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디지털 공론장>잉여가 답일까?

마냐 2013. 8. 17. 15:02

인터넷에는 쓰레기 글만 동동 떠다니는 걸까? 네이버 혹은 다음의 검색은 왜 제대로 좋은 글을 찾아내지 못하는 것일까?

얼마 전 디지털 공론장에 대한 강정수님의 특강을 듣다가, 혼자 저 질문에 빠져들었습니다. 지식을 서로 나누며, 지식을 조직하며, 지식을 확산시킨다는 집단지성. 웹이라는 기막힌 환경을 맞이했는데, 왜 우리나라에서는 잘 안될까요.

실제 한글 콘텐츠가 별로 없다.

구글코리아 정책 담당 정재훈님에 따르면, 전세계 url은 약 3조개. 그 중에 영어 사이트가 55%랍니다. 한글은? 0.3%. 베트남어, 헝가리어보다 적습니다. 게다가 그 중 상당히 많은 사이트는 검색 로봇을 차단하고 있습니다. 구글 검색 좋다고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일단 한글 문서가 워낙 적은데. 뉴스, 블로그나 카페, 지식 콘텐츠 없이 검색서비스 자체가 어렵습니다.

맛집 검색해보면 블로그 글 좀 나오죠. 하지만 맛집 외 뭔가 검색해서 좋은 글을 찾아냈던 기억이 좀 있으신가요? 블로그나 카페 외에 괜찮은 사이트라도 좀 나오던가요? 생각해보니, 정보가 유용하다고 기억 남는 사이트가 별로 없어요. 이와중에 정부가 공공정보를 개방하기 위해 애쓰는 최근 상황은 사실 매우 주목되는 일입니다. 구축해놓고도 로그인 요구나 한다든가, 검색로봇을 막고 있던 정부 및 공공기관 사이트들이 문을 열기 시작했다는 건, 검색했을 때 뭐라도 나올 여지가 커지는 거니까요

교수님들이 쓰신 논문은 어떤가요. 논문이 많이 인용될 수록 좋겠다 싶지만 대부분 공개하지 않습니다. 비싼 대학원 다니면 온라인 도서관에서 쉽게 논문을 찾아볼 수 있는데, 학생이라는 ID가 없다면 어딘가에서 사야 하잖아요. 몇몇 논문 사이트는 대놓고 장사를 하죠. 논문 한 편에 500 1000? 물론 롱테일로 저작물의 가치가 경제적 이익으로 돌아가면 좋겠지만, 지식이란 건 나눌때 가치가 달라집니다. 본인 논문 개인 홈페이지에 공개하신 교수님들 참 멋지죠.  

전문가들은 인터넷 글을 쓰지 않는다.

논문이 대중친화적이지 않다는 한계를 감안하면, 교수님들께서 좀 더 친절한 글쓰기에 매진해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폴 크루그만(http://www.krugmanonline.com/)이나 조지프 스티글리츠(http://www.josephstiglitz.com/) 옵바들은 바지런합니다. 아니, 이 정도 바지런한 석학이 국내에 없을리 없죠. 근데 이 옵바들은 이걸 온라인에 차곡차곡 정리합니다. 경제문제가 궁금할 때 꼭 WSJFT를 봐야만 하나요? 한경 매경 봐야 해요? 이런 분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면 또 다르잖아요. 꼭 신문사에서 칼럼 의뢰해야 쓰실건가요?

교수님들만 전문가인가요?
사실 저는 현장의 지식을 좀 더 높이 평가하는 경향이 몸에 배어 있습니다만 전문가 찾는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지식을 통해 생각을 털어놓으셔야 할텐데 공간도 마땅 찮죠. 그런데 인터넷이란건 바로 이런 분들을 위한 기회. 아고라 경방(경제토론방) 고수들의 글 토론, 혹은 일부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물론 수준 높은 글 논쟁을 볼 수 있습니다. 책 많이 써주셔도 좋지만, 그 전에 인터넷에 좀 남겨놓아야, 더 많은 이들이 접할 수 있습니다.

글을 쓰지 않는 이유

제가 이 주제로 거품 물었더니, "너도 쓰지 않잖냐. 블로그? 방치해놓고 아주 가끔 쓰잖냐"고 멘토 K온냐가 한마디 하셨어요. (-,.-) , 저도 먹고 살기 바쁘다구요~ 항변하다가 깨달았어요. 우린 다들 바쁘구나.

교수님들은 SCI 논문 쓰랴, 강의하랴, 연구용역하랴.. 바쁘실테고. 학생들은 학점따랴, 스펙 쌓으랴 바쁘고, 직장인들은 야근하랴, 접대하랴, 회식하랴..바빠요. 점점 더 삶의 여유는 없고, 뭣도 하고 뭣도 해야 살아남을 거 같은 강박에 일은 늘어요. 어떻게 차분하게 인터넷에 끄적대는 일을 하겠습니까.

글은, 창작은, 새로운 생각은, 나눔은, 창조경제는 무튼 잉여에서 나오지 않을까요? 우리는 잉여 결핍 사회에 살고 있어요. 신자유주의 덕분이라고 갈수록 팍팍하죠. 투덜댔더니 강정수님, 독일의 한 대학은 교수님들이 블로깅 하는 걸 논문 쓰는 것 만큼이나 쳐준다고 하더군요. 널리 지식을 나누는 일이 어디 논문 한 편 더 실어 대학 서열 매기는데 도움되는 것 보다 더 사회적으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잉여는 일자치 창출의 핵심 과제이기도 합니다. 야근 덜 시키고 대신 더 많이 고용하는 것이 기업과 대학의 책무. 대학은 그만 건물 올리고, 기업은 투자할 곳도 없어 돈 쌓아두는 대신.. 사람에게 더 투자하면 됩니다. 기업도 대학도 사회도 좋아집니다. 사람도 좋습니다. 열심히 일하고 또 잉여롭게 삶을 나누고. 좋잖아요?

