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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리뷰/소설들

<냉정과 열정 사이>기분이 차가워지다(2002)



냉정과 열정사이(ROSSO)

저자
에쿠니 가오리 지음
출판사
소담출판사 | 2000-11-2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당신의 사랑은 냉정인가요, 열정인가요?한 제목의 소설을 두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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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사이(BLUE)

저자
츠지 히토나리 지음
출판사
소담출판사 | 2000-11-2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당신의 사랑은 냉정인가요, 열정인가요?한 제목의 소설을 두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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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 사이 (2003)

Calmi Cuori Appassionati 
7.7
감독
나카에 이사무
출연
다케노우치 유타카, 진혜림, 유스케 산타마리아, 시노하라 료코, 시이나 킷페이
정보
로맨스/멜로 | 일본 | 118 분 | 2003-10-10



생애 첫 '서'유럽행. 피렌체를 가본다. 옆지기 제안으로 예습 삼아 피렌체 배경이라 더 유명한, '냉정과 열정 사이' 2001년작 영화를 보는 중. 배경 피렌체의 작고 오래된 건물, 낡은 다리는 멋있고 남주도 훈훈한데..두오모도 음악도 기막힌데.. 그다지 몰입은 안된다. 느린 이야기에 같이 보던 딸과 아들은 어느새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11년 전 책으로 만났을 때는 꽤나 강렬한 기억을 남겼는데. 사실 기억도 가물가물. 예전 리뷰를 꺼내 본다. 저들의 사랑에 두근거렸던 건, 아니 기분이 차가워졌던 어느 대목이었을까. 어쩌면 에쿠니 가오리의 글 자체였을까.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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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이 작긴 하지만 260쪽 짜리 책 2권을 어젯밤에 읽기 시작, 오전중에 다 읽었다. 중간에 잠도 자고 일도 했으니. 남은 시간은 고스란히 이 책에 쏟은 셈이다. 내가 원래 이렇게 독서의 집중력이 높았던가. 쥰셰이와 아오이의 사랑 이야기는 이렇게 내 속을 파고들었다. 

같은 제목. 파란색 속표지의 책은 츠지 히토나리라는 남자가, 오렌지빛 속표지는 에쿠니 가오리라는 여자가 썼다. 대학에 입학하면서 만나 4년여 사랑을 나눴고 이 책들은 각각 헤어진뒤 한참 지난 이후에서 시작한다. 한권은 쥰셰이의 이야기. 또 한권은 아오이의 이야기. 원래 잡지에 번갈아 연재됐다는 것도 이채롭지만. 이야기의 서로 다른 향기가 각별하게 다가온다.

미술품 복원을 배우며 피렌체에서 머무는 쥰셰이의 이야기에는 온통 아오이 타령 뿐이다. 메미라는 새 여자친구를 안으면서도 아오이라는 이름을 내뱉어버렸던 그는 아오이와의 과거에 철저하게 종속됐다. 너무 절절하고 비통하게 아오이를 반추해 나는 그가 차인 건줄 착각했다. 그가 아오이를 버렸다는 것은 나중에 알았다.

반면 아오이의 이야기에는 절반 가량 지나가도록 쥰셰이가 등장하지 않는다. 아오이는 미국인 남자친구와 함께 밀라노에 행복하게 산다. 완벽한 삶처럼 보인다. 그런데 아오이는 쥰셰이보다 상처가 크면 컸지 작지않다. 여자 하루끼라 불린다는 작가는 텅빈 여자 아오이를 그려냈다. 독서와 목욕은 아오이의 유일한 낙이자 도피처다. 그녀의 새 삶은 너무 따뜻하고 충만한데도 그녀는 너무나 공허하다.

남자와 여자의 사랑은 다르다. 냉정과 열정 사이라. 기막힌 제목이다. 아오이의 냉정함은 너무나 뜨거운 상처와 사랑을 숨기고 있다. 쥰셰이도 뜨거운 가슴을 억누르고 산다.

이들은 8년만에 재회한다. 10년전 지나가는 말로 약속했던 일을 밤낮없이 주문처럼 외고 있던 쥰셰이. 아오이의 서른번째 생일날 피렌체의 두오모 꼭대기에 아침부터 올라가 하루종일 기다린다. 밀라노의 아오이는 냉정하고 침착하게 일상을 보내다 갑자기 기차를 타고 세시간 거리의 피렌체로 향한다. 두오모가 문을 닫을 무렵 그녀가 도착한다.

사랑 이야기. 서로 상처받고 상처주고. 또 사랑을 위해 둘의 새 연인은 또 깊은 상처를 받고. 결혼에 안착한 유부녀는 이런 상처뿐인 사랑 이야기에 또 심난해진다. 아마 다시 겪어보기 어렵다는 불안감 때문일까. 그 떨림과 고통에 대리만족하는 재미가 쏠쏠하긴 하지만. 그래도 역시 어딘지 감정적 파고가 거칠어진다. 책을 덮고나니 내 심장은 더욱 차가워지는 느낌이다.

나는 쥰셰이의 이야기를 먼저 다 읽고 아오이를 만났다. 사랑 이야기라길래. 남자쪽 이야기가 먼저 궁금했다. 서평들을 뒤늦게 찾아보니...한 챕터씩 번갈아 읽으면 더 재미있다나.                                   (2002.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