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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포털 미디어>뉴스 편집원칙의 공개와 알고리즘 편집 이슈

포털 뉴스의 공정성 논란.... 편집원칙은 어떻게 공개하면 좋을까요. 

지난 19일 최재천 의원실 주최로 간담회가 있었어요. 거기서 제가 존경하는 강정수 연세대 커뮤니케이션 연구소 연구원께서 포털이 더 공개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씀하셨죠. 그날 행사 관련, 기사는 좀 이상하게 취사선택한 매체 말고는 대개 이런 맥락에서 보도됐어요. 그 와중에 이 문제에 집중한 기사가 있네요. 

포털 뉴스, 신뢰 얻으려면 편집 원칙 공개해야 - 블로터뉴스 

기사에도 나오지만 사실 관계부터 밝히면 이렇습니다. 포털은 편집원칙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다음의 뉴스편집원칙, 네이버의 편집원칙  네이트의 기사배열 기본원칙(편집가이드), 그리고 인터넷기업협회와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 회원사들이 2012년 공동제정한 '인터넷뉴스기사배열에 관한 공동자율규약'
기존 언론 중에 이 정도 라도 공개하는 언론사는 중앙일보 밖에 못 찾아봤습니다. 

그런데, 이 이상 뭘 어떻게 공개할 수 있을까요. 조선일보가, 한겨레가 오늘 1면 톱은 이러이러한 원칙으로 골랐다고 공개하나요? 포털이 메인 뉴스로 편집한 기사를 고른 기준과 원칙요? 당연히 속보성도 따질테고, 클러스터링 방식(관련 주제로 기사가 여러 매체에서 마구 쏟아져 들어오는)으로 중요도도 볼테고, 기사 자체의 완성도를 따지겠죠. 다만 그 이상 어떤 원칙을 공개할 수 있을지 고민입니다. 

강정수님이 사례로 들은 구글의 뉴스 순위 알고리즘은 매우 흥미롭습니다. 원 링크를 찾고 싶지만..일단 블로터 기사에서 그대로 인용해서 퍼날라보면...  

언론사가 평소 기사를 얼마나 많이 쓰는지
기사 길이가 얼마나 긴지
중요한 사건을 보도하는지
다른 기사를 옮겨 쓰는 편인지

외부에서 이 언론사의 기사가 얼마나 인용되는지
언론사 신뢰도 조사에서 어떤 평가를 받는지
방문자 수와 트래픽은 얼마나 많은지
기자와 편집실 규모
사무실 수
기사에 취재원 이름을 실명으로 썼는지
보도 범위
글로벌 영향력은 얼마나 큰지
기사를 철자와 문법에 맞춰 썼는지 


이런 기준이라면, 당연히 대형 매체가 유리합니다. 실제 구글 뉴스에서는.. 현재 BBC 뉴스가 톱이고, Businessweek, CBS news, CNN(blog) 순입니다. (블로그를 기사와 함께 편집?  국내 포털에게는 법으로 금지된 조항이죠ㅎㅎ)

여기서 몇 가지 질문을 던져볼 수 밖에 없네요. 

편집원칙 더 공개해라? 구글 알고리즘 처럼?

=> 실제 '편집'을 하는 거와 구글식 기계적 알고리즘이랑 공개 대상이 다릅니다. 국내 언론은 더 공개할 편집원칙이 뭐가 있을지 궁금합니다. 다음은 뉴스통계를 통해 실시간 편집내역은 공개합니다. 이렇게 편집했는데, 우린 공정하다, 문제 있으면 공개한 걸로 따져달라... 는.
검색 알고리즘은 대개 어뷰징 이슈 때문에 공개를 않지만, 뉴스를 포함해 검색의 기본은 키워드의 빈도수, 해당 사이트의 신뢰도 및 인기도 등을 비롯해 수십 수백개 변수를 넣죠. 

구글처럼 알고리즘 편집해보면 어떨까?

=> 최근 여당 일각에서 준비하고 있다더라, 소문 수준의 정보는 국내 포털도 구글처럼 알고리즘으로 편집하도록 하고, 직접 편집을 못하도록 하겠다는 내용이 많았습니다. 이때문에 다음 네이버 이제 뉴스 하지 말라는 법 만든단다는 식으로 문의전화 많이 받았습니다. 실제 여당에서 그런 법 준비하는지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 알고리즘 편집이 정답일까요? 공정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 포털은 신문법상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입니다. 법적으로 미디어죠. 미디어의 편집권은 고유권한입니다. 정부가, 법으로 이런 방식으로 편집해야만 한다고 정해줄 일은 아닙니다. 최소한. 

=> 법에 의한 강제가 아니라 다음과 네이버가 자율적으로 알고리즘 편집을 한다면... 만약 구글 같은 방식을 도입한다고 칩시다. 저건 대형 언론사에게 가중치를 많이 주는 방식이어요. 우리로 따지면 몇 몇 매체들이 환영할만 해요. 근데 그럼 다른 매체들이 가만 계시겠어요? 포털의 뉴스 알고리즘이 불공정하다, 대형 매체만 편애한다..고 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전문지도 있고, 규모가 작아도 훌륭한 매체들이 있어요. 그 분들보다 기존 큰 매체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알고리즘은 적절한가요? 

