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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탄압에 침묵하는 '정론지'

미디어 2009. 3. 26. 00:32

하루 하루 놀라움을 안겨주는 정부.
이젠 무뎌질 때도 됐는데, 계속 멍해지는 순간이 찾아온다.

어젯밤엔 노종면 ytn 노조위원장 구속으로 가슴을 철렁하게 만들더니
오늘 밤에는 이춘근 pd수첩 pd를 전격 체포했다. MBC 광우병 시리즈 보도에 참여했던 바로 그 pd다.   

http://media.daum.net/entertain/broadcast/view.html?cateid=1032&newsid=20090326001206176&p=nocut

PD수첩이 미국 소 먹으면 다 죽는다고 했나? 아니다. 농림식품부 장관 명예훼손 사건이다. 위험성이 분명 존재하는 미국 소를 안심할 수 있는 절차적 보완 없이 마구잡이로 수입하게 됐다고 협상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픽픽 쓰러지는 소도 분명 있고, 미국 내에서도 논란이 많으니 그만큼 협상 신중하게 잘 해야, 우리 식탁 안심할 수 있다고 했다. 이런 보도도 못하면 언론도 아니다.  
사법처리 어렵다 했다던 담당 부장검사가 윗선과 부딪치다가 옷까지 벗었다더니, 후임자는 일 처리가 딱 부러지는 모양이다.

2009년 대한민국, '세상에 이런 일이~' 수준의 일이 계속 터진다. 이 상황에서 언론의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 상황을 이렇게 내모는 주범이다.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 언론, 정파적 이해가 다르다고 최소한의 의무조차 방기하는 언론이 문제다.
사실 언론이 그리 대단하고 잘나서 공권력에 당당한게 아니다. 때로 압수수색에도 저항하고, 소환장에도 버티는 것은 언론 탄압으로 보도가 위축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노력이다. 지켜야 할 언론의 자유가 그만큼 중요해서 싸울 수 있는게다. mbc pd체포도 충격이지만, 실상 노종면 ytn 노조위원장 구속도 그래서 역사적 사건이다. 국경없는기자회 같은 글로벌 단체나, 기자협회, 언론노조, 심지어 검찰과 법원 출입기자단 까지 나서서 저항하는 이유다.

그래서 수요일 아침 신문 보고 새삼..살짝 당황했다. 어쩌면, 별로 놀랍지는 않았다는게 진심이지만, 그래도 그런 사실을 거듭 눈으로 확인하는게 아팠다. 이른바 유력신문들은 노종면 위원장 구속에 침묵했다. 기자가 대통령 후보 방송특보 출신의 낙하산 사장에 대해 보도의 공정성을 해칠 수 있다며 싸우다가 이리 됐는데, 동료 언론인들이 침묵했다. 박연차 리스트 보도로 도배질 하면서, 한줄 기사를 내보내는데 인색했다.

한 사회의 저널리즘, 언론 자유, 민주주의에 대해 중대한 사건으로 기록될 수 있는 사안에 대해 침묵하는 언론. 영혼이 없다고 비난하기에도 지친다. 언론이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그 내부의 처절한 자기비판조차 기대하기 어렵다. 생각이 다르다 해도 사안 별로 최소한 생각은 해줘야지. 이른바 대한민국 최고 신문, '정론지'들인데. 심지어 그들 신문의 검찰, 법원 출입기자들도 이번 사태를 놓고 성명서에 서명까지 했는데.

나치 시절, 독일 신학자 마르틴 니묄러(Martin Niemoller, 1892~1984)의 시, 그 외침을 곱씹어 본다. 역사에서 배우지 못한다면, 퇴보하는 수 밖에 없다. 그 신문들은 포기했어도, 그 내부 사람들까지 모두 포기하지는 않았는데, 너무 순진했나. 그들은 정말 고민하지 않는걸까. 그들은 지금 이 침묵의 대가를 이해할까.


나치는 우선 공산당을 숙청했다 
나는 공산당이 아니었으므로 침묵했다

그 다음엔 유대인을 숙청했다
나는 유대인이 아니었으므로 침묵했다

그 다음엔 노동조합원을 숙청했다 
나는 노조원이 아니었으므로 침묵했다

그 다음엔 가톨릭 교도를 숙청했다
나는 개신교도였음으로 침묵했다

그 다음엔 나에게 왔다 
그 순간에 이르자
나서 줄 사람이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내일 아침 신문이 궁금하지 않다는 것도 슬프다. ytn 사태는 침묵한 그들, '국민 선동하던 pd' 체포에는 뭐라 할까. 차라리 침묵해주는게 나을 지도 모르겠다. 왜곡보도로 국민들을 선동한 사태에 대해 '수사 급물살' 따위의 기사는 정말 보고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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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은 아니다. 유력신문들은 이춘근PD 체포를 스트레이트 기사로 처리했다. 비록 ytn 사태에 대해서 J, D일보는 계속 침묵했고, C일보는 양비론적 기사를 내보냈지만, 모두 이 PD 체포를 아예 외면하지는 않았다. K신문은 '언론인 구속파문 확산'으로 1면 톱 제목을 뽑았다. H신문도 이 PD 체포가 1면 톱이다. 진심으로...이른바 '정론지'라고 강조하시는 그 신문들이 제 자리를 찾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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