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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자유

<표현의 자유>SNS 심의, 그 깜찍한 발상의 문제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권한 남용과 시대의 역행을 멈쳐야 한다
. 권한 남용을 넘어 권력을 휘두르려는 욕심에서 멈쳐야한다.

시대가 얼마나 발전했는지, 그로 인해 국민의 생각이 얼마나 합리적이고 뛰어나지, 집단지성의 얼마나 많은 사회의 문제점을 해결 할 수 있는지를 믿는 신념이 없는 일부의 몇 사람이 디지털 사회를 통제하고 재단하려는것 멈쳐야 한다"

아침에 트위터에서 만난 이 멘션에 조금 당황했습니다. 사실 인터넷에서 드물지 않은 의견이지만, 글 쓴 이가 김성훈 한나라당 디지털위원장이었죠.

여당 디지털 책임자조차 펄쩍 뛸 만큼, 개념 없는(?) 규제인가.. 김 위원장의 트윗을 좀 더 살펴봤습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가 많은 시민과 전문가들이 우려했던 SNS의 심의 제재를 시작하려 한다고 합니다. 참 그분들 무슨생각으로 이렇게 강행하려는건지..?

실효성, 공정성, 위헌소지 등의 많은 문제점과 논란이 발생할 수 있는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기존팀에서 처리할 수 있는일을 말도 안되는 직제의 팀을 만들어 단속하려는 것인가? 과잉 충성? 꼼수? 나만의 정의? 권력에 대한 향수?"

그냥 한마디 탄식은 아닌 듯 하더군요. 사실 이번 조치는 세계 유례없는 일이기도 하지만, 저항과 반발.. 부메랑이 될 수 있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30일 SNS, 앱 전담팀을 만들었습니다. 조직이야 뭐라 하겠습니까만,, 하는 일이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올린 글, 사진, 애플 앱스토어, 구글 안드로이드마켓의 애플리케이션을 심의하고, 차단 명령(사실은 권고..)을 내릴 예정이랍니다. 문제 있으면 ‘자진 삭제’를 권고한뒤, 안되면 통신 사업자에게 해당 계정 차단을 명령한다는 구상입니다.

이게 뭐가 문제인가 하면요...

(자진삭제 권고 후) 계정 차단은 헌법 상 ‘과잉금지의 원칙’,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 제3조 제1호 ‘최소규제의 원칙’에 위배됩니다.

현재 인터넷 게시물에 대한 차단은 개별 게시물 단위로 이뤄집니다. 그러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해외사업자가 시정권고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감안, 아예 문제 게시글을 올린 계정 자체를 차단하는 방안을 모색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문제 게시글 외에 정상적 표현의 자유까지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입니다. 즉 A씨의 멘션 OOO개 가운데 O개가 문제라는 이유로 A씨 계정 전체를 차단하는 것은 A씨에 대한 기본권 침해입니다.

문제 게시글 혹은 계정 차단의 실효성이 없습니다.

SNS 서비스 특성상 이미 RT 되거나 ‘좋아요’로 확산되는 경우, 문제 게시글을 이유로 해당 계정을 차단한다고 해도, 이미 내용은 확산된 이후입니다. RT와 ‘좋아요’를 진행한 모든 계정을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SNS의 불법 게시글은 자정 기능을 이용해 논의가 확산되도록 정리하는 것이 SNS 생태계 특성에 더 적절한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이미 @2mb18noma 라는 계정을 차단한 바 있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차단했다가, 이후 다시 기술적으로 어떤 문제인지 접속이 한동안 정상적으로 됐다가, 지금 보니 다시 막혔네요. 이런 화면이 뜨게 되는데, 이거 계속 막혀 있을지 좀 의심스럽기는 합니다.



차단 방식의 규제는 정답이 아닙니다. 온라인에서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수록 더 많이 확산됩니다. 바바라 스트라이샌드 효과를 참고하세요. 

SNS 규제는 또다른 역차별입니다.

인터넷 규제는 그동안 포털 같은 사업자에게 해당 게시글을 차단하라는 방통심 시정요구 등으로 이뤄졌습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해외 사업자를 규율하지 못한다면 이 제도 역시 실효성이 없습니다. SNS로 한정해서 볼 때, 네이버 미투데이, 다음 요즘 처럼 국내 서비스만 차단하는 것은 글로벌 경쟁 시장에서 명백한 역차별입니다.

인터넷과 SNS를 구별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선거법에 대한 SNS 규제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가 위헌 여부를 가릴 예정인데, 향후 SNS 규제만 풀어서 트위터에 올리면 괜찮고 아고라에 올리면 불법 게시글로 삭제되고 처벌되는 상황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관계망 서비스라 더 봐주고 말고 할게 아니라, 인터넷에 대한 규제 철학부터 바꿔야죠.

내용 규제의 위헌성을 비롯해 허위사실이나 유언비어에 대한 규제는 법적 근거가 없습니다.

