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죽여도 죄가 되지 않는 특별한 권리가 전쟁'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0.12.03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 경제발전론에 집착하는 우리 시대의 필독서 (1)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 경제발전론에 집착하는 우리 시대의 필독서

소박한 리뷰/비소설 2010. 12. 3. 22:16
경제성장이안되면우리는풍요롭지못할것인가
카테고리 정치/사회 > 정치/외교 > 정치일반 > 정치일반서
지은이 더글러스 러미스 (녹색평론사, 200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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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범죄고....전쟁을 부추기는 것도 범죄라는 좋은 글을 읽고
문득 떠오른 책. 아래 붉은 글씨 부분이 참 기억에 오래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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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아래가 통통해질 만큼 촘촘히 책장을 접었다. 이 책은 정말 알뜰하다. 녹색평론사에서 출판됐고 책의 지향점 때문인지 쓸데없이 넉넉한 편집으로 펄프를 낭비하지 않았다. 내용도 어디 한줄 버릴게 없어 보석같은 말들을 잊어버리지 않도록 계속 책장을 접어야 했다.

중세유럽에서는 마녀사냥이, 중국에서는 19세기까지 전족이 '상식'이었다. 미국에서는 남북전쟁 이전에 노예제가 '상식'이었다. 역사가 보여주듯 상식은 변하는 것이고 '경제는 발전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20세기의 상식 역시 경제학의 객관적 결론이 아니라 이데올로기적 결론이라는게 저자의 지적이다.

경제발전론에 집착하도록 세뇌된 탓일까. 계속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는 이야기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돈을 벌어야 한다든가, 싫어도 직업이니까 별 수 없다..등 소득으로 이어지는 것만이 현실성이 있다는 경제발전론의 발상...여기에 의문을 던져본적 있던가.

발전하면 모두가 풍요로운가? 일단 모두가 경제발전하면 지구가 견뎌내지 못한다. LA 기준 소비 수준을 지구인이 다 유지하려면 지구가 5개 필요하다. 전세계 모든 가족이 차를 한 대씩 갖는다면 지구의 석유는 수개월만에 바닥난다. 새로운 이야기인가? 아니다. 그런데 왜 계속 발전을 고집하는가. 빙산이 뻔히 있는걸 알고 엔진을 멈추기 거부하는 타이타닉호에 타고 있는 우리는 무엇에 홀렸을까.

경제발전 이데올로기가 얼마나 강력한가 하면..한 문화가 눈앞에서 파괴되고, 조상으로부터 전해져온 기술이 없어지고, 음악이 없어지고, 말이 없어지는데..그걸 '발전'이라고 부른다. 그러면서...어쩔 수 없다는둥..발전이 원래 그런거라는둥 필연적이라는둥..생각을 바꾼다. 아직 파괴되지 않은 삼림이 남아있다면 경제발전이 끝나지 않았다는 무시무시한 이데올로기.

게다가 경제가 잘되면 잘살게 된다고? 부자가 되려면 나 자신이 돈을 모으거나 남들을 가난하게 만들어야 한다. 사회 모든이가 돈을 더 많이 가지면 그건 단순한 인플레이션이다. 물가만 오를뿐 모든 이가 유복해지지 않는다. 멈추지 않는 화살에 올라탄 듯 사람들은 불과 몇십년사이 자동차가 없으면 부끄러워하고 컴퓨터가 없으면 가난하다고 여겨지도록 세뇌됐다. 새로운 종류의 빈곤이 계속 나타난다. 빈곤은 정의의 문제일뿐. 경제활동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정치의 문제라는 저자의 지적은 정말 타당하다.

세계화에 대해서도 다시 보자. 사실 식민지주의나 제국주의도 세계화다. 다만 그 시대는 조금 더 정직해서 그게 착취라는 걸 모두가 알고 있었다뿐. 만병통치약처럼 무역자유화를 외치지만 결국 가장 값싼 임금을 찾는 대기업 경쟁속에 '착취의 자유화'라는걸 다들 외면하는 시대다.

자연환경을 파괴하더라도 경제성장을 계속할 것인지, 혹은 제로성장으로 경제성장을 멈추고 이제부터 자연을 지키는 정책을 할 것인지...경제발전론에 매달리지 않는다면 너무나 당연한 질문인데 우리는 왜 선택을 미루고 있을까.

저자는 경제발전론에 대한 대항을 이야기하며..국가에 대한 허상도 꼬집는다. 냉전이 끝난뒤 전쟁의 공포가 줄어들 것이라 기대했지만 89년부터 98년까지 10년간 108건의 무력분쟁이 일어났다. 최근 100년동안 2억명이 국가에 의해 살해됐는데 남들과 전쟁하다 죽은 것도 아니고 이중 1억3000만명이 자기나라 군대나 경찰에 의해 죽었다. 게다가 '정당하게' 죽은 군인보다 비무장 민간인이 1억6900만명으로 훨씬 많다. 사람을 죽여도 죄가 되지 않는 특별한 권리를 보장한 전쟁, 여기에 길들여져 폭력에 무심한 사회가 만든 결과다.

문제는 폭력이 폭력이 되지 않는 마법에 걸려있다는 점이다. 경찰이나 군대 등 국가가 폭력을 사용하면 충격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분위기. 테러리스트가 몇 명 죽였다하면 끔찍하다고 떠들면서, 미국이 이라크를 공습한다는 단신 뉴스에는 몇 명이 죽었는지조차 관심이 없다. 어차피 피해자 입장에서는 똑같은 일인데.구구절절 다 맞는 이야기..한심한 현실이다.   (200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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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2.13 17:05 Modify/Delete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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