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팩트 투자> 좋은 뜻이라면 시장에서도 이기는 법을 알아야 한다
S대 졸업 후 3년 간 서울 봉천동에서 지역 커뮤니티 활동하면서 경실련의 정책실 간사 활동. 이어 신용평가회사에서 크레딧 애널리스트로 일하기 시작한 뒤(으응?) 런던정경대(LSE)에서 회계/재무 석사 과정을 마치고(헐~) 시티 등 잘난 투자은행에서 일하다가(흐미..) 2005년 G마켓에 CFO로 합류. 2006년 야후에 전략적 지분 매각, 나스닥 상장, 2009년 이베이와 M&A 등을 마무리 한 뒤, 앤젤투자자..
저런 경력 앞에 호기심 안 갖기도 힘들죠. “운전 할 때 고개를 돌려야만 볼 수 있는 사각이 있는 것처럼, 투자에도 관심을 두어야 할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며 “투자에도 수익과 함께 사회적으로 긍정적 가치를 창출하고자 하는 투자자들이 있다”고 하는 디쓰리쥬빌리(D3)의 이덕준 대표. 그가 말하는 지속가능한 세상, 임팩트 투자 이야기. 17일 12시부터 1시간 강연을 들었는데 이토록 즐거운 기운, 상상력을 얻은 이야기도 간만. 강연 제목은 <Investing for Humanity and the Planet> 솔깃하죠? ^^
먼저 임팩트 투자가 대체 뭐냐… “환경ㆍ복지 등 여러 사회 현안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동시에 재무적 수익 창출을 추구하는 기업을 찾아 투자하는 일종의 `착한 투자`”. J.P모건은 2010년 보고서 [Impact Investment: An Emerging Asset Class]에서 2015년까지 총 5000억 달러 이상,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의 경우 2020년까지 약 740억 규모의 임팩트 투자를 예상했다네요.
이 대표님의 강연은 한 장의 카툰으로 시작합니다. Newyorker 지에 실린 카툰. 검색에 성공해서 가져와봅니다.
지구는 망했고.. 주주 가치 키우느라 애쓰던 옛 시절을 회고하는^^
벤처 캐피털리스트(VC)는 기본적으로
리스크를 끌어안으며 작은 기업의 혁신을 이끌어내죠. 현대적 의미의 VC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등장했지만, 중대한 분기점은 1980년 12월12일
애플의 IPO 였다고 합니다. $1.778 billon. 조
단위 IPO 자체가 드물 때 였고 많은 백만장자가 탄생하면서, 실리콘밸리
생태계가 태동했답니다.
금융이 긍정적 역할을 하려면, 리스크를 끌어안고 긍정적 수익을 만들어야 합니다. 원래 문제를 갖고 기회를 만드는 기업가와 결합해서 혁신을 만들죠. 투자란 당연히 돈을 버는 일이구요. 그런데 차세대 금융의 리스크는 뭘까. 어떤걸 매니지 해줄 수 있을까. 뜻 있는 사람들이 Humanity & Environmental Risk 까지 보기 시작했답니다. 그래서 생겨난게 Impact Capital Market.
예컨대 Microfinance Loan Market은 어떤가요. 방글라데시 그라민 은행이 그렇듯 원래 은행이 안 챙기는 가난한 이들을 상대로 출발했죠. 그런데 이제는 시티은행 등 주류 은행에도 관련 부서가 생겼답니다. 2012년 이 시장은 $29B(약 31.4조원) 지역 공동체를 대상으로 하는 US Community finance 규모다 같은 해 $61.4B(약 66.5조원). 환경 친화적 프로젝트에 투자되는 green bond 도 2015년 $50B 규모로 집계됩니다. 그렇다면 임팩트 투자 시장? 10년 내 $500B~1 trillion, 즉 541~1083조원 정도로 내다보고 있답니다.