2010년 12월 이른바 미네르바법(전기통신기본법)의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법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헌법재판소는 “허위사실의 표현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국민의 올바른 정보획득이 침해된다거나 국가질서의 교란 등이 발생할 구체적 위험이 있다고 할 수 없고, 허위의 통신 자체가 일반적으로 사회적 해악의 발생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님에도 '공익을 해할 목적'과 같은 모호하고 주관적인 요건을 동원하여 이를 금지하고 처벌하는 국가의 일률적이고 후견적인 개입은 기본권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또 “표현이 규제의 대상이 아니라는 확신이 없는 기본권 주체로 하여금 규제를 받을 것을 우려하여 스스로 표현행위를 억제하도록 할 가능성이 높은바, 제재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하여 표현이 억제된다면, 표현의 자유의 기능은 훼손될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공익을 해할 목적’도 함부로 처벌해서는 안된다는 마당에 대체 SNS에서 어떤 종류의 불법정보를 차단할 수 있을까요. 전세계가 합의한 부분은 ‘아동(이 주인공인) 포르노’, 그리고 인종차별이나 나치즘 정도? 우리는 여기에 사행성 정보도 넣고, ‘명예훼손’도 들어갑니다. (불법 정보에 대한 정리를 참고하시죠..)

불법정보, 불온통신 규제...이미 9년 전 헌법재판소가 "No" 했습니다. 

‘불법정보’의 전신인 ‘불온통신’에 대한 위헌 결정문은 곱씹어 볼 만 합니다.
2002년 헌법재판소는 전기통신사업법 불온통신 조항 관련, ‘전기통신을 이용해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 내용의 통신'을 해서는 안된다는 조항에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공중파방송과 달리 "가장 참여적인 시장", "표현촉진적인 매체"로 자리를 굳힌 인터넷 표현에 대해 질서위주의 사고만으로 규제하면 표현의 자유 발전에 큰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법률규정으로 광범위하게 규제해서는 안된다"고 밝혔습니다.

정부기관(?)의 게시물 심의 자체가 문제..

뭐, 제한적 본인확인제(실명제)도 그렇지만, 불법정보에 대한 행정기관과 다름없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 등이 모두 글로벌 스탠다드와 거리가 먼, 한국에만 있는 규제입니다. 간단한 문제는 아니지만 글로벌하게 보편적 규제가 아니다보니 더더욱 국내에서 사업하는 외국인 사업자에게 따르라고 강제 못하잖아요. 지난 24일에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주최한 국제 컨퍼런스가 열렸는데, “자율기구도 아니면서 아동포르노 뿐만 아니라 명예훼손 및 각종 법률위반의 방조까지 다 차단/삭제사유로 삼고 있고 직접 개별게시물의 위법성 판단까지 하는 기관은 대한민국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밖에 없음이 이번 국제컨퍼런스를 통해 재확인되었다”고 합니다.

사실 표현물에 대해 감놔라 배놔라 지워라 말아라, 이것은 사법부의 고유 권한입니다. 정부기관이 인터넷 글의 불법성을 판단하는 것은 '검열'입니다. 그동안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민간인으로 구성된 독립기구로서 심의 결정은 권고적 효력만 가진다"고 해왔죠. 그러나 이같은 주장은 법원에서 깨졌어요. 법원이 이를 반박,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행정기관'이라는 판결을 내려 최종심이 진행중입니다.
방통심의 법적 지위는 헌법재판소에서도 위헌을 다투고 있습니다. 서울고법은 지난 2월 방통심의 인터넷 게시글 심의와 삭제 요구가 "표현 자유를 침해하고 과잉금지 원칙과 포괄위임 입법금지 원칙에 위배된다고 인정할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고, 원고의 위헌 신청을 받아들였습니다. 당시 법원은 결정문에서 "'건전한 통신윤리의 함양을 위해 필요한 사항으로서의 정보'라는 방통심 심의.시정요구 대상인 정보의 개념이 너무 애매해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며 "규제되지 않아야 할 표현까지 규제하게 되고, '삭제, 접속차단, 이용정지, 이용해지' 같은 규제 수단 역시 과잉금지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공권력이 표현의 내용을 규제하는 입법에서 '건전한 통신윤리' 함양이라는 잣대로 일체의 표현을 규제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 침해"라고 밝혔습니다.
방통심 문제는 지난 5월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된 보고서에서
"정부에 비판적인 정보를 삭제하는 사실상의 사후 검열 기구로서 기능하지 않도록 그 기능을 독립 기구에 이양해야 한다"고 지적됐죠...

모든 법과 제도는 당대의 필요성에 따라 사회적 합의에 기반해 만들어진다고 믿습니다. 통신심의 제도 역시 필요성이 있습니다. 방통심의 분쟁조정 기능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어떤 종류의 시도들은 '무리수'이고, 이런 것들이 쌓이면 조직 자체의 병이 됩니다. 방통심은 존재의 의미를 되살려야 합니다. 인터넷에서 발생할 수 있는 권리침해로부터 이용자를 보호하는 역할을 더 고민해야 합니다. 방통심에 사실 멋진 분들 많습니다. 이렇게 불신만 얻게 되신다면, 너무 안타까워요.