 아니냐? 정부는, 뭐라 하신 적 없지만 당장 언론도 가만히 냅두지 않으시군요.
뭐, 설혹 방통심 심의는 '시정요구'에 불과하고 불이행 제재 수단이 없으니...방통위 명령으로 이어질 때까지 기다리고...설혹 또 그 또한 버티더라도 고작 징역 2년 이하, 1000만원 이하의 처벌이 기다릴 뿐입니다. 헌법재판소 결정문에 나오듯 '경미'하죠. 다만, 이 경우에는 어떤 게시물은 '경미'한 처벌 감수하고, 시정권고를 따르지 않고, 어떤 게시물은 그냥 따르고..어떤 기준으로 인터넷 기업이 자의적으로 고를까...하는 문제가 남습니다. 분명한 건, 어떻게 하든 누구의 마음에도 들지 않을겁니다.
시정요구가 접속차단, 삭제, 이용정지, 이용해지, 단계적으로 적절하게 이뤄질 거란 부분도 생각을 더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글 좀 올렸다고 이용정지라... 카페나 블로그의 경우, 폐쇄되는 건데요. 미국에서 SOPA 법안 나왔을 때, 700만명이 반대 서명했죠. 이용정지는 물론, 사이트 차단까지 가능한 법이니..더 쎄긴 합니다만, 이용정지조차 순순히 받아들이는 국민들, 최소한 OECD 국가에는 별로 없습니다. 글 하나 지우라는 정도를 넘어서는 조치는 사실 무시무시한 겁니다. 안 당해봤으면 말을 말아야 하는데.. 상상해봐도.
같은 법에 대한 또다른 결정은 언소주 광고주불매운동 게시글 삭제 건입니다. 청구인측은 "해당 게시물이 ‘업무방해죄’의 범죄 목적을 가진 정보라고 판단하고 있으나 이는 소비자들의 정당한 불매운동을 위한 정보라고 할수 있을 뿐 결코 불법성이 뚜렷한 정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이는 이 사건 정보통신망법 조항의 불법정보에 해당되지 아니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방통심의 자체 심의규정이었죠. 제7조 제4호 '기타 범죄 및 법령에 위반되는 위법행위를 조장하여 건전한 법질서를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는 정보'와 제8조'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를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는 내용'의 제4호 마목 '기타 정당한 권한 없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내용'에 해당되어 시정요구가 내려졌거든요.
제가 좋아라하는 K검사께서는 "행정소송을 먼저 제기했었다면"이라고 아쉬움(?)을 표시하셨습니다만...정보통신망법 상 '불법정보', 즉 법적 근거가 명확한 불법정보가 아니라 '기타 정당하지 않은 권리침해 내용'이라든지..'건전한 법질서를 해치는 내용'이라는 심의규정은 분명 모호한게 사실입니다.
방통심의 심의 및 시정권고가 헌법에 합당한 것이라는 이번 결정은 앞으로 방통심의 이런 '공권력 행사'에 가까운 행위가 어떤 기준으로 이뤄지는지 더 잘 따져볼 수 밖에 없는 계기입니다.
어쨌거나, 사회적 합의를 어디까지 가져갈 수 있을까요. 매번 헌법재판소로 달려갈게 아니라, 납득할 만한 '심의'와 '시정권고'는 어떤 것인지...더 뜨거운 논의가 필요해요.
아..정보통신망법의 44조7 불법정보 중 제9호 '그 밖에 범죄를 목적으로 하거나 교사 또는 방조하는 내용의 정보'가 괜찮다고 결정난 것은...결정 내용과 소수의견을 찬찬히 살펴볼 만 합니다. 이건 언젠가 기회 닿으면 다시. 6시간내 출근해야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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