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만 유일한 정론"이라는게 문제야

미디어 2008. 9. 21. 00:08
" 기자들을 만나면 현재 신문이 매체의 중심이라고 생각하진 않을 터인데 왜 그리 아직 오만하냐고 묻곤 해요.

뉴스를 가장 먼저 접한다고 정보가 제일 많고 해석력이 제일 뛰어난 건 아니잖아요. 예컨대 '씨네21'기자가 먼저 영화를 본다고 영화를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하면 안되죠?

우리 신문은 뉴스를 독점하던 시대의 의식을 그대로 갖고 아직 남의 말을 안 듣고 자신이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정말 대단하다고 해도 모두에게 대단할 수는 없으니 모르는 부분을 인정해야 하는데 말로는 디자인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토론도 해놓고 결국은 엉뚱한 결정을 내려요. 서양의학에 몸을 못 맡기던 옛 양반 규수처럼 병들었는데도 의사를 못 믿고 약방에서 약이나 사다 먹는 식이죠. "  

                                                            김혜리의  '그녀에게 말하다'에서 북디자이너 정병규의 말



무릎 탁 치고 싶은 멘트.

왜 기자들은 아직도 오만할까.

왜 '우리'만 정론지고 니들은 편파적 매체일까.
왜 '우리'만 전문가고 니들은 아마추어일까.
왜 '우리'만 옳고 니들은 왜곡한다 할까.
보도와 논평은 '우리'만의 전유물이라며, 손대는 걸 싫어할까.

그분들끼리의, 기자들끼리의 정파적 다툼은 지금 언급하지 않겠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기자'의 특권의식에 대해서는 딱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미국 IT 기사는 요즘 블로그 테크크런치(www.techcrunch.com)가 대세인 듯. 아니, 각 분야에서 이미 전문가를 능가하는 블로거가 대세다.
일본 최고 뉴스포털 야후는 매체 뉴스에다 각종 블로거들의 글을 줄줄이 함께 엮는다. 훨 나을 때가 많다.
최근 변태성 기사 암 생각 없이 영문판에 게재했다가 광고불매운동 당하는 마이니치, 그 스토리를 가장 잘 전달한 것도 전직 마이니치 기자 사사키씨가 운영하는 블로그 였다. (http://japan.cnet.com/blog/sasaki/2008/08/05/entry_27012752/)

우리나라도 최근 리먼 브라더스 사태와 관련,  다음 '아고라' 경제논객 '미네르바'가 화제였다. 일찌감치 리먼 부도를 예고하고, 미국 금융시장에 대해 조목조목 예리한 분석을 제시했다고 한다.
http://media.daum.net/society/others/view.html?cateid=1067&newsid=20080919112315261&p=khan


세상 변하는 줄 모른채, 계속 기자의 특권을 이야기 하면 안타깝다. 물론 기자 집단 전체를 일반화하는 오류도 범하고 싶지 않다. (훌륭한 기자, 여전히 있다)
다만 기자들이 지들만 잘났다고 생각하면, 당연히 자기들 신문에 돌 던지는 이들이 다 무식한 넘, 나쁜 넘, 미친 넘이 된다. 

그토록 잘난 기자 많은데, 지난 몇년 사이 기자는 가장 손가락질 많이 받는 직업이 됐다. 자업자득이다. 

참고로

인터넷미디어협회는 지난 5월 "미디어다음의 블로거뉴스 기자단이 훨씬 위험한 것은 인터넷언론사라면 마땅히 져야 할 편집 책임을 지지 않고 있고, 블로거 뉴스단 참여자 신원을 외부에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주장했다.

블로거뉴스 기자단...이란게 현재 8만6000여명이다. (5월에 6만7000명이었으니 빠르게 늘고 있다. 이 블로거들의 신원을 모조리 공개하라니...) 다음이 기자단을 운영한다고? 이들은 다음 지시받고 기사 쓰는 게 아니다. 그저 각 블로거들이 글을 올린 뒤 다음 '블로거뉴스' 코너에 한번 더 보내는 '메타블로그' 방식이다.

그런데 미디어다음 내 블로거뉴스가 일반 매체 뉴스와 나란히 걸린다는 이유로,  '정론 매체의 진짜 뉴스'와 '아마추어 블로거 (잡)글'을 함께 뉴스 페이지에 배치해 이용자들의 혼란을 부추긴다고 한다. 이미 블로거들이 엄청 대접받는 해외 뉴스 사이트 구경하셨다면, "이런 혼란 부추기는 인터넷 서비스에는 한국민들 접속 못하게 해야한다"고 펄펄 뛸지도 모를 일이다.

블로거도 밉고 포털도 그냥 밉다고 하시는게 오히려 솔직한 얘기겠다. 잘나신 기존 언론이 아닌 넘들의 언론시장 침탈은 눈 뜨고 볼 수 없다는 적의가 분명하다고 할까. 

아, 블로거 뿐 아니다. 시사PD들도 흉보셨다. 감히 보도 영역에 숟가락 얹다니, 화가 나신게다.

PD수첩 비난할 때 그들은 그랬다. PD저널리즘 자체가 문제라고. 기자들과 달리 게이트키핑이 안되고, 부실하다나. 당시 D일보는 "기자들의 경우 여러 단계에서 검증(게이트키핑)과정을 거치지만 PD저널리즘은 PD 1, 2명과 작가 1~3명으로 이루어진 팀안에서 거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했다. (내참, PD수첩 팀에는 팀장 위에 CP, CP 위에 국장 없나. 다 필터링 하긴 한단다...그리고..... 게이트키핑도 안되는 PD들이,  우찌됐든 쇠고기 협상 문제를 지적해서 정부조차 협상이 잘못됐음을 시인했는데.....그모양 협상에 대해 앵무새 중계만 해준채 문제점 지적안하신건, 기자들의 업무태만인가.....정리하다보니, 새삼 가슴이 벌렁거리네...흥 )

여튼.........

훌륭한 기자들은 블로거, 혹은 PD와 경쟁하는 것을 버거워 하지 않으시리라. 어떠한 종류의 사태든 신속하고 핵심만 짚어주는 간결한 보도, 이면의 스토리와 미래의 방향을 읽어주는 통찰력있는 분석으로 승부하시라.

기자들도 시민사회로부터 다시 존중받고 싶지 않으신지.
"우리가 유일한 정론"이란 생각이라도 버린다면, 그 오만함을 포기한다면, 작은 변화가 일어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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