사람이 여유가 생기면요.. 너그러워질지도 몰라요. 우리가 글을 쓰지 않는 이유. 이번에 논문 써보니 알겠더라구요. 쪽팔려서 도저히 공개할 수가 없어요. 비난이 두려워요. (네네. 평소 글은 마구 쓰니까 이런 신경 덜 쓰죠..) 내 글에 답글이 붙고 댓글이 달리면서 비판을 해대는 일에 초연할 수 있을까요? 건강한 논쟁이면 좋겠는데 욕만 먹으면 어쩌죠? 블로그 운영하면.. 최소 욕설 댓글은 싹 지워버림 되는데도.. 우린 비평에 약해요. 뿌리도 없는 허약한 권위에 기대어 잘난 척 할 뿐, 공론장에서 치고받는 걸.. 양반이 할 짓 아닌걸로 보죠. 이또한 벼랑 끝 생존경쟁 탓에 더 겁나는 걸지도 몰라요. 좀 너그럽게.. 비평을 즐길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요?

읽지도 않는데 쓰는 일은 될까?

우리는 쓰지도 않지만, 읽지도 않습니다. 신문 열독률이 떨어진다구요? 전자책 전환이 안된다구요? 원래 우리들 별로 안 읽어요. 그동안 종이신문이야 각 세대별로 필수품인양 구독은 했지만, 가족들 전원 다 완독했을리가. 인터넷은 좀 더 정직하게 사람마다 본 걸 트래픽이란걸로 카운트하니까.. 머리아픈 기사들은 별로 안 읽힌다는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검다. 남들은 아마존 킨들이니 난리인데 왜 우리는 전자책 전환이 안되냐구요? 종이 책도 안 읽으니까요.

2012
년 전국 414개 대학 도서관에서 학생들은 연평균 9.6권을 빌렸어요. 1인당 10권도 안되요. (
기사) 당연히 세계 꼴찌의 독서시간을 자랑하는 나라여요. 우리가.  . (그림 링크)

 



왜 안 읽냐구요? 그건 연구 좀 해보시죠. 하지만 1차적으로는.. 역시 잉여가 가능해야 책도 좀 보지 않을까요? 주당 10시간 42분을 읽어대는 인도와 3시간 읽는 우리 격차가 어떻게 될 것 같은가요? (솔직히 주당 3시간 안 믿겨요....--;;;) 

잉여를 탐하자... 지식을 서로 나누며, 지식을 조직하며, 지식을 확산시키자' 

누구나 1인 미디어가 될 수 있는 시대. 집단지성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시대. 인터넷을 기반으로 공론장을 활성화시켜 민주주의가 거듭나는 시대. 뭐 이론적으로는 그런데, 우리는 공론장이 취약해요. 현실은 달라요. 기술적 토대에도 불구, 잘 안되요. 인터넷을 쓰레기로만 취급하는 일부 언론, 새로운 공론장이 제대로 자리잡기 전에 불신만 덧칠하신거 아닌가요? 사실 세상만사 동전 양면 있는데, 안 좋은 쪽만 집중 확대해석 하신거 아닌가요? 절라디언을 비롯해 지역감정 조장하고 혐오와 차별로 가득한 댓글로 인터넷을 오염시킨 국정원, 국민 세금으로 증오의 씨앗을 곳곳에 심은 그 죄값을 어찌 치르실건가요?

스마트폰은 독서의 적일까?  얼마전 임정욱님의 글과 발표 이후, 읽고 쓰지 않는 한국인에 대해 잠시 대화를 나눴어요. 이어 디지털 공론장 강의해준 강정수쌤과 짧은 수다. 그리고 K온냐와의 점심 토크. 그래서 이 글을 쓰게 됐어요. 우리는 모두, 사회가 조금 더 멋진 곳이면 좋겠다고 생각할 뿐입니다. 인터넷이란 공간이 좀 더 믿음직스럽고, 유쾌하고, 의미 있는 정보의 바다로 작동해주기를 기대할 뿐이구요. 사실 모든 온라인 문제는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합니다. 인터넷이 좀 더 괜찮아지는 길을 고민해봤더니, 잉여를 탐하자는 결론으로 흐르네요. 우리 모두 읽고 쓰는 거 좀 잘해보자는 것.  ‘지식을 서로 나누며, 지식을 조직하며, 지식을 확산시킨다’는 화두에 함 도전해보자는 겁니다. 좀 생뚱맞은가요? 인터넷을 깨끗하게 만들기 위해 허위 비방 혹은 명예훼손을 엄중 처벌하겠다는 검찰의 결심 보다는 훨 낫지 않은가요? 

일단 블로깅 함 해보세요. 종종 방치되는 이 블로그 유입 키워드 보면...요즘도 mVoIP 이 나오더군요. 망중립성 열심히 쓰던게 1년 더 된 일인데.. 아직도 그 키워드로 들어오시는 걸 보면. 그만큼 관련 콘텐츠가 다른게 없거나. 아님.. 써두면 언젠가 누군가에겐 읽을만한 글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소박한 착각일지언정...블로거로서 계속 꿈을 가져볼까 합니다. 저런. 원고료도 없이? 글쎄요. 누군가와 지식과 정보를 나누는 자체가 즐거운 경험이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