알고리즘 편집은 공정성 논란을 끝낼 수 있을까요?


=> 왜 이 뉴스가 톱으로 올라왔냐, 포털의 알고리즘이 이상하다, 공개해라. (공개할 경우) 알고리즘 변수 자체가 편향되고 불공정하다고 하지 않을까요?  위에서 언급했듯 모든 언론사가 만족할 리 없을테고, 소수의 언론사 외에 다른 언론사들은 다들 알고리즘을 바꾸라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 많이 본 뉴스, 댓글 많은 뉴스도 알고리즘입니다. 국내 포털이 저 방식의 알고리즘을 통해 이용자들과 쌍방향 편집을 해본다고 칩시다. 다들 좋아하시겠어요? 지금 포털은 균형을 갖춘 미디어 책무를 한답시고 엄청 신경씁니다. 편향 편집요? 바보인가요? 몇 년 째 시달리는 처지에 감히 그런 짓을 하다니. 그런데 알고리즘으로 돌려버리면, 한국식으로 이용자들이 좋아하는 순서로 보여주기 시작하면 .. 저는 오히려 중립적이거나 균형적이지 않을거라 봅니다. 화끈해지겠죠. 어떤 분들은 싫어하실 겁니다. 


(추가내용) //////  이 글을 올린 뒤, @channyun 윤석찬님께서 "해외에서 구글과 야후처럼 알고리즘과 에디터 편집 두 방식이 양립하듯 국내도 네이버와 다음이 그런 역할을 각자 하면 될듯요. 네이버도 예전부터 그러길 원하는 ㄴ것 같고ㅎㅎ"라고 멘션을 주셨습니다. 저는 위에서 알고리즘 편집이 국내에서 통할 것이냐에 대해 의문을 여러가지 제기했지만, 이걸 법으로 강제하는게 아니라면 (네..저 강박 있습니다ㅎㅎ 근데 진짜 하도 문의를 많이 받아서) 어느 포털이든 얼마든지 선택 가능한 얘기죠 ////// 

제가.. 결국 공정성 논란 갖고 논문까지 썼습니다.. 다들 나름 애써요. 다음과 네이버 뉴스가 그렇게 불공정하다면.. 1000만, 2000만명씩 보러 오겠습니까? 이용자들은 바보가 아니어요. 

그냥 포털이 뉴스 않으면 안되나? 왜 해?

이런 질문도 주시더군요. 공정성 시달리지 말고 편히 관두라는. 그러나 1000만, 2000만 이용자가 쓰는 서비스입니다. 시장의 수요가 있다구요. 이걸 무슨 이유로, 덜 시달리겠다고, 중단해야 하나요. 이용자들은 포털 뉴스가 공정하지 않다고 클레임 심각하게 걸지 않아요. 싫으면 안보면 되고, 대체제는 많아요. 포털에게 뉴스 하지마, 니들 공정성 문제야.. 라고 하는 것은 정치권과 언론이죠. 미디어의 공정성이야..당연히 뜨겁게 토론하고 의견 주고 받는게 맞아요. 법으로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만 아니라면 어떤 논의든 가능하다고 봅니다. 미디어가 법적 통제 대상은 아니니까요. 

포털 뉴스 편집자들 만나보면... 공정하고 중립적으로 편집한다는, 어느 다른 기존 매체의 인터넷 사이트보다 조금이라도 더 낫게 편집한다는 자부심 있습니다. 신경쓰고 노력하구요. 사실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여야가, 정부가, 혹은 언론이 난리가 나는데 어떻게 막 하겠습니까. 

논란을 회피하는게 답은 아닐테고, 신뢰를 얻기 위해 더 애써야 하는게 답이겠죠. 다만, 편집원칙을 더 공개하라는 요구는.. 어떤 방법이 있을지 아이디어를 좀 구해야 할 듯요. 강정수님을 비롯해 언론 연구하시는 많은 분들에게 의견을 구해봐야 할까봐요. 

////글을 쓴 뒤, 뉴스 편집자 한 분이 이렇게 댓글을 주셨습니다. 옮겨놓습니다. '중립의 함정에 빠지지 말되 공정하자'라는 다짐... 무겁게 울리는군요. 

"누군가가 어떤 기사를 콕 집어 "왜 이 기사를 다음 톱에 올렸느냐"고 묻는다면, 매체 신뢰도-대중 관심영역-이슈 팔로우-섹션 밸런스-정치적 균형, 그리고 심플한 '재미'까지. 몇십개의 이유를 말씀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그 이유 중에 절대로 포함시킬 수 없는게 편집자 개인의 정치적 지향점.일 듯 합니다. 일선 편집자들이 가장 예민해지는 지점이기도 하니깐요. 출근 후에 제일 먼저 하는 일 중 하나가 뉴스를 열어보며 스스로 '중립의 함정에 빠지지 말되 공정하자'라는 다짐을 하는 것입니다. 오히려 지금 포털 뉴스편집을 바라보는 논쟁들의 시선이 더욱 더 정치적인 이해관계 속에 있는 것은 아닌 지 가끔 되묻고 싶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