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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비판'을 원한다고 비판하니 민망하다


토론 교육이 경쟁력이다 <상> 한국 우등생, 미국선 열등생  
 http://news.joins.com/article/3611148.html?ctg=12 

"........... ‘왜 (Why)’, ‘어떻게 (How)’를 물을 줄 모르는 한국식 평면적 교육이 빚어낸 코미디 같은 이야기다. 한국 학생들은 순종을 미덕으로 삼는 유교문화에다 주입식 교육의 영향으로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에 전혀 익숙지 않다. 한국에선 어떻게 비판적으로 생각해야 하는지에 대해 정식으로 배운 적이 없을 뿐더러 질문하려 들면 “쓸데없이 따지고 든다”는 핀잔을 받기 일쑤다. 이 때문에 한국 학생들을 접해본 미국 교사들은 질문할 줄 모르는 수동적 태도와 평면적 사고를 문제점으로 지적한다. 

반면 영국과 미국에서는 비판적 사고를 고등교육의 최대 덕목으로 여길 정도다. 영국의 최고 명문 옥스퍼드·케임브리지대에서 이뤄지는 교수와 학생 간 ‘튜토리얼(Tutorial· 개인교습)’의 핵심도 비판적 사고의 함양이다. 대입 학력고사 격인 A레벨 시험에는 아예 비판적 사고 과목이 존재한다. ............. "

우리 아이들에게 비판하는 법을 가르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통렬한 비판.
훌륭한 기사다.
우리 사회가 '비판'이란 것에 관대하지 않으며,
함부로 '비판' 했다가는 명예훼손이나 모욕으로 붙잡혀 갈 수 있으며,
'비판'은 절대적으로 훌륭하신 분들을 피해서 해야 하는 상황이란 것에 대해
한번도 제대로 비판하지 못한 신문에서 이렇게 주장하는게 조금 민망할 뿐이다.

촛불이야말로, 정부 정책에 대해, 기성세대에 대해 제대로 작렬한 신세대의 비판.
그때 뭐라 하셨던가....

얼마전 오마이뉴스에 한 고등학생이 올린 글에 감탄했다.

청계광장에 서면 지금도 가슴 떨려
이제 겨우 '원 아웃', 아직 끝 아니다
http://media.daum.net/society/others/view.html?cateid=1067&newsid=20090513085203545&p=ohmynews 

그 학생은 "요즘 교과서 '밖'에서 더 많이 배운다"며 이렇게 고백했다. 너무 많은 걸 가르쳐 준 정부에 감사하면서.  이렇게 비판적 사고를 스스로 키워가는 학생들도 있기는 하다. 그런데 이런 '비판적 사고'를 과연 우리 기성세대는 반기는 것일까. 

".......불이 꺼진 뒤 지난 1년 동안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어떻게 보복을 하는지 똑똑히 지켜봤다. 우리를 지켜주겠다며 함께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은 감옥에 갔고, 정부를 불편하게 했다는 이유만으로 '미네르바'도 갑자기 잡아갔다. 이걸 보고 말 한마디 잘못하면 바로 감옥에 갈 정도로 우리 사회가 후진국이란 걸 배웠다. 

정연주 전 KBS 사장에 대한 검찰 조사를 보면서 '국가에 세금을 더 내면 저렇게 되는구나' 하는 걸 배웠다. 일제고사 선택권을 보장하면 교사들도 학교에서 쫓겨난다는 것도 알았다. 아직도 진행 중인 검찰의 MBC 수사를 보면 '번역 한 번 잘못하면 1년 동안 저렇게 개고생 하는구나'를 배우고 있다. 

촛불만 보면 물대포부터 동원하는 경찰을 보면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의 참뜻을 생생하게 배운다. 
용산 참사를 보면서 대한민국 정부가 국민의 목숨을 참 하찮게 여긴다는 것도 알게 됐다. 신영철 대법관의 촛불 재판 개입 사건을 보면서 '아 저렇게 많이 배우고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은 저런 식으로 아부를 하는구나'하는 걸 깨달았다. 

대운하의 동생격인 '
4대강 정비사업'을 추진하면서 초등학생들 앞에서는 "내 꿈은 녹색운동가"라고 말하는 이명박 대통령을 보면서 '아, 새빨간 거짓말이란 건 바로 저런 것이구나'하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 고등학생의 글은 매끄럽고, 매서웠다. 까마득한 후배의 이 글에, 한편 든든하고, 한편 부끄러웠다. 오늘  '비판적 사고'를 가르치지 앟는 국내 교육에 대한 '비판'과 선진국의 '비판적, 창의적 사고 중시 교육'에 대한 '찬사'를 보니, 슬그머니 내게도 비판 정신이 생긴다. 우리 기성세대는, 기득권층은 과연.... 거침없이 킥을 날려대는 후배들의 '비판'을 수용할 준비는 되어 있는 걸까. 우리 아이들에게 비판적 사고를 훈련시켜야 한다고 기사를 쓸 정도라면.....다시 기성세대를 믿어볼 수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