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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봄부터 여름까지.....참 발빠른 정부

촛불은 이미 뜨겁게 타오를 때, 사그러드는 날을 예고한다. 그럴 수도 있다. 그런 법이다.

그렇다고 해서, 촛불이 조금 약해진게 언제라고....이토록 전광석화와 같은 기민한 대응을 예상하지는 않았다. 지지율로 나타나는 객관적 국민 정서가 그다지 좋지 않은걸 보면서...조금 겸허한 척, 조금 신중한 척은 해주실줄 알았다.

KBS 정연주 사장 체포.. (제목만 봐도, 무시무시한 범죄자 같다)

검찰이 그동안 정 사장에게 5차례에 걸쳐 대답없는 소환장을 보낼 때는 오늘 같은 날을 위해 포석을 깔았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하지만, 지난해 권영길 민노당 의원이 언론노조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혐의로 검찰 조사가 진행될 당시.....권 의원이 4차례 출두를 거부하자, 검찰은 대충 '조사 보류'라고 결론짓고 이른바 자금을 건넨 쪽인 신학림 언론노조 전 위원장만 기소했다. 역시 뱃지는 힘이 세고....정 사장은 민간인 신분이다..)

KBS가 2300억원의 법인세 등에 대해 소송을 내 1심에서 승소하고도 항소심 과정에서 500여억원만 받고 소송을 취하해 회사에 손실을 입힌게 정 사장 혐의라면 혐의인데......당시 K 내 전담팀이 국세청과 진통 끝에 마련한 조정안이고, 정 사장에게 비판적인 감사실도 승인한 내용이라고 하니, 대체 검찰이 뭘 더 조사할 것인지 모르겠다. (검찰은 아마 한밤중에 잠깐 풀어줄테고...지금쯤 검찰 주변에 대기중인 카메라 기자들은 온갖 출입구를 봉쇄하고 기다릴 것이다. 이런 식으로 찍힌 사진은 늘 음울하다...)

검찰이야.....지지부진한 효성의 수백억 비자금 사건 같은 사건 보다....훌륭한 다른 사건부터 빨리 처리하는게 타당하다고 할 수도 있겠다. 무려 1800억 규모의 배임 혐의인지라...엄청 죄가 중한 만큼, 신속하게 대응할 수도 있겠다.

그리고, 사실 정 사장도 걱정할게 없다. 마침 오늘 각종 비자금이나 횡령, 배임 등의 규모가 수천억씩 되어 주시는 재벌 총수들에 대해 8.15 특사 대상이라는 뉴스가 나왔다. 까짓거 조사 좀 받고 말 잘 들으면, 금방 사면된다...(음. 글구보니, MB가 지난 정부때 범죄는 사면해드리고...이번 정부 때 죄는 사면 같은거 없을 거란 식으로 엄포를 놓긴 했다. 죄도 정부 봐가면서 지어야 한다..)

여하튼 KBS 정 사장의 체포 뉴스에 "와, 대단한 검찰, 대~단한 MB 정부" 라고 감탄하다가...저녁 뉴스를 보니, MBC 엄기영 사장이 "MBC 미래를 총체적으로 판단해 방통위 제재를 대승적으로 수용하겠다"고 한다. MBC는 이 뉴스를 보도하자마자, 당사 노조가 이에 강력 반발, 사내 시위 중이라는 것도 보도한다. 사측과 노측 입장을 공정하게 보도하는 훌륭한 MBC? 그렇게 예쁘게 봐주기 쉽지 않다.

어찌된게....방송이나 인터넷까지...이른바 각 미디어(아니, 특정 성향이라 찍힌 미디어라고 해야할까..)에 대해 검찰 수사, 방통위 제재, 국세청 조사 등등이 동시다발적으로...아주 신속하게 이뤄진다.

대체 MBC는 뭘 사과하겠다는 것인지, 스스로 알고 있는건지 궁금하다. PD수첩이 국민을 공포로 몰아넣은 죄? 틀린 말이 얼마나 된다구..그렇다면 광우병 위험에 대해, 혹은 잘못된 협상에 대해 암말 않고 팔짱만 끼고 있다가 뒤늦게 난리 친 언론들은 사과 안해도 되나? 언론이 국민을 대신해 비판하고 감시하는 사회적 공기라는 생각을 이제 슬슬 버릴 때도 됐는데....마음이 비워지기는 커녕 자꾸 화가 난다.

PD수첩 광우병 보도가 4월 말이다. 촛불은 5월부터 타오르기 시작해 6월에 정점에 달했다. 7월부터 방통위 결정에 따라 다음은 조중동 광고불매운동 게시글을 삭제했고, 법무장관은 아고라 방문자 수가 줄었다고 국무회의에서 자랑했다. 이제 8월 초인데... 그 사이, ytn 새 사장은 아수라장 속에 취임해 보복, 아니 '적절한 인사'를 예고했고,
KBS 사장은 경찰을 불러들인 황당한 이사회에 의해 해임된 뒤 곧바로 체포됐고, MBC 사장은 '미래를 위해' 라며...잘못했다고 한다...

새벽 출근하는 얼리버드 정부라 그런지...모든게 이토록 빠를 수가 없다. 찬바람 불기 시작하면, 정말 무슨 일이 벌어질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