실리콘밸리에는 이른바 유명한 Impact Capitalist 꽤 있습니다. 일단 빌 게이츠. 지난 10년 간 아프리카에서 말라리아를 없애는 일 등 자선도 하지만 임팩트 투자도 한답니다. 이베이 창업자Pierre Omidya도 1조 정도를 저개발 국가에 반은 기부, 반은 투자했다고요. (오미디아에 대한 스토리는 이나리님이 D캠프 센터장 시절에 정리한게 훌륭ㅎ )
이베이 첫 대표였던 Jeff Skoll 은 이런 분 Mitch Kapor 로터스1-2-3(엑셀 이전 시대의 스프레드시트ㅎ) 창업자도 비주류 기업 혹은 사회 격차 줄이는 비즈니스에 투자를 많이 한답니다 수학학습 앱 ‘토도수학’을 만든 로코모티브랩스 이수인 대표도 여기저기 VC를 찾아다니다 지칠 무렵 Kapor의 투자를 받았다네요.
“실리콘밸리는 이처럼 다른 기업가에게 Give Back 하는 전통이 있고, 세상을 더 좋게 만드는 투자에 집중하는 그룹들이 있다”는게 이 대표 설명입니다. 영국의 경우, Sir Ronald Cohen 이 임팩트 투자에 약 5000억원 정도 굴리고 있다네요. 이 분 얘기는 2013년 HBR ‘Social Impact Investing Will be the New Venture Capital’ 에 소개됐다고.
그래서 D3 도 요런 걸 기준으로 투자한답니다.
Gap-Closing, 양극화 해소에 도움되거나, Diverse 지역이든 섹터든 다양성, 그리고 Sustainable. 지속가능한 곳에.
D3가 투자한 ‘희망 만드는 사람들’ 경우, 저소득층 과다채무자들의 현금 흐름을 분석, 감당 가능한 수준에서 부채를 관리하도록 돕는 기업. 국내 신용등급 7등급 이하가 700만명이 넘는답니다. (이 대표는 경제활동인구가 3000만? 그런데 700만~800만명이 저신용자라는 것은 엄청난 문제라고 지적. 이 정도였나요? 정확한 데이터 확인 필요..) 은행에서는 대개 신용등급 4등급까지 대출해준다고. 즉 그 이하라면 대개 사채에 의존해야 하는데 월급 200만원 받아 집세, 학비 내면 남는게 없는데 사채가 대개 500만~1000만원. 이자만 40만~50만원인데 아무리 하루 12시간 일해도 희망이 없다는 거죠. 이 대표는 “희망 없이 살아가는 수백 만명이 존재하고 있다”며 “어쩌면 전쟁이 터지는게 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희망 만드는 사람들’의 별명은 ‘PB for the Working Poor’ 라네요.
엑셀레이터 프로그램도 돌리는데 ‘국민도서관 책꽂이’ 같은 소셜 라이브러리 만드는 회사 Bookoob의 경우, 멤버쉽 3만원으로 읽지 않는 책을 보관하고 싶어하는 이와 책을 빌려보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새로운 가치가 됩니다. 우버처럼 각 도시마다 소셜 도서관을 만드는게 목표라네요.
‘Ridepal’은 실리콘밸리에서 통근 버스를 공유하는 서비스를 합니다. 우리나라는 버스 등 대중교통이 잘 되어 있지만 미국은 아닌지라,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이리어에만 26개 노선을 두고 있답니다. ‘U class’는 드랍박스를 교육에 적용, 커리큘럼이나 학습 플랜 짜는데 교사들끼리 협력하도록 도와주는 회사. 구글벤처스 투자회사에 합병되서 작지만 투자 회수(Exit) 하셨다고. ‘Labdoor’는 verified commerce, 신뢰 기반 랭킹을 매기는 방식인데 Y컴비네이터 최근 졸업했고. 월 매출이 8만 달러에서 15만 달러로 늘어나는 중.
‘Solar financing Africa’는 아이티공화국에서 깨끗한 물을 더 싸게 공급하는 기업. 수돗물이 미국보다 80배 비싼 나라에서 생산과 배급 단가를 낮췄는데 그 비결이 공동체 활용. 지역에서 커뮤니티 센터처럼 운영, 수천 개 일자리를 만들었습니다. 우물 파주는 봉사 활동은 많은데 실제 유지가 어렵다는 점을 감안, 지역 사람들에게 ‘자기 일’로 만들어주는게 핵심이라고. 100만 명에게 싸고 좋은 물을 공급하려고 한답니다.
저소득 국가를 발전시키고 도와주는 것이 비즈니스. 모든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수는 없지만 조금 더 저렴하게, 조금 더 낫게 incremantal 개선하는 것도 혁신.
“Finance has the potential do great good, not simply make money” 이라는 Sendhil Mullainathan 교수의 말을 인용했습니다. (이 분 얼마전 NYT에 기고하셨죠. Why a Harvard Professor Has Mixed Feelings When Students Take Jobs in Finance 국문 요약은 여기
기본적으로 Finance 라는 것은 value 를 transfer 하는데서 이익을 뽑는데, 사실 value creation 에서도 이익을 얻을 수 있지 않겠냐.. 라는 단순한 철학.
이어 질의 응답 요약
- 임팩트 투자는 돈 많은 이들만 하느냐?
“100달러, 200달러도 가능한 크라우드 펀딩이 등장하면서 투자에 있어서도 민주주의가 이뤄지고 있다”
- 한국에서는 이미 자본이 있는 회사에만 자본이 들어가는데…
“투자자는 여러 단계가 있다. 앤젤도 있고. 몇천만원도 있고. 몇 십억 투자자도 있고. 시리즈A도 있고 시리즈B도 있고. 실리콘 밸리가 좋은건 그 단계마다 투자자들이 존재한다는 것. 우리도 앞으로는 다양해져야. 애플, 구글, 페이스북도 한 때는 스타트업이었다.”
- 가치 있는 일을 수익이 안 날 때 어떻게 유지할지 고민하는 이들 많을텐데
“사회적 기업이란 용어 좋아하지 않는다. 좋은 뜻이니까 투자? 아니다. 좋은 뜻으로 하고 싶으면 시장에서 이기는 법을 알아야 한다. 사회적 기업 생각 없이 비즈니스 통해 미션을 발견하는 경우도 있다. 로코모티브랩스 처럼”
- 임팩트 투자, 엑시트(투자회수) 환경은?
“초기 벤처투자에서는 원래 엑시트 쉽지 않다. 임팩트 투자라서 더 힘들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시간이 좀 더 걸릴거란 생각은 한다.”
- 투자처 어떻게 발굴하시나.
“작게는 수천만원부터 몇억원 수준에서 투자하는데 지금까지 30개 정도 했다. 진짜 좋은 의미인데 수익이 안 될 것 같으면 고민한다. 투자자의 철학에 따라 다를 것 같다. 투자 원금도 못 챙긴다면 자선이고, 투자라는 것은 최소가 원금이다. 글로벌 임팩트 투자 네트워크가 있다. 신디케이션으로 참여하면서 배우고 있다. 시리즈A에도 참여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 계기? 인생의 터닝 포인트?
“80년대만 해도 대기업, 고시는 부끄러운 일이었다. 직장은 갖되 가난하게 살자고 3년 일했다. 이후 금융 쪽 취업도 하고 자본주의 첨단 투자은행도 다니고. 그러다가 G마켓에 갔는데 예전 경험들이 남더라. G마켓 창업팀이 좋았다. 커머셜 플랫폼도 리더 철학에 따라 소셜 임팩트를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투자를 통해 그 이상을 추구하고 싶다는 생각에 임팩트 투자를 시작했다.”
이날 강연에는 약 50명이 온 듯. 질문하는 이들이 대개 젊은 창업자들이던데 투자 받는 법에 실질적 관심이 많았을 것 같기도 하지만.. 가치 있는 일을 스스로 비즈니스로 만든다는 도전은 얼마나 근사한지요. 재미난 세상은 구경만 해도 선한 기운이 전달됩니다. 쉽지 않은 시대일수록, 이런 기운을 가끔 탐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